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M>, <리니지2M> 유저들은 현재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시위를 진행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발단이 된 것은 ‘방송인 프로모션’ 마케팅이다. 엔씨소프트가 거액의 비용을 게임 방송인들에게 지급하고, 이들이 해당 비용 중 상당 부분을 게임에 투자하면서 인게임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 유저들의 주장이다.
<리니지2M>의 경우 엔씨소프트는 프로모션 진행을 부정했었다. 그러나 2022년 7월 한 유튜버가 개인 방송에서 엔씨와 주고받은 문자를 공개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해당 유투버는 <리니지W> 방송을 일정 횟수 진행하는 광고 계약을 맺은 상태였는데, <리니지2M> 방송 역시 계약에 포함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
논란이 일자 엔씨소프트는 계약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리니지 유저들은 이번엔 참지 않겠다는 태도다. 총 600억 원을 과금한 것으로 알려진 유저 396명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고 나섰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디스이즈게임에 조금 더 ‘신중하게’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소송에 있어 논리를 더욱더 공고히 하고, 기존 ‘엔씨소프트의 게임 방송 프로모션’으로 집중되었던 논의를 ‘게임계 환경 개선’이라는 거시적 차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무슨 연유로 이들은 대의를 외치기 시작했을까? 직접 물어봤다.
※ 본 인터뷰에서 <리니지2M> 등 구체적 게임명을 쓰는 대신 단순히 '리니지'라고 언급된 경우, 1998년 출시한 PC <리니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엔씨소프트의 여러 리니지 IP 게임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음을 알립니다.
Q. 디스이즈게임: 간단한 자기소개, 그리고 소송 총대를 맡은 배경 설명을 부탁한다.
A. 유튜버 ‘추노’(이하 추노): <리니지2M>을 오픈 시점부터 플레이하고 있는 유튜브 ‘추노TV’의 추노다. 아무래도 대외적으로 드러나 있는 인물이다 보니 소송 총대를 맡게 됐다.
소송총대 A씨(본인 요청에 의해 본명 비공개, 이하 A씨): <리니지2M> 프로모션 진행 폭로(영상)를 기점으로 유저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느끼고 공분을 느끼는 상황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에 손해배상 소송을 생각해냈고, 총대를 맡게 됐다.
그리고 소송을 할 때 단순히 ‘<리니지2M> 프로모션에 피해를 보았다’고 접근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유저들 모르게 뒤에서 자행된 일이라는 점에서 게임산업 전반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Q. 소송을 당초 계획보다 늦추기로 했다고?
A. A씨: 게임회사 상대로 광고, 마케팅 행위에 입은 피해를 보상받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인터뷰 직후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하면서 두 번째가 됐다) 이런 중요한 소송에서 우리가 내세울 논리의 정합성을 더 잘 따져보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
리니지 게임들은 세력 기반 경쟁이지 않나? 만약 ‘엔씨가 상대 세력을 지원해서 우리가 돈을 많이 썼으니까 보상해달라’는 논리를 내세우면, 과연 우리가 외부에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고민스러웠다. 세력 경쟁에 밀려서 징징대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그리고 피해를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하는데 방금 얘기한 그런 논리만으로는 세력 경쟁 때문이라는 프레이밍을 불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법 공방에서는 법리도 중요한데,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법리가 부재하다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 내실을 좀 더 탄탄히 하자는 판단이었다.
특히 이 소송에서 우리가 엔씨의 논리에 맞서 수세에 몰려 방어하는 입장이 되면 안 것으로 판단이 되어, 공세적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 논리를 탄탄하게 하자는 취지가 있었다. 엔씨가 예상 가능한 반대 논리들을 폈을 때, 우리가 ‘떼쓰는’ 걸로 보일 수 있겠다고 자각했다고 할까.
마지막으로,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승소도 있지만, 관련 입법 움직임이나 게임 정책변화다. 여기에 대해 문제 제기만 할 뿐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런 대안 제시와 메시지 전달에서도 너무 감정적으로 비쳐서는 안 되니까, 논리를 탄탄히 하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 여기 필요한 논리를 세우는 데 있어 (소송에 나선) 몇 명만 고민하기보다는 집단지성을 이용하자는 생각도 있었고.
Q. 배상액을 1원으로 진행하려다 3,000만 원 이상으로 올려 잡은 이유는?
A. A씨: 어차피 <리니지> 유저들은 돈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으니 그 이미지에 맞춰 1원으로 진행하려 했다. 그런데 이 경우 물론 그 자체로서 의미는 있겠지만, 재판부 의견을 듣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단독심 이상으로 진행되어야 판결 이유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3,000만 원 이상으로 진행키로 했다.
정말 손해배상을 받는다는 포커스보다는 공익성에 주안을 두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했을 때 여론의 지지와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창하게 ‘린저씨(리니지 유저를 이르는 말)들이 게임 업계 전반에 걸친 정화 활동에 나섰다.’, ‘제2의 바츠 해방전쟁이다’ 이런 슬로건을 붙이고자 한다.
Q. 타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리니지 유저들이 불만 표출을 넘어 업계 개선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상황에 많이들 의아해할 것 같다. 사실 기자 역시 그렇다.
A. A씨: 리니지 유저 중에는 중·장년 유저가 많다. 적어도 내 자식들은 이런 환경에서 게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이런 환경에서 게임하지만 자식들이 하는 게임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추노: 포기하면 바뀌는 게 없다. 1세대 '린저씨'들이 게임을 전부 접는다 해도, 엔씨든 카카오든 대기업 게임사들은 다른 아이템 가지고 똑같은 사업을 벌이지 않을까?
Q. 타게임 유저들 중 상당수가 여러분이 그런 환경 조성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A. A씨: 우리가 만든 환경이 맞다. 그 책임을 통감한다.
추노: 그래서 우리가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엔씨소프트의 잘못도 있지만 우리도 잘못한 게 있다. 결자해지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Q. 승소한다고 쳐도 어떻게 업계 변화가 가능한가? 결국 이번 소송은 ‘엔씨소프트의 게임 방송 프로모션’이라는 지엽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지 않나?
A. A씨: 제가 볼 때 프로모션은 기본적으로 단기형, 장기형, 수익 배분형 정도가 이뤄지고 있다. <리니지2M>의 프로모션은 기존에 이렇듯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일반적인) 프로모션 형태를 무시하고 유저들이 모르게 진행했다는 문제가 있다.
단기 프로모션 같은 경우에는 이벤트성, 혹은 CM 형태로 종종 진행됐고, 이건 유저들도 용인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광고 같은 광고였으니까. 그런데 인게임을 타깃으로 한 장기 프로모션은 문제가 있다. <리니지>는 결국 세력전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모든 곳에서 전쟁 유인 요소를 계속 던지면서 한 진영만 지원한다는 것이 우리는 의아했다.
그렇다고 ‘프로모션 전면 금지’같은 것을 주장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방송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에는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단순히 ‘프로모션을 근절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가기에는 이렇게 반대로 제시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래서 프로모션으로 논리를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인 주장을 하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희망하는 장기적 변화는 잘못된 프로모션 관행이 사라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유저도 자본을 투입하는 게임에서 이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 문제 아니겠나? 이상헌 의원이 게임사에 제안한 ‘프로모션 계정 표시’ 정책도 알 권리 충족의 일환이 될 것이고.
Q. 엔씨소프트의 프로모션 중단이 핵심과제는 아니다?
A. A씨: 물론 일차적 목표는 승소하는 것, 그리고 성명문에 있었던 모든 요구사항을 받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소송에서 이겨야 하지만 행동 자체가 (업계 변화를 위한) 상징이자 초석의 의미가 더 크다. 이 행동은 의미 중 하나가 판결문을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면 이기는 대로 사법부가 (엔씨의 잘못을) 진단해주는 것이 되고, 만약 패소하더라도 어떤 법적 근거가 보완되어야 할지 확인해 입법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Q. 여러분은 이번 소송을 통해 게임계가 바뀔 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여러 게임 유저들은 이미 게임사들을 간담회로 끌어내서 여러모로 담판을 지었다. 여러분은 사실상 후발주자다. ‘업계를 바꾼다’고 주장하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닌가?
A. A씨: 그런데도 게임계 변화라는 ‘대의명분’을 계속 가져가는 이유는 있다.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할 만한 방법으로 지금까지 (유저 사이에서) 나온 다른 방안이 있긴 했다. 예를 들어 ‘과금하지 말자’, ‘일반유저를 무차별 PK하자’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는 궁극적 해결이 안 된다. 우선 스펙 위주 게임에서 무과금 선언은 의미가 없다. 무과금을 하는 동안 상대 세력은 앞서나갈 것이고, 문제가 해결된 다음엔 결국 다시 과금해 따라잡아야 하는데 그러면 원점이다. 그리고 PK는 무고한 피해자만 양산될 뿐이다.
더 나아가 그간 업계에 벌어진 일들을 학습한 뒤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그동안 각 게임사가 유저들 불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봤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전혀 변화가 없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엔씨소프트에 국한하지 않고, ‘대의명분’으로 규모를 키워보는 방향으로 접근하자는 취지였다.
추노: 우리가 언제까지 이 게임을 할지도 확실히 모른다. 그런데 만약 업계 환경을 바꾸지 못한다면 다른 게임으로 옮겨봐야, 마찬가지 상황을 마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업계의 BM 관행을 만든 게 엔씨소프트이지 않나? 그러니 거꾸로 엔씨소프트가 바뀌면 그 영향이 다른 게임에도 갈 거로 생각했다.
사실 이번 소송을 시작하면서도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일반 유저, 게임을 안 하는 시민들에게 리니지라는 IP는 인식이 너무 안 좋다. 하지만 우리가 욕을 먹는다고 해서,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 안 할 수도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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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손해배상소송의 기본 요건은 충족하고 있는 것이 맞나?
A. A씨: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게임사의 어떤 행위로 유저에게 어떤 손해 발생했는지가 손해배상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 된다.
특히 리니지류의 게임은 결국 ‘용캐’(고스펙 캐릭터)가 전장을 주도한다. 엔씨소프트가 방송인들과 체결한 프로모션 계약 조건이 어떤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들 방송인은 대부분 전체 랭킹 상위 0.1% 이내의 세력 내 핵심인 자들로 스펙 경쟁상 정점에 있다.
이들은 엔씨소프트가 새로 출시한 스펙업 콘텐츠가 있으면 당일 다 끝내 버린다. 그러니 우리 입장에서는 세력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과금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방송인들의 과금 유도는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데 그치질 않는다. 방송에서 욕설을 사용해가며 다른 유저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며 호승심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을 우리는 과금 유도행위로 봤다. 엔씨소프트의 프로모션과 과금 경쟁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이유다.
Q. 방송인들이 프로모션 비용을 인게임 과금에 쓴다는 근거, 혹은 엔씨소프트가 그렇게 유도했다는 근거가 있나?
A. A씨: 몇 가지 정황이 있다. 우선 2022년 9월 5일 ‘귀남유’ 방송을 보면, “내가 <리니지W> 프로모션에서 잘린 게, 내가 과금을 그렇게 많이 하지 못하고, 시청자도 많이 안 나왔어요”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방송인들의 기본 상황을 얘기하자면, 계약서에 ‘현질을 얼마 해야 한다’는 단서 규정은 물론 없다. 그렇지만 받은 돈 대비 ‘눈치상’ 얼마를 써야 하는지는 각자 알아서 신경 쓰고 있다.
추노: 프로모션 비용도 (일반적인 광고비로 보기엔) 너무 크다. 방송인끼리 서로 아는 바, 일부 유튜버들은 한 달 수억 원대의 프로모션을 받았다. 리니지 방송인들 시청자가 많아 봐야 1,000~2,000명 수준인데, 수억 원대 광고비는 웬만한 연예인이 광고할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이것 자체가 (엔씨가) ‘게임에 돈을 써라’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Q. 엔씨소프트의 프로모션이 방송인들의 경쟁 유도 행위로 이어졌다는 사실까지는 어떻게든 입증한다고 치자. 그 행위 때문에 일반 유저들이 실제로 과금을 더 했다는 사실도 입증해야 할 텐데?
A. A씨: 사실 내부적으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리니지W> 프로모션 시작일로부터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 프로모션에서 <리니지2M> 방송해도 횟수를 차감해준다.’’는 조항을 삭제하기까지의 기간을 우리는 내부에서 ‘프로모션 기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프로모션 기간 이전에도 일반 유저들이 모두 과금 하면서 스펙업 속도를 따라갔던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솔직히 말해 우리의 숙제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다른 데서 끌어올 수 있는 법리를 찾는 중이다.
Q. 유저마다 프로모션 사태의 해결에 있어 바라는 지점이 다를 수 있지 않나? 이번 소송에 유저 대표성이 과연 충분할까?
A. 추노: 우리 (혈맹) 인원이 1,500명은 된다. 그중 이번 소송 의의에 확실히 공감하는 분들 396명이 모여서 소송을 진행하는 거고, 저희 두 명은 모든 권한을 일임 받았다. 진행되는 모든 사항은 유튜브, 단톡방 등에서 공유 중이다.
사실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유저들의 의견까지 모두 하나로 수렴하기란 어렵다. 진형으로 나뉘는 게임 특성 때문이다. 우리는 프로모션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데, 우리와 경쟁 중인 상대 세력에는 프로모션을 받은 BJ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그쪽을 옹호하게 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A씨: <리니지2M> 커뮤니티는 폐쇄적 점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 단위인 혈맹 혹은 혈맹 상위의 연합 차원의 디스코드 등을 통해 의견을 소통한다. 그러다 보니 조직 밖으로 의견이 표출될 창구도 별로 없다. 조직 안에서는 유저들의 인게임 지위가 현실에서의 존중으로 이어지는 형태인데, 이런 지위를 가진 사람이 뭉쳐서 어떠한 문제의식으로 뭔가를 진행하겠다고 말하면 대체로 따라준다.
Q. <리니지M>의 대표적 유저인 여포왕과도 협조 중인 것으로 아는데, 계기는?
A. 추노: 개인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리니지M> 쪽도 프로모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먼저 여포왕 채널을 방문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물어봤다. 처음에는 게임간 성향이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었다. 그러다가 다른 방송인 ‘센터로드’를 통해 내 연락처를 알고는 트럭 시위를 준비 중이라 알려왔고, 그때부터 정보 교류를 했다.
A씨: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지지의 뜻을 확인했다. 프로모션이라는 타깃은 같기에 공동성명을 내기로 했다. 여포왕에게는 ‘트럭 10대’라는 자극적인 홍보 수단이 있기도 했고.
Q. 아까 프로모션 완전 근절은 목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여포왕은 프로모션 근절을 목표로 시위하고 있는데, 충돌하는 지점 아닌지?
A. 추노: 프로모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단기적이고 일반적인 프로모션이야 가능하지만, 인게임에 영향을 주는 장기 프로모션은 안 된다는 취지다.
A씨: 여포왕 측의 의도는 이거다. 누가 봐도 광고인 프로모션을 아예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세력이 굳어진 상황에서, 방송인이 육성된 캐릭터를 돈 주고 구매해서 경쟁에 참여하는 것까지 묵인해주며 장기 프로모션을 진행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안 된다는 거다.
Q. 일반 게이머들이 보기에도 리니지 게임들은 다른 게임과 다르고 특수성이 짙다. 여러분의 소송이 ‘게임계’를 대표할 수 있나?
A. A씨: 반박해보자면, <메이플스토리>의 사례를 보자. <메이플스토리>는 ‘미니 리니지’라고 불릴 만큼 유사한 형태 게임이라고 본다. 초기와 지금의 <메이플스토리>는 아주 다르다. 변화한 시기를 특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빅뱅 패치’ 이후로 리니지와 BM이 비슷해졌다.
<메이플스토리>를 즐겼던 초·중학생들이 자라나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층이 되면서 게임 형태가 변한 거다. 그런데 <리니지M>, <리니지2M> 상황도 비슷하다. PC판 <리니지> 당시의 감성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게임들만 유독 다르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Q. 들어준 예시처럼 BM이 유사한 게임은 있을지 언정, 모든 게임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A. 추노: 실제로 프로모션 마케팅이 대규모 금액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때부터 고, <오딘> 이후로 프로모션으로 인해 이슈 된 게임이 별로 없긴 했다.
(하지만) 현재 게임판의 모든 과금과 가챠의 시초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류의 게임을 통해 처음 접목한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저희가 시위와 소송을 계속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제는 린저씨도 바뀌었다’를 보여주고 만약 이기는 사례를 남기면, 다른 게임들도 다 바뀐다고 믿는다.
Q. ‘문양 롤백 사태’ 등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수준의 문제도 있었는데,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유는?
A. 추노: 엔씨소프트가 절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한 차례도 엔씨소프트로부터 연락이 오는 법이 없다. 해결 의지 등 내용 전달을 받아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A씨: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안 바뀌겠다고 생각했다. 문체위도 움직임이 없고, 사회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니 나서자고 생각했다. 엔씨소프트의 공식 소비자 민원 접수 방법이 이메일과 오프라인 방문 상담 두 가지다. 그리고 방문 상담 센터는 부산에만 있다.
추노: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카카오게임즈와 간담회를 8시간을 했는데 엔씨소프트의 사과방송은 3분짜리였다. 유저들과 협의가 이뤄진 내용도 아니었다. 문의 메일 답변도 아직 매크로 답변이 온다. 서울에서 부산 상담센터까지 내려가 문의도 해봤는데,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본사에 문의를 전달할 수라도 없냐 했더니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Q. 그렇지만 그것은 원래 이어져 오던 상황이다. 뭐가 달라졌나?
A씨: 원래 ‘린저씨는 단합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실제로 린저씨들은 대부분 게임밖에 몰랐다. 이제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가 모이고 서로 상황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러한 콘텐츠를 시청하던 유저들이 공분을 느끼게 된다.
폐쇄적인 커뮤니티로 뭉치는 사람들도 힘을 모을 수 있게 된 거다. 그동안은 불만을 느끼더라도 딱히 소통할 공간이 없었던 반면, 이제는 카카오톡 등 여러 채널에서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끼리 분노를 분출하고 있다.
추노: (이 사태의 발단이 된) 이문주 공개방송부터 그렇게 모인 ‘린저씨’들이 회의하기 시작해서 엔씨소프트에 이런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되는지 계속 문의하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매크로 답변이었다. 처음에는 우리도 ‘평화적’으로 하고자 했다. 우리의 불만에 모든 유저가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아예 적대적인 세력도 있고, 또 중립적인 분들도 계시니 (일을 너무 키우기 보다는)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트럭시위 기간을 한 달로 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엔씨소프트가 진행한 3분짜리 사과 방송을 보게 됐고, 그때부터 소송 준비를 했다.
A씨: 보통은 사태가 이렇게 되기 전에 간담회라도 열지만, 엔씨에서는 연락도 안 온다.
Q. 많은 문제를 겪더라도 결국 ‘게임을 접는다’는 선택은 고려사항이 아닌 것 같다.
A. A씨: 우리 생각에 리니지 게임들은 완성도도 높고 재미도 있는지만, (못 접는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게임의 ‘길드’를 리니지에서는 피로 맺은 관계라는 의미의 ‘혈맹’이라고 표현한다. 우선 여태까지 들인 매몰 비용의 문제도 있고, 유저 간 쌓인 유대관계, ‘전우’ 간의 우정도 있다.
추노: 유저들끼리 디스코드로 서로 목소리를 들으며 같이 게임하고, 실제로도 많이 만난다. 그리고 게임 속에서 맡은 역할이 있다. 게임에서 빠지면 역할을 해 나가지 못하고,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의미로 과금을 멈추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조기 축구회의 스트라이커라고 생각해보자. 쉽게 팀을 떠나기란 어렵지 않겠나.
A씨: 우리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옆의 추노 형하고도 이렇게 친해 보이지만 두 번째 만났다. 인게임에서 친해진 사이여서 가능한 일이다.
Q. 정치권을 끌어들이고자 한다는 오해가 억울하다고?
A. A씨: 정치권을 끌어들이는 것은 절대 우리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점이 식별됐을 때 정치권이 먼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소통창구를 그쪽에서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해야 했다. 전자제품에도 품질보증 제도가 있는데 게임에는 왜 없는지 모르겠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나설 문제라고 생각한다.
Q. 끝으로,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추노: 나는 유투버이자 실질적 유저로서 프로모션에 대해 발언해왔던 내용이 있다. 만약 내가 프로모션을 받게 되면, 원래도 게임에는 내 돈을 썼으니까 프로모션 비용으로는 다른 유저에 도움을 준다거나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프로모션 비용은 건전하게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20대 초반이던 시절만 해도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던 게임사가 많다. 프로모션이 변질하면서 행사의 장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게임사들이 <원신>의 프로모션을 참고하면 (오프라인 행사를 열면) 충성고객도 늘어 긍정적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입법 차원에서 말하자면, 게이머들도 소비자라는 점이 중요하다. 게임에서는 소비자보호법도 우릴 안 지켜준다. 이게 가장 불만이다. 게임사에 요청해도 피해 구제를 제대로 못 받고 소송까지 걸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을 중재할 제재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A씨: 이번 소송은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OTT와 게임 산업이 가장 많이 성장했다. 게임시장의 파이가 커졌기 때문에 자각이 더 컸던 것 같다. 게임이 이제는 진짜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 같다.
이런 상황에서 건전한 문화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여기에서 암적인 존재라고 여겨지던 리니지 유저들이 각성해서 사회를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게임이 변두리 문화로 남지 않고 주도적 문화로 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바꾸자는 자각을 했다.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