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게임인

해외 비중이 70%인 게임이 BGM으로 국악을 선택한 이유

[인터뷰] 펄어비스 사운드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2-22 11:33:00
"국악도 게임 음악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게임사 최초로 국립국악원의 초정을 받아 강연한 펄어비스 <검은사막> 사운드팀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침의 나라는 <검은사막> 내에 한국의 '조선'을 모티브로 진행된 업데이트로, 흘러나오는 모든 음악을 '창작 국악'의 형태로 제작해 글로벌 게이머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게임 음악에 국악을 접목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인터뷰를 진행 중인 펄어비스 사운드팀
왼쪽부터) 주인로 작곡가, 류휘만 감독, 김지윤 오디오실장, 오동준 작곡가

류휘만 감독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개발팀이 '조선 시대'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내세웠기에 저희도 제대로 국악을 시도해 보자는 입장이었다"고 동기를 밝혔다. 오동준 작곡가는 "처음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저희가 국악을 이전부터 시도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현직자 분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며 임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거의 없던 시도였지만, 펄어비스 사운드팀은 게임 음악에 국악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가능성을 봤다고 전했다. 가령 '아침의 나라' 이전에 공개된 '우사' 클래스의 전투 영상은 국악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아침의 나라에 대한 본격적인 업데이트 전 이용자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다.

우사의 전투 영상은 기존보다 높은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운드팀은 우사의 전투 영상에서 가능성을 보고 매진한 결과 '아침의 나라'의 좋은 평가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검은사막>이 글로벌 이용자 비중이 더욱 높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아 더욱 값졌다고 했다. 오동준 작곡가는 "외국에서도 전투와 음악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런 사전 콘텐츠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라며 "국악을 잘 고증해 게임음악에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라고 했다.



아침의 나라의 많은 음악은 국악의 '농악'(농촌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서 연주되는 음악)이나 사물놀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국악기가 게임에 잘 어울리는지 묻자 류휘만 감독은 "꽹과리와 같은 악기는 전투 같은 곳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꽹과리의 소리가 다른 나라의 금속 악기와 비교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꽹과리와 더불어 류휘만 감독이 가장 눈여겨봤던 국악기는 태평소다. 류휘만 감독은 "서양 악기로 치면 트럼펫의 역할을 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느낌을 준다. 곡선의 굴곡이 매우 강한 악기"고 했다.

농악의 느낌을 게임과 잘 매치시키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김지윤 오디오실장은 "게임은 인터랙티브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꽹과리의 소리가 게임에서 나오는 칼소리와 겹칠 수 있어 EQ 조정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 농악의 빠른 느낌을 <검은사막>의 전투 템포와 어울리게 만들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펄어비스 사운드팀은 '아침의 나라 파트 2' 업데이트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업데이트에서는 조선시대 '한양'이나 '경복궁'과 같은 문화유산을 고증한 다양한 지역이 등장할 예정이다. 류휘만 감독은 "분위기에 맞춰 이번에는 '정악'(과거 궁중과 상류층에서 연주되던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정악의 특성상 대중성은 적다 보니 어려움이 많지만, 꼭 잘 만들어 보려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아침의 나라 파트 2에는 정악이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은 국립국악원 정악단 (출처: 국립국악원)

김지윤 오디오실장은 "처음부터 단순히 국악기를 조금 사용해 보고 끝내자는 생각은 아니었다. 국악이 게임 음악에 더 잘 어울리도록 많은 연구를 하고 있고, 아침의 나라를 통해 여러 피드백도 얻었다. 파트 2에서는 더욱 많은 것들을 시도해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작업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류휘만 감독은 "사물놀이의 리듬을 서양 악기로 구성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 국악의 리듬이지만, 악기는 서양인 것이다"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게임사가 음악회를 열고, 자사 게임에 등장한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해 이용자에게 감동을 준 사례도 많다. 아침의 나라에서 등장한 곡들을 실제로 공연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김지윤 오디오실장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여러모로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류휘만 감독은 "<검은사막>이 곧 10주년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라며 웃었다.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