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발표, 2012년 클라우드 펀딩 시작, 2013년부터 지금까지 알파 서비스 중. '살아 숨쉬는 우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사는 게임 <스타 시티즌>은 10년을 만들고 있다. 이 문제적 작품을 두고 사람들은 '남북 통일이 빠를까, <스타 시티즌>의 정식 출시가 빠를까?'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하곤 한다.
이 문제적 작품의 핵심 개발진들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국내 <스타 시티즌> 유저 행사 '바티즌 2022'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개발사 클라우드 임페리얼 게임즈(Cloud Imperium Games, 이하 CIG)는 방한을 기념해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를 제안했다. 실무를 맡은 기자는 고민했다. 어떻게 10년 짜리 미완성 게임을 어떻게 논할 수 있을까?
직접 만난 CIG의 임원들은 <스타 시티즌>의 온전한 개발에 집중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제는 커뮤니티를 돌아볼 만큼의 여력이 생겼고, 그 일환으로 바다 건너 한국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와 유저 커뮤니티는 '핫라인'을 설치해 한국어 패치 등을 조율하고 있다. 전 세계 1,000명의 직원들이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혹자는 <스타 시티즌>을 더러 '우주를 만들다가 우주로 가버린 게임'이라고 말한다. 역시 뼈있는 농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직접 확인했다. 개발자들은 우주가 아닌 지구에서 활동 중이며, <스타 시티즌>을 아끼는 유저들은 적지 않고, 게임은 정말로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CIG 임원들이 취재진에게 <스타 시티즌>을 소개하고 있다.
Q. 디스이즈게임: 청주에서 유저 행사 바티즌 2022를 진행했다. 반응은 어땠는지?
A. 클라우드 임페리얼 게임즈: 일종의 첫만남이었고, 그 자체로 의미가 컸다. 한국 커뮤니티에서 여러 피드백을 좋아서 앞으로 <스타 시티즌>의 기능에 대한 구상을 많이 하게 됐다. 여러모로 흥미롭고 유의미한 행사였다. 한국 커뮤니티에서 자체 진행한 한국어 패치를 시연했는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게 될 것 같다.
Q. CIG에 한국인 직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인 직원이 현지화 작업을 도맡는 구조인가?
A. 현재 회사에 몇몇 한국인이 채용되어왔다. 지금까지 회사가 게임을 만들고 개발하는 데 노력을 해왔다면 이제는 여러 문화권에 대한 대응을 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한국에는 열정적인 <스타 시티즌> 커뮤니티가 있다. 이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 앞으로 여러 측면에서 서포트를 하고 싶다.
Q. 그러면 CIG에는 전 세계에 몇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건가?
A. 거의 1,000명 정도 있다. 본사 영국 맨체스터에는 550명이 있다. 미국 LA에 120명, 몬트리올에 150명 근무하고 있다. 독일에 100명 있고, 오스틴(텍사스)에도 직원이 있다.
에린 로버츠 CIG 최고 개발 책임자. 그는 크리스 로버츠의 동생이다.
Q. 현재 유저 한국어 패치 작업이 70%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저들의 기여에 회사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A. <스타 시티즌>은 영어로만 서비스 중인데, 지역별로 커뮤니티에서 자체 번역을 진행 중이다. 9개 언어의 번역이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자체 이벤트를 열거나 비디오 콘텐츠를 만들어서 공유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이런 열정과 사랑의 표현에 조금 더 보답하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알파 단계의 게임이었기 때문에 현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그런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다른 문화권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게 우리 목표다. 현지화팀을 만들고 각 지역 커뮤니티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당장 한국의 유저 커뮤니티와 한국인 직원은 지속적으로 채팅 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소통하면서, 한국 방문도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Q. 원-달러 환율이 너무 올랐다. 한국 원으로 <스타 시티즌> 결제를 할 수 없어서 유저 부담도 가중됐는데.
A. 환율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필요하면 조정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지금은 유로나 달러, 파운드 구매를 지원하는데, 깊이 들여다보겠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Q. <스타 시티즌> 유저들은 청주에서 만났는데, 서울에선 무엇을 했나?
A. e스포츠 에이전시를 만나고, 게임 관련 정부 기관과도 만났다. 한국 게임 생태계의 이해 관계자를 만나는 것도 이번 방한의 목적이었다.
Q. <스타 시티즌>의 한국 유저 성장세가 돋보인다고 들었다. 세계적으로 유저들이 늘고 있는 건가, 아니면 한국에서만 두드러지는 성과가 있었던 건가? 성장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A. 2년 전까지 <스타 시티즌>의 한국 유저 수는 전 세계 20위 밖이었는데, 최근 1년 사이의 100% 넘는 성장을 거쳐서 지금은 아시아에서 중국에 버금가는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유저 커뮤니티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또 18개월 전 <스타 시티즌>에 3.15 버전을 업데이트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접근성이 올라갔다. 속도라던지 서버 안정성도 전에 비해 나아졌다.
Q. 아직 테스트 단계의 게임인데, <스타 시티즌>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싶다.
A. 요즘 메타버스라는 말이 뜨는데, <스타 시티즌>은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서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샌드박스 게임이다. 자체 엔진(럼버야드 엔진과 스타 엔진을 통합한 자체 엔진)으로 개발했으며 '무타협의 디테일'을 추구하고 있다. 심리스 오픈월드 우주에서 함선을 몰고 전투를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모든 활동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현재 십여 개의 행성으로 묶인 생계에 여럿 있고, 우주 정거장과 채광 지역이 있다. 몇몇 주요 행성에는 대도시가 구현되어있어 그곳에서 생활 콘텐츠를 할 수 있다. 향후 업데이트에 따라 더 많은 공간을 선보이려 한다. 행성 구현에 AI 절차 생성 기술은 사용되지 않았다.
Q. 수년 전 기대감을 가지고 <스타 시티즌>에 들어가본 적 있는데 침대에서 일어나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팁을 준다면.
A. <스타 시티즌>이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은 맞다. 업그레이드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게임을 쉽게 전달할까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2년 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게임이 훨씬 쉬워졌다. 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면 어떤 버튼을 누르라는 튜토리얼이 추가됐다. 예전에는 튜토리얼 모드가 있었는데, 현재 버전과는 괴리가 있어서 잠깐 제거해놓은 상태다. 대신 커뮤니티에서 친절하게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타 시티즌>의 쉬운 플레이를 위한 전용 팀을 따로 만든 상태다.
Q. 메타버스라는 유행어가 뜨기 전부터 <스타 시티즌>을 만들고 있다. CIG는 메타버스라는 유행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A. 메타버스라는 말이 하이프(Hype)가 되기 8~9년 전부터 이런 콘셉트를 개발해왔다. 공교롭게도 메타버스라는 말이 하이프가 되면서, 우리도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제 2의 삶을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메타버스라는 말은 쉽지만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과거 <스타 시티즌>은 32비트로 구동됐는데, 이제는 64비트로 작동 중이다.
이전부터 세컨드라이프를 살 수 있는 세계를 구현해내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서 내가 누가 되든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개발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간단하게 말하면 메타버스지만 그 배경에는 상당한 기술이 들어가고 있다. 지금은 64비트로 작동 중인데. 32비트와는 엄청난 발전. 스트리밍 기술이나 각각 다양한 기술이 같이 개발되고 있다. 또 PES(지속성 스트리밍) 기술이 서버에 적용되면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Q. <스타 시티즌> 유저의 펀딩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테스트 게임으로 남아있다.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는 동안 디바이스 환경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 않나? <스타 시티즌>에 완성점이 있는 걸까?
A. 당연히 하드웨어의 발전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우리도 그에 맞춰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한 비트 업그레이드도 큰 작업이었다. 결국 (라이브게임의) 개발은 기기의 발전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개발에서 하나의 큰 덩어리가 바로 지속성이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코딩에 엄청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고 있다. <스타 시티즌>이 얼마나 디테일한 게임이냐면 누가 게임에서 컵 하나를 길에 버려뒀을 때, 아무도 치우지 않는다면 그 컵은 계속 같은 자리에 있다. 다른 게임에서는 이런 디테일이 구현되지 않는다. 배경으로 나오는 건물 없이 모두 입장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게임의 서버 하나에 100명이 들어가서 플레이를 한다. 서버를 합쳐서 교류할 수 있게 하는 '서버 매싱'이 내년 구현될 건데 거기에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CIG는 분명 '기존 게임 이상의 것'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지금 게임이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작동하는 게임이다.
<스타 시티즌>의 개발은 로드맵에 따라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도 수십만 명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며, 끈끈한 커뮤니티가 유지되고 있다.
마르코 코르베타 기술총괄
Q. 이 게임이 메타버스라는 유행어보다 앞섰던 것처럼, 얼리억세스라는 개념에도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듯하다. 2010년대 초반에는 홈페이지에서 직접 결제해서 게임을 해보는 게 '힙한' 일이었겠지만, 이제는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훨씬 더 편하다. 자체 서비스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콘솔 출시 계획은?
A. 현재 CIG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대중적인 선전보다는 게임의 유기적인 성장이다. 진입 장벽이 있는 게임이므로, 방대한 양의 트래픽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성장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 또 <스타 시티즌>은 PC 기반 게임으로 그 본질에 충실하려 하고 있다. PC에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때 확장을 검토하려 한다.
Q. 싱글 플레이 게임 <스쿼드론 42>는 <스타 시티즌>과 얼마나 구별되는 프로젝트인가?
A. 이번엔 <스타 시티즌>에 대해서 이야기하러 왔기 때문에 <스쿼드론 42>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끼고 있다. 준비가 된다면 공개를 하겠다. 지금 개발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스타 시티즌>과는 다른 결의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헨리 카빌, 게리 올드만 등 헐리웃 유명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잘 준비해서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 (웃음)
Q. (<스쿼드론 42>와 관련해) 베데스다의 <스타필드>가 의식되지는 않는지?
A. 여기 모인 우리 모두 우주 게임의 광팬이다. 그러므로 절대 적대적이지 않다. 서로 최고의 우주 게임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한국에는 PC방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이에 대한 준비도 현지화 계획에 포함됐나?
A. 마침 오늘(27일) 한국의 전문가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단계에서는 자가에서 게임을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한국의 PC방 문화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고, 베타 단계에서는 론칭을 고려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에 한국을 찾아서 개인적으로 PC방을 방문했다.
Q. <스타 시티즌>과 자주 언급되곤 하는 MMORPG <이브 온라인>은 블록체인이라는 키워드와 자주 링크되고 있다. 화제가 되자 CEO가 직접 적용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CIG 임원들의 블록체인 도입에 대한 입장은?
A. 회사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다.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항상 열려있는 상태로 공부 중이다. 그러나 <스타 시티즌>에는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Q.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처음으로 한국에 왔는데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고 중요한 자리를 많이 가졌다. 개선사항에 대해서 한아름 안아가게 됐다. (웃음) 그래서 언젠가 다시 와야겠다. 현재 영국 스튜디오와 LA 스튜디오에서 채용 중이다. 우리는 국적으로 절대 차별하지 않는다. 열정과 기술, 실력만 있다면 지원하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