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키 익스프레스>의 감수성 넘치는 캐릭터와 <고고씽>의 세련된 자동차가 <프로젝트BM>에서 만났다. <프로젝트BM>을 개발하는 지피스튜디오의 그래픽팀 이야기다.
단 2명의 팀원이지만 구성은 화려하다. 김진희 아티스트는 입사 전까지 넥슨에서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캐릭터와 배경을 작업했다. 넓은 설원과 귀여운 미소녀, 앙증맞은 강아지로 대변되는 홍보용 일러스트도 그녀의 작품이다.
김지희 아티스트만큼의 유명세는 없지만 남귀호 아티스트 역시 <고고씽>에서 세련된 차량 그래픽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쌓으며 관심을 끈 인물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아티스트가 만났다. <프로젝트BM>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일러스트나 게임 그래픽이 상당히 밝다. 어떤 콘셉트인가?
김진희(오른쪽 사진): 유저들이 처음으로 놀러 온 휴양지가 콘셉트다. 무겁고 칙칙한 중세 판타지가 아닌 발랄하면서도 캐주얼한 판타지가 배경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덕분에 상당히 밝은 느낌으로 제작을 진행 중이다. 햇살이 ‘쨍~’ 할 정도로 맑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장르가 캐주얼 레이싱이다. 그래픽에서도 신경 쓸 부분이 많을 듯하다.
남귀호: MMORPG와 달리 레이싱 게임에서는 차량이 화면 전체를 이리저리 돌려 볼 수가 없다. 때문에 정해진 시야 안에서도 배경의 테마와 구성물이 조화를 이루게 만들 필요가 있다. 트랙의 구성물도 하나 하나 섬세하게 만들어야 한다.
레이싱 게임인 만큼 차량 작업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캐릭터성을 살리는 게 과제다.
차량도 처음에는 상상으로만 만들었는데 예쁘긴 하지만 현실성이 너무 떨어졌다. 배경과의 괴리감도 심하고 작업 효율도 안 좋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현실 속 차량을 토대로 새롭게 작업 중이다.
다만 캐주얼 게임에 나오는 차량은 선이 많이 들어가면 지저분하게 보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선을 빼고 차량의 덩어리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심플하고 둥글둥글한 차량이랄까?
<프로젝트BM>에는 어떤 차량들이 등장하나?
남귀호: 크게 세 종류다. 가장 아담한 사이즈의 스마트와 사각형에 높은 차체를 가진 파워 차량, 스마트와 파워 차량 중간에 있는 스피드 차량이다. <프로젝트BM>에서는 차량의 파츠 교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마다 타이어나 핸들, 의자, 범퍼 등 11개 파츠로 나눠서 디자인 중이다.
캐주얼 게임 분위기에 맞게 시속 100 킬로미터(km)를 넘으면 날개가 생겨 난다거나 드리프트를 할 때 모양이 달라지는 바퀴 등 다양한 장치도 준비돼 있다. 이외에도 각 캐릭터 고유의 라인업 차량을 준비하고 있다.
참고로 초반에는 작업자 사이에도 차량의 이미지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아서 차량만 100장을 넘게 그렸다. 그렇게 계속 그리다 보니 어느 순간 이거다 싶은 디자인이 보이더라.
캐릭터 디자인은 어떤 부분이 중점을 두고 있나?
김진희: 가장 귀여운 형태로 작업 중이다. 유저들이 캐릭터를 선택할 때 ‘이 캐릭터는 귀여워서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여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토리 면에서는 캐릭터의 디자인만 봐도 성격과 특성을 알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 리오는 천진난만하면서도 개구쟁이 콘셉트다. 그만큼 캐릭터 이미지도 발랄하다. 견습정비공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단순한 정비공 의상은 너무 심심한 만큼 게임의 배경인 ‘섬’과 리오의 연령대인 ‘학생’에 초점을 맞춰 교복 스타일의 세일러 정비복을 입혔다.
여주인공 바닐라는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섬에 오게 된 꼬마탐정이다. 귀여운 캐릭터지만 여자가 아닌 소녀의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직업을 강조하기 위해 복장도 제복 스타일로 맞췄지만 기존의 칙칙한 탐정 옷이 아닌 밝고 스타일리시한 제복이다.
캐릭터마다 등신비율이 달라 보인다.
김진희: 전에 일하던 <허스키 익스프레스> 팀 같은 경우는 만화체 스타일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체비율을 따라야 하는 등 엄격한 부분이 많았다.
반면 <프로젝트BM>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캐릭터를 만들 수 있어서 그만큼 귀엽고 캐주얼한 느낌도 많이 살리고 있다. 주로 5~6등신 캐릭터가 나오지만 앞으로는 3등신 캐릭터도 준비돼 있다.
캐릭터와 자동차의 조화를 맞추기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김진희: 등신비율이 달라도 자동차에 앉혀 보면 생각만큼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 특색을 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3등신 캐릭터는 아예 의자 위에 서서 운전하는데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매우 귀엽다.
남귀호(오른쪽 사진): 기존의 캐주얼 레이싱 게임보다 캐릭터의 팔다리가 길고 신체 비율도 다르다 보니 취할 수 있는 모션도 많다.
거기서 생기는 문제가 있는데, 예를 들어 몇몇 캐릭터는 차에서 내릴 때 차량의 앞 유리를 잡고 일어선다. 그런데 이 동작을 위해서는 차량의 앞 유리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차량 디자인을 다시 조율했다.
조금 다행인 점이라면 차량을 만들기 전에 이미 캐릭터가 완성돼 있던 탓에 차량 디자인을 일반적으로 캐릭터에 맞춰야 했다는 거다. 덕분에 의견 충돌은 거의 없었다(웃음).
지피 스튜디오에서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김진희: 이전의 캐주얼 캐릭터를 보면 카메라 각도나 동작을 의식해서 손발을 지나치게 과장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스타일을 벗어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이 밖에는 어떤 일이든 깔끔하고 확실하게 작업을 마무리 짓는 것, 캐주얼한 그림체로 일본에서 선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게 목표다.
남귀호: 작업량은 많지만 지금의 업무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배우지 못한 것도 많고 스스로도 눈이 높아지는 만큼 꾸준히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