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 2009가 지난 26일 4일 간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이번 차이나조이는 4개월 후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 2009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중국 상해에서 온 차이나조이의 임팩트는 상당히 컸습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이들과 구경하려 오는 이들이 준 ‘문화적 충격’, 그리고 중국의 게임개발 규모와 이용문화를 엿볼 수 있는 ‘시장의 충격’ 두 가지였습니다.
올해 통행혼잡의 주범으로 손꼽힌 샨다의 카트 경품, 행사장 전체에 울려 퍼지던 원더걸스의 노바디 열풍, 지난 해에 비해 미모가 향상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쇼걸들의 노출 경쟁은 적잖은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신작의 소개 대신 끊임없이 살포되는 이벤트 경품도 놓칠 수 없죠. 그 시끄럽고 지저분한 행사장 바닥에 드러누워서 낮잠을 자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것도 놀라웠습니다.
반면, 차이나조이를 보려고 길게는 수백 미터 가량 줄을 섰던 엄청난 장사진, 행사장의 인파. 샨다가 3천억 원을 들여 중국 온라인게임을 육성한다던 ‘18기금’, 그리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입김으로 자국 개발 게임을 부스 전면에 노출 시켰다는 이야기는 ‘시장의 충격’이었습니다.
지난 해 차이나조이 2008의 참관객이 지스타 2008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참관객으로만 언급하기는 애매하지만 차이나조이가 너무 폄하됐다는 느낌이 듭니다. 눈치로만 봐도 차이나조이는 지난 해 지스타의 행사 규모를 뛰어넘은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면 지금까지 차이나조이를 적당한 가십거리인 ‘문화적 충격’으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일까요?
[문화적 충격1] 차이나조이 2009 히트상품으로 손꼽힌 샨다 카트.
■ 2008년 차이나조이, 참관객은 지스타의 절반
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은 독자적인 게임쇼를 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게임 컨벤션 아시아(GCA)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한·중·일 3개의 게임쇼는 지난 해 참관객들이 모두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적인 게임쇼라고 이야기를 꺼내곤 하지요. 흔히들 이들을 보고 [아시아 3대 게임쇼]라고 말을 합니다. 그 규모를 좀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먼저 지난 해 도쿄게임쇼는 194,288 명으로 20만 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뒤를 이어 지스타가 189,658 명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중국 차이나조이의 전체 관람객 숫자는 100,259 명으로 10만 명을 살짝 웃도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참관객이라는 수치로만 게임쇼를 평가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중국의 차이나조이의 참관객수가 적은 이유는 바로 일정에 있습니다. 도쿄게임쇼와 지스타의 행사기간은 4일이었던 반면, 차이나조이는 하루가 부족한 3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관람객들이 많이 모인다는 주말 인파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여기에서도 도쿄게임쇼는 71,403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지스타는 56,815 명입니다. 이에 비해 차이나조이는 고작 34,020 명으로 도쿄게임쇼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이 기준에서도 차이나조이의 숫자가 가장 적습니다. 집객상으로 보면 지스타가 훨씬 우위에 서 있습니다.
게임전시회 |
행사기간 |
총 참관객수 |
주말 평균 참관객수 |
차이나조이 |
2008. 07/17 ~ 07/19 (3일) |
100,259 명 |
34,020 명 |
도쿄게임쇼 |
2008. 10/09 ~ 10/12 (4일) |
194,658 명 |
71,403 명 |
지스타 |
2008. 11/13 ~ 11/16 (4일) |
189,658 명 |
56,915 명 |
2008년 데이터로 보자면 한국의 지스타는 도쿄게임쇼라는 ‘넘사벽’ 속에서 차이나조이의 ‘대륙적 기질’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한국의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비디오게임의 본고장 도쿄게임쇼를 표방하면서도 온라인게임 거대시장 차이나조이를 은근히 무시해 왔음을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한편으로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차이나조이 주요 부스의 간판 타이틀로 등장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중국을 얕봤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카피캣(베낀 게임), 도우미 노출 등을 대륙적인 기질로 일축, 폄하해 왔습니다.
[문화적 충격2] 관람객 모집이 참 쉬웠던 봉춤.
■ 성장하는 중국시장, 무시 못 할 차이나조이
저 역시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번 차이나조이 출장을 떠날 때 새로운 게임을 접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중국이라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를 먼저 걱정했으니까요. 하지만 상해 전시장에 도착한 순간, 제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일단 규모가 달랐습니다. 차이나조이의 행사장이 매우 컸습니다. 지난 해에 비해 한 홀을 늘린 차이나조이 2009는 2008년 지스타에 비해 행사장의 크기가 2배는 족히 넘어 보입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관람객 밀도는 지스타의 2배 이상일 것이라고 한국 참관객들은 입을 모았고, 저 역시 수긍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행사장은 어떻습니까? 1홀에 있는 8개의 메이저부스는 자국 게임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부의 콘텐츠산업 자국보호 조치라고 하지만 전면에 등장한 게임들은 중국 색채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문화적 이질감이 있었을 뿐, 볼 만한 수준으로 향상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작 구경과 함께 쇼걸을 보고 경품도 얻기 위해서 모인 엄청난 인파들. 정말 엄청난 것이었죠. 전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1위로 떠오르는 중국의 위력을 잠시나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품과 이벤트 쇼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행사장에서 머무는 걸 보며 중국이란 시장의 확고부동한 강점을 확인했습니다.
차이나조이 2009 이틀째 2홀의 전경. 주말에는 더욱 많은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순간 이런 느낌이 들더군요. 지난 해와 같은 규모라면, 지스타가 차이나조이보다 집객수가 더 많다고 강조하는 게 우스갯소리가 될 것 같더라고요.
끝이 안 보이는 수백 미터에 이르는 대기행렬을 봤을 때 이제 차이나조이의 몸집 불리기는 중국 정부의 결정만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장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정말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행사를 둘러보러 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중국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괜찮은 중국 게임(특히 웹게임)을 찾으러 가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뻔뻔하게 베낀 게임이 있다고, 쇼가 선정적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가긴 힘든 차이나조이가 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이란 든든한 배경이 있으니까요.
자연스레 지스타 생각이 나더군요. 지스타도 올해 부산으로 개최장소를 옮기면서 발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유저들이 원하던 블리자드도 참가하고,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 메이저 게임업체들도 일찌감치 참가를 확정했죠.
그렇지만 개최 국가의 시장의 규모로 따지면 차이나조이에 비해 지스타가 밀립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집객수, 참가업체수가 많으면 앞선 걸까요?
문화적 충격이라고 말하기엔 약한, 방치된 888 위안(약 17만5천 원)짜리 비엔비 캐릭터.
■ 숫자 대신 콘셉을 고민하는 지스타가 되기를
2005년 지스타는 세계 3대 게임쇼를 표방하면서 출범했습니다.
당시에는 PC/콘솔 게임 중심의 미국 E3, 콘솔 게임 강국 일본 도쿄게임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노렸던 거죠. 그런데 영국 ETCS가 빠진(폐지된) 자리에 독일 게임 컨벤션(GC)이 불쑥 들어왔습니다.
지스타는 아직 세계 3대 게임쇼에는 미치진 못 하지만 노력하면 가능할 법한 아시아 게임쇼 2인자의 자리에 자족하며 지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자리도 장담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차이나조이의 열기는 분명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지스타가 앞으로 뚜렷한 특장점과 발전방향을 제시하지 못 한다면 중국의 문화적 행태를 보면서 맘껏 비웃을 수 있을까요? 올해에는 숫자 과시 대신 차별화 콘셉트를 내세워 차이나조이를 압도하는 지스타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