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요괴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결국 완전히 분리되어 살아가는 세계.
요괴들의 구역에 우연히 떨어진 한국인 주인공이 있다. 이 인간은 미형의 여우 요괴에게 발견되었고, 여우 요괴는 이 신원미상의 주인공을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시간이 지나고 주인공의 몸이 다 낫자, 여우요괴는 인간에게 그동안의 간병비를 일정기간 안에 다 갚지 못하면 다른 요괴에게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한다.
위기의 주인공은 죽지 않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만 한다.
어떻게? 포장마차에서 '한국 요괴'들을 상대로 '한식'을 팔아서.
그런데 이 진상 요괴들, 생각보다 사랑스럽다.
BIC의 행사장에서 포장마차에서 얼렁뚱땅 '진상 요괴' 상대하는 게임, <풍비박산>을 체험하고, <풍비박산>을 통해 'K-커피토크' 혹은 'K-발할라'를 꿈꾼다는 '팀 PBBS' 김성우 팀장을 만났다. / 디스이즈게임 신동하 기자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문을 부술듯이 두드리는 요괴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요술 밥통'으로 요리를 해 대접하면 된다. 다만, 이 진상들은 '어떤 요리 하나요'하고 말하는 경우가 없다. 이들의 주문은 "배가 고파 눈물이 날 정도니 아무거나 줘라", "아주 고오오오급진 거"와 같이 두루뭉실하기 짝이 없다. 플레이어는 이들의 주문을 '알잘딱깔센'하게 처리해주면 된다.
막상 요리법은 어렵지 않다. 요즘 트위터에서 유행하는 '전기 밥솥 카레'를 만드는 것처럼 이세계 마법 밥솥에 재료를 때려넣고 엔터 모양 버튼을 누르면 요리가 완성된다. 레시피는 '갈비찜', '모듬전', '동치미'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요리가 완성되면 주인공은 자신의 손으로 손님에게 직접 서빙을 해준다.
이때, 요괴들과 요괴들의 세상은 카툰 풍으로 표현되지만, 인간계인 주인공과 인간계 음식인 한식은 실사체다. 이 기묘한 조합은 큰 싸움으로 나누어진 인간과 요괴의 경계를 허문다. 누구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포장마차처럼.
Q. 디스이즈게임: 자기소개와 팀 소개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A. 팀 PBBS 김성우 팀장: 저희 팀 PBBS는 전통 설화들을 저희들만의 해석으로 어레인지한 포차 경영 시뮬레이션 혹은 비주얼 노벨 계열의 게임인 <풍비박산>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기획자인 저를 포함해서 그래픽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로 구성된 팀입니다.
Q. 팀 소개에 보면 팀원들이 전부 다른 일을 하다가 이번 게임을 계기로 뭉쳤다고 들었어요. 혹시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A. 팀 PBBS 김성우 팀장: 저는 게임이나 IT 쪽은 아니지만 외주 작가로 글 쓰는 일을 오래 했고요. 그래픽 디자이너의 경우는 영상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아직 학생이고요. 셋이서 자주 모여서 술을 마시는 친구들인데, 나이를 먹으니 어떤 계기가 없으면 같이 놀 기회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있는 일을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어떤 계기로 한국 설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A. 팀 PBBS 김성우 팀장: 설화를 전공하진 않았고요. 글 쓰는 일을 하다보니까 레퍼런스를 여기저기 많이 찾으러 다녔어요. 그러던 와중에 아직 시중에 많이 없지만, 건드려보면 재미있겠다 하는 소재가 동양의 설화였어요. 그 중에서도 한국 설화가 꽂히는 맛이 있더라고요.
Q. 게임을 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콜라주 형식의 게임 아트였습니다. 주인공의 '손'이 나올 때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참 웃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풍비박산'이라는 포장마차는 인간과 요괴가 융합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A. 팀 PBBS 김성우 팀장: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만든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다니겠습니다.
Q. 팀원들의 취향이 담긴 게임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많이 반영되었을까요?
A. 팀 PBBS 김성우 팀장: 제일 많이 담긴 부분은 아무래도 캐릭터들의 외관이에요. 게임을 할 땐 잘 안 보일 수도 있는데 이제 좀 종양적이거나 전통적인 문양들을 악세서리 등에 담았거든요. 그래서 커트, 커트마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요. 실제로 작업할 때 그런 디테일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Q. 그렇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A. 팀 PBBS 김성우 팀장: 가장 먼저 만들어진 친구는 튜토리얼부터 등장하는 '여우'입니다. 이 친구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 요괴인데 데모버전에선 나오지 않고요. 보여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팀원들은 모두 각기 다른 캐릭터를 좋아하고 있어요. 저는 그 중에서도 '두드리'를 마스코트로 밀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도깨비를 모티프로 만들어졌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봤던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어서 상당히 귀엽습니다.
Q. 사실 손님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떻게 보면 전부 진상이잖아요. 하지만 맛있는 것을 대접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다 보면 그냥 좀 외로운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A. 팀 PBBS 김성우 팀장: 맞아요. 저희는 인디게임계에서 이미 유명한 <커피토크>나 <발할라: 사이버펑크>와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실제로 그 게임들로부터 영감을 받았고요. 그래서 <풍비박산>을 하면서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면 성공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게 또 취향을 따라가다 보니까 <커피토크>나 <발할라: 사이버펑크>처럼 코지하고 칠한 분위기는 나지 않더라고요. 실제로 저희 팀원들은 <풍비박산> 속 주인공들처럼 좀 산만해서 진득하게 뭘 못하더라고요. (하하)
Q. BIC에 처음 참가하는 것이라고 들었어요. 소감을 듣고 싶어요.
A. 팀 PBBS 김성우 팀장: 다른 분들이 되게 열심히 하고 잘한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저희가 여기 껴도 싶은 마음이었는데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현재 게임은 50% 조금 넘게 제작되었어요. 요새는 탄력이 붙어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연내에는 여러 마켓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이 훌륭하다고는 못하지만 맛이 없지는 않을 거예요. 한 번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