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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속사정] 게임업계 “아이온 좀 잘됐으면…”

태무 2008-03-24 10:27:40

“<아이온> 좀 잘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취재를 다니면서 자주 듣는 얘기입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가 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속을 불문하고 적지 않은 게임업체 임직원들이 내심 <아이온>의 성공을 바라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온>과 비슷한 시기(올 하반기)에 출시될 MMORPG를 개발하고 있는 게임사 관계자나 <아이온>과 경쟁을 해야하는 입장에서도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이상하지요. 단순히 <아이온>이 좋고 기대가 돼서 한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인지 직접 들어볼까요? 해당 회사의 입장과 직원, 개발진의 입장을 고려해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를 구합니다.

 

최근 인터뷰로 만난 한 게임업체 대표이사는 “<아이온>이 잘 돼야 한다. <아이온>의 실패는 게임산업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들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지금 시장에 나와있는 게임 중에서는 <아이온>이 꼭 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게임업체의 개발 총괄 본부장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엔씨소프트>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온>만큼은 응원하고 있다. 아니 크게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경쟁관계에 있는 게임을,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닌 사람들이 이처럼 응원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처음 겪는 일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이적 행위로까지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발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요즘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애타는 심정이 담겨있습니다.

 

 

◆ 침체 국면 타개할 스타탄생을 고대하는 게임업계 

 

온라인 게임업계는 요즘 성장이 정체된 상태입니다. 최근 몇년간 눈에 띄는 대형 흥행작이 없었고, 많은 개발비와 인원을 투자한 대작들도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죠. <스페셜포스>나 <서든어택> <피파온라인> 등 이른바 ‘장르의 흥행’을 이끌어낸 게임들은 있었지만, <리니지> 시리즈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처럼 한 획을 긋고 산업을 이끌어나갈 킬러 타이틀은 없었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신규게임을 내놓는 업체들은 대부분 ‘동시접속자 3만명’을 목표로 했죠. 그 정도면 성공적이라는 계산이었어요. 그러나 최근 많은 게임업체들의 목표는 ‘1만명’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대작이라고 내놓아도 동접 1만명 넘기가 도무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유명 게임들도 동접 1만명 넘기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새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초창기에 활발했던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도 어느새 미약해지고 있습니다. 병역특례만 봐도 게임을 비롯한 IT 업계에 할당되는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중소 개발사들의 ‘젖줄’인 투자사들도 게임산업을 외면하고 있죠. 사람도 구하기 어렵고, 만들 자금도 확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 신생개발사 대표는 “게임업계를 찾는 투자사의 수가 확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게임산업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투자사들도 ‘조건’이 대폭 강화됐다. 사업하기가 정말 어려워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패키지 게임과 달리 누적경쟁인 온라인 게임 업계의 경쟁이 심화된 것도 한 이유일 것입니다.

 

요즘 어딜 가나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전달해주던 ‘고급인력’(혹은 유망인재)들의 유입이 확연히 줄었어요. 오히려 게임업체의 고급인력들이 검색포털 등 IT산업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입니다.

 

한 게임업체 개발이사는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유망 인력(혹은 고급 인력)의 유입이 줄어든 것이 가장 치명적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한 건’을 터트려주던 인재들이 게임산업을 외면하고 연구실이나 검색포털 등 다른 업계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아이온>일까?

 

이처럼 게임업계 전체가 꽤 오랫동안 다운되어 있다보니 비록 자신들이 관여한 게임은 아닐지라도 ‘한 건 터져주길’ 기대하는 심리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위축된 시장상황이 개선되어야 자사의 게임도 빛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산업이건 킬러타이틀 하나가 전체 판도를 바꿔놓는 경우가 많죠. 특히 수년간 킬러타이틀이 없었던 게임업계로서는 일반 유저와 투자자, 인재의 관심을 끌만한 ‘스타 탄생’을 애타게 바랄만도 합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왜 <아이온>일까요? 무엇보다 ‘대형 MMORPG’에 대한 갈증이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MMORPG와 다른 장르는 ‘파괴력’ 면에서 차이가 나잖아요. 올해에도 참 많은 기대작들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시장에 알려진, ‘국내 개발자들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형 MMORPG’는 <아이온>으로 대표됩니다.

 

때문에 국산 게임 중에서 흥행하기를 바라는 게임의 고유명사처럼 회자되는 것입니다. <프리우스 온라인> <에이카> <SP1> 등 올해 나올 다른 국산 MMORPG에 대한 기대도 내포되어 있는 고유명사인 셈입니다.

 

종합해보면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게임이 성공하면 전체 시장의 상황도 좋아지고, 국내 개발사에 대한 투자도 살아나고, 인재도 더 많이 들어온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는 ‘<아이온>마저 안 되면 정말 위기가 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흥미로운 건,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온>의 흥행여부를 물어보면 반응이 ‘뜨뜻미지근’합니다. 게이머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은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어 테스트를 하면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흥행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더군요.

 

게임업계의 성장이 정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타사의 게임이라도 성공하길 비는 관계자들의 표정을 보니 조금 씁쓸했습니다.

 

<아이온>뿐만 아니라 2008년에 선보이는 모든 국산 게임들이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관계자들이 “요즘 너무 투자하겠다는 회사가 많아서 골라내기 바쁘다!”거나 “이력서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누굴 뽑아야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더 많은 노력과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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