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고 (김홍철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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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2범 단고의 범죄 체험기

범죄는 나쁘다. 당연히 현실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하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게임 속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구든 한 번은 꿈꿔보는 일탈, 그렇다. 단고는 오늘 PK를 할 것이다. 오늘부터 범죄자의 길을 걸어 보련다. 목표, 감옥에서의 수감 생활! /디스이즈게임 단고


 

<아키에이지>의 특별한 콘텐츠 중 하나인 범죄와 감옥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은 절실하지만, 이를 위해 범죄자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평소 매너를 칼같이 지키는 것이 존재 이유였던 바른 사나이 단고에게, 비록 게임이라고 하나 다른 이를 죽이고 범죄자가 돼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결정이었다.

 

▲ 이토록 선한 얼굴을 하고 어떻게 PK를 하란 말인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범죄와 감옥에 대한 콘텐츠를 경험해보고 많은 분께 정보를 알려 드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생각한 단고는 마음을 다잡고 무기를 고쳐 들었다. 단고는 곧장 얼굴에 철판을 깔고 보호지역 밖으로 넘어가 감옥에 가기 위한 절차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PK, 즉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이다.

 

 

 

3차 CBT에서는 마리아노플 인근이 PvP 허용 지역으로 정해져 있다는 공지를 들은 단고는 그곳에서 거사(?)를 하기로 했다. PvP가 허용된 지역에서 ‘Ctrl+F’ 키를 누르면 자유 공격, 즉 PK가 가능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선택하는 모든 것을 강제로 공격할 수 있다. 그 뒤에는 뭐…. 말하지 않아도 느끼시길 바란다. 단고는 지금 악행을 저지르려 하고 있으니까.

 

▲ 그것(?)을 저지르고 나면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이 남게 된다.

 

피해자 본인이나, 지나가던 제삼자가 범죄 현장(?)에서 핏자국을 습득하여 사용하면 가해자의 범죄점수가 신고된다. 범죄점수가 쌓여 100점이 되면 자동으로 재판에 넘겨지고, 철창신세를 지게 되는 것이다.

 

풀숲에 숨어 있다가 행인을 덮치기를 수차례. 꽤 여러 번 악행(?)을 저질렀으나 범죄 점수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원체 인적이 뜸한 곳이다 보니 신고하는 사람도 드물었던 것이다.

 

▲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신고도 안 당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여도 핏자국을 주워 신고하는 사람이 없거나, 핏자국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 으슥한 곳이라면 완전 범죄(?)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 기회에 <어쌔신크리드>처럼 프로 암살자나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것도 잠시. 단고의 목적은 PK가 아니라 감옥 구경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신고를 당하기 위해 사람들 눈에 띄는 곳으로 가 PK를 하기로 했다.

 

▲ 급기야 마을 근처에서 다른 유저 여러분께 신고를 구걸하는 상황까지….

 

 

 

나쁜 짓을 얼마나 저질렀을까, 범죄점수가 100이 되는 순간 갑자기 로딩 화면으로 바뀌더니 단고는 마리아노플 재판소 앞에 있었다. 영상 분위기는 심각한데 단고의 기분은 최고였다. 드디어 감옥에 갈 수 있어!!!

 

 

 

재판을 받는 내내 단고는 한시라도 빨리 감옥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감옥에서 펼쳐질 분홍빛 탈옥 계획’을 머리에 그리느라, 재판관의 판결문이나 청중의 야유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유죄 판결을 받고 재판소를 나가면 드디어 감옥에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찰나, 어어엉!? 이게 뭐야!? 재판이 끝나자마자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와버린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의사양반! 내가…. 내가 감옥에 못 갔다니!

 

순간 머릿속에서 별생각이 다 스치고 지나갔다. 게임 스토리를 진행하는 내내 아버지가 그렇게 위대한 분이니 뭐니 하며 NPC들이 떠받들어 주던 기억이 났다. 설마 자식놈 감방 가는 것까지 막아주셨나??

 

▲ 오오미, 감옥도 안 갔는데 전과자가 되었다!

 

뭐…. 감옥에는 못 갔지만, 범죄 점수가 전과 기록으로 넘어가고 수감자 효과가 적용된 것으로 미뤄 클로즈 베타 테스트 기간에 종종 일어나곤 하는 버그 현상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원래는 범죄점수 100에 재판을 받아 감옥 신세를 한 번 지고, 모였던 범죄점수는 전과점수로 누적된다고 한다. 그리고 전과점수가 3,000이 되면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악당이 된다고 하니 시대의 대 악당을 꿈꾸는 자는 한 번 도전해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 그토록 가고 싶었던 감옥에 가지 못한 것은 여전히 가슴 아프다. 단고는 울분을 풀기 위해 뒷자리에 앉아 있던 심트롤 선장을 무자비하게 PK했다.

 

▲ 단고는 감옥에 못 간 것을 분풀이 삼아 뒷자리에 앉은 심트롤 기자를 PK했다.

 

PK가 악행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감옥에 가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설정한 이상 도중에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겨우 이 정도로 감옥을 포기하다니, 사나이 단고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심하자. 마리아노플 주변의 갈대밭에서는 오늘도 감옥에 가지 못해 안달난 전사 한 명이 배회하며 주변의 행인을 닥치는대로 습격하고 있다.

 

뭐, 사실 되려 당하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단고는 꼭 감옥에 가고 싶다.

 

그래서 단고는 오늘도 마리아노플 인근의 갈대밭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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