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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사람을 키우는 회사가 되겠다”

블루홀 김범석 전략기획팀장 인터뷰

안정빈(한낮) 2011-12-02 17:57:21

신생 개발사가 중견 개발사로 거듭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테라>로 2011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탄 블루홀이 ‘신생’ 딱지를 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테라>의 개발에만 매달리느라 소홀했던 직원들의 자기계발에 신경 쓰고, 신입사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더 멀리 보고 사람을 키우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신생개발사들이 그렇듯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매우 많았다. 오랜 제작기간과 제한된 인력자원 등 게임업계의 특수성도 걸림돌이 됐다. 블루홀은 <테라>의 개발이 한창이었던 2009년부터 김범석 전략기획팀장을 영입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 말부터는 신규 인력 확보도 적극 나서고, 내부 강연회인 블루홀 컨퍼런스도 확장할 예정이다. 신생개발사에서 중견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블루홀의 인사관리의 고민을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블루홀의 김범석 전략기획팀장.

 


■ “같은 업계에서 이직 반복하는 게 아쉽다” 

 

먼저 2011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을 축하한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

 

김범석 팀장: 고맙다. 지난 2009년 블루홀에 입사했고 현재 전략기획팀에서 인사를 맡고 있다. 블루홀 이전에는 카이스트 경영대학과 스위스연방공과대학 연구원을 지냈고, 네오위즈와 네오위즈재팬에서 일했다. 게임 쪽은 아니었고 경영과 사업, 인사관리 등을 담당했다처음으로 게임업계에 발을 들인 건 일본 게임업체 네오랩의 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게임 업계와 다른 업계를 비교해 보니 어떤가?

 

솔직히 말해도 되나? 많이 부족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은 물론 다른 업계에서는 당연한 것인데 여기서는 갖춰지지 않은 게 많다.

 

가장 어려움을 겪은 건 인식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몇 년 전만해도 산업답지 않은 산업이었다. 소위 말하는 골방에서 라면 끓여 먹으며 개발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였고 회사도 회사다운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덩치는 성장해도 외부 이미지나 회사의 조직 및 업무체계가 덩치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입사 직후부터 밤 12시까지 일만 하다 일주일 만에 업계를 떠나는 사원도 있었고, 부모님의 반대로 회사를 그만둔다는 보기 드문 상황도 벌어졌다. 회사가 회사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다는 뜻이다.

 

 

블루홀 역시 마찬가지로 겪는 문제 아닌가?

 

맞다. 업계를 보면 사람들이 돈다. 이 회사 갔던 사람이 저 회사에 가고, 저 회사에 갔던 사람이 다시 이 회사로 온다. 이게 많이 안타깝다. 경력직만 찾는 거고 단기간에 성과만 바란다는 뜻이다. 업계가 짧은 것도 아닌데 10년이 넘어도 장기적으로 보는 회사는 몇 군데가 없더라.

 

그래서 우선 모든 것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당장 게임 개발 하나에 매달려 왔다면 이제는 좀 더 안정적인 직장으로서의 이미지를 갖추고 싶었다.

 

 

 

■ “신작 개발 후에도 지속적인 성취감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시작했나?

 

처음에 회사 평가·보상 제도를 보완하고 공유했다. 게임 개발 기간이 2~3년씩 걸리는 데 반해 인센티브는 연 단위로 끊다 보니 성취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블루홀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서 기간별로 공헌도를 적립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개발과제도 1년 단위로 끊고, 신규 프로젝트에 의욕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과제를 할당했다.

 

직급과 무관한 과제도 만들었다. 회사에서 원하는 부분에 개인이 경제적으로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그래서 효과를 봤나?

 

솔직히 처음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평가와 보상이 잘 짜여 있고 매력적인 보상도 있는데 정작 회사 내에 이를 아는 사람이 몇 명 없더라. 게임업계의 특이한 점인데, 인센티브에 대한 지식이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나보다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반면, 대부분은 ‘알아서 주겠지…’라는 생각만 갖고 있다.

 

심지어 “인센티브는 필요없으니 회사에서 자르지만 말아달라”고 하는 사원도 있을 정도다. 일도 잘하던 사람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 알아봤더니 이전에 다녔던 회사마다 결과물을 내기도 전에 문을 닫았더라.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앉혀 놓고 일일이 인센티브에 대해 가르쳤다. 인센티브에서 원하는 부분도 천차만별이어서 진짜 맞춤형 교육을 했다. 할 때는 이게 뭐 하는 건가 싶더니 끝나고 나니 다들 의욕이 상당히 늘어난 것 같아 만족스럽다.

 

 

<테라>의 서비스가 연기됐던 만큼 인센티브와 관련된 불만도 많았을 것 같다.

 

많았다. 그 과정에서 보상을 꾸준히 어필해 줘야 하는데 그걸 좀 못 해준 것 같아 아쉽다. 일단 론칭이 밀리면서 달라진 인센티브 시스템을 매번 공개했다. 제도의 모든 부분을 공개하고 모르는 부분이나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별도로 설명까지 곁들였다.

 

가장 안 좋은 사례가 윗사람끼리 결정하고 실무자들에게는 알아서 잘 챙겨주겠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비스 시작 후에도 올해 4월까지 이직률이 4%를 밑돌았다. 론칭이 밀리고 서비스 초기에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나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직접 만든 교육 프로그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인센티브 이외에 고민한 부분은?

 

교육이다. 처음에 왔을 때는 예산도 부족하고, 어학연수도 없었다. ‘굳이 교육이란 걸 거창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 사수와 부사수를 두는 기본적인 업무교육은 있지만 그건 어디서나 다 하는 거니까.

 

물론 다른 곳에서도 다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으로 따라가긴 싫지만 그래도 사원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손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궁리한 게 사원들이 직접 원하는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거다. 이런 걸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면 그걸 검토하고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교육하는 방식이다.

 

 

어떤 의견들이 모였나?

 

의외로 큰 상황이 벌어졌는데, 회사의 신입사원들이 주축이 돼서 블루홀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었다. 사내에서 지원을 받고, 외부 강사를 초빙하고, 그렇게 진행한 컨퍼런스였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끝나고 나니까 다음 번에는 이런 걸 해달라는 요청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었던 게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 강사 선정부터 운영까지 사원들이 전부 다 했다. 본부장이나 이사 등은 나설 일도 없었다. 워낙 반응이 좋았던 만큼 내년 2회차부터는 넥슨처럼 외부로 오픈해서 진행할까 생각 중이다.

 

 

 

내부적인 아이디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많을 텐데.

 

맞다. 대표적인 게 매니저 교육인데, 게임 개발사다 보니 스스로를 천성 개발자라고만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 중간관리자가 될 때가 지났는데도 매니저 일에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 직원이 많다. 신규 개발사라면 다들 겪은 일일 것 같은데, 이건 방법이 없어 강제로 시키는 중이다.

 

그래서 반년에 한 번씩 무조건 중간평가를 하도록 만들었다. 처음에는 귀찮아 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니 점점 익숙해지더라.

 

사실 게임업계에서는 일부 대기업을 빼면 회사 내부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더 많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내성이 없어 교육 효과가 좋다는 뜻도 된다. 자발적으로, 혹은 강제적으로도 조금의 자극만 있으면 최고의 효과를 내는 듯하다.

 

 

솔직히 신생 개발사 입장에서는 교육 프로그램 비용도 부담되지 않나?

 

그래서 교육의 필요성을 엄격하게 검토한다. 해외 컨퍼런스의 경우, 한층 더 엄격하다. 예를 들어 해외 강연을 듣고 온 다음 블루홀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한다거나 미처 못 들은 내부 강연을 꼭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건 괜찮다. 자발적으로 찾고 만든 교육인 만큼 비용도 생각보다 훨씬 적게 든다.

 

언젠가는 돈을 써서 컨설팅도 받고, 별도의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겠지만 솔직히 지금 인원과 상황에서는 급하지 않다. 지금 블루홀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어설프게 정형화된 교육프로그램보다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걸 직접 만드는 게 맞다고 본다.

 

 

 

최근 열심히 구인활동 중이다.

 

인원을 늘려야 하니까(웃음). 다만, 쉽게 뽑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엄청난 능력자를 원하는 건 아니다. 사람의 방향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게임 개발만 목적으로 달릴 때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키워낼 사람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실력은 회사에 와서 키우면 되지만 성격은 고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블루홀에서 면접을 볼 때도 직무 관련 스킬은 1차에서 다 마치고 2차 면접부터는 회사와 맞는지 아닌지를 본다.

 

면접에서도 경영진이 직접 참가해서 사람이 어떤지를 꼭 살펴본다. 누구 하나라도 부정적인 의견을 낸다면 통과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건 아닌가?

 

 

솔직히 한 달 반 만에 처음으로 사람을 뽑은 적도 있을 정도니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즉시전력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만 잘하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더 안 좋다. 조직에 대한 태도와 존중은 기본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밖에서는 굴러들어온 떡을 찼다는 말도 엄청 듣는다.

 

한 명, 한 명 지나치게 공을 들이는 게 아니냐라는 말도 하는데 중소개발사에서 회사도 사람도 행복하게 일하려면 서로 맞는 사람을 뽑는 게 필수인 거 같다. 직장인 모드로 생활하는 사람만 있으면 너무 끔찍하지 않나?

 

 

사원들이 블루홀을 어떤 회사로 봐줬으면 하나?

 

보너스나 상여금, 교육프로그램 등이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 이런 뛰어난 제도가 있어요 하고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2011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테라>로 대상을 받은 블루홀 김강석 대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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