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발사가 새로운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지난해 4월 출시 직후 148개국에서 RPG 무료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 게임. 그 중 118개 국가에서는 인기차트 TOP10까지 오른 게임. 출시 6일만에 일일 사용자 190만 명을 돌파한 게임.
출시 보름 만에 누적 다운로드 1천만을 기록한 게임. <마블 퓨처파이트>입니다. 대박을 기록했던 전작에서 배운 노하우도 있었고, 마블이라는 최고의 IP까지 가졌으니 개발사는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광의 시기는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게임의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과연 개발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글로벌로 출시된 게임은 생각보다 더 많은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캐릭터 수집 모바일게임을 처음 봐서 적응을 못 하는 나라가 있었고, 반면 익숙해서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소모하는 나라도 있는 등 국가 간 격차가 컸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마블의 굉장한 팬들. 어릴 때부터 마블 작품을 보며 자란 해외 팬의 의견은 차원이 달랐어요. 대박을 냈던 개발사. 하지만 마블이라는 자신감까지 붙은 것치고는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는 성적. 결국 개발사는 무언가 틀어졌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개선할 목표를 세웠죠.
'덕질'이라면 할 만큼 했던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지겨울 만큼 또 원작을 봤어요. 수십, 수백에 걸쳐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코믹스를 읽어댔죠. 그리고 마블 본사와 유저가 알려주는 오류를 놓치지 않고 하나씩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일러스트 정말 멋지다. 그런데 앤트맨 헬멧 색이 틀렸네. 커질 땐 파란색이어야지." 정말이네요. 개발사는 무서웠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마블도 같이 무서워했어요.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만족시켜야 했습니다. 캐릭터의 모델링부터 시작해 영화와 만화 캐릭터 간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채도 등을 조절하는 식으로요. 시스템은 복잡하면서도 쉬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원하는 캐릭터 하나는 빨리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쳤어요. 입문 계기가 영화든, 만화든 마음에 드는 캐릭터 하나는 꼭 얻을 수 있도록. 그리고 영화나 만화 어느 한 쪽만 본 팬이 마블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렇게 들인 시간이 1년. 론칭 후 게임을 운영하며 바쁘게 개선했던 기간. 처음에 생각했던 게임의 모습도,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간신히 가까워졌습니다. 2016년 5월 26일.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개봉 후 한 달. 한국 구글플레이 게임 부문 매출 5위! 하지만 기쁜 건 그것만이 아니었어요.
"이 캐릭터 누구에요? 영화에 나와요?", "똑같은 코스튬인데 이름만 다르잖아요?"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 "드라마 캐릭터에요! 영화에도 나올 예정이에요!", "영화 다시 보셔야겠네. 코스튬 디테일이 달라요." 직접 나서서 열심히 설명해주는 유저들이 생겼어요.
까다로운 마블 팬에게 받은 한 마디. "다른 건 몰라도, 만화든 영화든 원작은 잘 반영한 게임이다." 물론 실수에는 여전히 가차없지만요. <마블 퓨처파이트>는 1년 동안 계속 게임을 개선했고, 영화를 기점으로 순위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블은 앞으로도 이야기를 만들 거고, <시빌 워>와 같은 기회는 또 올 겁니다.
브랜드와 캐릭터의 유명세만 믿고 단숨에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아요. 긴 안목을 가지고 원작과 팬을 존중하며 보조를 맞추자. 한 캐릭터 게임이 1년에 걸쳐 깨달은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