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의 수석 기획자이자 PD, 그리고 <길드워> 시리즈의 수석 기획자였던 제임스 피니(James Phinney)가 새로운 대전 게임에 도전한다.
그는 두 작품 외에도 <워크래프트2>와 <디아블로>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2008년에는 미국의 대형 잡지사 ‘베케트 미디어’가 선정한 ‘MMO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 중 하나로 꼽힌 인물. 그런 인물이 새로 도전한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8일 공개된 <자이겐틱>은 그의 기존 작품과 달리, AOS와 TPS 액션이 결합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팀 대전게임 시장은 <리그오브레전드>나 <팀포트리스 2> 같은 기존 강호들이 아직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태.
과연 제임스 피니는 어떤 재미로 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일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자이겐틱> 발표회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모티가의 제임스 피니 개발담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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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팀 대전게임? 캐주얼한 팀 대전게임이 목표
제임스 피니 개발담당 부사장은 체험을 마치고 인터뷰를 제안한 디스이즈게임에게 가장 먼저 게임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개발자 특유의 ‘자식 사랑’에서 비롯된 질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이겐틱>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서다.
제임스 피니 부사장이 <자이겐틱>을 설명하며 가장 먼저 언급한 가치는 ‘접근성’이었다. 이미 시장에는 많은 팀 대전게임이 있고 또 많은 이들이 이를 즐기고 있다. 한편 이를 즐기지 않는 유저들은 팀 대전게임 특유의 높은 진입 장벽을 버거워하고 꺼리고 있는 상황. 이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게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높은 접근성이 필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팀 대전게임은 쉽지 않은 장르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조종도 잘해야 하고, 전황도 잘 읽어야 한다. 기존에 게임을 즐기던 유저도, 새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자이겐틱>은 이 과정을 쉽게 하기 위해 첫 단추를 TPS 액션이라는 방식으로 꿰었다. WASD라는 대중적인 조작 방법과 TPS 시점 특유의 높은 몰입감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모티가는 <자이겐틱>의 장르를 굳이 말하지 않는다. 목표는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캐주얼 팀 대전게임’이라는 위치다. 게임은 이를 위해 AOS의 게임 방식이나 FPS의 점령 시스템 등 기존 팀 대전게임의 요소로 친숙감을 더했다. 이와 함께 성장 요소나 승리 조건을 간략화함으로써 유저들이 전투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동화같은 그래픽처럼, 캐주얼한 게임성이 <자이간틱>의 목표
그렇다면 유저들이 <자이겐틱>을 플레이하며 어디서 본 것 같은, 깊이 없는 온라인 게임 중 하나로 여기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제임스 피니의 답은 간단했다.
“비슷한 요소라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게임성은 달라질 수 있다. 이전에 개발했던 <스타크래프트>만 하더라도 사실 기존 전략 시뮬레이션과 비교했을 때 특출난 시스템이나 차이점은 없었다. 하지만 작은 요소 하나하나의 조합이 지금의 <스타크래프트>를 만들었다. <자이겐틱>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예로 든 것은 <자이겐틱>의 ‘가디언’과 ‘크리쳐’ 시스템이었다. 가디언은 상대의 강력한 NPC를 쓰러트려야 한다는 면에서 <길드워>의 ‘길드전’과 유사하고, 서머닝 서클(≒거점)에 NPC를 소환하는 크리쳐 시스템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전장이나 일부 슈팅게임의 모드에서 비슷한 개념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자이겐틱>에서 이 둘은 앞서 언급되었던 예와는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친다. 가디언은 압도적인 강함을 가진 NPC라는 면모 덕분에, 단순한 보호 대상을 넘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크리처는 서머닝 서클 간 순간이동이나 아군 치유, 공격력 증가 등의 보조 효과가 추가돼 국지전의 전술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었다.
“단순히 접근성만 높은 게임이 되기를 원하진 않는다. 처음에는 전략보다는 액션이나 힘싸움같은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게임의 요소들이 추구하는 전략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빈집털이나 양면 공격 같은 전략은 물론, 단순한 힘싸움이라도 크리처나 팀 조합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그림이 가능하다.”
가디언과 가디언이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 양 옆에 있는 거대한 생물이 <자이겐틱>의 가디언이다.
<길드워> 한국 유저 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이겐틱>의 시스템에는 제임스 피니 부사장이 그동안 개발했던 게임의 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일례로 <자이겐틱>가 추구하는 플레이 방향성은 그가 개발한 <스타크래프트>의 게임 철학에서 영향을 받았다.
“<스타크래프트>의 플레이를 보면 인상적이었던 것이 항상 다양한 전략과 그 파훼법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MOBA(≒AOS)나 다른 팀 대전 장르에서는 승리과정이 조밀하게 짜여 있어서인지 이런 것을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자이겐틱>에서는 일부러 승리조건을 ‘가디언 처치’ 하나로 국한했고, 공격로의 개념도 느슨하게 잡았다. 승리 목표에만 집중하며 다양한 플레이가 나오길 원해서다.”
<스타크래프트>가 <자이겐틱>의 플레이 방향성에 영향을 줬다면, <길드워> 시리즈는 게임의 틀에 영향을 줬다. 일례로 독구름 지역에 화살을 쏘면 독화살이 되는 등의 스킬 시너지 시스템은 <길드워2>의 스킬 시스템에서 영향을 받았다.
제임스 피니가 개발에 참여했던 <길드워2>의 이미지
어떻게 본다면 <길드워>는 <길드워2>보다 <자이겐틱>에 더 많은 영향을 줬다. 일단 상대팀의 강력한 NPC를 처치해야 한다는 게임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길드워>의 길드전에서 따온 것이고, 게임의 전장 설계에 있어서도 <길드워> 길드전에서 경험했던 주요 경험들이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제임스 피니는 <길드워> 국제대회에서 한국 유저들이 보여준 플레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정석적이지는 않지만, 화려하고 난이도 높은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아 <자이겐틱> 개발에 이를 반영했다.
“당시 아시아 유저들은 영리하고 교묘한 플레이에 능했다. 특히 한국 유저들은 소수의 인원으로 끊임없이 전장을 흔들며 승리를 쟁취하는 화려하고 난이도 높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정석적인 플레이를 좋아했던 서구권 유저들은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래서 <자이겐틱>의 전장을 설계할 때도 한국팀의 ‘흔들기’ 전략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 예가 시연버전의 전장이었다. 이 맵은 기본적으로 2개의 공격로를 제공하고 있지만, 게임 특성상 경험치 파밍 과정이 없기 때문에 유저들은 두 공격로를 별 제한 없이 오갈 수 있다. 하나의 공격로는 적진과의 거리가 먼 대신 점령 가능한 서머닝 서클이 배치되어 있고, 다른 공격로는 전략적 요충지는 없지만 적진과 최단거리로 이어지도록 구성되었다. 덕분에 힘싸움과 빈집털이가 수시로 일어나는 구조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상대 본진에 쳐들어가 가디언을 공략할 수 있다.
겨울 예정된 CBT, 한국 유저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자이겐틱>은 이러한 기본 시스템 위에, 정식 서비스 기준 다양한 전장과 20종 이상의 영웅, 레벨업 시 더 다양한 성장 옵션, 가디언 선택 및 육성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식 서비스까지 갈 길은 멀다. 모티가가 예상하는 정식 서비스는 2015년. 이제 막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을 갖춘 만큼, 추가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시간이 넉넉하지만은 않다. 팀 대전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또 다른 걱정은 밸런스다.
현재 <자이겐틱>의 밸런스는 모티가 직원과 주변인들이 주축이 된 일반인(?) 테스트와 소수의 하드코어 유저들이 대상인 테스트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 두 테스트 모두 테스터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아직 밸런스 면에서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시연에 참여한 일부 기자들은 ‘스노우볼링’에 대한 대처가 아쉽다는 감상도 남겼다.
행사장에서 <자이겐틱>을 체험하고 있는 기자들과 모티가 직원들. 이날 행사에는 PC 온라인게임을 주로 다루는 일부 해외 매체가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디스이즈게임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제임스 피니 부사장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이며, 빠른 시일 내에 밸런스를 잡고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팀 대전게임인 만큼 밸런스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연회에서 나온 지적도 내부에서 고민 중인 부분이다. 십중팔구 서머닝 서클이 부활과 캐릭터 강화 효과를 같이 가지기 때문인 것 같은데, 조만간 주둔 크리처 종류에 따라 부활이 제한되는 식의 밸런스 패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자이겐틱>의 다음 일정은 8월 알파 테스트와 올겨울로 예정된 CBT. 특히 겨울 예정된 CBT는 게임의 첫 대규모 테스트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많은 이들에게 게임을 선보일 수 있음은 물론, 밸런스나 게임성에 대한 더 많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피니가 특히 기대하는 것은 한국 유저들의 테스트 참여다. 그는 “한국 유저들은 항상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한국 유저들의 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은 이 게임에서도 그런 플레이를 계속 봤으면 좋겠다. CBT 시작은 미국부터 진행되겠지만, 한국 등 아시아도 계획 중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며 한국 유저들의 성원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