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테일즈위버 마을에 울려퍼진 다급한 목소리.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던전 ‘망각의 카타콤’에서 시작된 디버프 ‘전염병’
전염병은 유저들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디버프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야 했지만
시스템의 오류로 마을까지 퍼져나갔고 마을에 있던 유저들은 하나 둘 죽어갔다.
다행히 전염병 디버프 버그는 빠르게 수정되며 종결됐지만
많은 유저들은 이 사건을 통해 2005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염된 피 사건을 떠올렸다
오염된 피 사건의 시작 : 한 유저의 펫이 불러온 참사 , 사건번호 20050913
사건은 한 사냥꾼 유저가 대도시에 펫을 소환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새로운 레이드 던전 보스였던 ‘학카르’
학카르가 사용하는 스킬 오염된 피는 주변 플레이어까지 감염시키는 디버프로
오염된 피에 감염되면 초당 250 - 300의 대미지를 입었는데, 당시 만렙 유저의 체력이 2천- 5천임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디버프였다.
디버프는 학카르의 또 다른 스킬은 ‘피의 착취’를 맞거나 던전을 나가면 해제됐는데 게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펫이 감염된 채로 대도시에 소환된 것이다.
유저들은 무차별적으로 오염된 피에 감염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NPC들까지 오염된 피에 감염되면서 디버프로 잃는 체력보다 더 많은 체력을 스스로 회복하는 NPC들은 그야말로 무적의 보균자.
그렇게 유저들은 NPC 옆만 지나가도 오염된 피에 감염되며 2차 감염이 시작됐다.
사건 경과 : 2차 감염과 유저들의 행동 유형
2차 감염이 시작되자 마을에는 감염자가 대량으로 속출했고, 감염된지도 몰랐던 유저들이 다른 마을로 이동하면서 평화로웠던 해골 마을에는 수도 없이 많은 해골이 쌓여갔다. 마을은 지옥과 다를 것이 없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유저들은 다양한 행동 유형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감염을 피해 대도시를 탈출한 유저 A, 다른 유저가 감염될까 홀로 죽기를 택한 감염 유저 B, 혼란을 틈타 가짜 약을 파는 사기꾼 유저 C, 다른 유저들을 위해 NPC 근처 접근을 막는 유저 D.
또 힐러들은 의사를 자처하며 감염된 유저를 치유했지만 이는 단순한 연명치료에 불과했고, 유저들은 결국 민병대를 구성해 감염된 유저를 격리. 안전 구역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사건 종결 : 사건의 끝, 그리고 그 후
하지만 일부 감염 유저들이 격리 구역에서 탈출을 감행, 인근 마을에 디버프를 확산 시키거나 의도적으로 미감염자를 격리 구역에 유도했고
감염자를 돕던 힐러와 민병대마저 감염되며 당시 상황은 “죽음의 하얀 뼈가 가득한 거리”라 표현될 정도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유저들은 GM 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황을 파악하러 온 GM 마저 오염된 피에 감염, 심각성을 인지한 블리자드가 서버를 리셋시키며 사건은 종결됐다.
그런데 오염된 피 사건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려던 찰나, 이 사건에 주목한 의학계
“게임 유저들의 행동 유형이 실제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보이는 행동 유형과 비슷하다”
실제로 1350년 무렵, 유럽에 흑사병이 유행하던 당시. 사람들은 기도하며 죽음을 기다리거나 대도시에서 도망가고 감염자를 격리시키는 행동을 보였는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저들의 행동도 이와 매우 유사했다.
'실제 전염병 사태를 조명한 게임 속 가상 세계의 잠재력' 학계는 유저들의 행동 유형을 토대로 연구 논문을 작성했고, 논문은 세계 3대 의학 저널 (Lancet)에 실리기도 하며
“게임을 통해 전염병이 창궐한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기대도 받았다.
또한 테러 방지 기관도 일부 유저들의 행동을 테러리스트 행동과 유사하다고 판단. 테러리즘 연구 모델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저들의 행동을 연구하기도 했다.
블리자드와 테러 전문가는 유저들의 행동을 연구 사례로 쓰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지만, 이후에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저들의 행동 유형을 연구한 논문이 다수 발표됐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염된 피 사건은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유저들에게 회자되며, 전설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