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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폴 아시아 수출, 지스타가 결정적 계기”

레드5 싱가포르 박순우 부사장 인터뷰

정우철(음마교주) 2011-12-01 19:08:27

레드5의 <파이어폴>이 대만과 동남아시아에서 서비스된다. 계약 규모는 2,300만 달러, 한화로 약 260억 원에 이르는 빅딜이 성사됐다. 이번 계약을 주도한 인물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박순우 대표다.

 

그는 더나인 온라인게임 사업 부문 대표이자, 더나인코리아 대표, 그리고 레드5 싱가포르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공유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그가 한국인이며 과거 한빛소프트에서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 주요 게임의 해외 수출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이후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 국내외에서 러브콜이 날아들었고, 6년 전 더나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게임의 해외사업에 익숙한 박순우 대표로부터 <파이어폴>의 해외 퍼블리싱과 관련된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파이어폴>의 첫 해외 진출은 대만과 동남아시아로 결정됐다. 해당 시장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박순우 대표: 일단 한국이나 중국 등 큰 시장에 대한 전략을 확정하기 전 상황에서 대만과 동남아시아 라이선싱을 통해 방향을 일직 확정할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국산 FPS 게임의 인기가 많다. 이들과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맞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이번에 계약한 가레나와 많이 나눴다. 질문한 것처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FPS 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가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스페셜포스> <포인트블랭크> <블랙샷> <크로스파이어>가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이어폴>의 경우는 오픈 필드의 대규모 전투와 기존 FPS의 소규모 전투를 포괄하고 있고, 또 PvE 요소도 강하다. 따라서 이들 FPS와는 상당한 차별화 요소를 갖고 있다. 가레나도 이런 차별점을 높이 평가해서 다른 FPS를 제쳐두고 우리와 계약을 한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이들 게임 유저들과는 많이 충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각각의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FPS 게임들과 공존공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왼쪽부터 레드5 싱가포르 박순우 부사장과 가레나 포레스트 리 대표.

 

 

대만과 동남아시아 파트너로 가레나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가레나는 현지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퍼블리싱하는 업체이다. 대만에서 오픈한 지 한 달이 안 되어 동시접속자(이하 동접) 10만 명을 넘겼고, 현재 동접 기준 대만 1위 게임으로 알고 있다. 필리핀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현재 수만 명 수준으로 거의 1~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가레나가 퍼블리싱하는 <블랙샷> 역시 동접 기준 해당 국가 1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외에도 동남아 지역의 소셜 플랫폼에서는 유효 회원 면에서 독보적인 1위를 하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기반을 가진 업체로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특히 창업자들이 모두 게임과 e스포츠 마니아들이고 <파이어폴>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레드5와 가레나 중 어디가 먼저 접촉을 시작했나?

 

음… 우리가 먼저, 혹은 가레나가 먼저라고 할 수 있는 미묘한 상황이다. 사실 지난 6월 오랜만에 대만 지역 업체들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가레나를 방문하면서 그 회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마침 가레나도 <파이어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상황이다. 다만, 가레나는 웹젠과 레드5 중 어디를 통해 연락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관망하던 중이었다.

 

 

계약 규모가 2,300만 달러로 매우 크다. 어떻게 성사됐나?

 

먼저 가레나가 <파이어폴>에 강한 확신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이 확신을 갖게 된 배경에는 PAX, 차이나조이, 지스타 등을 통해 실제 게임을 선보였고, 이런 행사에 가레나는 수십 명의 인원을 파견해 직접 게임을 테스트해 봤다.

 

당시에 레드5 코리아는 B2B 부스를 운영하지 않아서 그들은 일반 유저들처럼 B2C 부스에서 기다린 끝에 <파이어폴>을 체험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우리와 이야기하면서 서로 손잡고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지스타 2011에서 <파이어폴> 최신 버전의 PvP와 PvE를 모두 체험할 수 있었다.

 

 

<파이어폴>의 지스타 2011 참가가 이번 계약을 이끌어낸 결정적 계기였다고 봐도 되나?

 

맞다. 큰 도움이 됐다. 사실 지난 7월 차이나조이 출전 이후에 레드5와 웹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서 가레나는 계속 지켜보던 상황이었다. 이후 10월 21일 레드5 싱가포르 법인이 출범했고, 다음날 가레나의 대표가 찾아와 우리와 3일 동안 협상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과 관련된 대부분의 이야기는 정리됐다. 다만 워낙 큰 딜인 만큼 최종 결정은 가레나가 직접 지스타에 대규모 인원을 파견해 최종 확인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웹젠과 서비스 권한 문제가 타결된 지 얼마 안 됐다. 바로 해외 퍼블리싱이 결정됐는데, 언제부터 준비했던 것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북미와 유럽을 제외한’ 전 세계 판권을 우리가 웹젠으로부터 인수했다. 판권 인수 전에는 해외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당시 법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었고, 또 이런 내용이 세계 게임업계에 잘 알려진 상황이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웹젠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지 않나?

 

그렇다. 웹젠으로부터 판권을 인수받을 당시 계약에 의하면 우리의 매출 일부분을 분배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가레나와의 계약을 통한 성과도 웹젠이 일정 부분을 받게 된다.

 

지스타 2011에서 <파이어폴>의 클랜 초청 토너먼트를 통해 e스포츠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게임이 아닌 북미게임의 동남아시아 진출이라는 점에서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우선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서 아시아 지역에서 북미게임이 성공한 사례는 무척 드물다. 실제로 (온라인게임 중에서) 성공했던 사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성공의 이유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개발사가 정말 ‘온라인’을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사실 지금 많은 미국 개발사들이 한국 개발사들로부터 겸허히 배우고 있고, 많이 이해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공도 이런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파이어폴>의 경우는 메인 개발자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레벨 60까지 디자인하고 중국 동접 50만 명까지 보고 나온 사람들이다. 아마 미국 개발자들 중에서는 드물게 아시아 게임시장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또 그들은 아시아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성공을 경험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는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이 <파이어폴>이다.

 

 

이번 계약 성사를 위해서 전면에 나섰다. 보통 실무진이 움직이는 것과 달리 직접 나선 이유가 있나?

 

정말 오랜만에 세일즈 실무를 해봤다(웃음). 오래간만이라서 그런지 역시 재미있었다. 사실은 가레나에서 대표가 직접 나서는 바람에 내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파이어폴>이 우리에게는 워낙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직접 나서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실무진과 팀을 꾸려서 같이 진행한 것이다. 나 혼자 나서서 계약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더나인 온라인게임 사업부문 대표, 더나인코리아 대표, 레드5 싱가포르 부사장(Vice President)를 겸직하고 있다. 본인의 역할에 대해 불분명한 부분이 많은데,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사실 복잡하게 보일 수 있고, 실제로도 복잡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나스닥에 상장된 더나인은 ‘The9 ltd’라는 법인으로, 여기에는 대표이사로 주준 회장이 있다. 그 아래에 온라인게임 사업부문과 모바일·소셜 사업부문이 존재한다.

 

나는 상장된 The9 ltd의 부사장과 그 아래 온라인게임 사업부문의 대표를 함께 맡고 있다. 레드5 싱가포르는 The9 ltd의 직속 자회사로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대표를 주준 회장이 맡고 있고, 나는 부사장을 맡고 있다.

 

더나인 한국법인 대표를 맡은 것은 글로벌화 전략에 한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다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전략 추진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내부 직원들은 잘 이해하고 있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상황이다.

 

 

한국에는 레드5코리아와 더나인코리아가 모두 있다. 업무가 겹치지는 않나?

 

알다시피 레드5코리아가 먼저 출범한 후에 더나인코리아가 출범했다. 당시 레드5코리아의 역할은 <파이어폴>을 한국 게이머들에게 알리는 브랜딩의 역할이었다.

 

지금은 변화된 환경에 맞추고, 특히 <파이어폴>과 관련해 레드5코리아와 더나인코리아의 역할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 올해 안에 방향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빛소프트 시절 <그라나도 에스파다>도 개발 중에 해외 진출을 성사시킨 전례가 있다. 개발 중인 게임의 해외 수출, 그것도 큰 규모로 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흔히들 하는 말이 있지만 우선은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노력한 것이 있다면 게임의 특징, 상대 회사, 특히 경영진의 목표와 요구사항을 다양하게 파악하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 상대방이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솔직하게 공개한다.

 

대신 장점을 강조하는 편이다. <파이어폴>의 경우에는 전시회 등을 통해서 실제로 테스트할 수 있는 버전이 있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른바 ‘빅딜’에서는 상호간 신뢰가 더 중요하다.

 

 

지금 국내 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다시 국내 게임업계로 돌아와서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과연 나를 원하는 회사가 있을까?(웃음). 농담이다. 더나인이 중국업체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회사를 지향하고 있고, 적지 않은 수의 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중국회사라는 색을 많이 벗겨내고 있다. 글로벌 사업은 나 스스로도 지향했던 비전이기도하다.

 

5년 동안 더나인에서 일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알고 있겠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더나인은 예전의 명성을 좀 잃은 상태다. 지금은 <파이어폴>을 비롯한 몇몇 게임의 서비스를 통해 다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해 나가는 단계에 있다.

 

한국업계에서 외국기업의 경영진에 진출한 사례가 많지 않다.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내가 더나인을 더 성장시켜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

 

 

<파이어폴>은 오픈 필드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PvE 콘텐츠도 제공한다.

 

 

한국과 중국 업체에서 모두 비즈니스를 진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꼽는다면?

 

우선 중국은 뭐랄까… 다이내믹하고 대륙답게 스케일이 큰 것 같다. 사업적 상상력을 많이 발휘하는 것도 인상이 깊다. 단점이라면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창의적인 도전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은 뭐 워낙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기 때문에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게임들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성공할 만큼 개발과 비즈니스모델이라는 면에서는 큰 선순환의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 다만 더 나아졌으면 하는 부분은 있다.

 

아무래도 직접 해외사업을 챙기다 보니 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 예를 들면 라이브 팀을 강화해서 더 현지에서 강하게 승부를 걸었으면 하는 점이다. 물론 라이브팀을 강화하려면 핵심 개발자들이 상대적으로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 조직을 만들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조직적 인사관리적인 준비가 돼야 해서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다.

 

 

지난 2008년 TIG와 인터뷰하면서 슈퍼맨이 아닌 일반 직원이 40세 이후 게임업계에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음… 개발자도 아니고 창업자 혹은 그 창업자의 동료, 회사의 주요 투자자가 아닌 분들 중에서 회사의 대표가 된 사례는 많지 않은 듯하다. 사실 게임회사의 대표 분들이 대부분 나와 비슷한 경우인 것 같다.

 

게임업계가 오래되지 않다 보니 정년을 맞았다든가, 회사의 부장님이 50세라든가 이런 일들이 현재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작지만 그런 관점에서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


[관련기사] “게임업계 마흔에 비전을 심고 싶다” [원문보기]


 

 

게임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지금 이런저런 실험적인 제도들을 고민해 보고 있다. 예를 들어 GM들 중에 일정 비율을 사업팀이나 게임평가, 기획 등으로 경력을 개발해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게임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우리 직원들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자’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외부에서는 나를 슈퍼맨처럼 볼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지만, 사실은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남보다 똑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목숨을 걸 만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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