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의 연재만화 게시판에는 많은 작가들이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개성있고 멋진 카툰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특별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디스이즈게임에서 연재작가와의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그 첫 번째 주자로 영웅전 초기부터 연재된 <앞발로 영웅전>의 작가 유리고양이를 만나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리페르
유리고양이 작가는?
유리고양이는 <영웅전>의 대표적인 연재만화가 중 한 명입니다. 2010년 2월 11일 <앞발로 영웅전>으로 연재작가에 데뷔했습니다. 이후 4컷 일상물은 물론, 창작 스토리 <유리고양이와 앞발로 영웅전>, <숲의 기사 이야기>도 동시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한민국 공군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이지만, 휴가 때마다 틈틈이 <영웅전> 관련 작품을 연재하며 게임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
A. 안녕하세요. 유리고양입니다. <마비노기>를 플레이하다, 2008년 전투 영상을 보고 <영웅전>에 대해 흥미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2009년 <영웅전> 클로즈베타 시절 자유게시판에서 왕성히 활동했고 영웅전 카페까지 운영했지만, 정작 상용화된 뒤 얼마 안 돼 입대를 맞이했습니다. (흑흑) |
▲ 어쌔신 크리드를 연상하게 하는 후드를 쓰고 오셨다. 인터뷰 장소는 오르텔성.
유리고양이 작가는 2010년 봄에 입대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영웅전에 대해 알게 된 건 2007년부터였죠. <영웅전>을 기다린 세월은 3년인데 정작 즐긴 세월은 프리미어 오픈까지 합쳐도 5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말 비운의 유저라고 할 만합니다.
Q. 연재작가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
A. <영웅전>이 상용화될 때 UCC 공모전이 열렸습니다. 보상이 컸는데도 연재만화 분야의 참여율이 저조하기에 한 번 도전했고, 그렇게 연재작가의 기회가 왔습니다. 막상 기회가 오니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과거 <마비노기> 시절, 연재만화가를 꿈꿨지만 결국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영웅전>에서 기회를 잡은 이상 쉽게 그만두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
유리고양이 작가는 입대 전까지 32편, 입대 후에는 42편의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만큼 <영웅전>을 좋아하고 아낀다는 얘기이기도 한데요. 유리고양이 작가의 <영웅전>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생각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영웅전>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
A. 역시 물리 엔진 때문이죠! 실감 나는 동작에 과장된 리액션 때문에 통쾌한 맛이 잘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가끔 부대에 있을 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식당 의자 정리할 때마다 곁에 피오나가 있으면 발길질 한번에 전부 정리할 수 있을 텐데, 라고요. 그리고 물론 게임 캐릭터도 마음에 듭니다. |
▲ 무너지고, 부서지고, 꺾이고! <영웅전> 유저라면 누구나 인상 깊었을 물리 엔진.
Q. 그렇다면, 게임 캐릭터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
A. 어떤 캐릭터든 다 좋아해요. 4캐릭터 7종의 무기 전부 다 어느 정도씩 다룰 줄 아니까요. 하지만, 그중에서 고른다면,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좋아하죠. 그래서 입대 전만 해도 키우기 어렵다는 캐릭터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했어요. 해머를 든 피오나, 듀얼스피어를 든 리시타, 스태프를 든 이비 이렇게 셋을요. |
Q. 입대 전보다 캐릭터들이 많이 달라져서 놀라셨을 텐데. |
A. 많이 놀랐습니다. 특히 이비를 보고 가장 많이 놀랐어요. 제가 하던 시절만 해도 이비는 암울했습니다. 토큰 줄 테니 은둔자를 대신 돌아달라는 사람들도 이비만 보면 강퇴를 했어요. 제아무리 이비가 은둔자 솔로 플레이를 잘하더라도요.
그런데, 지금은 이비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흔하지 않은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는 줄었어요. 물론 개편 이후 조작감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
▲ 이제는 단지 과거일 뿐인 이야기. 그때만 해도 처절한 현실이었다.
Q. 다른 캐릭터들도 많이 변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A. 피오나도 많이 변했어요. 해머의 특성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이제는 롱소드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굳이 해머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시타는 여전히 개성이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새로 등장한 카록 역시 개성이 뚜렷하고요. 그 점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느 캐릭터가 가장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피오나라고 답하겠습니다. |
확실히, 모든 캐릭터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과언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연재만화의 상당수는 유저 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앞발로 영웅전>에서는 캐릭터와 더불어 NPC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습니다.
Q. NPC 중에서는 누구를 가장 좋아하나요? |
A. 인간적이고 재미있는 칼브람 용병단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마렉을 가장 좋아해요. 아무래도 마렉은 소재거리가 많기도 하고요. |
Q. 그럼 유리고양이 작가가 생각하는 마렉의 이미지는 어떤 건가요? |
A. 스킬 마스터요. 아주 중요한 스킬은 마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잖아요? 아이비 스위퍼, 슬립 스루, 헤비 스탠더, 글라이딩 퓨리 등……. 각 캐릭터의 고유기술이란 걸 마렉이 죄다 가르치다 보니, 왠지 모든 캐릭터의 기술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연재만화로 그렸죠. |
▲ 그리하여 등장한 '스킬 마스터 마렉' 설.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회자하고 있다.
Q. 특별히 소재를 찾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
A.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물론 플레이를 하다가 마주친 일화를 그대로 쓸 때도 있지만요. 예를 들어서 창시타에게 회피기가 없을 적, 피닉스의 깃털 모션을 취소하는 방법은 리버레이트 뿐이었어요. 블러드 로드를 같이 도는 사람 중 창시타가 셋이나 있었는데, 매번 그러니까 본인들은 물론 파티원들도 웃더군요. 다른 캐릭터들은 아무런 패널티도 없는데 유독 창시타만 그러니까요. 그래서 그걸 보고 바로 옮겼어요.
소재를 얻는 방법은 여러가지지만, 어떤 방법이든 이거 하나만큼은 꼭 한번 해줍니다. 머릿속에 미리 그려보고 만화로 표현해도 재미있을지 없을지 상상해보는 것! 그건 생략해서는 안 될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재미없다 생각하는 걸 올리면 아무리 사람들이 재밌다고 말해도 저 스스로 공감을 못 해서 속이 괴롭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꼭 검토를 해줘야 해요. |
▲ 22화 창시타의 눈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피닉스의 깃털을 캔슬하는 방법은 생명력을 깎는 리버레이트가 유일했다.
Q. 그렇다면 연재할 때 뿌듯한 경우는…. |
A. 당연히 제가 그린 걸 본인이 봐도 재미있는 경우입니다. 거기다 반응까지 좋으면 더 좋죠! 대신 재미있는 편을 그려내고 그 다음 편이 재미없을 때는 평소보다 속이 더 괴로워지지만요.
한편으로는 군대 와서도 영웅전 연재를 했던 걸 기분 좋게 생각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공군 훈련대에서 실내교육을 하던 때였어요. 내용이 좀 지루하기에 노트에다 캐릭터들을 끄적끄적 그렸는데, 옆자리 훈련병이 영웅전 캐릭터라는 걸 알아봐 주더군요. 아무래도 그림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
Q. 그럼 연재하실 때에 힘드셨던 점은 없으셨나요? |
A. 으음……. |
청산유수같이 흐르던 인터뷰의 흐름이 일순간 멈췄습니다. 사실 질문은 가벼운 의도로 던졌었지요. 그러나 질문의 답변은 질문을 던질 때의 의도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무거웠기에 한 번 더 세밀하게 물어봤습니다.
첫째는 지원 부족입니다. 활동보수는 좋아요. 하지만 홍보가 생각보다 부족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달의 베스트 동영상/팬아트/스크린샷'은 링크를 모아 공지를 해줍니다. 그러나 똑같은 UCC인데 '이달의 베스트 만화'는 따로 공지를 안 해줘요. 그냥 연재란의 배너에만 표시를 해주죠. '직접 연재란에 찾아가지 않는 이상' 유저들이 어떤 연재만화가 볼만한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도 8인 레이드에서 연재작가가 타도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재작가 중에서 게임을 할 때는 하나의 유저로서 소탈하게 즐기고 싶어하고 사람들이 알아보는 걸 부담스럽게 여기는 분도 있지만, 그래도 알아봐 주면 기분 좋은 게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한술 더 떠서 연재만화 코너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도 있었습니다.
둘째, 신규작가 유입이 부족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웅전>이 신규작가를 영입하려는 노력을 덜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끔 팬아트란에 '이런 만화가 아직 연재란에 못 올랐어?' 싶을 만큼 재미있게 그리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연재만화 코너로 올라오지 못하더군요. 이런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그래서 <영웅전>이 신규작가를 예전보다 덜 뽑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데브캣은 국내 게임 개발팀 중에서도 UCC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일찍 활용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게임들이 유저의 참여공간으로 자유게시판/스크린샷 게시판만을 운영하는 동안, <마비노기>는 자유게시판/스크린샷 게시판/팬아트 게시판/ 연재만화란/ 연재소설란을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매월 우수 UCC를 뽑아 일정 보상을 해줬습니다.
<영웅전>도 정책을 이어받아, 유저들의 UCC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마비노기>보다 <영웅전>의 UCC 창작 지원금이 더 크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영웅전>은 연재작가에게 월 5만 원의 넥슨 캐시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는 약 2만 원 상당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마비노기>보다 더 큰 보상입니다.
그러나 연재작가인 유리고양이님은 '보상보다 중요한 건 많은 사람이 재미 있는 연재 만화를 접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연재만화 확산을 위한 조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지적이 나온 원인은 무엇일까? 그 답변을 들어보겠습니다.
Q. 연재만화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A. 연재만화가 게임에 큰 기여를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연재만화를 보고 게임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군대에서 제 만화 때문에 영웅전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NPC가 누구인지, 이게 어떤 상황인지, 웃어야 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거든요. 그래서 만화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았어요. 재미를 못 느끼니 연재만화의 원작인 게임에도 흥미를 안 가지더군요.
그리고, 연재만화가 새로 생길지언정 <영웅전>을 하는 유저들조차도 그 만화를 보고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연재만화가들이 너도나도 비슷한 소재를 쏟아내면, 유저들은 계속 비슷한 내용의 연재만화만 보게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유저들은 연재만화에 싫증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즉, 연재만화가 신규유저 확보에 기여를 못하고, 심지어 기존유저의 즐거움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연재만화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 패러디하기 쉬운 예들. 적절하면 웃음포인트가 된다.
그러나 부적절하거나 너무 흔히 쓰인다면 거저먹기가 된다.
Q. 그러면 연재만화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A. 예.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영웅전>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만화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루리웹과 팬아트란에서 연재 중인 <그 카록과 그 서큐의 사정>처럼요. 어쨌든 만화가 먼저 변해야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줄 것이다, 이 생각만은 확실합니다. |
Q. 그러면 유리고양이 작가도 그런 변화를 시도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
A. 예. <영웅전>을 안 하는 사람에게도 와 닿을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장편은 조금 부담스럽고, 단편으로 낼 계획이에요. |
Q. 그림체에도 변화를 주실 계획인가요? |
A. 부대에서는 타블렛으로 그릴 수 없으니 펜선으로 표현을 했어요. 저는 여전히 굵직한 브러시로 그리는 걸 선호합니다. 채색은 일단 염두에 두지 않을 계획입니다. |
맺으며…….
2시간의 긴 인터뷰 동안 유리고양이 작가는 성의를 다해 모든 질문에 답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영웅전에 대한 애정과 함께, 연재작가로서의 고민과 앞으로의 포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영웅전을 안 하는 사람에게도 와 닿는 만화, 영웅전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만화'를 그리겠다는 포부가 이뤄지길 바라며, 유리고양이 작가가 영웅전에 하고 싶은 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맺으려 합니다.
Q. 끝으로 <영웅전>에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
A.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영웅전>은 분명 새로운 체험을 제공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멋진 게임이라 생각해요. 이런 게임에 대해 많은 분이 저처럼 애착을 두고 바라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영웅전> 연재만화도 변화를 맞이하여 '재미있는 만화'로써의 매력을 더 많은 분께 퍼뜨렸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