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블레이드>는 절대적으로 유저를 위해 만든 게임입니다."
26일, <스텔라 블레이드> 론칭을 기념해 시프트업의 김형태 디렉터와 이동기 테크티컬 디렉터가 기자 및 인플루언서와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약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개발자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진솔한 이야기를 밝혔다. 출시 첫 날의 게이머 피드백에 따라 '보스 챌린지' 모드 업데이트도 준비 중이다.
시프트업의 콘솔 게임에 대한 도전은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콘텐츠와 스토리, 개발 비화, 피드백에 관해 상세히 답한 두 개발자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가독성을 위해 질문 순서는 관련 내용으로 정리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김형태 디렉터 (좌),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 (우) (출처: SIE)
주의: <스텔라 블레이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스텔라 블레이드> "망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Q.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김형태 디렉터: 생소한 경험으로 느껴집니다. 제가 콘솔 게임 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어렸거든요. 많은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주셔서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특히 스태프들이 <스텔라 블레이드>에 들인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고,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그 다음에는 더욱 멋진 것을 만들고 싶네요. 이제 유저들의 평가가 남았으니 두근거리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텔라 블레이드> 영문 SNS 계정 관리자가 접니다. 열심히 모니터링하면서, 좋아하실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 이동기 디렉터: 어제 게임을 론칭한 후 팀원 모두가 잠도 못 자고 유저의 반응과 플레이 동영상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좋은 평가를 주시면 뛸 듯이 기뻐하시고 있네요. 피드백도 열심히 정리해 어떻게 패치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토론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라 뜻깊습니다. 콘솔 게임 개발이 이런 부분에서는 참 좋다고 느껴집니다.
Q. <스텔라 블레이드>를 처음 발표할 때가 생각납니다. 정말 큰 도전이라고 생각했고,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국내 게임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이라 봅니다. 콘솔 게임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중소 개발사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한 마디를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A. 김형태 디렉터: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의 개발을 시작할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희 '리니지라이크' 게임 만들면, 연간 1천억은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모두가 그 방향으로 간다고, 따라가기만 하면 편향적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시대를 바꾼 것은 기존을 답습한 게임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도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 보았고, 이 시도가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기술과 함께 자리잡았을 때 오는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휩쓸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작은 개발사들에게 이것을 강요하기는 어렵습니다.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고, 실패하면 막대한 책임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내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것을 녹여내는 것은 필요합니다. 레퍼런스가 있는 게임이라도, 여기에 오리지널리티를 추가해 '새로운 즐거움'을 어떻게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합니다. 기존의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더해서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게임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Q. 메타스코어 점수에 만족하시나요?
A. 김형태 디렉터: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많은 훌륭한 게임이 저희와 비슷한 점수에 있는데, 여기에 같이 있다는 것은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은 것이기에 의미가 큽니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도 동기부여가 됩니다. 콘솔 게임은 계속해서 개발할 것이고, 그 때마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만족하지만, 더 올라가고 싶습니다.
Q. 게임은 상업적인 부분과 예술적인 측면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잡아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A. 김형태 디렉터: 저는 유희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이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굳이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입니다.
다행히, 저는 저의 눈높이가 유저와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유저 분들도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많은 고민을 하며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상업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Q. 스태프롤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많은 개발진과 인프라가 투입됐다고 느껴지는데요. 곧 정부에서 게임산업정책을 발표하면 콘솔이 포함될 것 같은데, 글로벌에서 통하는 콘솔 게임을 만든 선도자의 입장에서 정부나 산업 전반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이 있나요?
A. 김형태 디렉터: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게임 시장이나 개발사 차원에서 "어떤 것을 사람들이 즐거워할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에 부탁드리는 것이라면 게임은 문화이자 상품이지만, '문화'라는 점에 더욱 집중해 자유를 부여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유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감 받을 수 있는 표현을 위해 제약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타 개발사 분들에게는 저희도 열심히 노력할 테니, 다 같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들자고 말하고 싶네요.
Q. <스텔라 블레이드>는 어떤 게임으로 역사에 남길 바라나요?
A. 김형태 디렉터: 역사를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결국 유저분들이 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한국 게임이 전 세계의 게이머에게 더 많이 선보여지는 그런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가 좋은 선례로 남는다면 충분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너무나 감사할 것 같습니다.
Q. 시프트업의 DNA를 말한다면 무엇일까요?
A. 김형태 디렉터: DNA라면... 엉덩이?
농담입니다(웃음). 사람들이 좋아하는 키치(Kitch, 미학에서 보기 괴상하거나 저속한 사물을 뜻하는 미적가치)한 부분을 잘 파악해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에 직구를 던지는 것이 DNA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저는 이런 것들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저희 같이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스텔라 블레이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레벨 디자인이 잘 나온 느낌입니다. 액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도 잘 적응하면서 할 수 있는 느낌이었네요. <P의 거짓>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레벨 디자인을 하며 레퍼런스로 삼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김형태 디렉터: 레벨 디자인 같은 경우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콘솔 싱글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해 본 개발자가 국내에 거의 없다 보니, 저희 스스로 연구를 하며 개척해 나가야 했네요.
<언차티드>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갓 오브 워> 같은 타이틀의 레벨 디자인을 많이 공부했습니다. 노란색 페인트를 사용해 콘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길 찾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하면서도, 너무 일직선 형태의 게임 진행이 나오지 않도록 했습니다.
특히 콘솔 싱글 게임 레벨 디자인에서는 종적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설계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Q. 오픈 필드를 통한 탐험 콘텐츠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느낌인데요.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려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원거리 공격으로만 진행하는 스테이지도 있습니다. 이런 스테이지를 마련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김형태 디렉터: 게임 초반부는 선형적으로 진행을 해 나가며, 숨겨진 루트를 탐험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으로 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방식의 플레이만 지속하니 템포가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픈 필드 구간을 만들게 됐습니다.
게임을 계속해서 개발하며 원거리 무기도 깊이 있게 만들다 보니, 제가 슈팅도 좋아해서 원거리 무기만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스테이지 구현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시도했습니다. 굉장히 플레이 부분에서 환기되는 느낌이 있어서 게임 중간중간에 배치했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를 플레이하시면 다양한 스타일의 게임을 접하시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저희 게임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Q. 초보를 배려한 듯한 액션 디자인과 시스템이 많이 보였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우리나라도 그렇고, 생각보다 액션 게임에서 요구되는 피지컬을 따라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최근 소울라이크 게임이 많이 나오다 보니 '망자들의 플레이'(숙련된 유저의 플레이)가 기본 소양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저도 사실 액션 게임을 잘 못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분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게임에 익숙해져 가면서 고수가 되어가는 느낌을 전달하려 많은 장치를 게임에 넣었습니다. 종국에는 게임을 클리어한 후 '내가 해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요.
# <스텔라 블레이드> 스토리의 핵심은 '플레이어의 결정'
Q. 스텔라 블레이드는 AI나 안드로이드가 주요 소재입니다. 생성형 AI가 최근 화두인데,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나요?
A. 김형태 디렉터: 제작 비하인드 동영상에서 이야기를 한 부분입니다. AI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두려움은 당연히 있습니다. 인간이 해 오던 일이 많이 대체되고 있고, 지금까지 쌓아온 일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지만 생성형 AI가 주는 의미는 남다른 것 같네요.
만약 모든 것들이 대체될 수 있다면. 우리가 절대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모두 대체된다면 어떤 모습이 나올까를 고민하며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엔딩에서도 확실한 결론을 내기보단,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유저들에게 선택지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Q. 세 가지 엔딩 모두 후속작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차기작이나 DLC 계획이 있는지, SIE와의 협업도 계속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김형태 디렉터: 아직 고려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제 막 본편 게임이 나온 시기이기에, 유저분들이 이 본편을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목표입니다. <스텔라 블레이드>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그 이후 사람들이 환영할 만한 더 많은 것들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Q. 정말 다양한 리뷰가 나왔는데, 스토리 부분에서는 깊이의 아쉬움을 지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처음으로 글로벌 출시하는 콘솔 게임이다 보니 이야기는 보편적으로 가져가려 했습니다. 게임의 템포를 위해 이야기를 조금 간략하게 하고, 게임플레이가 위주로 나오도록 했네요. 스토리가 너무 간략하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은 조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브 퀘스트나 게임 내 로그 등을 잘 살펴보시면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뉴 게임 플러스 모드나 <스텔라 블레이드>를 새롭게 플레이하는 분들에게 힌트를 드리면, 등장인물 '릴리'와 관련된 호감도를 통해 새로운 스테이지와 숨겨진 에필로그로 향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색다른 인상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Q. 스포일러를 조금 하자면, 게임의 전체적인 설정이나 스토리가 성경과 많이 연관되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A. 김형태 디렉터: 많은 부분이 성경에서 따온 것은 맞지만,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사용한 정도입니다. 잘 알아보신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다시 한번 인간의 DNA를 유지한 창세기가 열릴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가 달라진 새로운 시작인가. 이 결정을 유저가 정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Q. 레퍼런스로 삼으신 작품이 있을까요?
A. 김형태 디렉터: 너무 많아서 다 말씀드리면 '베낀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조심스럽네요. 칼 세이건의 작품에서도 영향을 받았고,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도 있고, 일본 만화 <총몽>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작품을 보시면 더욱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텔라 블레이드>는 게임 자체로써 즐길 수 있는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이런 작품들과 비교하기보단, 순수하게 게임을 즐겨 주시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텔라 블레이드>를 즐기기 위해 이런 것들을 모두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Q. 등장하는 적은 '네이티브'라고 불리는데, 단어를 보면 아메리칸 원주민 역사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네이티브가 해외에서는 '네이티바'라고 하죠. 그렇다고 아메리카 원주민 분들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게임을 직접 하시며 아실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Q. 스토리와 관련해 '인간성'을 많이 언급하셨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인간성을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인간이라고 완전히 인식하고 있지만, 이 인식이 깨지거나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정의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에 대한 의문에서 스토리가 출발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떤 스탠스를 우리가 취할 것인지,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될 지에 관해 고민하며 스토리가 쓰였습니다.
지나가던 곤충이 "사실 예전에는 우리가 '인간'이었어"라고 말하면 그다지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이 되면 어떨까요? 우리가 다른 존재들에게 "우리가 원래 '인간'이었다"라고 말하는 입장이 되면 어떨까요? 이런 지점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Q. 이브의 캐릭터 묘사에서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주인공 이브의 성장을 다루는 데 있어 고민이 많았습니다. 게임의 캐릭터가 작가의 페르소나가 되면, 플레이어의 의지와는 다른 형태의 결정이나 행동을 해서 몰입이 깨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어느 정도 매력을 가지되, 플레이어의 아바타라는 면에 충실하게 함으로써 괴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비어 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다 보니, 비와 책에 관한 묘사로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도 있습니다. 이브가 성장한다는 느낌보다는, 플레이어가 직접 이야기를 겪는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플레이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노렸다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서브 퀘스트를 안 하고 메인 퀘스트만 하면 스토리 몰입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유저의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원한다면 게임의 세계관을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이고, 빠른 액션 게임이라는 점에 집중해 즐기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나긴 컷신으로 스토리를 최대한 납득시키는 것은 피하려 했습니다. 최대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 <스텔라 블레이드>의 음악을 통해 감성적인 느낌을 주려 했다.
Q. 배경의 아트워크 완성도가 높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개발 비화가 궁금합니다.
A. 김형태 디렉터: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시프트업의 배경팀은 정말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프레임 유지를 위해서는 배경팀이 정말로 많이 희생해야 합니다. 최적화와 비주얼을 모두 잡기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캐릭터뿐만 아니라 배경의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개발하다가 지치면, 에디터를 키고 직접 배경을 편집하며 휴식했습니다. 배경에 풀을 심고, 물을 넣고... 그런 느낌의 휴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배경팀에서 뛰어와서 "대표님 여기 풀이 너무 많습니다!"라고 제지를 당하기도 했네요.
물론, 최적화에 영향이 있지는 않도록 했습니다.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배경의 디테일과 밀도를 높이기 위해 정말로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이 부분을 게임을 하며 봐 주시면 감사할 것 같네요.
Q. 최적화가 호평받고 있습니다. 첫 PS5 게임인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A.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 처음 개발한 콘솔 게임이지만, 저희가 엔진에 대해서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소니와의 협업을 통해 QA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내부에서도 리소스 최적화를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저희 게임이 액션이다 보니 프레임은 최대한 부드럽게 가져가려 노력했습니다.
Q. 보컬 곡이 이례적일 정도로 많습니다. 필드나 보스전에서도 보컬 곡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가 있나요?
A. 김형태 디렉터: 연출 말고도 게임의 내러티브를 보여주고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원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계속해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었고, 음악이 좋은 소재였습니다. 음악은 아시다시피 그 자체만으로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전투에서도 그런 감정선을 가져갈 수 있도록 보컬 곡을 적극 사용해 감성적으로 풍부한 게임이 됐으면 했습니다.
모나카 스튜디오와 협업하기도 했는데요. 먼저 연락을 드렸습니다. <릿지 레이서>나 <철권> 등 굉장히 많은 음악을 만들어 오신 분이 대표로 계셔서 꼭 하고 싶다고 이야기 드렸습니다.
모나카 스튜디오의 대표님이 저희가 영향을 많이 받은 <니어: 오토마타>의 곡을 쓰셨기에 자신이 곡을 담당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고 하셨네요. 그래서 대표님이 추천해 주신 모나카 스튜디오의 작곡가들이 많은 도움을 주는 형태로 협업을 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네요.
Q. 김형태 디렉터님의 음악 취향이 영향을 끼쳤을까요?
A. 김형태 디렉터: 안 들어갔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담당자 분들에게 예시를 보여 주고 이런 방향으로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한 번 컨센서스가 생기고 나니, 담당자 분들이 제 취향을 넘어서는 멋진 작업을 해 주셨네요. 정말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셔서 그 이후에는 별다른 디렉션을 하지 않고도 매력적인 곡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사운드를 통한 듀얼센스 피드백을 팀원 분들이 정말 잘 만들어 주셨습니다. 게임을 하시면서 느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용자 피드백에 따른 '보스 챌린지' 모드 준비 중
Q. 보스 챌린지 모드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본편보다 조금 더 어려운 난이도로 나올까요?
A. 김형태 디렉터: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의 동향을 파악해 정하려 합니다. 진정으로 어려운 난이도를 원하신다면, 게임플레이를 통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워낙 게임을 잘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 무덤을 파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긴 하네요(웃음).
Q. 주인공의 머리를 바꿀 수 있지만, 포니테일 부분은 못 바꿔 아쉬웠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포니테일을 없애 버리면 머리에 칼을 수납하는 설정과 충돌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길이는 조절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언젠가 만들 게임에는 포니테일이 강제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 보겠습니다(웃음).
Q. <스텔라 블레이드>는 불러오기 메뉴가 존재하지만 수동 세이브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일반 게이머는 다회차를 잘 하지 않는데,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 처음부터 하는 것이 힘들 수 있을 것 같네요.
A.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 불러오기 메뉴가 있는 이유는 세이브 슬롯을 5개까지 설정해 여러 명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 캠프에서 자동 저장이 되는 방식인데, 초기부터 구조적으로 계획을 잡고 설계했던 부분이라 추후에 수동 세이브를 지원하게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게임 안정성 확보를 위해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항상 체크포인트가 설정되어 있기에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추가로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Q, 선형 플레이 부분에서는 약간 아쉬웠는데, 특히 대사막이 그랬습니다. 차라리 이 부분의 분량을 줄이고 다른 것들에 집중했다면 하는 생각도 있네요.
A. 김형태 디렉터: 넓이에 비해 밀도가 약간 아쉽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기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진행할 수 있기를 목표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보시면 생각보다 밀도가 있습니다. 선행 퀘스트를 가진 사이드 퀘스트도 있습니다. 밀도가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 콘솔 게임이다 보니 오픈 필드 부분에 있어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있겠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으니 귀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스텔라 블레이드>에서는 탐험의 동기부여를 주는 보상이 의상이라는 느낌입니다. 의상이란 것은 취향이 갈릴 수도 있습니다. 탐험의 보상으로 의상을 얻었는데, 자신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김형태 디렉터: 보상이라는 개념은 약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보상이 수치화되는 것에 익숙한 느낌입니다. 어떻게 나의 자산으로 남을까를 중요시하는 느낌인데 보상이 반드시 그런 형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킬의 가짓수를 늘리고, 장비를 얻어 원하는 캐릭터로 어레인지하는 느낌이 보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를 통해 주어지는 추가적인 스토리가 보상이 될 수도 있죠. 그렇기에 <스텔라 블레이드>의 보상은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일부 의상이 데이원 패치를 통해 생김새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A. 김형태 디렉터: 데이원 패치를 통해 보여드리는 것들이 유저 분들에게 최종적으로 선보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크 접속을 끊어 패치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의상이 꼭 에로티시즘을 강조해야만 좋은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퀄리티를 위해 수정된 것입니다. 패치를 통해 떨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오히려 강조되는 것도 있습니다. 저희가 의도한 최종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오픈 필드에서 탈것이나 이동 요소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요.
A. 김형태 디렉터: 대사막이나 황무지는 아무래도 넓죠. 자세히 파악하지 않으면 여러 번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래서 질주 기능을 넣어 빠르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고민했던 것들이 있는데, 현재 게임의 속도보다 질주를 더 빠르게 하면 지역이 협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인간을 완전히 초월한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도록 했네요. 이 부분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다음 작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Q. 엔딩을 보고 중요한 선택지 분기로 돌아오는 기능이 없었습니다. 의도한 바인가요?
A. 김형태 디렉터: 아무래도 뉴 게임 플러스를 전제로 만들어져서 그렇습니다. 뉴 게임 플러스 모드가 없었던 리뷰판에서는 시련을 안겨 드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2회차를 하면서 늘어난 실력과 좋아진 장비로 적들을 격파하면서, 다른 엔딩을 보는 방식으로 게임을 설계했습니다. 지금 <스텔라 블레이드>를 플레이하시는 분들이라면, 가능하면 뉴 게임 플러스를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게임을 할 때 모션을 중점적으로 보는데, 데모 버전을 해 보니 모션이 약간 아쉬웠습니다. 가령 점프 후 공격을 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보단 해당 모션으로 곧바로 행동이 바뀌는 식입니다. 이 부분은 이유가 있을까요?
A. 김형태 디렉터: 날카로운 질문을 해 주셨는데요. 가장 고민했던 지점입니다. 모션 매칭과 같은 여러 기술이나 장치가 있는데요. 문제는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을 너무 많이 만들면 그것대로 문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부드럽게 이어지는 모션을 만들 것이냐, 유저의 조작을 곧바로 반영하는 것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습니다.
저희는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가 입력한 동작이 즉시 나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응성에 관한 것들은 데이원 패치를 통해서도 강화한 부분입니다. 의도적인 것이라고 보셔도 좋고, 이 부분은 앞으로도 해결책을 찾아갈 것입니다.
# <스텔라 블레이드>에 송재경 개발자가 등장?
Q. <스텔라 브레이드> 출시 전 코지마 히데오나 요코 타로와 같은 개발자를 만나기도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A. 김형태 디렉터: 게임 업계 거장들과의 만남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요코 타로님은 아시다시피 저희 게임이 <니어> 시리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그 분을 만나 게임을 보여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예의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남을 정중히 요청 드렸고, 저를 위해 한국까지 방문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코지마 감독님과는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나눴는데요. 알다시피 코지마 감독님의 작품도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SIE의 소개로 만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까지는 나누지 않아서, 다음에는 게임 제작에 관한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네요.
Q. 송재경 개발자가 게임에 카메오로 등장했습니다.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것인가요?
A. 김형태 디렉터: 저는 그 분을 존경합니다. 송재경 개발자님의 개발 철학을 들어 보면 유저들에게 '좋은 게임'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싶어하시고, 매력적인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하십니다. 국내 게임 업계에 큰 족적을 남기시기도 했고요.
서로 소통을 하다가 회사에 놀러 오셨을 때, 얼굴을 캡처해서 게임에 넣어도 괜찮겠냐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허락해 주셔서 넣었네요. 송재경 개발자님도 콘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자신의 발언(콘솔 게임은 끝났다)을 뒤집을 게임을 위해 혼신의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그 게임을 보시면 본심을 모두가 알 것이라 믿습니다.
깜짝 출연한 송재경 개발자
Q. 행사장에 팬들이 많이 왔는데, 팬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이 청소년 제한이라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언급하셨는데, 이용자 등급과 관련해서 고민은 없으셨나요?
A. 김형태 디렉터: 솔직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타이틀은 5년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표현의 제약 없는 강렬한 액션을 타겟으로 잡았기에 성인을 위한 게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기에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대상이 성인인데, 청소년이 행사장에 들어오면 제작자로써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되다 보니 이런 부분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저희가 꼭 그런 것들을 지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니케>도 15세 이용가 게임입니다. 저희가 콘솔로 개발할 게임 타이틀의 방향성에 따라 청소년 분들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Q. 행사장에 이브 스테츄가 있던데, 관련 상품을 제작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A. 김형태 디렉터: 욕심이 큽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에 너무 정신이 없어 준비를 못 했습니다. 스테츄는 기획성 이벤트로 만든 것이고요. 양산을 준비하는 굿즈는 아직 없습니다만, 사람들의 요청이 많다면 할 수도 있습니다.
Q.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 개발에 있어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콘솔 게임 개발이 1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김형태 디렉터: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 모두 여러 가지 형태가 있기에 뚜렷한 차이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모바일은 보통 계속해서 이어지는 라이브 서비스고, 콘솔 게임은 졸업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은 일상 생활과 같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콘솔 게임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가서 완벽히 다른 경험을 하고, 그것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당연히 보겠지만, 저희는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서 최대한 많은 개발사가 콘솔 게임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도 저희의 도전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Q. <스텔라 블레이드>를 플레이하며 사람들이 이것 만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A. 김형태 디렉터: 무엇을 봐 주길 바라고 있나를 물어보신다면, 그건 없습니다. 즐거움, 휴식, 엔터테인먼트. 원하시는 형태로 플레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게임입니다.
Q.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 스태프 모두가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스텔라 블레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즐겨 주신다면 정말로 기쁠 것 같네요.
A. 김형태 디렉터: 여러 기자 분들과 인플루언서 분들이 이렇게나 많이 게임을 플레이해 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작성해 주신 리뷰와 감상은 모두 꼼꼼하게 읽어 보았습니다. 정말로 한국 게임을 사랑하고, 업계가 잘 되길 바라는 따스함이 느껴져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리뷰가 더욱 많은 게이머가 <스텔라 블레이드>를 접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면 좋겠네요. <스텔라 블레이드>는 절대적으로 유저를 위해 만든 게임입니다. 당신을 위한 게임이니, 부디 재미있게 즐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