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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C 2024] 글로벌 시장에서 '키우기'를 외쳐본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

실패 위에 피어난 성공..."경쟁을 줄여도 유저들이 재밌어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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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03-20 15:02:50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세븐나이츠 키우기>, <버섯커 키우기> 등이 생태를 바꾸고 있었을 때, 북미를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 로드컴플릿의 방치형 게임 <레전드 오브 슬라임>이 큰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GDC 2024 현장에서 진행된 배수정 대표의 강연은 이런 시장 변화를 아는 개발자들에겐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선 중국산 게임 <버섯커 키우기>가 1위를 하고 있고, 해외에선 국산 게임 <레전드 오브 슬라임>이 흥행하는 상황이니, 모바일게임 개발자들은 이 배경이 궁금했던 것이다.


창간기획으로 국내 7개 주요 방치형 개발사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도 배수정 대표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지만, GDC 강연을 통해 들은 내용에는 중요한 퍼즐 조각 몇 개가 더 있었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의 글로벌 성공 뒤엔 어떤 노력들이 있었을까? /미국 샌프란시스코=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로드컴플릿 공동창립자 겸 CEO인 배수정 대표를 GDC 2024 현장에서 만났다.

 

#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라이트코어' 게임?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7개월 동안 2,400만 다운로드, 1억 1,500만 달러(약 1,541억 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한 방치형 게임이다. 배수정 대표는 <레전드 오브 슬라임>의 성공이 많은 실패와 시도 끝에 나온 결과라고 운을 띄웠다. 요약하면, 앞서 론칭한 여러 게임들을 통해 시장을 분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로드컴플릿의 전략적 조어 '라이트코어'가 <레전드 오브 슬라임>의 지향점임을 강조했다. 하이퍼캐주얼, 하이브리드 캐주얼, '라이트코어', 미드코어, 하드코어 순으로 나열하며,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쉬운 학습 및 플레이를 표방하는 동시에, 게임의 깊이는 더해 마스터하기는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라이트코어' 위치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CPI(설치당 발생 비용), 리텐션, LTV(생애 가치) 등을 포함한 시장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해 방향을 잡았고, 글로벌 론칭 전 5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치며 게임을 발전시켰기에 <레전드 오브 슬라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코어'를 목표로 한 <레전드 오브 슬라임>

# 글로벌 시장에서 '키우기'를 외치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인간에 대항하는 몬스터라는 독특한 설정 및 단순함과 귀여움이 강조된 아트로도 시선을 끌었지만, 앞서 소개한 '라이트코어'라는 단어처럼 쉬운 입문이 강점인 게임이다.


배수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KIWUGI'(키우기)라는 단어로 통하는 방치형 세부 장르 안에서도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MMORPG 스타일의 과도한 경쟁을 초기 구간에서 완화한 게임이라 소개했다. 한 개발자는 "경쟁이 줄어들면 게임의 재미가 떨어지고 이탈률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고, 배수정 대표는 PvP 요소가 적은 구간에서도 PvE를 통한 진행도 달성 및 성취감은 전달됐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와 대척점에 있는 게임이 현재 국내에서 시장을 휘젓고 있는 중국 게임 <버섯커 키우기>다. 채팅 내 기능 중 하나로 특정 상대와의 전투 승패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유저들 사이에선 "내가 너보단 강하지"를 보여주는 척도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유명 스트리머 A가 <버섯커 키우기> 방송을 했을 때, 이 승패 공유 기능을 이용해 시청자와 서로를 저격하는 구도를 보여줘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배수정 대표의 강연에서도 <버섯커 키우기>의 국내 흥행이 언급됐다. <레전드 오브 슬라임>이 지향하는 방향성은 무한 경쟁 중심의 유도가 아니라는 맥락이었다.


한편, <레전드 오브 슬라임>는 지난 1월 <골드 앤 고블린> 등의 게임으로 유명한 앱퀀텀과 글로벌 서비스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창간 기획 인터뷰 당시 배수정 대표는 "더 넓은 유저층으로 마케팅을 확장하는 글로벌 경험을 빌려와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서문에서 소개한 것처럼 배수정 대표의 강연에는 적잖은 개발자들이 모였고, 강연이 끝난 뒤에도 <레전드 오브 슬라임>의 시장 분석 사례, 방치형 장르의 게임 타이틀별 수명 등에 대한 질의 응답이 오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어 발음 그대로 '키우기'로 통하는 장르에 대한 관심과, 모바일게임 시장 기준 한국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국가들의 관심이 돋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키우기'로 불리고 있다.

글로벌 개발자들은 <버섯커 키우기> 등 방치형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상에도 관심을 보였다.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에서 비슷한 시장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키우기' 게임들과는 다른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낸 <레전드 오브 슬라임>.
최근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시장에서는 '키우기' 게임들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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