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디스이즈게임: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마일샤크 김희근 팀장: 안녕하세요. 저는 스마일샤크 기업 부설연구소의 테크니컬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김희근이라고 합니다. 음성 인식이나 임베디드 그리고 모바일 게임 개발 경력을 가지고 있어요. 웹젠, 크래프톤,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를 거치면서 모바일 게임만 13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현재는 주식회사 '닷'과 협업해서 '닷 패드'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주식회사 닷 황기연 프로: 저는 주식회사 닷의 기획팀에 소속된 황기연 프로입니다. 장애인 접근성 및 '닷 패드' 확장에 관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Q. 본격적으로 '닷 비전'에 대해 말하기 전에, '주식회사 닷'에 대해서 먼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기연 프로: '주식회사 닷'은 15년도에 설립이 되었어요. 그 이후로 시각 장애인용 패드에 들어가는 '닷 셀'을 만들어서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했어요. 이후 2019년에는 '닷 셀' 2세대가 출시되어서 2,400개의 셀을 모을 수 있었고 '닷 패드'를 개발했어요.
사실, 점자 블록을 2차원으로 배열할 수 있는 기기들은 있었는데요. 단가가 엄청 높았어요. 그런데 '닷 패드'는 다양한 셀들을 적용시키면서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요. 그러는 한편으로는 그래픽과 점자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고요. 기술적으로 진보해도 '짜잔, 하지만 1억입니다!'라고 하면 사실 혁신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지난해 CES에서 접근성 부분 최고 혁신상을 받았는데 가격적인 부분도 포함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아직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이른 단계이고요. 스마일샤크와 함께 만들고 있는 '닷 비전'을 시작으로 점차 색을 입혀나갈 예정이에요.
Q. '닷 패드'가 무엇인가요?
황기연 프로: '닷 패드'는 점자와 그래픽을 동시에 출력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에요. 시각 장애인들은 디지털 상에 있는 그림이나, 도표, 지도 등을 보기 위해서는 종이에 인쇄를 해서 확인해야 했었는데요. 이 '닷 패드'를 활용하면 호스트 장치에서 이것들을 실시간으로 송출해서 확인할 수 있어요. 데이터 리터러시가 중요해지고 있는 오늘날, 시각장애인이 시각화 된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그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는 기기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Q. 지난 1월 4일 세계 점자의 날을 맞이해서 '닷 패드'를 활용한 게임 8종과 게임 플랫폼 '닷 비전'이 정식으로 출시되었어요. 소감이 어떠세요?
김희근 팀장: 제가 20대 후반부터 제가 가진 것들을 사회에 공헌하는 데에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그저 꿈이었고요. 지금까지 먹고사니즘에 빠져서 게임 개발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죠. 그런데 '닷'과 '스마일샤크'가 협업하게 되면서 이런 기회가 주어졌고요. 이제 출시된 거예요.
출시가 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아쉬운 점이 많더라고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서 제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시각장애인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황기연 프로: 사실 촉각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게임을 만들면 시각장애인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돼요. 저는 이전에 게임을 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완벽한 경험'에 가깝다고 보는데요. 이 '닷 비전' 게임들이 그 시작이라고 봐요.
Q. 이렇게 들어서는 어떤 기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황기연 프로: 저는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좋아해요. 예전에는 <스타크래프트>에 거의 미쳐 살았거든요. 그런데 <스타 크래프트>에서 지도를 그려가면서 찍어가다 보면 미네랄과 가스를 찍었을 때 소리가 똑같다는 점이에요. 해본 사람들은 전부 아시죠? 이때, 촉각으로 미네랄과 가스의 모양을 다르게 표시해 주었다면 두 가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었을 거에요. 소리가 다르면 금상첨화이고요.
그다음 문제는 저는 지도를 볼 수가 없고 소리를 듣고 주로 플레이를 하니까 확장 기지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기 힘들어요. 특히 '어떻게 해야 거기에서 적절한 건물을 지을 수 있을지', '나는 이곳에 정착을 했는데 적은 어디에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전혀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 이제 '닷 패드'를 활용해서 그래픽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전부 볼 수 있는 거죠. 김희근 팀장님과 어떻게 협업하느냐에 따른 문제겠지만요.
김희근 팀장: 저는 '로컬라이징'으로 예시로 들고 싶은데요. 게이머들이 게임을 할 때, 현지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전부 영어로 플레이하면 그 게임에 녹아드는 데에 한계가 있잖아요. 스토리에 대해서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화면 속 그래픽을 점자 블록으로 바꾸어 주는 '닷 패드'가 있으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요.
황기연 프로: 김희근 팀장님 말에 조금 덧붙일게요. 저는 세상에서 제일 해보고 싶은 게임이 <문명>이에요. <문명>은 턴이 넘어오면 이것저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러한 점들을 소리로 확인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 '닷 패드'로 지도를 볼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이 곳에 도시를 건설해야 되겠다'라는 정보들을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Q. 이번에 출시된 게임 들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기연 프로: 지금 출시된 게임은 시각장애인분들의 공간 추론 능력과 점자 학습 능력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통계에 따르면, 시각 장애를 가진 10세 이하의 아이들은 다른 또래들보다 공간 추론 능력이 다소 낮다고 해요.
공간 추론 능력이란 예를들어 머릿속에 정삼각형을 두고 그걸 왼쪽으로 90도의 각도로 회전한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모양이 될지 생각하는 능력이에요. 이 게임들을 통해서 아이들이 공간 개념과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이제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점자 디스플레이는 텍스트를 출력하기 용이하도록 '가로로 긴 한 줄'만 있는 형태였어요. 하지만, 시각 장애인분들이 사회에 나가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도표'를 읽을 상황이 많아지잖아요. 그런데 도표는 텍스트가 산발적이고 여러 문자들이 섞여있어서 어려움이 많아요. 저희가 만든 게임을 하면 이러한 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이 중에서 <사다리 게임>을 가장 좋아해요. 그냥 일반적인 사다리 타기 게임인데요. 다른 사람들은 종이에다가 선을 죽죽 그어서 대충 판을 만들잖아요. 하지만, 시각 장애인들은 개념은 알고 있더라도 직접 해보는 경험은 드물었거든요. 이걸 직접 경험한다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생각보다 정말 큰 의미에요.
김희근 팀장: 이렇게 단순한 게임도 있지만, 조금 더 게임의 형태를 갖춘 복잡한 것들도 있어요. <테트리스처럼>이라고 이름 붙인 게임은 촘촘하게 메워진 점자들 사이에서 빈 공간을 찾고 그 빈 공간과 동일한 형태의 블록을 골라야 해요. 처음에는 단순하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빈 공간이 많아지고 찾아야 하는 블록도 많아져요.
턴제 배틀 게임도 있어요. 화면에는 상대방의 스킬 카드와 제 스킬카드, 그리고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상대 캐릭터의 체력이 각각 점자로 표시되는데요. 서로 상성에 따라서 데미지를 입고 입히는 방식이에요. 점자를 모르는 분들은 알아보기 힘드시겠지만, 실제로 지금 화면 안에는 '강철 방패', '피스톨', '스턴건'과 같은 카드들이 있어요.
<던전 탈출>은요. 이름 그대로 던전을 탈출하는 게임이에요. 이 게임은 '소리' 지표도 본격적으로 활용해야 해요. 한 면이 막혀있으면 '똑'하는 소리가 나고요. 두 면이 막혀 있으면 '똑똑'하는 소리가 나죠. 막혀있는 게 없으면 '사각'하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요.
Q. '닷 패드'를 이용하여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닷 비전'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김희근 팀장: 스마일샤크 주식회사는 클라우드 서버를 컨설팅하고, 운영, 관리해 주는 클라우드 스타트업이에요.그런데 '닷'에게 클라우드 기술을 컨설팅하며 닷이 하는 활동들이 저희 '스마일샤크'의 비전과 잘 맞더라고요. 안그래도 저희가 모바일 게임으로 분야를 확장하기 위해서 멤버들을 영입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콘텐츠 개발 능력이 있는 저희와 장애인 보조 기기 제작에 노하우가 있는 '닷'이 만나면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았고 진행하게 되었어요.
Q. '닷 비전' 게임들을 만들 때 '닷'과 '스마일샤크'는 각각 어떤 역할을 했나요?
황기연 프로: 김희근 팀장님과 다른 기획자분이 개발을 진행하시면, '닷'에서 개선점 등의 부분들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는 식이죠. 특히 저희 쪽에는 '닷 패드'의 개발 키트를 공급해 주었고요. 게임 개발 인력은 이렇게 딱 세명밖에 없었어요. 고생을 많이 했죠.
Q.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황기연 프로: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런 상용화 가능한 시각장애인용 촉각 패드와 촉각 패드를 활용한 게임이 모두 전례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자체 기술로 이 기기를 만든 저희도 어떤 게 좋은 방식인지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김희근 팀장: 닷이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면, 저희는 '닷 패드'의 UX적인 부분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저희가 눈을 감고 플레이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알아보려고 노력해도 이미 개발 과정에서 전부 봐버린 상태이다 보니 전혀 감을 못잡겠는 거에요. 그 과정에서 황 프로님한테 궁금한 점들을 많이 물어봤고 그런 점이 가장 힘들었죠.
Q. 협력하는 과정에서는 힘든 점이 없었나요?
황기연 프로: 네 없었어요. 저희 개발자 셋이 죽이 참 잘 맞거든요. 회의 핑계로 만나서 술도 자주 마시고요.
일화라고 한다면, 지난 8월 시각장애인 재활교육학회가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저희 셋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촉각 장치 기반의 STEM 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게임이 공간 추론 능력을 기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발표 전부터 장치가 갑자기 먹통이 되어 연결이 안 되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학회에 참석한 많은 분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기기에 대해 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Q. '닷 비전'을 iOS로만 출시한 이유가 있을까요?
황기연 프로: 요즘은 시각장애인도 안드로이드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그런데 모바일의 경우 시각 장애인들은 아직까지 애플 기기를 선호하는 경향이에요. iOS에만 있는 '보이스 오버'라는 스크린 리더 기능 때문에요. 특히, '닷'의 경우 애플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다양한 촉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을 보이스오버에 구현했습니다. 그래서 '닷 패드'는 이 '보이스 오버'와 자연스럽게 호환이 돼요. 블루투스로 패드를 연결하면 스크린 속에 있는 그림이나 텍스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형식이에요. 그래서 스마일샤크 대표님과의 미팅 자리에서'iOS로 먼저 개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을 드렸어요. 참고로 저는 이 프로젝트의 PM도 맡았었답니다.
Q. 아무래도 '닷'의 경우는 장애인 보조기기 및 인프라를 보급해 온 회사인만큼 다른 게임사들보다 접근성과 관련해서 더 많은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닷 비전' 게임이 다른 접근성 게임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을까요?
김희근 팀장: 사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패드를 개발하고 그 패드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 있어왔어요. 하지만, 화면에 더 많은 셀을 넣으면서도, 단가를 낮춰서 CES 혁신상을 받은 거거든요. 이 디스플레이 장치를 가정에도 보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거죠.
황기연 프로: 이전부터 점자 맞추기 같은 게임은 있긴 했어요. 그런데 전부 아날로그 장치로 플레이해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장치'를 활용한 게임은 이게 처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접근성도 접근성인데 시각장애인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생긴 거죠. 제가 <스타크래프트>나 다른 게임들을 하면서 지도를 식별하기 어렵다든지 하는 경험들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김희근 팀장: 황 프로님의 말에 조금 덧붙이자면, 아이폰에서 접근성 기능을 켜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 기능이 이미 잘 구현이 되어있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액션을 하면, 보이스 오버가 나오고 TTS가 출력되는 형식이었죠. 하지만 2D 차원에서 면을 구성하는 건 없었죠.
Q. 시각장애인들도 함께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있나요?
황기연 프로: 규모는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해외와 국내의 상황도 너무 많이 달라요.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건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이 게임을 즐기지 못했다는 건 하나의 선입견이라는 점이에요. 이런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인류학'적인 시선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서 '시각 장애인'을 하나의 민족 집단'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종의 보완책을 찾아서 계속 게임을 해 온 거죠. 게임을 잘하는 사람만 게임을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시각장애인 게이머 커뮤니티에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 힘들어도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람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했던 것처럼요. 그동안에는 '접근성' 자체가 담론에서 배제되어 와서 알려지지 않았던 것뿐이지요.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어릴 때 오락실에서 <킹 오브 파이터>를 즐겨 했어요. <킹 오브 파이터>는 큰 주먹, 작은 주먹 버튼을 번갈아 누르면서 조이스틱을 이쪽 저쪽으로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 '시퀀스'들을 전부 외워서 플레이했었죠.
Q. 그 동안 게임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관련 프로젝트들은 대기업이나 정부 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어요. 근데 '이렇다'하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프로젝트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황기연 프로: 국내 사정은 그렇지만, '장애인 게임 접근성'은 해외 게임 업계에서 가장 화두 되는 토픽 중 하나에요. 마이크로 소프트에서는 '엑스박스 엑세스빌리티 게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어요. 게임 개발사에서 요청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게임 접근성을 갖출 수 있는지 컨설팅을 해주기도 하고요.
'닷 비전'에 들어간 게임들은 유니티로 개발되었는데요. 유니티 자체에서도 '접근성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고요.
시각장애인의 영역은 아니지만, 최근 '소니'에서는 PS5용 엑세스빌리티 컨트롤러를 출시해서, 운동 장애가 있는 분들도 쉽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발 키트를 공개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제 주변 분들 중에서는 <디아블로>나 <마인크래프트>를 즐겨 한다는 사람도 있고요. PS5나 Xbox를 구매하겠다는 분들도 꽤 있어요.
Q. 국내에도 '시각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나요?
황기연 프로: 시각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과 관련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바로 앞에서 설명했던 큰게임 회사들을 주축으로 기존의 게임에 접근성 옵션을 넣는 경우예요. 비시각 장애인이 하는 게임을 시각 장애인 등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들도 통합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 옵션이 있어서 플레이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두 번째는 시각 장애인들이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경우예요.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개발자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단 말이죠. 그러면 그런 분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거나 커뮤니티에 배포해서 돈은 벌고, 그 돈으로 다시 유지 보수를 해 나가는 형식이에요. 이런 생태계도 꽤 오래 있어왔어요.
Q. 관련 논의들에 대해서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황기연 프로: 시각장애인 게이머들이 본격적으로 나온 건 <머드 게임>이에요. 컴퓨터 사양이 높지 않던 시절 텍스트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RPG인데요. 이때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유입되어서 직접 게임을 만들거나 게임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참여를 했어요.
<리니지>가 출시되고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유행한 이후에는 시각장애인용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분리되어 나왔는데요. 제가 예전에 굉장히 열심히 했던 게임을 하나 소개해 드리면 <스왐프>가 있어요. 시각장애인용 FPS인데요. 마우스를 활용해서 좀비를 사냥하고 그렇게 모은 재화로 장비를 맞추고, 미션도 클리어해야 하는 게임이에요.
이 게임은 주로 3D 오디오를 활용하는데요. 양쪽 헤드폰에서 3D 오디오로 좀비 위치가 '삐삐'하고 소리가 나요. 이 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클릭하면 총이 발사되는 형식이죠.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오디오 게임'이라고 많이 불렀죠. 그리고 이 '오디오 게임'은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답니다.
요즘에는 하나의 게임을 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최대한 비슷한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죠.
Q. 다른 접근성 프로젝트들에서 놓치고 있거나 대형 게임사들에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을까요?
황기연 프로: 이미 전문적으로 잘 만들어진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이드라인을 현지화하면 좋겠어요. 앞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최신 접근성 트렌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 이 '닷 패드'를 활용해서 재미있는 게임들을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어요. 개발 키트는 얼마든지 제공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김희근 팀장: 콘텐츠 제작에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유명 게임의 IP를 제공받는다면 대중성과 접근성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황기연 프로: '닷 패드'는 아직 B2C로 판매되고 있지 않아요. 현재는 B2B나 B2G로 먼저 판매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아무리 패드를 저렴하게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대기업만큼 물량 컨트롤이 될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아직 개인까지 보급할 상황은 아니에요.
김희근 팀장: 게임의 역사를 살펴보면요. 처음에는 아주 두꺼운 컴퓨터에 반도체 칩을 연결하여 게임기를 만든 다음 간단한 게임을 먼저 만들고 즐겼잖아요. 이후에는 술집이나 게임센터에서 아케이드 게임기를 풀었고요. 그 뒤 한참이 지나서야 가정용 기기가 풀리고, 지방에도 보급되었고요. 그 다음에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온라인 게임도 함께 발전했고요. 그런 역사를 보았을 때, 현재의 '닷 패드'는 가장 초창기의 형태인 것이지요.
하지만, B2B계약이든 B2G 계약이든 결국에 최종 사용자에게 돌아가게 되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입소문도 타게 될 것이고요. 그 과정에서 단가는 계속 내려갈 테니 가정용으로도 보급할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Q. '닷 비전'의 정식 출시 이전에 미국과 유럽의 전시에서 게임을 시연할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때 반응이 어땠나요?
황기연 프로: 굉장히 좋은 반응이었어요. 특히 시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특수 교사 선생님들이 되게 좋은 반응을 보였어요. 우선, 디지털 방식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공급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능성이 생긴 거잖아요. 예를 들어서, 학급을 담당하다 보면 한 아이만 봐줄 수 없고 다른 아이들도 봐줘야 하는데 교보재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때 간단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과제거리를 줄 수 있겠다는 피드백도 있었고요.
아쉬운 점은 아직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이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닷 패드'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이제 막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상황이어서요.
Q. 그렇다면 아직 한국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없는 건가요?
황기연 프로: 아쉽게도요. 이런 부분들도 저희가 앞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이고요.
Q. '닷 비전'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황기연 프로: 제가 <문명>을 하는 것입니다 (웃음). 농담이고요.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여러 번 말씀드린 '교육'적인 측면이에요. 두 번째는 시각장애인들의 게임 경험을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것이에요.
김희근 팀장: 장애 여부를 떠나서 다 같이 재미를 공유하면서 즐겁게 게임을 하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게임을 통해서 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고요. '콘텐츠로 세상을 밝게 만들자!'라고 말하면 너무 뻔한가요?
Q. 이제까지 진행되었던 게임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프로젝트들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실까요?
김희근 팀장: 올해의 목표는 PvP 콘텐츠를 만드는 거에요. 스마일샤크는 클라우드 기술 서비스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버 구축으로는 전문가거든요.
이번에 시연된 게임 중 '싱글 플레이어 턴제 전략 게임'을 더욱 다듬어서 만들 예정이에요. 당장은 패드를 가진 사용자들끼리 플레이할 수 있겠지만 비시각장애인용 인터페이스를 제작해서 출시하게 되면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들이 함께 조인해서 플레이할 수 있겠죠.
황기연 프로: 현재 출시된 게임은 디스플레이로만 플레이해요. 앞으로는 인터랙션이 있는 게임들도 개발해볼까 해요. 예를 들어서 아이폰에 있는 '보이스 오버' 기능만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한다든지요. 아직 먼 이야기긴 하지만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김희근 팀장: 저희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황기연 프로: 나중에 닷 패드로 <문명> 한 판 하시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