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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관계와 지역에 휘둘리는 강원랜드의 게임사업

하이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회사를 떠난 속내는?

이터비아 2011-07-18 12:37:21

1년 5개월 동안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이하 하이원엔터)를 이끌어 온 이학재 대표가 지난 6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아직 임기가 절반이나 남아 있었지만 그는 홀연히 회사를 떠났다.

 

이학재 대표는 회사의 구조적 문제와 지역 단체의 압박 등 일련의 상황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지난 6월 말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하이원엔터를 떠나며 두 가지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가 밝힌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회사 경영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그리고 태백시 지역사회와 관계기관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시정이다.

 

 

■ 비전문 위원들과 구조적 문제로 더딘 행보

 

하이원엔터는 게임사업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독립형 자회사로 출범했다. 그러나 모회사인 강원랜드의 사업 이해관계에 휘말리면서 그동안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강원랜드는 정부 지분 51%가 투자된 공기업이다. 따라서 사업 추진이나 절차도 공기업식으로 진행됐다. 서비스하는 게임마다 광고 대행사가 입찰 방식으로 정해져야 함은 물론이고, 업무용 PC 도입이나 서버 구매 설치도 입찰 방식으로 채택되고 있어 전반적인 진행이 무척 더디다.

 

하이원엔터가 게임을 퍼블리싱하려면 사내 검토와 내부 테스트를 거친 뒤 자문위원회와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자문위와 이사회 대부분의 구성원이 비전문가이다 보니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공무원 직책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민감하고 결정에 대한 책임 소지로 인해 책임을 피하려는 이른바 ‘공기업 마인드’가 작용하면서 제대로 된 사업 진행이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계약한 <세븐코어>의 경우도 계약 내용을 확정한 뒤 자문위와 이사회가 퍼블리싱을 결정하는 데 4개월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만 3번이 열렸고 결국 퍼블리싱 관련 규정을 고친 다음에야 <세븐코어>의 서비스가 결정됐다.

 

게다가 최근 시장이나 시의회의장 등이 임명한 임원이 추가되면서 이사회가 기존의 5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다. 이해 관계자가 늘면서 사업 추진은 더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확한 판단과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회사를 떠난 이학재 전 대표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한 배경이다.

 

<세븐코어>는 퍼블리싱 결정까지 내부 절차를 밟는 데만 4개월이 걸렸다.

 

 

■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가 실종된 지역단체의 압박

 

회사의 구조적 문제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은 바로 지역 사회단체의 요구와 압박이다.

 

태백 E-city 사업이 6,000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태백 지역에는 유난히 이권단체가 많다. 태백시와 시의회가 각자의 권익을 위해 요청하는 내용도 만만치 않게 많다. 각 단체들은 지역 매체나 간담회를 통해 각종 사업에 대한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는 하이원엔터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단체들은 태백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개발·교육·사업 등 하이원엔터의 시설 대부분을 태백에 두도록 종용했다. 결국 하이원엔터 서울 사무소에는 최소 인력만 배치됐고, 최근에는 하이원엔터 본사의 오투리조트 부근 신축 이전 추진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태백 4개 지역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하이원엔터의 핵심사업인 게임사업의 부진과 실패, 지역과의 소통 부재 등 부실한 E-City 사업의 책임을 지고 이학재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들의 요구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나 콘텐츠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태백 지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들은 게임사업이 굉장히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는 인식이 없다. 지역 중심 발전과 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없다”고 지적했다.

 

4개 태백 지역단체가 내놓은 이학재 대표 퇴임 촉구 성명서.

 

 

■ 게임을 이해하는 신임 대표의 부임을 바란다

 

하이원엔터의 게임사업 전개는 처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009년 설립 초기에 우종식 대표가 취임 10일 만에 사표를 냈다. 서울에 있었던 사무소도 일시적으로 철수하는 등 몇 개월 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후 2010년 이학재 대표가 취임하고 노철 전 위메이드 상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하며 하이원엔터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0년 하반기에만 캐주얼 레이싱 <슈퍼다다다>와 웹게임 <삼국지존> 2개의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MMORPG <세븐코어>와 <페이튼>의 퍼블리싱 계약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두세 달 안에 클로즈 베타테스트와 오픈 베타테스트 진행을 앞두고 있다. 모바일 게임 2종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며, 태백 본사에서는 다수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윗선’의 사업 결정 단계에 도달하고 통과하기 어려워 지지부진해 보이는 것이 하이원엔터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을 신임 대표가 빨리 선임돼야 하지만 계획은 깜깜하다.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최영 전 강원랜드 대표의 뒤를 이을 신임 대표가 임명된 뒤에나 하이원엔터의 새로운 대표가 선임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변이 없는 한 게임업계에 몸담지 않았던 비전문가가 하이원엔터 대표로 취임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들리고 있다.

 

결국 모회사(강원랜드)가 자회사(하이원엔터)의 발목을 잡는 꼴이다. 하이원엔터는 당분간 대표 없이 대표대행 체재로 운영된다.

 

하이원엔터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지역밀착형 게임업체다. 그 남다름이 게임사업의 발목을 잡기보다 든든한 바탕이 되어 준다면 어떨까. 열정 있는 게임업계 출신 하이원엔터 직원들을 이끌어 줄 새로운 전문가가 하루빨리 부임하기를 바란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최종 목적지인 태백 E-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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