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의 기획실장이었던 최병량 대표가 개발사를 설립하고 ‘새로운 레이싱 게임’을 만든다. 지피(ZIPI) 스튜디오의 <프로젝트BM>이다. ‘국민게임’이라고까지 불리는 레이싱 게임을 만들던 사람이 새로운 레이싱 게임을 만든다. 자연히 궁금증이 생긴다. 어떤 레이싱을 만들고 싶은 걸까?
최병량 대표는 여기에 3가지 특징으로 답했다. 그가 말하는 <프로젝트BM>은 ‘플랫폼의 구분이 없고, 쉽지만 깊이가 있고, RPG 요소로 더 많은 재미를 줄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이다. 오랫동안 <카트라이더>를 만들며 쌓인 ‘아쉬움’을 풀겠다는 지피 스튜디오 최병량 대표와 정선교 선임 디자이너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유니티 엔진으로 각양각색의 플랫폼 지원
<프로젝트BM>은 어떤 플랫폼에서도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이다. PC는 물론 웹브라우저와 태블릿PC, 스마트폰에서도 문제없이 구동된다.
수요가 없을 것 같아 따로 개발은 안 했지만 원한다면 콘솔 게임기로 컨버팅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애초부터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유니티 3D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웹브라우저에서의 빠른 구동속도는 <프로젝트BM>의 자랑거리다.
최병량 대표(오른쪽 사진)는 <프로젝트BM>이 크롬 브라우저에서 5초 내외로 구동되는 모습을 즉석에서 보여줬다. 플랫폼에 따라 조작방식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패드 버전에서는 터치로 아이템을 사용하고 기울기에 따라 차량이 회전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언제든 마음에 맞는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2개 이상의 플랫폼을 동시에 지원할 수도 있다.
최병량 대표는 “처음에는 아이패드로 간단하게 컨버팅해 봤는데 폴리곤을 조금 줄인 것 말고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플랫폼이 자유로운 만큼 이에 연연하지 않고 개발 중이다”고 밝혔다.
■ 초보에겐 쉽고 고수에겐 깊이가 있는 게임
최병량 대표가 말하는 <프로젝트BM>은 ‘초보자에게는 쉽고 고수에게는 깊이가 있는 게임’이다. 그는 <카트라이더>를 ‘보기보다 어려운 게임’으로 정의했다. 초보자의 입장에서 빠르게 미끄러지는 드리프트를 사용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고 순간부스터는 더 까다롭다. 한두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부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프로젝트BM>은 진입장벽을 더 낮추는 데 주력했다. 보다 원만한 드리프트를 위해 회전속도와 각도를 원만하게 조절했고 순간부스터는 드리프트 도중에는 언제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심지어 드리프트가 끝나기 직전에 방향키를 눌러도 순간부스터가 발동될 정도다.
외벽이나 장애물에 충돌했을 때의 피해도 최소화했다. <프로젝트BM>에서는 충돌했을 때 차량의 방향이 자동으로 정면을 향한다. 감속도 다른 레이싱 게임에 비해 덜하다. 순간의 실수로 게임에서 낙오(리타이어)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반대로 게임이 너무 쉬워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프로젝트BM>은 콘텐츠에 ‘깊이’를 더했다. 예를 들어 같은 순간부스터라도 사용하는 타이밍에 따라 지속시간이 크게 차이 난다. 정확한 타이밍에 입력한 순간부스터는 오랫동안 발동되지만 잘못된 타이밍에 사용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효율을 보여준다.
점프대나 고래의 물줄기 등를 이용해 차량이 높이 뛰어올랐을 때에도 타이밍에 맞춰 활공 커맨드를 입력하면 부스터 게이지를 채울 수 있다. 단순히 조작의 성공과 실패만 가르기보다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지만, 얼마나 더 잘 조작할 수 있는지를 겨루는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입문은 쉽게, 하지만 마스터는 어렵게. <프로젝트BM>이 내세우는 난이도다.
■ 레이싱+RPG. 콘텐츠의 중심은 ‘마을’
<프로젝트BM>은 단순한 레이싱에서 벗어나기 위해 RPG의 다양한 시스템을 채용했다. 첫 번째는 마을이다. <프로젝트BM>에서는 레이싱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마을에서 보내게 된다. 마을은 지역마다 하나씩 위치하며 차량대신 유저의 캐릭터가 직접 걸어서 돌아다니게 된다.
마을에서는 NPC에게 퀘스트를 받거나 친구와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연습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게 된다. 특히 연습장은 자유롭게 차량을 타거나 내리면서 주변 사람들과 친목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다. 원한다면 연습장에서 함께 놀던 친구와 당장 본 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다.
마을 어딘가에는 NPC에게 대화를 걸어야 시작되는 숨겨진 퀘스트나 특별한 아이템을 파는 암거래상도 있다. ‘편안히 쉬면서 느긋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MMORPG의 마을 같은 곳을 만들고 싶다’는 게 정선교 디자이너(오른쪽 사진)의 목표다.
유저가 사용하는 차량 역시 레이싱과 퀘스트로 얻은 각종 재료를 조합해 직접 만들어야 한다. <프로젝트BM>의 차량은 총 11개 부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취향에 맞춰 부품을 개조하거나 제작할 수 있다. MMORPG의 제작 시스템을 레이싱 게임에 맞춰 개량한 것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유저의 실력’이 주가 돼야 하는 만큼 차량들의 능력치 차이는 최소한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업그레이드도 한쪽 능력치를 높이면 다른 한쪽의 능력치를 줄여야 하는 방식이다. 차량의 제작과 개조를 능력치가 아닌 ‘꾸미기’에 맞췄기 때문이다.
<프로젝트BM>에서는 유저가 아닌 인공지능(AI)과도 함께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특정 차량과 경쟁하는 퀘스트는 물론 일반 레이싱에서도 인원이 부족하면 인공지능 캐릭터를 대신 채워 넣을 수도 있다.
레이싱을 즐기는 유저는 굳이 사람이 꽉 차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이제 막 튜토리얼을 마친 초심자는 인공지능과 함께 달리면서 경쟁에 대한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기획이다.
이를 발전시켜 일종의 용병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자신이 소유한 용병에게 차량을 빌려주고 대신 레이싱에 출전시키거나 팀원이 부족할 때 함께 달린다. 용병마다 인공지능을 달리해서 누구나 똑같은 용병이 아닌 ‘나만의 용병’을 갖는 재미를 주겠다는 것이다. 지피 스튜디오에서는 이를 위해 인공지능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레이싱이라면 몰라도 각종 아이템이 날아다니는 레이싱 게임에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인공지능에 오랜 노하우가 있는 프로그래머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최병량 대표의 엄살(?)이다.
최 대표의 개인적인 목표는 <프로젝트BM>에 100 연속 미션을 넣는 것이다. <기어스 오브 워>의 호드 모드처럼 100개의 미션을 연달아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BM>이 유저 대결만이 아닌 혼자서, 혹은 몇몇 친구끼리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임을 어필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