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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게임, 쇼는 끝났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

500회로 끝난 SBS ‘게임쇼 즐거운 세상’을 보내며

다크지니 2012-04-03 22:00:00

12년 동안 방영된 지상파 게임 정보 프로그램, SBS TV <게임쇼 즐거운 세상>(이하 게임쇼)이 지난주 500회를 마지막으로 끝났습니다. 지상파방송 최초의 게임 정보 프로그램이었던 <게임쇼>는 많은 기록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만큼 아쉬움도 많이 남고요. 한동안 디스이즈게임에서도 VOD가 서비스됐던 <게임쇼>를 떠나보내며,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SBS 예능 프로그램 장수 3위 <게임쇼>

 

지난주를 기준으로 SBS 주간편성 프로그램 장수 랭킹을 조사해 봤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842회) <SBS 인기가요>(666회) <도전 1000곡>(통합 571회) <TV 동물농장>(558회) <잘먹고 잘사는 법>(507회) 그리고 <게임쇼>(500회)가 있더군요. 전체 주간 프로그램 장수 6위, 예능 주간 프로그램으로 따지면 <SBS 인기가요>와 <도전 1000곡> 다음인 3위입니다.

 

매년 봄과 가을에 인정사정없는 개편이 이루어지는 지상파방송에서, 게임 프로그램이 한 채널의 예능 장수 3위에 올랐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몇 년 동안 패널 기자로 출연했던 <게임쇼>였지만, 기사를 쓰려고 이것저것 조사하다 보니 새삼 느껴지는 의미가 다르네요.

 

과거 <게임쇼> 녹화 현장 모습. 왼쪽부터 SBS 최기환 아나운서, 정미선 아나운서, 그리고 저입니다. 요즘 최기환 아나운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 등을, 정미선 아나운서는 8시 뉴스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12년 동안 500회가 방영되면서 <게임쇼>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편성 시간이 그랬고, 또 프로그램 포맷도 변화를 거듭했죠. 12년이란 시간 동안 국내 게임업계의 강산도 변했으니까요. 콘솔 하드웨어가 잇따라 국내에서 발매되고, e스포츠가 부흥하고, 온라인게임 전성시대가 왔으며, 웹게임과 스마트폰게임까지 부상했죠.

 


방송 3사가 경쟁하던 황금기, 그리고 아쉬운 퇴장

 

한때 SBS, MBC, KBS 지상파방송 3사에서 경쟁적으로 게임 정보 프로그램을 만들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상파방송은 누가 먼저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자연스레 그것을 벤치마크하고,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 과감하게 편성합니다. 최근의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게임쇼>가 그랬습니다. 지상파 게임 프로그램의 신호탄을 쐈으니까요. 2001년 2월 <게임쇼> 1회가 방영된 후 MBC TV에서 2003년 3월 <줌인 게임천국>을 시작했고, KBS 2TV도 2003년 6월 <게임스테이션>이라는 게임 정보 프로그램을 선보였죠.

 

하지만 방송 3사 게임 프로그램 경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살벌한 개편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죠. <줌인 게임천국>이 2005년 4월 가장 먼저 문을 닫았습니다. <게임스테이션>은 <게임정보특급>으로 이름까지 바꾸고 개편하며 노력했지만 2005년 5월 9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게임쇼>로서는 큰 위기였습니다. 방송 3사가 경쟁해야 유지할 명분이 탄탄해지는데, 남들이 다 접으면, 위에서는 다른 생각을 품기 쉬웠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별 탈 없이 위기를 넘겼지만요.

 

 

2001년 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2년 동안 장수한 <게임쇼>.

 

 

 

지상파 게임 정보 프로그램은 좋은 시간대를 편성받기 힘듭니다. 당연히 광고 수익도 기대하기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쇼>를 500회까지 끌고온 프로그램 제작진과 SBS의 의지가 새삼 대단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10년 동안 <게임쇼>를 만든 프로듀서, 새 꿈을 꾸다

 

<게임쇼>를 10년 동안 만든 프로듀서가 있습니다. 2003년 99회부터 2012년 마지막 500회까지 연출을 맡은 SBS 콘텐츠허브의 김민철 PD입니다. 그는 <게임쇼>에 자신의 30대를 고스란히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면서 지상파방송 최초의 게임 다큐멘터리를 3부작으로 만들기도 했죠(SBS 방영).

 

500회로 마침표를 찍은 그와 통화하는 제 마음은 묘했습니다. 한때 <게임쇼>에 출연했던 패널이 아닌, 기자의 입장에서 멘트를 들어야 했으니까요. “실감이 안 난다”고 말하는 그에게 “10년이나 연출했다”고 했더니 괴로워하더군요. “그 얘기 하지 마세요. 싱숭생숭해져요.”

 

<게임쇼>의 종영에는 프로그램의 손익(시청률과 광고수입)을 따질 수밖에 없는 방송 논리가 작용했을 겁니다. 또, 셧다운제로 시작해 쿨링오프제까지 이어지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 테고요. 여론에 민감한 게 또 지상파 TV의 생리니까요.

 

<게임쇼>는 해외 게임쇼를 활발하게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독일 게임컨벤션 취재 현장 모습. 당시에는 독일 게임쇼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죠.

 

김민철 PD는 아쉬워했습니다. “(10년 동안 게임쇼를 만들면서) 게임산업이 볼륨은 커졌는데, 정작 방송에서는 음악이나 영화에 비해서 크게 밀립니다. 그런 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아쉽게 됐습니다.”

 

그는 머지않아 돌아오겠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다시 돌아올게요.”

 

김민철 PD는 현재 게임을 접목한 어린이 프로그램의 SBS 방영을 준비 중입니다. 그의 새 프로그램이 ‘게임이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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