7월 30일 <MazM: 페치카>가 출시됐다. 20세기 초 연해주라는 매력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게임은 실존 인물과 창작 인물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소용돌이치는 20세기 초의 동북아시아 정세 속 인물들을 조명한다. 플레이어는 그 어느 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경계인 '표트르 벨로프'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아직 결말을 보지 못했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자신과 주변의 운명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안- 부정'이 아니라 '못- 부정'이다.
왜냐면 게임의 끝을 보려면 오는 12월 30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개발사 자라나는씨앗은 7월 30일부터 일주일에 딱 여섯 화만 오픈한다. 모바일게임으로는 지극히 이례적인 모델. 아무리 궁금해도 다음 화를 볼 방법이 없다.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다. 골드 소모보다 저렴하며 프리미엄 대화를 제공하는 'MazM 멤버십'도 도입했지만, 구독해도 새 이야기가 풀리진 않는다. 몰아서 보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당황했다. 모바일게임에서 레이드 티켓을 기다려본 적은 있어도 스토리를 기다려본 적은 없다. 골드나 패스를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극복되지 않는 기다림. 돈을 써서 강해지고 빨라지는 게임이 익숙했기에 어색함은 더 컸다. 이러지 말고 유료 게임으로 출시해서 한 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게 좋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자라나는씨앗 김효택 대표에게 주간 연재 라이브 방식을 채택한 배경을 물었다. 그는 게임을 유료로 출시하면 "빨리 매출이 나오고 유저도 편히 즐길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유저와 관계를 오래 지속하고 유지하는 데엔 실패한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본방 사수'를 기다리듯 새 이야기를 기다리던 자신을 발견했다.
집안에서 매일 저녁 버릇처럼 일일드라마를 시청하듯이, 나중에 볼 수 있지만 스포일러도 피하고, 먼저 알고 싶어서 VOD 대신에 본방 사수를 선택하듯이 게임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MazM: 페치카>는 선택 분기가 있어서 자기 선택의 결과를 기다린다는 의미도 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뭔가를 까먹기에 충분한 시간이므로 과거의 사건을 돌아보기도 할 것이다.
김 대표는 <MazM: 오페라의 유령>은 출시 이후 월간 연재를 진행한 적 있었고 당시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번엔 주간 연재라는 실험을 통해 '유저와의 관계'를 더 촘촘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올인원도 좋지만, 웹툰을 보듯 조금씩 꺼내먹는 재미도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비유하자면 기다림의 미학. 그게 싫다면 잊고 살다가 나중에 스팀판이나 스위치판을 즐기면 그만이다.
맺음(MazM)이라는 브랜드는 <지킬 앤 하이드>와 <오페라의 유령>으로 신뢰 자본을 획득했다. 자라나는씨앗은 '스토리텔링 게임' 영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상도 많이 탔다. 이번엔 <페치카>를 통해 역사에 창작을 더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보인다. 역사를 다루는 데 실수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 그룹과 협약도 체결했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정보가 담긴 '잡학 사전'은 수집하고 읽는 맛이 있다.
이제 막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에 <MazM: 페치카>가 어떤 게임이라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모습을 종합하면 기대감이 든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나 <페치카> 연재 봤어"라고 자랑할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새 연재는 8월 6일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