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차가 있겠지만, 상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뭐가? 아주부 리그오브레전드 더 챔피언스 스프링 2012와 현장 MC를 맡고 있는 민주희가 말이다. 물론, 마이크를 잡고 대중 앞에 서는 위치이기 때문에 가끔은 억울한 욕도 먹고, 타당한 비판도 받는다. 또한 이를 지켜보는 수 많은 시청자들이 각자 느끼는 감상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왜 그러하냐면, 그녀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막말하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가끔은 기자들 뺨칠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가끔 ‘무리수’ 같은 개그 애드립이 터져 나올 때도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궁금해졌다. 도대체 뭘 하던 아가씨였을까? 어렵지 않게 그녀가 ‘7대 던파걸’이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나는 <던전앤파이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렇게 인터뷰 요청을 하게 됐고, 아주부 리그오브레전드 더 챔피언스 스프링 2012(이하 LOL 챔피언스)이 개막한 지난 21일,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솔직히 나는 그녀가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임 관련 방송을 한다고 해도 ‘게임’보다 ‘방송’에만 포커스를 맞춘 방송인들을 여럿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요즘 코르키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리그에 참여하게 되면서 LOL을 시작했다는 그녀는 “정말 재미있다”며 게임의 매력에도 푹 빠진 모습이었다.
실제로 만난 그녀는 방송 그대로였다. 미래에 훌륭한 ‘조연’ 연기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히는 등 다소 엉뚱한 면도 있었지만 개성 넘치고 솔직했다. LOL 챔피언스의 현장MC 민주희와의 유쾌한 인터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 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e스포츠 팬들에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0년에 온게임넷에 발을 들인 민주희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던파걸로 많이 알고 있는데 던파걸은 확실히 끝났고요. 이제는 여러 장르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인기가 많은 <리그오브레전드>에 발을 들이게 되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 저는 지금 08학번 대학생이에요.
‘7대 던파걸’ 출신으로 유명하신데, 그동안 게임 방송에서는 어떤 활약을 하셨었나요?
거의 <던전앤파이터>에 대한 일을 했었고요. 던파걸 타이틀을 달지 않고 출연했던 것은 게임상황실 GP 뿐이었어요. 사실 던파 리그 때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리그 외에 던파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많이 했었죠. 라이브 배틀 이런 것들 말이죠.
던파걸에 대해서 궁금해지네요. 어떤 계기를 통해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던파걸 오디션에 참가했었죠. 그런데 선발자들 중에 게임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에요. 제가 그 부분에서 가산점을 받았던 것 같아요. 빨리 머리를 굴렸죠. 던파걸인데 던파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던파와 관련된 몬스터나 아이템들을 가사에 넣어서 노래를 불렀고 그게 좋은 성과가 있었어요.
그렇다면 LOL 챔피언스에는 어떤 과정을 통해 참여하게 됐나요?
LOL은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유명한 게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 번 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서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원석중 PD님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 때부터 LOL을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던파걸로 활동을 할 때 쌓은 경험이 LOL에서도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아니요. 사실 완전히 달라요. 아무래도 더 챔피언스는 생방송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를 잘못하면 큰일나죠. 그런 면에서 달라요. 그리고 던파 선수들과 LOL 선수들도 많이 달라요. 던파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편인데 LOL은 아기 아빠도 있고 어른들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던파걸을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지난 예선 때 첫 선을 보이셨는데요. 두 번의 승자 인터뷰 방송을 자평한다면?
(한숨을 내쉬며)자다가 발차기가 나오죠(웃음). 첫 주에는 아무 정보도 없이 갑자기 오프닝을 맡게 됐고, 선수들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어요. 너무 버벅거리고 관련 커뮤니티에서 전문성이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2주차에는 사전에 미팅을 갖고 선수 프로필을 보고 팀의 특징도 공부를 했어요. 게임을 시작했으니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그래서 두 번째 방송 때는 긴장을 많이 풀고 할 수 있었어요. 첫 방송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하게 됐고, 두 번째 방송 때는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 떨리지는 않으셨나요? 방송으로 봤을 때는 긴장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던데요.
죽을 뻔 했어요. 진짜 죽을 뻔 했어요. 게임이 끝나면 나가서 인터뷰를 해야하는데 넥서스가 깨지기 전부터 긴장이 엄청 되더라고요. 광고가 끝나지 않길 바라기도 했죠. 사실 엄청나게 떨었어요. 기억도 잘 안나요.
간혹 당돌하고 신선한 질문들로 선수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는데요. 즉흥적인 질문들인가요?
즉흥적인 것은 아니죠. 사전에 많이 이야기를 해야해요. 방송 사고가 나면 안 되잖아요. 혼자 궁금한 것을 물어보다가 사고가 나면 안 되잖아요. 인터뷰 전에 작가님과 함께 정리를 해서 즉석에서 질문을 만들고 제가 질문을 하는 그런 시스템이에요. 사전에 수위를 점검을 하고 질문을 하는 거죠. 첫째 주에는 정말 써준대로 읽었어요. 선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난 다음에 대답을 듣지도 못했어요. 챔피언 이름도 잘 모르고, 아발론이라는 게임도 몰랐으니까요. ‘아빌론’이라고 했었잖아요(웃음). 그런데 두 번째 주에는 달랐어요. 게임을 계속 봤고 ‘한타에서 얘들이 다 죽었으니까 그거에 대해서 물어봐야지’라고 생각도 했죠. 작가님과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질문 제작 과정에 참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선 이후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대단한데요. 혹시 실감하시는지?
(웃음)반응이 많죠.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기는 하지만요. 네이버에 LOL을 검색하면 ‘LOL 여자’라는 연관 검색어가 뜨더라고요. 신기했어요. 특히 첫 방송 때 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그 때는 제 이름을 잘 모르셔서 그런 검색어를 많이 사용하신 것 같아요.
이제는 예선을 넘어 본선에서도 활약할 생각이신데요. 어떤 리포팅을 하고 싶은지 물어봐도 될까요?
선수 프로필로 정보를 얻는 것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알려고 합니다. 특히 예선을 통해서 올라온 팀들은 한 번 해봤으니까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련 기사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선수들의 주 챔피언이 아닌 다른 챔피언이 무엇인지, 오늘은 무슨 챔피언으로 경기를 하는지 보고 그랬어요. 닥치는 대로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보면서 준비했죠.
어떤 스타일의 승자 인터뷰 분위기를 만들고 싶으세요?
선수들하고 친하게 경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연예인병 그런거 싫어하거든요. 선수들도 저를 편하게 느껴야 더 좋은 대답을 하죠. 그래서 선수들과 일단 친해지고 마음을 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대기실에 가서 선수들과 대화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기는 하는데 아직은 조금 무서워요. 다들 남자잖아요. 저번에 선수들과 중계진이 대화를 하고 있길래 끼고 싶었는데 아직은 두렵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죠?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아, 그래도 MiG 블레이즈하고는 많이 친해졌어요.
열심히 준비를 하고 계실 것 같아요. <리그오브레전드>를 실제로 즐기신다고 하던데요.
개학을 하고 나서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많이 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정말 재미있어요. 요즘 코르키만 파고 있어요. 원래는 애니었어요. 그런데 애니는 저하고 잘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코르키를 시작했죠. 하나라도 잘하는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코르키는 나는 안 맞고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있는 그런 면이 장점이에요. 코그모우도 사정거리가 길기는 하지만 조준을 잘해야 하고, 코르키는 조금만 잘하면 맞출 수 있더라고요(웃음). 다른 분들은 초보자가 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좋더라고요. 일단 저는 원딜 포지션을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요. 서포터는 못하겠어요. 서포터를 하게 되면 제가 막타 다 먹을거에요.
코르키는 의외네요(웃음). 여성 유저들은 예쁜 챔피언들을 주로 하는 것 같던데요.
아리가 그나마 고양이 상이고 피부도 하얗고 경기 하는 것 보면 강하더라고요. 아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쁜 것보다도 강한 것이 좋아요. 잘 키워서 궁극기 한 방으로 다 죽일 수 있는 카서스? 솔직히 애니는 처음에 귀여워서 시작을 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만큼 강하지 않더라고요. 티버가 조종이 되는지도 몰랐어요(웃음). 소환을 하자마자 멋대로 움직이다 죽더라고요. 그러다가 코르키를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꽤 귀엽더라고요.
게임 하다가 멘탈 붕괴 현상을 겪었던 적도 있나요?
솔직히 아진 아직 사람들하고 PvP는 못해봤어요. 그냥 사람들하고 한 팀을 먹고 봇 5명하고 게임을 하는 모드를 즐겨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경우가 많아요. 억제기를 파괴하고 있는데 혼자 미니언 막타 먹고 있는 사람들 보면 답답하죠. 그럴 때 멘탈이 붕괴되요. 아, 그 사람들 그렇게 하면서 게임이 어렵대요.
왠지 게임을 엄청 잘하고 싶어 한다는 욕구가 느껴집니다.
사람들하고 게임을 하면서 저도 캐리를 하고 싶죠(웃음). 그런데 사람들하고 하면 욕을 많이 먹어서 무서워요. 일단은 많이 배우려고요.
원래 게임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LOL 말고도 다른 게임들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네(웃음). 게임을 좋아해요. 그런데 손이 느려요. 많이 패배하는 편이고 욕도 많이 먹는 편이죠. 그래서 패키지 게임을 사서 느긋하게 즐기는 편이었어요. 온라인 게임도 많이 하고요. 리니지도 했는데 늑대 잡겠다고 돌아다니다가 계속 죽길래 그만 뒀죠. 예전에 일렌시아라는 게임도 하다가 갑자기 캐시 아이템을 사라고 해서 접었죠. 패키지 게임은 롤러코스터 타이쿤, 창세기전 같은 게임을 좋아해요.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키우는 게임도 좋아해요.
본선에서 기대되는 승자 인터뷰 팀은? 이 팀과는 꼭 인터뷰를 하고 싶다!
아무래도 유명한 팀이 MiG 프로스트잖아요.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선수들이 대부분 방송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질문하면 알아서 재미있게 대답을 해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리포팅 외에도 LOL 관련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MC 같은걸 해보고 싶은 욕심은 없는지?
있죠. 그런데 저는 진행보다 옆에서 웃기는 것이 더 좋거든요. 제가 말을 하다보면 다른 곳으로 새는 경우가 많아요. 저를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요(웃음). 공동 MC가 필요해요. 방송에서 게임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던파와 달리 LOL은 여러 명이 게임을 하잖아요. 제가 캐리를 할 수도 있고, 캐리를 당할 수도 있고요(웃음).
나는 캐리다에 출연하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팬들에게 직접 코르키 플레이를 보여주는거죠!
한 번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아직 무소식이더라고요(웃음). 사람들에게 제가 LOL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잘하든 못하든 게임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공략 같은 것은 잘 몰라도 재미있게 게임을 하면 앞으로 더 실력이 늘겠죠. 방송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게임 방송 외의 방송일도 많이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얼마전 드림하이2에 출연하신 것도 봤어요.
(웃음)저는 주연은 노리고 있지 않아요.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주연보다는 옆에서 맛깔나는 조연이 되고 싶어요. 저는 드라마보다는 영화 쪽으로 연기를 하고 싶어요. CF도 하고 싶고요.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LOL 리그는 엄청난 기회죠. 누가 저 같은 신인에게 생방송을 맡기겠어요.
특이하네요(웃음). 명품 조연이 목표라고요? 왜 그런가요?
제가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요. 주연은 상대 남자 배우랑 손도 잡고 뽀뽀도 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나중에 결혼할 때 시댁에 흠 잡힐 것 같아요(웃음). 저의 최종 목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거든요. 저는 가정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는 차라리 과거에 태어났어야 했을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e스포츠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사실 e스포츠하면 <스타크래프트>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LOL을 하시는 분들도 많고 지금 막 시작이 되고 있잖아요. LOL을 통해 e스포츠가 더 커질 수 있으니까 많이들 사랑해주시고, 안 해보신 분들은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그 동안 던파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잖아요. 이제는 추억 속에 묻어주시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