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데이비드 케이지 CEO와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퀀틱 드림은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개발 비화는 무엇인지, 인터렉티브 장르 게임의 미래는 무엇인지에 대해 가감 없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데이비드 케이지 CEO
Q. 디스이즈게임: 이전에도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가? 이번 방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데이비드 케이지: 10년 전 <비욘드: 투 소울즈>의 홍보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서울에만 있었다.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문화나 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번에 다시 방문할 수 있어 기쁘고, 부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는데 2022 지스타를 통해 많은 팬을 직접 만나고 강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
Q. 퀀틱 드림은 설립 후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하나만 약 25년 간 개발해 오고 있다. 이 장르에 꽂힌 이유가 궁금하다.
A. 데이비드 케이지: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이 아닌가 싶다. 인터랙티브 무비는 스토리텔링을 새롭게 보여주는 장르라 생각한다. 다만, 퀀틱 드림이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장르에도 늘 열려 있다.
가령 다음 게임인 <스타워즈: 이클립스>는 액션 어드벤처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까지 쌓아 온 스토리텔링 기법은 유지하되, 다른 장르도 게속해서 시도하는 중이다.
Q. 개인적으로는 <헤비 레인>이 퀀틱 드림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해당 게임을 출시하며 영화적 연출이나 세밀한 시나리오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 같은데, 비결을 스스로 분석해 본다면?
A. 데이비드 케이지: <헤비 레인>이 처음으로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게임인 것은 맞다. 하지만, 도전과 실험이 있었던 첫 시도는 <인디고 프로페시>(현지명 <파렌하이트>)라고 생각한다.
성공 비결에 대해선,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토리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생각할 거리를 줌으로써 게임을 하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름의 비결이라고 볼 수 있다.
PS3로 출시된 <헤비 레인>
Q.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하고 싶다. '게임'은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지만, 각자가 정의하는 의미는 다르다. 퀀틱 드림과 데이비드 케이지가 생각하는 게임의 정의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데이비드 케이지: 제 생각에는 게임에 대한 단일한 정의는 없다.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강한 아드레날린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 될 수 있다. 멀티플레이 게임도 같다. 같이 즐기는 것이 게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경쟁을 하는 것이 게임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산업적으로 정의한 게임은 것은 한계를 제한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퀀틱 드림은 게임이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데 많은 초점을 두고 있다.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어려운 딜레마나 선택지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고, 개인적 가치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것이 게임이라 생각한다.
Q. <카라>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기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카라>에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스토리가 출발하게 된 건가?
A. 데이비드 케이지: <카라>는 기술 시연을 위해 만들었던 동영상이다. 배우의 얼굴, 신체, 목소리를 한 번에 캡쳐하는 기술에 대한 테크 데모 동영상이었고,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스토리도 몇 시간 만에 써 냈다.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려 노력했지만, 당시에는 이것이 게임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을 못 했다.
이후 <비욘드: 투 소울즈>를 출시하고 나서 차기작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유튜브에서 <카라>에 대한 반응을 보게 됐다. 댓글을 보니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스토리 역시 인상깊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시작됐다.
Q. 요즘 많은 게임사가 구작을 리메이크하거나 리마스터하고 있다. 혹시 퀀틱 드림도 <오미크론>이나 <인디고 프로페시> 관련해 비슷한 계획이 있는가?
A. 데이비드 케이지: <오미크론>은 너무 오래 된 게임이기에 (리메이크 및 리마스터가)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별도의 계획은 없다. <인디고 프로페시> 역시 2005년 작품이기에 많은 시간이 지났다. 다만, <헤비 레인>이나 <비욘드: 투 소울>은 PC 버전으로 리마스터를 진행했고,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PC로 포팅하며 4K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등의 작업을 했었다.
Q.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코너'는 유저의 행동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캐릭터다. 기획 과정에서 코너에게 특별한 의미나 역할을 부여하려 한 것인지?
A. 데이비드 케이지: 저희의 목표는 메시지를 주기보다는질문을 던지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들이 특정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가치나 신념이 도전받고, 재고해볼 수 있는 기회 제공이 목표다.
저는 "만약 내가 이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가정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코너는 선택에 따라 안드로이드로 살아갈 수 있고, 감정을 각성해 사람이 될 수 있고, 마커스의 적이 되기도 하는 등 플레이어가 선택을 통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또 다른 하나는 소수자들의 권리에 대한 싸움이다. 이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2년 동안 소수자의 권리 투쟁에 대한 수많은 문서를 읽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이에 대한 생각과 질문거리를 게임을 통해 던지고 싶었다.
유저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크게 바뀌는 안드로이드 '코너'
Q. 인터렉티브 무비는 종종 "결국 남들이 만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 뿐 아닌가?"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마니아층과 함께 시장에 자리잡은 장르이며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인터렉티브 무비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장르를 발전시키려는 창작자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데이비드 케이지: 약간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 장르가 남들이 만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정한 내러티브 내에서 자신만의 결정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독특한 장르이기에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인터렉티브 무비에 이끌리는가에 대해 말하자면,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비디오 게임은 아드레날린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에 집중하지만, 스토리텔링 기반의 게임은 이와 다른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 그리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예를 들어 <헤비 레인>은 10년 전에 했던 사람이라도 마치 어제 게임을 플레이했던 것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런 점에 있어 독특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 같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이 장르가 사랑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이 장르를 매우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좋아하지 않더라도 모두 존중해야 한다.
Q.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한국 판매량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 혹시 예상했는가? 그리고 한국 시장에 대한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데이비드 케이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퀀틱 드림 역사상 가장 성공한 타이틀이다. 전 세계적으로 800만 장 이상이 팔렸고,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인기가 많았다. 한국 역시 같고, 당연히 기쁘게 생각하는 바다. 한국 시장은 오래 전부터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직접 한국 개발자나 게이머와 소통할 수 있어 감사하다.
Q. 최근, 몇몇 게임사에서 '인터렉티브 무비'와 '스트리밍'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다수의 시청자가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보며 서로 토론하고, 선택지를 다수결로 정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데이비드 케이지: 우리도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콘셉트다. <인디고 프로페시>에서 시도하고 싶었는데,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하지 못했다. 지금은 기술이 많이 발전했기에 가능해진 것 같다.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스토리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가 능동적으로 개입해 스토리를 바꿔 나가고 싶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아이디어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에 배우거나 개선해야 할 점이 많고, 선형적인 스토리텔링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매력적인 포맷 중 하나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인디고 프로페시>
Q. 비슷한 질문. 스트리밍 시장이 발전하면서 시청으로만 게임을 소비하는 대중들도 늘어났다. 이런 현상이 장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A. 데이비드 케이지: 흥미로운 질문이다. 예전에는 유튜브가 적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스토리를 캡처해 공유하면 사람들이 "이 게임은 엔딩을 봤으니 살 필요가 없다"라고 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통해 변화가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에서 엔딩을 볼 수는 있겠지만, 동영상을 보고 오히려 "이건 내 선택이 아니다"라며 게임을 구매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했을 소비자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적이 아니라 동맹이고, 유튜버들이 저희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지금까지 많은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을 만들어 왔는데, 대표 주자로써 장르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떤 부분에서 더욱 인터렉티브 무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접목할 수 있는 신기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데이비드 케이지: 앞으로 그래픽과 캐릭터 랜더링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거라 보고 있다. VR등의 기술을 통해 현실감을 살리거나, 더욱 많은 선택지와 복잡한 경우의 수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의 목표라면 사용자들에게 완전한 자율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 AI 활용이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자체적인 엔진과 툴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게임을 어떻게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까,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다. 머신 러닝 등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는 중이다.
Q. PS4 시절 <헤비 레인>으로 육축 센서와 같은 기술을 적극 활용한 바 있는데, 혹시 이번에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기술이 있는가?
A. 데이비드 케이지: 지난 12년 동안 PS와 협력해 오면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기기를 한계까지 활용할 수 있는가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콘솔의 모든 기능을 십분 활용하고자 했다.
컨트롤러 조작에도 집중했다. <비욘드: 투 소울즈>에서는 핸드폰을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도전을 했는데, 앞으로도 비슷한 시도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 단순히 컨트롤러 사용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핸드폰을 활용한 조작 체계를 시도했던 <비욘드: 투 소울즈> (출처: SIE)
Q. 넷이즈에 인수됐다. 어떤 것이 달라졌는지, 넷이즈가 어떤 방면에서 퀀틱 드림을 지원해 주는지 궁금하다.
A. 데이비드 케이지: 2019년 경부터 2년 정도 소규모 협력을 시작하게 됐는데, 넷이즈가 저희의 엄청난 팬이었다. 어떻게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물어봤고 많은 논의를 나눴었다.
지금까지는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게임을 퍼블리싱하거나, 타사의 게임을 퍼블리싱하거나, 새로운 스튜디오를 열거나, 다수의 게임을 병렬 개발하는 등을 하고 싶었는데 이런 우리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넷이즈가 많은 지원을 해 줬다. 여러 방면에서 생각했을 때 넷이즈와 협력하는 것은 저희에게 당연한 수순이었고, 결정도 쉬웠다.
그리고 저희가 내리는 결정이나 크리에이티브 비전에 대해서는 넷이즈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독립성은 중요하기에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A. 데이비드 케이지: 한국에 오게 되어 매우 기쁘다. 다시 한 번 한국 팬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지난 몇 년 동안 영화나 음악, 게임 등에서 한국이 영향력을 성장시켜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 팬 여러분이 이전부터 보여준 관심과 성원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앞으로 선보일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열정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