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블레이드>를 개발한 체어엔터테인먼트의 공동창업자 겸 테크니컬 디렉터 제레미 머스타드(Geremy Mustard)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만든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언리얼 엔진 3로 만들어진 최초의 모바일게임으로, 콘솔게임에 버금가는 그래픽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투자 대비 매출, 즉 상업적인 성과도 뛰어났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개발 기간이 단 4개월에 불과했지만, 출시 후 단기간에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하며 크게 성공했다. 이런 인기는 언리얼 엔진 3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일까? 개발자에게 직접 물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체어엔터테인먼트의 공동창업자 겸 테크니컬 디렉터 제레미 머스타드.
■ 한국 유저들이 보스를 가장 많이 잡았다!
TIG: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구체적인 성과를 밝힐 수 있나?
제레미 머스타드: <인피니티 블레이드>에는 다운로드한 횟수, 지역, 플랫폼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수집한 통계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130만 번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
유니버설 앱(아이폰과 아이패드 동시 지원)이기 때문에 실제로 설치된 기기는 250만 대를 넘어섰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서 한국이 다운로드 3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인구 대비 다운로드 비율로는 한국이 1위인 셈이다.
한국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것이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한국 유저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게임을 위한 열정을 좋아한다. 특히 게임의 보스인 ‘신들의 왕’을 한국 유저들이 가장 많이 죽였다.
통계상 한국 유저들은 신들의 왕을 18만 번 죽였고, 이는 전 세계 1위이다.
TIG: 모바일 환경에서 언리얼 엔진 3의 가능성을 시험한 게임이라는 느낌이 짙다.
만약 1년 전에 우리에게 아이폰으로 그래픽이 좋은 게임을 만들라고 했으면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언리얼 엔진 3를 받아 보고, 아이폰으로 테스트했을 때 그 성능에 놀랐다. 이후 아이폰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다양한 트릭을 생각했다.
심지어 Xbox360 게임처럼 만들 수 있었을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러나 모바일 디바이스는 한계가 분명하다. 아이폰 3GS를 기준으로 본다면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기기의 모든 성능을 최대로 활용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사실상 시장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기기를 섭렵해야 했고 주어진 환경에서 극한의 성능을 보여주는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아마 3년 후에는 다양한 모바일 환경에서도 Xbox360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이폰 3GS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그래픽을 구현해냈다.
TIG: 아이패드 2 버전도 등장했는데, 기존 버전의 차이가 있다면?
기존 아이패드 버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은 4가지 효과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안티-앨리어싱을 통해 울퉁불퉁했던 텍스처의 표면이 부드러워졌다. 이렇게 그래픽 효과를 4가지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은 30 이상을 유지한다.
또 듀얼코어 중 한 개의 코어만 사용했다. 한 개의 코어만 사용한 이유는 굳이 듀얼코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만큼 성능이 좋았고, 배터리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 아이패드 2는 3GS와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높다.
만일 아이패드 2 전용 게임을 만들라고 한다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 2로 돌린 <인피니티 블레이드>, 확실히 그래픽이 보강된 모습이었다.
TIG: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어떤 게임이 재미있을까?’의 주제로 짧은 대화를 나눈다. 우리는 이를 엘리베이터 스피치라 말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짧은 시간 안에 말할 수 있는 내용을 주고받는다.
이 때 남들이 생각해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한다. 이렇게 나온 수십 개의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이런 아이디어 중 하나가 키넥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모태가 된 <스워드>라는 아이디어였다. 키넥트를 이용해 피하고, 막고, 휘두르고, 찌르는 동작을 디자인했다. 이 아이디어를 아이폰에 적용하면 완벽하게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본 아이디어를 갖고 기획하는 데 하루가 걸렸고, iOS에서 테스트하는 데 1주일, 프로덕션 데모 버전을 만드는 데 3주일이 걸렸다.
TIG: 게임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했던 콘셉트가 있었다면?
지난해 7월 처음 게임을 개발하면서 2가지 목표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그래픽이 예뻐야 한다’. 두 번째는 ‘재미있어야 한다’였다.
이런 콘셉트가 공존한다면 자연스럽게 수익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조작을 위한 유저 패턴을 연구했다.
아이폰 게임은 버스나 지하철 등을 기다리거나 혹은 화장실에서 플레이하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게임의 세션이 짧아야 한다. 2분 이내에 재미를 줘야 했다.
아울러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멋진 그래픽을 보여주어야 했다. 만약 두 개의 손을 활용하면 화면을 가리게 된다. 그래서 한 손가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TIG: 실제 개발 기간은 4개월이었다. 시간상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완성까지 4개월이 걸린 프로젝트다. 즉 지난해 7월에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전에 출시해야 한다는 데드라인이 있었다, 사실은 처음부터 게임을 개발할 때 다른 개발자처럼 도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라 마지막 결과물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도 짧아서 오리지널 아이디어에 맞춰 빠르게 만들고 골인해야 했다.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가 맨 처음의 콘셉트대로 갔다. 업데이트를 통해 아쉬운 아이디어를 넣고 있지만 더 많은 아이디어는 아직이다. 후속작에 집어 넣을 생각이다.
■ “모바일 환경에서 언리얼 엔진을 그대로 활용한다”
TIG: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아직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는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언리얼 엔진 3는 안드로이드에서도 동작한다. 이미 다른 회사에서 안드로이드를 포함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자면 언리얼 엔진을 쓰는 <던전 디펜더>가 안드로이드를 지원한다. 내부에서는 안드로이드 버전의 <인피니티 블레이드> 테스트 버전도 존재한다.
아직 선보이지 못하는 것은 안드로이드 기기의 문제라기보다 OS 차원의 사소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 트랜젝션(부분유료화) 같은 기능을 안드로이드 OS에서 지원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100%의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OS 차원에서 조금 더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직 안드로이드 버전의 <인피니티 블레이드> 출시는 확정된 것이 없다. 일단 OS가 완벽히 지원된 이후에 검토하려고 한다.
TIG: 언리얼 엔진이 비싸다는 말이 많다. 모바일 게임으로 언리얼 엔진을 이용하는 데 비용 문제가 없었나?
솔직히 말하자면 언리얼 엔진은 비싸지 않다. UDK를 통해 무료 버전을 만들 수 있고, 퍼블리싱할 때 99 달러를 지불하면 된다. 그리고 이번 GDC에서 밝혔듯이 수익분배 기준도 높였다.
한국 환율로 따지면 약 6,000만 원의 수익이 나온 이후에 에픽게임스와 수익을 분배하도록 돼 있다. 비용이 비싸다는 것은 엔진 라이선스가 아닌 게임에 필요한 레벨 제작과 아트 에셋 제작에 드는 시간과 인건비 등이다.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만들면 비용이 절감된다.
이는 개발자들이 선택해야 할 초기 부담의 문제다.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레벨 디자인을 원하면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하이엔드 리스크를 가져 가자고 결정했고, 지금은 그 보상을 받았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은 개발자의 몫이다.
TIG: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게임이 모바일의 환경에서 장점을 말한다면?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언리얼 엔진 그대로가 장점이다. 일단 개발 툴 자체가 기존 플랫폼과 같다. 한 번이라도 언리얼 엔진을 써 봤다면 모바일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우리가 4개월 만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즉 <기어스 오브 워> 등을 만들면서 활용했던 기존의 개발 환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다른 엔진 경쟁사가 다른 플랫폼을 지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개발 환경의 지속성은 유니티 엔진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리얼 엔진 외의 게임엔진으로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하이엔드 그래픽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하이엔드 그래픽을 원한다면 언리얼 엔진이 정답이다.
TIG: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고정 가격에 유니버셜 버전을 만들었다. 다른 아이폰 게임과 달리 할인도 하지 않았다. 가격 정책을 세우는 데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애플 앱스토어는 아직 젋다. 그래서 가격 정책의 풍부함에 대한 잠재성은 아직 많다.
우리의 가격 정책은 게이머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었다, 유니버셜 앱을 만들면 다양한 기기에서 추가 과금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물론 사업적으로는 그릇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유저의 충성도는 더 높아졌다고 본다.
세일을 자주하는 앱의 경우, 유저들의 인식은 할인할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또 먼저 구입한 게이머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처음 출시한 뒤에 3개월 동안 가격을 유지했다.
8.29 달러는 일반적인 게임 가격으로는 비교적 고가에 속한다.
TIG: 아이패드 2 론칭 후 4일 동안 세일을 진행한 적도 있다.
물론 아이패드 2 론칭 시점에서 4일 한정 세일을 했다. 이런 방식은 유저의 입장에서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 방식은 하이 퀄리티 게임을 만들고, 고객에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알다시피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수익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고, 세일 이후인 다음 주 월요일에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출시 이래 세 번째로 수익이 많이 난 날이었다. 지금까지 앱스토어에서 누적 매출이 많은 앱 10위에 들어간 상태다.
TIG: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성공은 게임이 좋아서인가, 아니면 엔진이 좋아서인가?
엔진과 게임 모두가 좋아서이다. 사실 운이 좋았다고 본다. 언리얼 엔진 3을 사용하니까 시작점이 다른 때보다 높았다. 개발을 하면서 중간 과정 없이 높은 시작점에서 개발한 것은 언리얼 엔진 3의 성과였다. 또 애플로부터 강력한 서포트를 받았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애플 프레젠테이션에서 스티브 잡스가 직접 플레이해 주거나, 애플 제품의 광고에도 등장했다. 이는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애플의 눈에 띄게 만들어 준 것으로 정황상 운이 따르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 전 직원 12명, <인피니티 블레이드>에 집중하고 있다
TIG: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줄지 궁금하다.
첫 업데이트는 무기, 방어구, 갑옷 등이었지만 두 번째는 던전과 몬스터 등을 추가했다. 일정량의 업데이트는 이미 계획돼 있고 게임의 볼륨이 실질적으로 2배 늘어났다.
다음에 계획된 업데이트는 멀티플레이 부분이다. 지금은 다듬고 있는 단계로 일정을 정확하게 공개할 수는 없지만, 빠른 시일 안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계획된 업데이트는 여기까지이며, 다음 업데이트는 지켜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TIG: 앞으로 후속작을 만든다면 어떤 걸 만들고 싶은가?
보통 회사에서 후속작을 만드는 조건이 수익이라면 일단 조건은 만족시켰다. 우리는 이런 프랜차이즈를 사랑하고, 다른 기기에서도 우리의 프랜차이즈를 볼 수 있길 원한다.
체어엔터테인먼트는 전 직원이 12명이다. 인력이 부족해서 지금은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업데이트에 매진하고 있다. 이것이 끝나면 다음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여러분이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들 것이다.
유저들이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업데이트가 필요없다고 한다면 후속작을 지금 만들 수도 잇다(웃음).
TIG: 멀티플랫폼 정책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나도 안드로이드를 좋아하고, 실제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는 iOS에 비해서 너무 젊다. 즉 등장한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플랫폼으로 봤을 때 아직 성숙한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나도 우리의 게임이 안드로이드에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시장은 좀 더 성숙기가 필요하다. 다만, 그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윈도우 폰, 블랙베리 폰의 경우 안드로이드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안드로이드는 세일즈 규모만 본다면 iOS를 거의 따라잡았다. 비즈니스 측면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금세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에픽게임스 코리아 박성철 지사장과 함께한 제레미 머스타드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