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좀비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연간 매출액 000억원대 N모사에서 게임 기획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주말에 30개월된 아들녀석과 올림픽공원에 갔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6~7명의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술래잡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곳은 약간의 조형물...이 있는 곳이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하고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한 아이가 술래... 좀비였고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도망을 다니더군요...
그러면서 술래... 좀비에게 소리칩니다.
"야! 니가 한 명 잡으면 걔도 좀비 되는거야 그러니까 얼른 잡아!"
안타깝게도 그 술래는 누가 봐도 평범한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두꺼운 볼록렌즈, 말없이 살짝 웃는 표정, 언덕을 가까스로 기어 오르는 아슬아슬한 몸짓...
소위 말하는 '뒤떨어지는 아이', '왕따'였던 것이죠...
아들과 놀아주는둥 마는둥... 내내 아이들이 노는 것을 신경쓰였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게임기획자'이니까요
뭔가... 책임이 느껴졌던겁니다...
단순히 PC방에서 아이들이 총질, 칼질을 하는 것을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저러면 안되는데... 수준이 아니라...
너무나도 깊게 파고들어 있구나...
바로잡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빵셔틀이 그렇고, 폭력적이고 상식밖의 졸업 뒤풀이가 그렇고, 초딩낚시가 그랬던것처럼 말이죠...
대체 우리 아이들이 왜 이렇게 폭력적이 된건가요?
게임은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요?
정말 저보다 더 공부 많이하고 좋은 대학 나온 똑똑하신 분들의 연구결과에서처럼 '폭력적인 게임은 아이들의 폭력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걸까요?
도덕성이 결여된 대한민국 부자들의 원죄는 그들이 평생 안고 가야할 숙제입니다.
삼성과 같은 구린내가 풍기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삼성에 대한 여러 가지 다른 시각이 있습니다만...)
마찬가지로 게임을 만드는 게임회사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내고 전파한 게임의 폭력성, 중독성에 원죄를 평생 안고 가야합니다.
하루 빨리 그런 게임성을 버려야 합니다...
그게... 이론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론과 반하는 게임회사에서 그러한 게임... 더 폭력적이고 더 중독성있는 컨텐츠를 만들라고 강요받습니다...
처자식이 있는지라 당장 SNG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 뛰어들기도 두렵습니다...
(SNG도... 중독성... 다단계성? 부분에선 그닥 깨끗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시리어스게임은 시장이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물론 국내기준입니다... 전 영어 전혀 못합니다...)
전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이라 저 스스로 자부합니다...
그러나 의식만 깨어 있을 뿐...
깨어 있는 의식으로 문제시된다 생각되는 것들을 해결할만한 능력도... 자질도 없습니다...
아마 이렇게 순응하며 한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아가겠지요...
이제 업계 3년차인데... 제 미래가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뛰어난... 내가 절대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눈에 띄고...
나와 같이 비슷한 사람이지만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높은 분들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냥 미래의 제 모습은 그런 높은 분들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하루 빨리 자본금모아 귀농하는 것이 낫겠다... 싶기도 하고요...
그냥 슬럼프인가... 싶기도 하고요...
정말 내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은데, 갈수록 이 일이 더럽고 지저분하게만 느껴집니다.
내 일터나 사회생활이나 그런 것 말고...
'대한민국에서 게임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말이에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멋진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내가 만든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그런 꿈 따위는 잊은지 오래입니다.
그런 꿈을 이루고자 시작한 일인데
너무 욕심인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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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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