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 로봇. 어린 시절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며 열광하지 않은 이가 몇이나 있을까요? 하지만 의외로 로봇을 소재로 한 온라인 게임이 큰 인기를 누린 경우는 많지 않죠. 너무 매니악하다는 인식이 그 이유일 텐데요. 비버게임즈에서 개발한 <제로기어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메카닉 슈팅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인디 정신으로 무장한 비버게임즈 김홍태 이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제로기어스>는 어떤 게임인가?
코디넷에서 개발한 <어썰트>, <ATC온라인>의 소스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된 메카닉 슈팅 게임이다. 원작(?)이 매니아 성향이 강한 편이었다면 <제로기어스>는 반대로 라이트 유저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지향했다. 현재 대전 모드만 플레이 가능한데, 코옵(CO-OP)을 즐길 수 있는 PVE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제로기어스>의 최소 사양은 펜티엄 3다. 저 사양의 노트북에서도 수월하게 돌아간다. 오가는 패킷도 크지 않아 WIFI 환경에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현재는 넷북의 호환성을 점검하고 있다. 넷북으로 커피숍 같은 곳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메카닉 슈팅 게임
비버게임즈는 어떤 회사인가?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한 것은 2010년 초다. 그전까진 게임 개발이 즐거워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인디 정신으로 게임을 개발해왔다. 사실 우리는 인력이나 자금이 그리 넉넉한 회사가 아니다. 1년 가까이 월급도 받지 않은 개발자도 있다. 모든 개발자들이 서로 동업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 베타 이후 반응은 어떤가?
원작을 즐겼던 유저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카페를 개설해서 유저들끼리 의견을 수렴해서 피드백을 보내주기도 하고, 차기 기체 원화를 그려 선물로 주시는 분들도 있다. 사실 그간 정신 없이 달려온 경향이 있는데, 오픈 베타 이후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도 든다.
채팅방을 개설해 실시간으로 유저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사실 비버게임즈 직원 대부분이 26~28세라 <제로기어스> 매니아 유저들과 연령층이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채팅을 하면서 서로 많이 친해졌다. 채팅으로 인생 이야기를 하며 밤을 지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친해진 유저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게임 홍보도 하고 부정적인 평가에 반박하기도 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이분들께 정말 감사 드린다.
게임이 라이트 유저 성향에 가깝게 된 것에 대한 매니아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실 많은 고민을 한 부분이다. 분명 보다 메카닉 특유의 난해한 조작을 즐기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제로기어스>를 기다린 이들 대부분이 매니아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반발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제로기어스>에 익숙해진 이들도 많다.
우리가 매니아 유저들을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매니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특정 모드에선 매니아 유저들의 취향에 맞는 어려운 난이도의 조작 방식을 사용하게 한다거나, 유저들끼리 힘을 합쳐 임무를 완수하는 PVE 모드가 바로 그런 것이다. 매니아 유저들이 초보들의 멘토가 되어 줄 수 있도록 유도해 이들을 배려 할 계획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기체 디자인의 독창성이 강한 편인 것 같다.
사실 국내 메카닉 디자이너의 수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 우리와 함께 개발하는 친구의 실력이 정말 뛰어난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지금은 잠시 개인 사정으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곧 다시 합류해서 업데이트 될 기체와 파츠 디자인을 할 것이다. 재능 있고 열정적인 친구라 많이 기대해도 될 것이다.
기체의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유명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체를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던데
?
태권V나 로보트킹 등의 추억의 기체의 라이선스를 얻어 게임에 넣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태권V’는 꼭 넣고 싶다. 사실 이건 직원들끼리 담배를 피며 휴식을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아이디어라는 게 꼭 책상에서만 나오란 법이 없지 않은가? 개발자들도 로봇 매니아들이라 농담처럼 나온 이야기에 모두들 흥분하며 들떠 그날 저녁에 바로 태권V가 게임 내 등장하면 사용할 무기나 기타 파츠 기획을 끝내버렸다.
지금은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인디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 <제로기어스>에서 태권V를 만나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오픈 베타 이후의 일정이 궁금하다.
보통 오픈 베타 이후 바로 상용화에 들어가는 것이 요즘 추세인데, <제로기어스>는 진정한 의미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 같다. 일단 기체 및 파츠 능력 밸런스 조정 작업을 1차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 마치고, 2차 오픈 베타 테스트 때는 새로운 모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1차와 2차 사이에는 일정 기간 서버를 내린다. 연내 2차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시작할 때 미흡한 점이 많았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유저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채팅방에서 썰렁한 개그에도 즐겁게 웃어준 유저들께 감사하고 싶다.
회사 구성원들이 당장의 수익보다는 게임의 내실을 다져가며 만드는 과정이라 지금 당장 많은 것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래도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 꼭 좋은 결과물을 유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비버게임즈는 개발자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 현실의 문제는 나와 대표님이 모두 해결할 것이다. 게임이 좋아 열정 하나로 일하는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추후 자리가 잡히고 회사가 튼튼해지면 인디 게임 유저들에게 <제로기어스>의 IP(지적재산권)을 오픈 할 계획이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