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게임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게임이 현실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현실에 들어간 게임문화는 자신의 추억을 너머 다른 사람들과 게임의 기억을 공유하게 만든다. 하물며 치트키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30년을 넘긴, 오랜 게임 유저들과 기네스 세계기록이 인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치트키의 이야기이다. /디스이즈게임 김규현 기자
캐나다 국립은행의 건국 150주년 기념
10달러 신권 홍보 웹사이트에는 비밀이 있다.
↑↑↓↓←→←→BA
홈페이지 화면에서 위의 순서대로 자판을 입력하면, (이 때 소리를 켜는 것을 추천한다.)
하늘에서 10달러가 빗발친다.
오랜 게이머라면 이미 눈치챘을
이 입력의 정체는 바로 ‘코나미 커맨드’
31년 전, 그 시작은 누군가의 고통이었다.
코나미의 개발자 하시모토 카즈히사는
아케이드 게임 <그라디우스>를
패미컴(NES)으로 옮기던 중 문제를 만났다.
게임 전체를 플레이 해 버그를 잡아야 했는데,
게임이 너무 어려워 클리어가 불가능했던 것
이에 하시모토는 본인만 아는 치트를 만들어
전체 플레이 테스트를 마쳤고,
그렇게 패미컴(NES) 버전 <그라디우스>는
이 치트키가 남겨진 채 출시된다.
치트가 남겨진 이유는 개발자 실수라고도 하나,
당시 게임 추세와 관련 있어 보인다.
사실 <그라디우스> 뿐 아니라
패미컴 게임 상당수는 (더럽게) 어려웠고, 신조어까지 탄생시킬 정도였다.
*Nintendo Hard: '말도 안 되게 어렵다' (속어)
이에 개발자들은 이런 게임을 쉽게 깰 수 있는
비법이나 치트를 몰래 숨겨놓곤 했는데,
유저들은 직접 또는 지인과 게임잡지의 도움으로
치트를 찾았고, 그 수요가 게임 매출에도
영향을 주면서 치트는 유행이 된다.
이에 <그라디우스>의 ‘치트’ (코나미 커맨드)도
게임 잡지에 소개되어 알려지기 시작하는데,
본격적인 유행은 1987년 출시된 슈팅게임,
<콘트라>가 북미에서 인기를 끌면서부터였다.
<콘트라>에는 라이프 30개를 주는 치트가 있었고,
그 입력법이 <그라디우스>와 동일했다.
그리고 이 치트는 닌텐도가 무료로 300만 부 돌린
공식 잡지에 실리면서 더욱 잘 알려진다.
유저들은 코나미 게임마다 같은 치트 입력법을 발견,
코나미의 신규 게임에도 시험해 보았고,
이런 유저의 호응을 의식해서인지
이 치트가 ‘전통처럼’ 게임에 등장해
코나미 커맨드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 커맨드는 이후 치트뿐 아니라
유저를 웃기거나 놀리는데도 활용되었고,
코나미가 사실상 묵인하는 가운데
다른 회사 게임에도 사용되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커맨드는 여러 게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고
모두 담기엔 카드뉴스의 여백이 부족하므로
더 자세한 소개는 생략한다.
시간이 지나 코나미 커맨드는 게임 밖을 나선다.
게임 공식 홈페이지나 위키, 게임 언론 사이트는 물론,
게임이 소재가 된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오마주 되었으며,
게임과 관련 없어 보이는 곳에도 뜬금없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2016년 11월, 아마존 홈페이지에서는 신작 게임의 할인쿠폰이 되기도 했다.
물론 코나미 커맨드는 재미 ‘만’을 위해 쓰이진 않았다.
2013년, 천재 프로그래머 애런 스워츠는
학술 논문을 대량 유출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에 미 검찰이 중형(1백만 달러 벌금, 징역 35년)을 구형하자, 판결을 앞두고
스워츠는 불과 26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자 고인의 자유 인터넷 운동을 지지하던
어나니머스 소속 해커들은 항의에 나섰는데,
미국의 여러 사법기관 사이트를 해킹,
코나미 커맨드를 입력하면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어버렸다.
30여 년 전에 비해 최근의 게임은
대체로 쉬워지고 재미(...) 요소가 다양해졌다.
또 한편으론 게임 내 불법 플레이가 늘면서
과거 필요악인(?) 치트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이런 현실에서 코나미 커맨드가
문화적 영향력 있는 치트키로 남은 건
단순히 조작감과 인지도 때문만은 아니다.
유저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게임들이
게임 개발자의 손에서 계속 태어나고,
그 게임에서 자신만의 재미를 찾을
게이머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기에
(이밖에 코나미 커맨드가 들어간 게임이나
사이트, 문화 콘텐츠가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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