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투 인터렉티브는 지난 10월 PC게임의 제품코드를 판매하는 디지털 유통 서비스인 ‘다이렉트 게임즈’를 론칭했다. 유저들은 다이렉트 게임즈에서 구매한 제품코드를 밸브의 스팀(Steam)과 같은 서비스 플랫폼에 입력해서 바로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PC 게임의 디지털 판매는 그동안 스팀이나 오리진, 아마존 같은 해외 유통사만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다이렉트 게임즈의 론칭으로 드디어 국내 유통사 역시 본격적인 디지털 판매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해외 유통업체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세일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다이렉트 게임즈는 지난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50%~75% 이상의 할인된 가격으로 게임을 판매하는 이벤트를 실시했으며, 지금도 다양한 연말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치투 인터렉티브 이정환 팀장은 이러한 할인을 통해 PC 게임의 저변을 넓혀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게임을 사지 않거나 불법 복제 게임을 사용하던 게이머 또는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저렴한 가격의 게임을 부담 없이 사서 즐기고 이를 통해 PC 게임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에이치투 인터랙티브 이정환 팀장.
일 평균 5만 명 접속, PC게임 시장의 가능성 봤다.
TIG> 다이렉트 게임즈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났다.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정환 팀장: 유저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특별 할인 이벤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첫 날 방문자 15만 명이 넘으면서 서버가 폭주하기도 했다. 세일 기간에 따라 편차가 심하긴 하지만 지금도 일 평균 5만 명 이상 다이렉트 게임즈 페이지에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방문자 수 대비 판매량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 부분을 앞으로 높은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TIG> 현재 패키지 판매와 디지털 판매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각각의 비율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패키지 유통을 시작한 지는 오래 됐지만, 디지털 유통은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비율이 어떻게 된다고 말하긴 쉽지 않다. 지금은 기존 패키지 판매 외에도 디지털 유통 플랫폼에서 추가적인 수익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이렉트 게임즈에 유저들이 방문하고 게임을 사는 것을 보면, ‘예전엔 이런 수익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서비스가 점차 국내 대표적인 디지털 유통 서비스로 자리를 잡으면 해외로 가던 매출 중 일부는 국내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다.
TIG> 결국은 패키지 게임을 사던 사람이 디지털 버전을 사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제 살 깎아먹기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기존에도 스팀이나 오리진 등을 이용해서 디지털 버전을 구매하던 유저들은 많았다. 다이렉트 게임즈는 해외 유통망을 통해 PC 패키지 게임을 구입하던 유저들을 유치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세일 통해 국내 PC 게임 저변을 확대하려 한다.
TIG> 스팀이나 아마존 등 디지털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할인이다.
할인은 게임의 지속적인 판매와 수익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PC 게임은 출시 후 짧게는 한 달에서 두 달이 지나면 판매량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 이상 기간이 지나면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할인은 한번 유행이 지난 게임이라고 해도 유저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어찌되었든 할인을 통해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TIG> 할인 이벤트를 통해 비용 부담이 적어져서 게임을 사는 유저도 늘 것 같다. 이를 통해 점차 게임의 저변을 넓혀 나갈 수 있을 것도 같다.
맞다. 다이렉트 게임즈의 가장 큰 목표 중에 하나가 바로 PC게임의 저변확대다. 2012년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과 PC 보급률이 82%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이 것만큼 큰 게임시장이 없다. 실제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 사지 않으려고 했던 게임도 추가로 사는 유저가 많이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싼 가격에만 판매하는 것은 또 능사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만족할 수 가격대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것이 실현화 된다면 우리도 장기적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PC 게임업계가 다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TIG> 지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때 가장 많이 판매된 타이틀은 무엇인가?
다른 것도 반응이 좋았지만 <문명> 시리즈와 <NBA 2K14>가 가장 많이 팔렸다.
<문명5>는 출시 후로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이슈와 패러디로 인한 게임 자체의 인지도가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또 확장팩에 대한 수요도 많았던 것 같다. <NBA 2K14>는 전체 이용가이고 최근에 한글 패치가 공개됐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어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할인 행사를 통해 처음 게임을 구매하는 입장이라면 한번은 들어본 게임을 구매하려 할 것이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인지도는 중요하다. 높은 인지도와 함께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접근성을 가진 게임들이 판매에서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출시하는 게임은 최대한 <문명>시리즈처럼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다.
2010년 시작된 간디의 인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TIG>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등과 별도로 다이렉트 게임즈만의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할 수도 있는가?
해외는 할로윈이나 블랙프라이데이 등 할인 기간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국내 자체적으로 우리가 마음대로 기간을 정해서 할인행사를 하기가 어렵다.
레퍼런스가 없는 국내 명절이나 행사에 맞추어 할인을 진행하기보다는 해외 스케쥴에 국내 일정을 포함하여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축적되면 앞으로 국내 명절 시즌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이렉트 게임즈에서 진행 중인 할인 이벤트.
해외 유통사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TIG> 최근 디지털 유통 서비스사들의 할인 경쟁이 너무 심하다는 의견도 있다.
게임 유통시장이 스팀이나 오리진 등 거대 유통서비스의 할인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은 좋게 볼 수만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엔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게임들도 반값 가까이 할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방식이 지속되면 게임이 출시되기 전 예약 구매한 유저만 게임을 사고 추가 판매가 발생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폭으로 할인을 할 것을 유저들이 알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이 국내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게임 출시와 함께 바로 플레이하기를 원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는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후 약 1년 정도 충분히 기간을 둔 후 상대적으로 게임에 관심이 없던 유저를 대상으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http://file.thisisgame.com/upload/nboard/news/2013/12/10/20131210122855_5668.jpg)
TIG> 다이렉트 게임즈도 타 유통사의 할인 정책을 따라가고 있다. 오히려 해외 유통사보다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다.
유저들이 같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매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들은 합리적으로 소비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도 유저의 저변을 넓히기 위할 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플랫폼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유저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유통사와 가격 경쟁을 하기엔 국내 유통사가 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국내 유통사가 국내에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게임물등급위원회 심의를 받고, 마케팅이나 홍보활동, 고객지원 및 기술지원, 결제수수료 등을 포함한 부수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자원이 소모된다. 하지만 해외 글로벌 플랫폼은 국내법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저런 과정을 일절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 유통사와 해외 유통사 간의 형평성에 맞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TIG> 서비스를 시작할 때 예상 못 했던 문제점도 있었을 것 같다.
국내에 없었던 서비스를 우리가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결제서비스처럼 우리는 국내법을 지켜야 하지만 해외 서비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서비스를 더 불편해지는 경우는 정말 갑갑하다. 최대한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 가능한 한 더 쾌적하고 다양한 결제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밖에도 유저들이 보내주는 건의 사항을 계속 참고하면서 국내에 특화된 시스템을 만들려 하고 있다.
TIG> 디지털 서비스로 판매할 게임을 선택할 때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와 이야기하는 것인가?
디지털 버전 판매는 개발사와 논의한다. 스팀은 유저가 구매한 게임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게임을 다운받아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역할만 한다.
우리가 꼭 스팀 전용으로만 게임을 판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팀이나 오리진 위주로 판매하는 것이다.
국내 유저에게 최적화된 서비스 선보일 것
TIG>앞으로 다이렉트 게임즈에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급하게 서비스를 시작하느라 미처 추가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우선 스팀의 포럼처럼 다이렉트 게임에서 구매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저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유저가 다이렉트 게임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이트에 대한 애착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좀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이벤트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들도 고려하고 있다.
TIG> 해외 유통 서비스를 보면 고전 게임들도 새롭게 출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세기전> 등 국내 게임도 서비스할 계획이 있는가?
국내에서 개발된 게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PC 및 OS 사양에 호환되도록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하므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TIG>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이렉트 게임즈가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부족한 모습을 보인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은 지속해서 보수를 통해 보완하려 한다.
앞으로도 국내 유저에게 최적화되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할 것이다. 지금 부족한 부분들은 양해를 부탁 드리고 좋은 의견이 있다면 의견을 남겨주시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 더 풍성하고 좋은 이벤트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연말이나 신년 이벤트도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