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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잡상] 강남스타일과 오징어게임, 그리고 컴배콤

오마주와 패러디, 표절과 도용의 그 수위의 불명확함에 대해서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정우철(음마교주) 2021-10-13 19:16:40

K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과거 싸이의 <강남스타일>부터 지금의 넷플릭스 드라마인 <오징어게임>까지.

 

이런 히트 콘텐츠에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패러디와 오마쥬, 그리고 표절 논란이다. <강남스타일>이 대 히트 당시에는 키워드만 검색을 하면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패러디가 쏟아졌다.

 

그리고 <오징어게임>이 핫한 지금 이런 현상은 되풀이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오징어게임>이 놀이(게임)의 룰을 차용한 내용 덕분인지 실제 게임에서도 이를 패러디 혹은 이용한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

 

이런 열풍에 나 또한 시류에 편승한 키워드로 이런저런 잡상을 하다 보니 또 길고 긴 글이 나와버렸다. 하지만 게임잡상이란 코너가 원래 잡상을 길게 써보고자 만든 것이니… 일단 쓰고 본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편집국장

 

 


 

 

# 강남스타일과 오징어게임. 원작의 흥행 이유가 다르다

 

어찌 보면 이런 패러디의 난무한 현상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강남스타일> 때와 달리 <오징어게임> 관련 콘텐츠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강남스타일>은 저작권자인 사이와 소속사가 패러디를 인정하고 저작권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역으로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함에 있어서 원작이 확산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고 이는 기본적으로 이 다수의 패러디들이 상업적으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에 오르기에는 수많은 패러디의 힘이 있었다.

 

반면 <오징어게임>은 상황은 복잡하다. 드라마 속 게임은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뽑기, 줄다리기 등 보편적인 게임을 이용해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즉 드라마 속 게임에 대한 룰을 차용한 게임이라고 해도 이를 저작권 위반이라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수많은 게임에서 양산되고 있는 <오징어게임>의 ‘패러디 게임들’은 단순히 레거시한 놀이의 룰을 따온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특징적 요소인 이니셜 마크, 복장 등을 구현하고 있다. 이를 패러디라 말하면서 큰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모양새.

 

이미 <오징어게임> 자체도 게임을 통해 최후의 승자가 상금을 독식한다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간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흐름이지만 그 안의 구성과 내용, 그리고 표현 방식 등에서 창작물로서의 인정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오징어게임>이 훌륭한 창작 콘텐츠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상황.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과 자체 콘텐츠 파워로 인기를 얻은 <오징어게임>

<강남스타일>은 성공을 위해서 패러디를 양산해 퍼뜨리는 전략으로 나갔고 이는 먹혔다. 이는 유튜브라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입소문을 통한 확산을 위해서 저작권의 포기를 결정한 것이 제일 큰 이유다.

 

반면 <오징어게임>은 입소문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흥행을 시작해 인기를 얻음에 따라 수많은 패러디가 양산되는 모양새다. 어찌 보면 같지만 전혀 다른 흐름으로 콘텐츠의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

 

 

# 반지하게임즈의 <어몽 오징어 게임> 논란

 

사실 패러디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원작을 통해 사회 상황을 풍자하거나 비평하는 것이 사전적 의미이다. <로블록스>의 수많은 <오징어게임> 테마는 잔잔한 수면에 돌 하나를 던져 파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파문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반지하게임즈의 <어몽 오징어 게임>라는 큰 논란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오징어게임>의 패러디게임 논란은 어쩌면 반지하게임즈의 <어몽 오징어 게임>이 대표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파장이 크다. 게임명에서 알 수 있듯 <어몽어스>와 <오징어게임>을 합친 게임이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아마 <어몽 오징어 게임> 논란은 인디 정신을 강하게 가져가고 그동안 그 정신을 제대로 보여준 반지하게임즈의 것이라는 게 논란이 커진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어몽어스>와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스스로 오마주이자 패러디라고 해명한 것도 유저들은 문제를 삼았다.

 

반지하게임즈의 해명문을 통해 “<어몽 오징어 게임>은 작은 B급 패러디게임으로 원본을 알고 있을 수많은 유저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즉 인디게임의 제작 철학은 변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를 패러디로 보는 시각도 존재할 것이지만 다수의 여론은 ‘이럴 거라면 인디라는 이름을 떼라’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분노의 지점은 만화 <귀멸의 칼날>을 패러디했다고 논란이 됐던 모바일게임 <귀살의 검>, 만화 <원피스>를 패러디했다고 주장했던 애니메이션 <와피스>와 동일하다.

 

<귀멸의 칼날>을 오마주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믿어줄까?했던 <귀살의검>

 

물론 아직 게임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개발사의 의도가 어떻게 게임으로 구현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전등록 당시까지 콘셉트만 존재했지만 논란 이후에도 여전히 개발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아니... 어쩌면 타의에 의해 개발 진행이 힘들 수도 있다)

 

게임이 실제로 나와서 판단하기 전까지 개발사의 의도가 전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미 유저들의 여론은 시류에 편승해 저작권이 명확한 콘텐츠 2개를 합쳐 게임을 만든다는 결론이 나버린 상태가 됐다. 

 

“아류로 흥할 바에는 오리지널로 망하자!”라는 반지하게임즈의 핵심 가치가  <어몽 오징어 게임> 하나로 무너지고 있다. 유저들이 말하는 시류에 편승한 게 아니냐는 비판은 <강남스타일>이 유명해지는데 패러디가 도움을 준 것과 달리, <오징어게임>이 유명하니 이를 따라가 보자에 가깝다고 해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지하게임즈가 공개했던 <어몽오징어게임>의 콘셉트 샷

 

 

#여기서 생각나는 사건. <캠백홈>과 <컴배콤>

 

음악계에서는 번안곡, 표절 논란은 많지만 의외로 패러디 논란이 많이 없다. 

 

결과론 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미 과거에 패러디 논란이 일단락 된 결과일 수도 있다. 1995년 나온 서태지의 <컴백홈>을 2001년에 음치가수 이재수가 패러디 한 <컴배콤> 사건 때문일 것이다. 즉 <컴배콤>은 <컴백홈>의 인기와 흥행에 패러디라는 명복으로 만들어진 음반과 뮤직비디오였다. 

 

보통 이런 패러디와 표절의 판단을 대중이 하는 것에 비해서 이 사건은 법의 판결을 받았다. 원 저작권자인 서태지는 <컴배콤>이 저작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은 서태지의 승소로 결론을 내렸다.(참고로 일반 대중은 표절이다와 표절이 아니다의 의견이 56:47 정도로 거의 반반이었다)

 

  

전국의 가출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전설의 음원 <컴백홈>. <컴배콤>은 직접 검색해보면 된다.

 

당시 법원의 판결문을 요약하면 <컴배콤>은 상업적 목적 달성을 위해 <컴백홈>을 이용했고 이에 저작권을 공정하게 활용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이 판결은 저작권 위반이 아닌 저작 인격권 침해라는 생소한 말을 수면 위로 올린 사건이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과 반지하게임즈의 <어몽 오징어 게임>과의 차이라면 저작권자가 묵묵부답이라는 점이다. 반지하게임즈는 넷플릭스와 이너슬로스에 연락을 해 의도를 전했지만 답이 오지는 않았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다. 팬메이드 패러디가 아닌 상업성을 담보로 한 법인의 패러디 콘텐츠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공정한 이용인가 아닌가 여부가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이 결과물에 대한 원저작권자가 어떻게 대응하고 반응하는지 여부.

 

<오징어게임>의 제작자인 싸이런픽쳐스는 넷플릭스에 저작권 100%를 넘겼다. 따라서 이런 게임의 패러디, 오마주 등의 입장은 오로지 넷플릭스가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저작권을 가져옴에 따라서 공식 굿즈도 판매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중국에서 불법 굿즈가 도용되어 판매되기 시작하자 공식 굿즈가 서둘러 나왔다. 사실상 중국에서의 저작권 대응이 힘들다 판단해 법적 대응보단 공식 굿즈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해석이다.  게임 <오징어게임>도 넷플릭스 공식으로 뭔가를 만들고 있다면 법적 조치보다는 공식을 선택하게 만들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중국 외의 지역, 그리고 굿즈 외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을까? 아직은 지켜보고 있을 뿐이지만 어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업계 생리를 본다면 자기들의 이익을 침해 당했다고 느꼈을 때, 혹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판단하면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넷플릭스의 공식 <오징어게임> 굿즈 판매는 중국의 짝퉁 문제가 불거지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원 저작자의 불쾌감 표현의 사례

 

위에서 말한 <컴백홈>과 <컴배콤>은 원 저작자가 패러디 가수에게 불쾌감을 직접 표현한 경우였다. 게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긴 하다. <슈퍼 주 스토리>의 <스타듀밸리> 표절 논란이다. 

 

이 사례는 상당히 미묘하다. 인기게임에서 있었던 사건이고, <슈퍼 주 스토리> 개발자가 논란 전부터 <스타듀밸리>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었고, 해당 게임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개발단계에 있던 게임이라는 점. 

 

그리고 원작이라 말하는 <스타듀밸리> 역시 <목장이야기>와 매우 유사한 실제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만큼 완전한 창작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도 반지하게임즈의 논란과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스타듀밸리> 개발자인 에릭바론이 불쾌감을 내비쳤고 <슈퍼 주 스토리> 개발자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만 차이가 있다.

 

이 사례에서 핵심을 요약하면 유사게임, 혹은 비슷한 게임성을 문제시한 게 아니라 아트 스타일과 에셋의 표현 방식의 모방을 지적할 수 있다. 실제로 <슈퍼 주 스토리> 개발자는 사과와 해명을 통해 게임의 변화를 줄 것이며, 에셋을 다시 디자인해 차별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역으로 <목장이야기>의 개발사인 마벨러스는 <스타듀밸리>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오히려 팬들이 영감을 받은 게임치고는 너무 똑같은 시스템이 많은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다시 말해 당사자의 입장 표명이 이런 논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다시 <오징어게임>의 패러디 논란으로 돌아가보면, 반지하게임즈도 해명문을 통해 <어몽오징어게임>이 추가적인 이슈가 발생할 경우 콘셉트를 수정하거나 사전등록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밝힌바 있다. <슈퍼 주 스토리>의 해명과 비슷하다.

 

다만 현재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반지하게임즈의 코어 유저라는 점이 가장 아픈 상처다. 개발사는 여전히 변한 게 없고 우리의 의도는 명확하다 말하지만, 유저들은 반지하게임즈의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디에서 가장 좋은 성과와 결과물을 냈던 반지하게임즈가 시류에 편성해 카피캣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반지하게임즈 외에도 '오징어게임' 또는 'Squid Game'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많은 게임들이 나온다. 아니 나왔다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어몽 오징어 게임>은 반지하게임즈가 유명한 탓에 그리고 인디이기 때문에 커진 논란일 수도 있다. 아니 반지하게임즈가 그만큼 상징적인 개발사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솔직히 반지하게임즈의 <어몽 오징어 게임> 논란이 어떤 결과로 맺음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실제 게임이 나오고 개발사의 오마쥬 의도에 맞는 결과가 될지, 아니면 넷플릭스의 불쾌감 표명으로 게임이 사라질지도 알 수 없다.(취재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구글의 조치로 <어몽 오징어 게임>은 스토어에서 내려갔다고 한다)

 

과연 이 논란의 결말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 인가? 나 역시 궁금해진다.

 

여전히 구글플레이에 '오징어게임'으로 등록되어있는 이상한 게임. <어몽어스>도 <오징어게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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