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의 신은 그렇게 잊혀져가는 듯 했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한 전성기를 보냈던 투신은 수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역량 부족이든, 주변의 도움 부족이든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수많은 팬들이 무대에 선 투신의 모습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신은 죽지 않았다. 새 생명을 얻었다.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 2>가 투신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했다. 그렇게, 투신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2세대 인텔 코어 2011 GSL 시즌2 코드S 결승전의 주인공은 ‘프통령’ 장민철(oGs)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팬들은 준우승을 차지한 박성준(스타테일)의 이름을 연호했다. 비록 준우승이었지만 2세대 인텔 코어 2011 GSL 시즌2 코드S의 주인공은 ‘투신’ 박성준이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시절이었다. 2번이나 팀을 옮겼고, 그 과정 모두 좋지 않았다. 그와 관련된 좋지 않은 소문도 많았다. 3번의 스타리그 우승에 비해 그가 얻은 것은 생각보다 적었다. 어느덧 그는 25살의 청년이 됐고, <스타크래프트 2>로 새로운 프로게이머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이제서야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스타테일, 원종욱 감독 등 새로운 동료를 얻은 박성준은 “이제서야 진정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부활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투신’ 박성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소중한 스타2 첫 준우승,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다’
준우승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2세대 인텔 코어 GSL 시즌2 코드S에서 준우승에 머문 박성준도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박성준의 표정은 편안했다. <스타크래프트> 시절 수많은 결승전에 올랐고, 재기와 몰락을 거듭했던 그에게 <스타크래프트 2> 첫 준우승은 소중한 경험이자 새 삶의 원동력이 됐다. “2%가 아쉬웠다”고 지난 시즌을 평가한 박성준은 “그래도 자신감이라는 큰 성과를 얻었다”며 새 시즌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GSL 시즌3 코드S 개막이 임박했다. 32강 조편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박성준-박서용-송준혁-크리스)
아주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 박서용 선수 빼고 송준혁, 크리스 선수와는 공식전에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조지명식 전부터 생각했던 시나리오가 있었습니다. 첫 판은 깔끔하게 이기고 다음 경기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붙어보지 않은 새로운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 생각대로 된 것 같습니다.
외국 선수 한 명이 같은 조가 된 것도 반갑습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 방송경기 데뷔전이 외국 선수였어요(웃음). 나즈굴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선수와 MBC게임 팀리그 때 경기를 했었습니다(웃음). 저는 외국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지난 시즌2 준우승은 아쉬움으로 남았나, 자신감으로 남았나. 준우승이란 것이 받아들이기 나름 아닌가?
잘했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2%가 아쉬운 시즌이었어요. 98%는 잘했어요. 자신감을 많이 얻은 시즌이에요. 그 전에는 비슷한 시기에 전향한 올드 선수들 중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고, 온게임넷 방송까지 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이었죠. 신기하게도 방송을 그만두고 연습만 하니까 성적이 나오더라고요. 여하튼, 지난 시즌의 가장 큰 성과는 자신감이에요.
지난 시즌을 돌아보자. 32강 조편성부터 장난이 아니었는데 자신이 있었나?
거의 다 제가 탈락할 것으로 예상하더라고요. 그렇게 예상할 것으로 충분히 생각했어요. 하지만 힘들 때 올라가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프로게이머에게 실력보다 기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나?
다 힘들었어요. 32강도 고비였고, 16강, 8강, 4강 모두 힘들었죠. 모두 고비였어요. 지난 시즌은 제가 성장하는 리그였다고 생각해요. 2%만 채웠다면 많이 지면서도 우승했을 것 같은데, 성장하는 중이라서 우승까지는 못했죠. 두 세 시즌 정도 더 지나면 완벽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쌓여야죠. 아직은 그럴 단계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장민철을 정말 이기고 싶었을 것 같다.
당연하죠. 많이 이기고 싶었죠. 하지만 (장)민철이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게 했어요. 나는 민철이를 깨부수려고 운영 연습을 많이 했는데 모든 세트에서 어처구니 없이 초중반에 무너졌잖아요. 원래대로 했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하던대로 할 걸’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뭐, 사실 민철이가 잘했다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스타일을 바꿔서 나올 것을 예상한 것 같아요.
사실 32강에서 민철이한테 진 뒤부터 패닉이었어요. 생각했던 모든 것이 깨졌죠. 그 때 잘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오픈 시즌3에서는 안타깝게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인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스타크래프트> 때도 그렇게 인정하는 선수가 있었나?
이윤열(oGs) 선수, 최연성 코치(SK텔레콤)요. 그 두 형은 저를 더 많이 이겼으니까요. 딱 그 때의 느낌인 것 같아요(웃음). 민철이도 대단한 수준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못 이길 정도는 아닙니다. 최연성, 이윤열 선수와도 그랬으니까요.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는거죠.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죠.
새 시즌에 임하는 자신감과 목표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다른 선수들이 나를 얕보지 않는다는 것이 좋고,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안 좋아요(웃음). 다른 선수들이 제 스타일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를 했을 겁니다. 그래도 지난 시즌 준우승자인데 이번 시즌에 광속으로 탈락하면 안되잖아요. 더 많이 준비해야죠. 저도 스타일 변화를 조금씩 하려고요. 한 번에 확 할 수는 없으니까 천천히 롱런할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야죠. 하지만 저그가 힘든 시기라서 걱정이 좀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눈치 채는 연습을 좀 해야할 것 같아요. 노련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승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기세를 타는 것이 중요해요. 지난 시즌처럼 말이죠. 가장 중요해요. 다만 기세를 타되,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해요. 지난 시즌에 게임이 정말 잘됐어요. 지난 시즌처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 부족한 2%는 내가 찾아야죠. 그렇게 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습량은 말할 필요가 없죠. 연습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한거니까요.
이기면 기분이 좋거든요. 그러면 또 연습하고, 또 이기죠. 그런 순환이 계속되는거죠. 그 덕분에 지난 시즌에는 어려운 상황을 다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에 쉽게 가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32강에 저와 같은 조가 된 선수들이 바보는 아니잖아요. 당연히 준비를 많이 할 테니까요. 일단은 32강에서 이기고 기세 좋게 16강에 올라가는게 1차 목표입니다. 높이 올라가면 더 잘하려고 하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지난 결승 때는 컨디션 조절도 잘 못했어요. 그런 점도 영향을 미쳤으니까 잘 보완해야죠.
‘<스타크래프트 2>로 얻은 새로운 프로게이머 삶’
<스타크래프트 2>는 박성준에게 새로운 기회다. 지난 2010년 9월 10일, <스타크래프트 2> 전향을 선언한 박성준은 2010년 11월 24일, GSL 무대에 데뷔했다.
그의 <스타크래프트> 마지막 공식전 기록은 2010년 6월 10일이다. 비교적 꾸준히 경기에 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개인리그에서만 근근히 모습을 드러낸 것 뿐, 팀 단위 리그인 프로리그에는 2009년 5월 4일 이후 출전하지 못했다. 박성준은 그렇게 적지 않은 올드 프로게이머가 그랬듯, 사라지는 ‘테크트리’를 밟고 있었다.
하지만 박성준은 경기에 나서고 싶었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은퇴 결심까지도 할 뻔했다. 방송인이라는 새로운 삶을 생각하기도 했고, 온게임넷의 ‘신애와 밤샐 기세’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경험도 쌓았다. 그러던 와중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됐고, 박성준은 화려하고 순탄치 않았던 <스타크래프트> 선수 생활을 뒤로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예전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종목 전향을 결심했던 즈음의 상황이 궁금하다.
<스타크래프트> 팀에서 남으라고 했었어요. 하지만 그 때는 상황이 이상했습니다. 경기에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비슷한 시기에 같이 전향한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연봉은 받을 수 있지만, 경기에는 나가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죠.
솔직히 <스타크래프트 2>를 처음 접했을 때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차피 다들 <스타크래프트 2>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고, 나도 경기에 못나가다보니 다시 <스타크래프트 2>를 다시 하게 됐죠. 정확히 작년 7월부터 했어요. 김은동 감독님께 허락을 받고 제대로 하기 시작했죠. 8월에 STX와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했고, 계약 종료 후에 <스타크래프트 2>로 전향을 발표했죠.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스타크래프트> 선수 생활이었는데, 재기 의욕도 대단했을 것 같다.
당연하죠. 하지만 안 좋은 일이 여러가지 겹쳤어요. 누가 제 험담을 하고 다닌 것도 있고, 제가 잘못한 것도 있고요. 상황이 안 좋아질 수 밖에 없었어요. <스타크래프트>로 재기를 하는 방법은 개인리그 예선을 뚫고 엄청 잘하는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당시에 도와주시는 분들은 프런트와 김은동 감독님 밖에 없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물론, 저도 많이 어렸고요.
전향을 결심한 즈음에 주변의 의견은 어땠나?
부모님은 오래전부터 전향을 권유했고, 김은동 감독님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라고 하셨죠. 그래서 상황을 지켜봤죠. 하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전향을 결심했고, 다들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은 베타 때부터 하라고 하셨어요. 내가 잘할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하라고 하신거죠(웃음).
<스타크래프트> 선수 생활 막바지에 다른 일에도 흥미를 느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7월 전까지 ‘방송이나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강하게 했어요. 방송 하다가 해설 자리가 나면 해보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온게임넷에서 방송을 하고 그랬죠. 하다보니 <스타크래프트 2> 전향 이후에도 딱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요. 방송에서도 계속 저를 써줬고 그에 보답하다보니 그렇게 됐죠. 저는 유일하게 스타2를 하면서 스타1 방송을 하던 사람이죠(웃음). 상황상 나올 수가 없는데 말이에요(웃음). PD님이 저보고 유일한 사람이 되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PD 입장에서는 어려운 결정이잖아요. 못 나간지 1달이 넘었는데 지금도 나오고 싶으면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참 좋으신 분이에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결국 박성준을 <스타크래프트 2>로 이끈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
선수를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 경기석에 정말 앉고 싶었어요. 작년 6월까지는 거의 포기 수준이었는데 작년 7월에 그런 마음이 다시 생겼어요.
만약에 <스타크래프트 2>가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포기했을거에요. 방송하고 해설자하겠다고 하면서 은퇴를 했을거에요. 확실해요. <스타크래프트 2>는 제 프로게이머 생활을 연장시켜준 게임이죠.
어때, 지금 전향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나?
처음에는 예선도 떨어지고 후회 많이 했어요. 주변 사람들 민폐 끼쳤죠. 하지만 지금은 후회 안합니다. 준우승 하고 나니까 어느 정도 이름값은 한 것 같아요.
‘투신은 계속 투신이다’
박성준은 신기한 선수다. 아니, 투신이 신기하다. 아무리 후속작이라고는 해도 게임이 달라졌는데 ‘투신’ 스타일은 여전하다. 독특한 공격 타이밍, 뒤를 돌아보지 않는 화끈한 공격력은 그대로다. 그가 느끼는 현재 시점의 <스타크래프트 2>는 어떤 게임일까?
정말 신기한 것이 있다. 게임은 바뀌었는데 투신 스타일은 그대로다. 이유가 뭔가?
본능인 거 같아요. 이기기 위한 나만의 방법? 다른 사람들은 못 이기는데, 나만의 타이밍이 있죠. 그 타이밍이 아니면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다른 게임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니까(웃음). 저는 단판에 끝나는 게임이 좋아요. 철권, 스트리트파이터 같은 게임이요. 저는 승부를 보는게 좋아요. 그러다보니 투신 스타일이 나온거죠. 저는 온라인게임도 안하거든요. 이해가 안가요. 하다가 자고, 자다가 일어나서 또 하고, 만렙을 찍어도 끝이 없고. 왜 하나 싶어요(웃음).
<스타크래프트> 때는 전성기가 지났어도 프로토스전만큼은 대단했다.
<스타크래프트 2>는 프로토스 상대하기가 힘들어요. 유닛의 상성이 없어요. 그냥 저그가 불리해요(웃음). 상성을 만들게 해줘야 하는데, 너무 개념없이 패치를 하니까. 정말 개념이 없어요. 이런 내용은 까줘야해요. 선수가 강하게 말을 해야죠. 솔직히 저그가 이기는 것이 신기할 정도에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으실까요?
<스타크래프트> 저그와 <스타크래프트 2>의 저그는 어떤 점이 다른가?
저프전이 가장 다르죠. 게임이 다르니까, 후속작이라고 해서 같은 상성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이기기 힘들 정도니까요. 히드라리스크 사업이 말이 됩니까? 발업이 있어야죠. 바퀴 인구수를 1로 주던가. 그러면 또 저그가 사기가 되거든요. 그럼 1.5를 주던가 해야죠. 저그가 물량이 없어요. 물량.
저글링이 상당히 약해졌다. <스타크래프트>처럼 플레이하다가 패배한 경우도 많았을 것 같다.
저글링이 완전히 ‘쓰레기’에요. 아드레날린 연구를 하나 안하나 의미가 없어요. 스타1에서는 탱크가 저글링을 쏘면 많이 죽질 않아요. 그런데 스타2에서는 진짜 20마리씩 죽어요. 너무 잘 뭉쳐다니는 것도 있고요. 저그는 무리군주만 좋아요. 아, 요즘에는 감염충도 조금 좋아졌어요.
뮤탈리스크 짤짤이가 없을 시기에도 비슷한 콘트롤을 했던 투신이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도 그런 획기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아직까지는 그럴 여지가 별로 없어요. 많은 게임을 해봤는데 그나마 그런 획기적인 것은 (이)정훈이의 해병이에요. 아직까지 저는 발견을 못햇어요. 그래도 더 하면 나올 것 같아요(웃음). 발전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패치도 있고, 확장팩도 있고요.
<스타크래프트 2> 투신의 완성은 우승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그렇죠 우승이 필요하죠. 지난 시즌은 ‘내가 스타2로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즌이었고요. 이제는 완벽한 부활을 알려야죠.
다른 종족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역시 박성준에게는 저그가 어울리기는 하지만.
다른 종족을 해도 투신 스타일은 똑같아요. 저는 테테전을 잘해요. 그래도 저에게는 저그가 맞아요. <스타크래프트 2>를 처음 시작할 때 저그로 래더 1등을 찍고, 다른 종족을 해보고 싶어서 테란을 해봤어요. 그 때 당시 1500점이 1위였는데, 1000점까지는 금방 가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상 못 이기는 거에요. ‘아, 나는 저그구나’ 하면서 바로 테란을 접었어요.
‘<스타크래프트 2>, GSL 그리고 투신의 미래’
박성준은 어느덧 25살의 청년이 됐다. <스타크래프트 2>로 새로운 프로게이머 삶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군대도 가야하고, 안정적인 삶도 추구해야 하는 나이다. 그래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스타크래프트 2>, GSL, 스타테일과 함께 찬란한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예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나?
우승 했을 때만 그리워요. 그 외에는 전혀 그립지 않아요. 기업 창단팀이 된 이후에 좋아진 점은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예전의 분위기가 없었어요. 너무 딱딱했어요. 갑갑하고, 치열하고 그랬죠.
힘들지는 않았는데 감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외출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요. 25살에도 허락을 받고 나가는 그런게 별로였어요. 프로게이머들을 너무 애 같이 다뤄요. 알아서 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자율이 허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엿한 직장인 아닙니까.
지금의 스타테일은 딱 그런 분위기에요. 자율 시스템인데, 나가서 놀기만 하는 친구들은 없어요. 다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어요. 굉장히 이상적인 시스템이죠, 지금까지는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팀 성적 좋잖아요. 기업팀이 되고 그러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좋아요.
박성준이 생각하는 새로운 모델의 e스포츠 혹은 프로게임단이 궁금하다.
저는 기업의 후원을 받으면서도 지금의 자율을 지켜나가는 것이 좋다고 봐요. 선수들을 너무 속박하지 않는 그런 게임단이요. 1~2억 주면 다 그렇게 하죠. 하지만 선수들이 인생도 즐기고, 게임도 즐기고. 그러길 바라요. 너무 가둬도 안되고, 너무 풀어줘도 안되죠. 선수들을 열심히 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인격적으로 대우를 충분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준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게임을 잘하는 것도 좋고, 성적을 잘 내는 것도 좋다.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성준은 프로게이머도 사람이고, 어른이 된 선수들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 생활을 통해 느낀 점들이다. 잘하는 것도 좋지만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옆에서 듣고 있던 원종욱 감독도 “기업 창단 팀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런 시스템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스타크래프트> 때 웨이버공시도 처음으로 당했고, 게임단과의 마찰도 있었다. 그 때 얻은 교훈이 있나?
그 때는 웨이버공시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제가 팀을 골라서 가는 것으로 생각했죠. 자유이적이라고 생각을 해버린거죠. 설명을 그런식으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겠다고 한거죠. 그 때 이후로 사람을 믿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경험을 해버렸어요. 제가 잘못한 것도 있죠.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원망스러운 주변 사람들도 있어요. 부풀려진 것도 있었고요.
요즘은 그런게 없죠. <스타크래프트 2>는 순수해요.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을 다 박성준화 시켰어요(웃음). 그래서 요즘은 참 좋아요. 다 착해요. 여러 팀에서 모였거든요. 4~5개 팀 출신들이 모였으니까.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더라고요. 넘어온 사람들 중에 우승도 많이 해봤고 나이도 있으니까. 방식은 자율이고 쉬는날도 대중이 없지만 우리가 이런다고 항상 나가서 놀면 안된다고 말을 하죠. 감독님 방식도 그러니까요. 저랑 잘 맞아요. 사람들이 다 잘 맞아요. 지금 정말 좋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하는지.
글로벌은 굉장히 밝아요. 하지만 국내는 조금 심각하죠. 후원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면 지적재산권 문제도 해결을 해야하고, 더 나은 케이블 방송 인프라도 필요한 것 같고요. 글로벌은 난리가 났습니다. 아주 폭발적이라는데 국내는 아직까지 미미하니까 안타까워요. 지적재산권 문제로 인해 <스타크래프트 2>가 피해를 보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스타크래프트>랑 <스타크래프트 2>가 같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까 슬퍼요.
GSL의 발전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다소 미숙한 것은 사실이에요. 인력도 많아지고 일처리도 더 깔끔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장점은 대회가 많다는거에요. 대회가 많다는 것은 게이머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죠. 게이머들에게는 큰 행운이고 복이죠.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요.
다만 저 같이 게임을 오래 한 입장에서는 운영적인 측면에서 미숙한 점이 보입니다. 보강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맵 같은 것들도 빨리 추첨해서 빨리 나와야 선수들이 초조해하지 않고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경기의 질도 높아질 수 있죠. 24시간전, 이틀전, 하루 전에 알려주는건 조금 그렇지 않나요? 선수 입장에서는 연습을 해야하는데 어이가 없을 뿐이죠. 선수들의 그런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요.
잘하는 부분도 있어요. 경기장 부스가 너무 좋아요. 곰TV가 선수들의 목소리를 안들어주는건 아니에요. 하나하나 다 들어주는데 시간도 걸리고 그러다보니 오해가 생기는거죠. 기본적인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해주시면 더 훌륭한 리그가 될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극히 게이머 입장에서 말씀을 드린거에요.
그렇다면 박성준의 미래는? 군입대도 생각을 해야할 나이 아닌가?
우선 올해까지는 무조건 선수 생활을 할거에요. 하지만 내년이 문제에요. 군대 때문이죠(웃음). 내년에는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요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일단은 올해까지 게임을 열심히 하고 천천히 내년 계획을 세우려고요. 2년 안에는 군대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어찌보면 긴 시간이지만 짧기도 하다. 해외 대회에 대한 욕심도 내고 있지 않나?
올해까지는 정말 열심히 해서 상금도 많이 모으고 싶어요. 해외 대회도 많이 나가고 싶어요. GSL에서는 2번 정도 우승하고 싶어요. <스타크래프트 2> 선수 생활을 하며 여러나라를 많이 가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해외 대회는 닥치는대로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정)우서가 최근에 부러워요. 돈도 돈이지만 해외에서 아이디와 이름을 알렸잖아요.
요즘 초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못갔어요. GSL에서 잘하면 더 많이 오겠죠. NASL, 블리즈컨도 가고 싶고, WCG도 하고 싶고요. 예전에 WCG 이탈리아 몬자에 갔을 때도 굉장히 좋았거든요. 어떤 대회든 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번 결승전에서 끝난 뒤에 인터뷰가 없었어요. 그런 면도 조금 아쉬워요. 지금에서야 전하게 됐네요. 졌는데도 이름을 환호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에서야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되어서 아쉬워요. 지난 결승전에서는 안타깝게 졌지만 거기까지 올라왔다는 것 만으로 제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린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도 잘해서 결승에 갈 테니까 더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더 많은 격려도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