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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잡설] 차이나조이 2008을 다녀와서

시몬의 차이나조이, 그리고 중국 원정기

임상훈(시몬) 2008-07-26 10:53:11

상하이를 다녀왔습니다. 차이나조이 때문이었죠. 조금 아쉬운 출장이었습니다. 출국 이틀 전까지 다른 일로 부산했죠. 겨우 하루 전에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후다닥 연락, 준비. 지인들의 도움으로 많은 분들과 인사도 나눴지만 좀더 진득한 대화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8번이 목표였던 마사지도 4번밖에 못 받고. ^^;;

 

그렇지만 작년 봄에 갔을 때보다는 중국이나 중국 게임이 좀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쓸데없는 경험이지만, 4박 5일간의 상하이 투어의 경험과 단상들을 중국집 짬뽕식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게임에 관한 이야기보다, 게임 밖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너무 기대하고 보지 마세요. 저보다 중국을 더 잘 아시는 분들은 조언을 해주시면 고맙겠고요.

 

아참, 제가 해외를 갈 때면 늘 새기는 원칙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문화적 상대주의'입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내 시각으로 재단하지 말자는 거죠.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하지 말고, 그 다름의 맥락을 챙겨보자는 거죠. 다른 하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는 것입니다. 제 경험의 개별성을 일반화하는 것은 얄팍한 추태일 겁니다. 삼성동에 1,000일 이상 살면서도 이 동네를 잘 모르는 제가, 겨우 4박 5일 보고 온 상하이에 대해 단정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참 바보 같은 짓이죠.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기자

 


 


입국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습니다. 입국 심사대 공안(경찰)의 친절함이요. 입국 신고서에 입국비행기 편을 잘못 썼는데, 웃는 얼굴로 잘못됐다고 가르쳐주더군요.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전엔 표정없는 로봇에 가까워죠. 왜 그럴까 봤더니, 입국 심사대 칸막이 앞에 4가지 버튼이 있더군요. '매우 만족', '만족', '너무 시간을 끔', '아주 나쁨'이라고 영어로 적어져 있는데, 저는 '매우 만족'을 눌러줬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공항의 친절도가 치안의 엄격함과 함께 올라간 느낌이 들더군요. 

 

자기부상열차

푸동 국제공항에서 시내에 들어올 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있습니다. '상하이 자기부상열차'죠. 상하이 시내까지 32km의 거리를 8분 이내에 갈 수 있습니다. 시속 430km의 엄청난 속도지만, 전기의 힘만 이용해서인지 소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알아두셔야 할 게 있어요. 자기부상열차의 일반석은 50위엔(약 8,000원)입니다. 입국 시에 항공권 영수증이 있으면 10위엔을 깎아주니까 40위엔(약 6,400원) 나오고요. 그렇게 큰 가격은 아니지만, 3명 이상이라면 택시를 이용하는 게 더 경제적입니다. 중국은 택시요금이 꽤 싸니까요. 다만, 자기부상열차가 택시보다는 훨씬 빠르니까 그 점도 고려해야겠죠.

 

차이나조이 전날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로비에서 아는 중국분 얼굴이 몇몇 보이더군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차이나조이 전날에는 중국에서 온라인게임을 총괄하는 신문출판총서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가 항상 이 호텔에서 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민주화 전 우리나라처럼 정부의 권위가 굉장히 강한 나라입니다. 단적인 예로 '판호'라고 불리는 게임 서비스 라이선스를 신문출판총서에서 내주지 않으면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할 수가 없죠. 중국 정부는 자국 온라인게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판호를 몇몇 메이저 업체들에게 주로 나눠줬고, 덕분에 중국 온라인게임 산업은 대형 퍼블리셔 중심으로 자리를 잡게 됐죠.

 

따라서 이런 퍼블리셔들은 과거의 은혜와 미래의 혜택을 위해서라도 신문출판총서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합니다. 그런 곳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니, 내로라하는 온라인게임의 수장들이 이날 모두 이 호텔에 모여들어서 강연을 하는 것은 당연한 모양새입니다. 그것도 나름 성의 있게요. 신문출판총서가 개최하는 차이나조이에 참여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일 테죠. 지난 해 우리 정부 당국자가 지스타에 업체들의 참가가 부진한 것을 보며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힘이 없으니..."

 

차이나조이 입구
땡볕에 놀랐고, 길게 늘어선 줄에 또 놀랐습니다. 해외 관람객과 기자를 위한 접수 창구로 갔습니다. 약간 어처구니가 없었던 게 불과 10미터 정도의 접수라인에서 여권을 4번이나 요구하더군요. 허허 하면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려고 카메라를 놓고 펜을 들었죠. 그리고 한 30초 정도 지났을까요. 카메라가 사라지고 없더군요.

 

헉. (그래서 이 글에 이미지가 참 빈약합니다. T_T) 카메라도 아까웠지만, 전날과 이날 아침 인터뷰한 사진들이 날아가버린 게 머리를 욱씬거리게 했습니다. 제 불찰이죠. 70~80년대 서울 가서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요즘 중국에서 사람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날치기가 많다고 귀에 박히도록 들었건만.

 

차이나조이 공안(公安)

혹시나 해서 통역하는 분을 따라 공안에게 갔습니다. 혹시 신고된 물건이 있나 싶어서요. 또 혹시 나중에 누군가 카메라를 가져오면, 연락 달라고 하려고요. 있을 리가 없었죠. 그런데 공안이 앉으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하나하나 캐묻고 답변을 받아적기 시작합니다. 카메라 구입 연도부터 시작해서, 서울의 주소, 본적까지요.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조사'를 받게 된 것이죠. 한국에서도 한번도 겪지 못한 일을, 그 무섭다는 중국 공안에게 겪게 될 줄이야. 참 재미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중국 공안, 생각보다 친절하더군요. 제 이름을 직접 한문으로 쓰니까 아주 좋아라 하고.

 

저를 조사한 차이나조이 현장의 공안 파출소.

 

차이나조이 게임들

더움과 시끄러움에 대해서는 다른 기자들도 많이 썼으니 생략하죠. 저는 가급적 유명한 중국산 게임들, 특히 MMORPG를 플레이해보려고 찾아다녔습니다. 솔직히 감흥이 오는 게임들은 별로 없더군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중국 게임의 질이 낮아서요? 그건 아닙니다. 중국 게임의 질을 1 시간 내에 평가할 수 있다면 저는 천재겠죠. 그보다는 '첫인상', 즉 그래픽 요소가 매력적이지 않아서였죠.

 

EA나 도쿄게임쇼의 콘솔게임을 보아온 기자나 유저들에게 지스타의 온라인게임들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은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요. 게임쇼는 (획기적인 기획이 아니라면) 1차적인 시각적 요소가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양 낮은 PC를 대상으로 주로 2D, 2.5D로 제작된 중국의 인기 MMORPG들은 제 눈에 찰리가 없겠죠.

 

하지만 그것으로 게임의 질을 논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100만 이상의 유저가 동시에 게임을 하는 이유는 그보다는 다른 다양한 시스템의 영향이 클 테니까요. 중국어도 안 되는 제가 짧은 시간에 그런 요소들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죠. 아쉽게도 그런 요소들을 스스로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다른 분들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좀 들을 수는 있었죠. 이는 다른 글에서 풀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차이나조이 이튿날
이튿날에는 전날 썼던 패스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패스를 교체하러 갔죠. 그런데 거기서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기자들은 그냥 패스와 여권을 보여주면 새 패스로 바꿔주는데, 해외 참관자는 바깥에 나가서 표를 새로 사야 하는 것을 몰랐다고 하네요. 바깥엔 엄청난 땡볕과 기다란 줄이 기다리고 있고요.

 

제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얼른 주변에서 아는 중국 업체 관계자 만나서 패스를 받아라, 정도였죠. 이 밖에도 차이나조이 패스는 여러 모로 난감했습니다. 관람객이나 기자들은 한번 행사장을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습니다. 또 이튿날부터 행사를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는 패스를 아예 지급하지도 않고요. 부스가 있는 업체 관계자도 행사장 안팎을 네 번 이상 출입할 수 없고요.

 

결국 나중에 이 분들을 행사장 안에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패스를 두 개 가지고 있더군요. 하나는 VIP 패스였고, 다른 것은 업체 관계자 패스였습니다. 밖으로 나간 이 분들은 암표상에게 VIP 패스를 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가짜였다는... 차이나조이를 가시는 업계 분들이라면, 미리 아는 중국 업체에 패스를 부탁해두시는 게 편할 듯합니다.

 

속지 말자, 가짜 VIP 패스.

 

차이나조이 쇼걸

중국은 남녀차별이 좀 덜한 사회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남녀차별이 깨지게 된 역사적 계기 중 하나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함께, '전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이후 신분제가 동요한 것은 왕과 벼슬아치들이 백성들을 버리고 명나라를 향해 줄행랑을 친 반면 일반 백성들은 의병장을 따라 열심히 왜병과 싸웠던 배경이 큽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 나간 남자들을 대신해 군수산업 등 여러 직업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의 사회활동 덕분에 남녀차별이 많이 깨지게 됐죠. 남녀가 맞벌이를 하는 사회일수록 남녀차별이 적은 것은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공산주의 사회인 중국도 그런 곳으로 알고 있었죠. 그런데 중국 게임계를 돌아보고 개인적으로 좀 깼습니다.

 

차이나조이는 공식 쇼걸을 뽑질 않나, 게임업체들은 미모의 여성에게는 우리 돈으로 수백만원 대의 아이템을 주지 않나. 우리 게이머들이라면 발끈할 여성 외모의 상품화를 대놓고 진행하고 있더군요. 유사 이래 이런 경향은 끊이지 않았고,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지만, 대놓고 하지는 않았죠. 이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쇼걸이 표지를 차지한 소책자를 입장객에게 나눠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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