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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례조차 없는 AI 게임, 이들은 어떻게 만들었나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 김민정 CEO, 신승용 CT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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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4-07-01 11:52:11
제목을 들으면 머리가 아찔해지는 신작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이하 ‘즈큥도큥’), 그리고 LLM(대형언어모델) 기반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 ‘스모킹 건’). 모두 크래프톤 산하 AI 게임 전문 개발사 ‘렐루 게임즈’가 지난 두 달 간 내놓은 타이틀이다.

<즈큥도큥>은 음성인식으로 ‘마법 주문’ 대결을 벌이는 내용의 멀티/싱글 게임이다. 유저의 발화에서 감정 및 발음 정확도를 인식, 인게임 마법 주문의 위력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에 ‘중년 마법소녀’라는 B급 넌센스 테마, 그리고 한없이 오글거리는 마법 주문 등 흥미 요소가 더해져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스모킹 건>은 한껏 진지한 SF 테마 추리극이다. LLM 기반 대화 능력을 탑재한 NPC 로봇들을 직접 채팅으로 취조해 살인사건의 전말을 알아내는 내용이다. 유저와 심도 높고 일관적인 대화를 나누는 NPC들의 모습에서 제작진의 LLM 파인튜닝 역량이 빛난다. 간혹 나타나는 할루시네이션(LLM의 헛소리, 거짓말) 현상도 ‘수사’라는 테마에 잘 녹아들어 거슬리지 않는다.

화제성 높은 키워드를 앞세워 ‘급조’되는 게임들이 판을 치는 게임계지만, 두 작품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는 정 반대다. AI를 이용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 재미를 발굴해낸 렐루를 향한 격려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참고할 사례조차 없는 분야에서 렐루게임즈는 어떻게 설립 1년여 만에 이렇듯 진정성 있는 AI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새로운 전기를 마련 중인 렐루 게임즈의 김민정 CEO, 신승용 CTO를 만나 기업의 철학과 저력, 비전을 알아봤다.

렐루게임즈 김민정 CEO(오른쪽), 신승용 CTO


# AI 게임 전문 스튜디오 렐루

Q. 각자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A. 김민정 CEO: 올해로 게임업계 25년차다. NC, NHN, 라인 등을 거쳐서 크래프톤이 아직 블루홀이던 2018년 회사에 합류했다.

2020년 장병규 의장이 장차 게임 업계에서 AI가 가능성 있을 것이라며 내부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었다. 해당 프로젝트를 겸임하면서 팀원 영입, 팀 관리 등을 일을 맡았다. 그 사이에 크래프톤은 빠른 성장을 해 규모가 커졌고 그로인해 분야별 빠른 움직임이 어려워졌다. 지난해 초 우리 팀은 밖에서 빠른 호흡으로 일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와서 분사했다. 이후 딱 1년이 지난 상태다.

A. 신승용 CTO: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하고 또 많이 했는지라 게임이 만들고 싶어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했다. 처음엔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시작했다. 2000년 친구들이 창업한 회사에 들어가 일하다가 지난 2007년에 블루홀에 입사해 <테라> 개발팀에 게임제작자로서 일했다. 이후로도 직군과 상관없이 여러 일을 시도했고, 그 와중 크래프톤 내 스페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딥러닝 프로젝트 팀을 알게돼 합류했다. 거기서 김 CEO를 처음 만나 지금의 렐루까지 오게 되었다.


Q. 이번 작품들로 AI게임의 출시 경험이 생겼다. 기존 게임 개발 프로세스와 비교해서  개발 과정상의 차이점이 있다면?

A. 신승용 CTO: 결국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같다. 다만 저희 팀에서는 그 재미에 딥러닝을 넣는 것이 목표다. 이를 검증하는 게 기존 게임 개발과의 차이였다. 새 게임의 재미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논문 수준 이상의 딥러닝 기술 연구가 선행되기도 하는 구조였다.

모든 프로젝트가 다 그런 과정을 거친 건 아니지만 여전히 프로젝트의 재미를 검증하기 위한 프로토타이핑 기획부터가 어려웠다. 또한 검증 과정에서 딥러닝 모델의 연구와 개발이 병렬로 진행되어야 하는 점이 난도 높았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A. 김민정 CEO: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그것을 딥러닝으로 구현 가능한지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하는 점이 달랐다. 구현은 가능하더라도 그 다음엔 재미 있는지 여부가 재차 허들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두 가지 허들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

게임을 실제로 출시할 때도 새롭다. 이를테면 <즈큥도큥>은 마이크 입력을 통해 플레이하는 비슷한 게임이 없어서 참고할 자료도 없다. 장르적으로나 플랫폼 측면에서나 출시 전략을 짤 때도 새로운 길을 뚫어야 하는 막막함이 있었다.



Q. AI 게임을 만들게 된 근본적 배경은 무엇인지, 만들면서 발생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는지 궁금하다.

A. 김민정 CEO: AI 게임을 만들게 된 근본적 배경은 비전과 믿음이다. 신기술이 나타났을 때 게임은 항상 제일 빠르게 여기에 적응해 새 장르를 탄생시켰고, 이를 직접 목도하고 경험해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게임 시장은 치열하고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고, 그래서 새롭게 시장을 선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A. 신승용 CTO: 개발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아까 말했듯 전문 성우가 아닌 직원분이 <즈큥도큥>의 인게임 보이스를 녹음했다. 그런데 녹음 장소가 어디 숨겨진 공간이 아닌 회사 회의실이었다. 그 녹음 소리가 바깥의 화장실까지 들리더라. 우리 사무실은 상가 건물의 2층에 있다. 녹음한 분이 소심한 분인데 나중에 사실을 알고 당황하셨다.


Q. AI 게임을 개발해보니 ‘할 만하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A. 김민정 CEO: 사업성 측면의 질문이라고 이해했다. 사실 쉽지 않다. 새롭고 신선해서 화제가 되고 주목 받는 것과, 이게 사업적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다만 게임 업계에서는 그렇게 새롭고 신선한 것을 계속 팠을 때 성과가 나온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됐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비용이 들더라도 계속 이 길로 가고 싶다.



# 두 게임의 개발비화와 매력

Q. 두 게임이 스팀에 런칭하면서 나름 주목받고 있다. <즈큥도큥>의 경우 데모 단계에서 실제 게임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이 짧았던 것으로 안다. 두 게임의 개발 노하우와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A. 김민정 CEO: 일단 <즈큥도큥>의 경우 현재도 얼리엑세스 단계다. (아직 개발 중이던 당시) 게임을 처음 봤을 때, 시장에 나가면 혼자서 날개를 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데모나 무료로 풀기에는 아까웠고, 그래서 개발팀을 많이 푸쉬했는데 PvP 등 시스템까지 얹어 예상보다 더 빨리 완성해줘서 행복하다. 현재는 얼리엑세스 단계니, 정식 출시까지 차근차근 업데이트 하는 게 목표다.

음성인식 개념에서 출발한 게임인데, 우리 내부에서 사실 이런 콘셉트가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워케스트라>라는 음성인식 프로젝트가 있었고 거기에서 사용된 노하우가 여기까지 발전해온 것이다. 음성인식 방면에서 뭘 하면 더 재미있을까 고민 해보고, 한두 번 정도는 더 도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즈큥도큥>을 만들었다.

<스모킹 건>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플레이하시는 분들의 지표 및 리뷰는 긍정적인 상황이다. 다만 첫걸음이기 때문에 계속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LLM 기반 게임인데, 앞으로는 자체 LLM을 연구해보는 방향으로 나아가볼까 한다.

A. 신승용 CTO: <즈큥도큥>이 빨리 만들어질 수 있었던 노하우가 무엇인지 질문하셨는데 우리한테 딱히 노하우는 없었던 것 같다. ‘어떤 게임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의 세 가지 관점에서 보면 셋 다 없는 상태로 시작했다. 아무도 해당 분야에 익숙지 않았기에 제작자들의 결정과 판단을 믿고 지지하는 방향을 잡았을 뿐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빠르게 만들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일 수는 있겠다.

PD도 해당 직무가 처음이었고, 아트 담당자도 원래 아트 일을 하던 분이 아니다. 음성 녹음도 성우가 아닌 직원들이 했다. 그런 식으로 모두에게 다 처음이었다. 이런쪽 게임 경험이 있는 서버 프로그래머도 없었다. 그저 한 분 한 분이 최선의 판단으로 빠르게 만드는 방향으로 결정했고, 저희는 그걸 뒤에서 믿고 지켜본 역할을 했을 뿐이다.


Q. <즈큥도큥>의 경우 한국 외 가장 많은 유저가 몰린 국가가 어디인가?

A. 김민정 CEO: <즈큥도큥>은 일본에서 반응이 꽤 나온다. 담당 PD분도 일본 문화를 좋아하며, 실제로 그 문화적 토양에서 나온 게임이 맞다.


Q. <즈큥도큥>은 현재 얼리엑세스 상태인데, 추후 게임 볼륨이 더 커질까? 어떤 식으로 게임 콘텐츠가 확장될 수 있을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게임플레이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목이 많이 아팠고, 플레이하다가 시끄럽게 소리질러 민원이 들어왔다던 사람도 있더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A. 김민정 CEO: 스트리머 분들이 게임을 하면서 목 쉬는 걸 많이 봤다. 우리 내부에서도 주문 외우기 때문에 게임 테스트가 어려웠던 지점이 있기도 했고. 현재 외워야 하는 마법 주문의 숫자가 18~30개 정도이고, 각각을 재시도하면 외우는 수가 늘어나니 힘든 게 사실이다.

주문의 밀도를 조금 더 낮추고 그 대신 다양한 주문 외우기 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콘텐츠 확장에서는 게임의 기본 주제가 재미있으니 이걸 잘 살려서 앞으로 상상 못한 에피소드를 선보이고자 한다. 또한 PvP의 경우 단순히 주문을 주고 받는 방식이라 아쉬운 상황인데 이를 강화할 방안을 찾고자 한다.


Q. <즈큥도큥>은 스트리머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고 유입되는 유저가 많은데, 그 와중에는 일러스트가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들이 있다. 거부감을 낮출 방안을 고민해본 적 있나?

A. 김민정 CEO: 낮추는 방법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일러스트는 AI 기술의 효율성을 생각해 넣은 것이고, 이 부문에 호불호가 있다는 걸 안다. 다만 아트 외의 기타 설정, 대사, 주문 외우는 방식 등에서 B급 감성을 건드리고 있는데, 현재 아트 스타일이 여기에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추구 방향이다.


Q. LLM으로 추리 게임을 개발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 같다. 기존 추리 게임과 다르게 대화하면서 상대의 말꼬리를 잡을 수 있는 등, 실제 수사를 하는 입장이 된 기분이었다는 리뷰가 있더라. 이런 지점은 처음부터 예상하고 기획한 것인지 궁금하다.

A. 신승용 CTO: <스모킹 건>의 PD께서 이전에 다른 시도를 하셨는데, 그게 LLM 기반의 추리와 비슷한 형태의 간단한 게임이었다. 그 경험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NPC가 거짓과 진실을 모두 말할 수 있고, 모른다고 발뺌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있는 게임 형태는 처음부터 예상해서 만든 것이 맞다. 이런 LLM의 기능에 잘 맞는 포멧이 추리나 수사라고 생각했고 잘 적중했다고 본다. 실제 플레이어 분들도 그런 지점을 즐기고 있다. 혹은 정 반대로 NPC와 끝말잇기를 하거나, 수사와 관계 없는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며 플레이하기도 한다.

한편 LLM에는 할루시네이션(LLM이 질문에 대해 허위의 엉뚱한 텍스트를 지어내는 현상) 문제가 있다. 그러나 <스모킹 건>의 취조 대상들은 언어능력이 완벽하지 못한 로봇이기 때문에 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해도 게임적으로 용납된다. 게임의 수사물/추리물 컨셉트가 잘 작동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렐루와 기술

Q. 자체 LLM을 언급했는데, 개발 진척 상황은?

A. 김민정 CEO: 다른 대기업 수준의 LLM을 만드는 것은 아니며, 현재는 개발 중이 아닌 검토와 연구 단계다.

Q. GPT-4o는 기존 모델 대비 혁신적이고, 솔루션의 성능을 많이 높이는 측면이 있다. <스모킹 건>에도 GPT-4o를 빠르게 차용하셨는데, 진짜로 혁신적이라고 느끼신 부분이 있었는지? 자체 딥러닝 모델 연구도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GPT-4o를 게임에 적용하면서 느낀 아쉽거나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으셨다면?

A. 신승용 CTO: GPT-4o 도입을 결정해서 적용까지 걸린 시간이 이틀 정도로 매우 빨랐다. 그 전에 쓰던 모델은 GPT-3.5 터보다. 바꿨을 때 느낀 혁신성이라면 높은 가성비 정도다. GPT-4o가 직전 모델인 GPT-4와 비교하면 성능이 약간 더 부족하지만, 반응 속도 측면에서는 이득이었다. 그래서 빠른 판단으로 적용했다.

아쉬운 점은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인게임에서 채팅을 할 때마다 사용료가 발생하는 점을 굳이 꼽을 수 있겠다. 이 지점을 생각해서 회사만의 자체 LLM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게 단기간에 가능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Q. 할루시네이션 문제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잡고 있을 것 같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이미 사내에 계셨던 건지, 아니면 개발을 하다 보니 전문가가 되신 건지 궁금하다.

A. 신승용 CTO: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 자체가 세상에 나온지 얼마 안 됐다. 그리고 용어가 탄생하기도 전에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먼저 나타날 수야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스모킹 건>에서 해당 작업을 하신 우리 구성원 분들이 전문가라면 전문가다. 실제로 전문가적 노하우를 습득하셨다고 생각한다. LLM을 주물러서 원하는 결과를 내는 실력이 뛰어나다.


Q. <즈큥도큥>과 <스모킹 건>은 서로 많이 다른 게임이다. 두 게임에서 얻은 노하우를 어떻게 연계하고, 이를 어떻게 차기작으로 연결지을 것인지 궁금하다.

A. 신승용 CTO: 저희 회사는 하향식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각자 생각해서 팀을 꾸리는 문화다. 그래서 <스모킹 건>이나 <즈큥도큥>처럼 서로 전혀 다른 게임들이 동시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시도들이 회사 안에 많이 존재하고, 또 검증 과정에서 얼마든지 드롭될 수 있다.



Q. 내부 검증 허들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AI 게임인 만큼, 기존 게임들과는 검증의 기준이나 방식도 달라야 할 같은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A. 김민정 CEO: 저희 둘에게 어떤 마스터플랜이 있는 건 아니다. AI라는 신기술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는 문제인데 그게 우리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없기 때문이다. 사내의 누구든 언제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기업은 작년에 막 생긴 신생 기업은 아니고, 구성원 40명 중 30명 정도가 크래프톤 내 스페셜 프로젝트를 통해 AI와 게임의 결합을 고민하던 구성원들이다. 딥러닝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게임적 아이디어를 내기에도 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상태다. 이게 저희 개발 프로세스의 한 레이어다.

새 아이디어가 나오면 PD분들이 구성원들에게 피칭을 해서 공감대 얻은 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다시 공감대를 얻으면 다음 허들로 넘어가는 식이다. 사실 계속 하는 일이 바뀐다는 점에서 개발자들에게 쉽지는 않은 방식이다. 기업 문화적으로는 마감 같은 게 없다. 그보다는 구성원 공감대가 내부에서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험 단계의 게임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부의 판단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직접 유저의 피드백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아직 개발 단계가 이른 게임을 시중에 내는 것 또한 우리의 검증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Q. AI 기술들이 지금보다 더 발달하고 보편화되면 이를 이용한 게임 제작에 진입하는 기업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렐루가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공고히 하거나 더 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A. 신승용 CTO: 사실 별 게 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두 캐치하면서 사는 사람이나 회사는 없지 않나. 우리도 계속 맨땅에 박치기를 하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얘기하자면 최신기술, 논문, 각 기업의 모델 성능 등 여러 화두가 나오는데, 여기에 계속 관심을 갖고, 테스트하고, 적용해보고 있다. 동시에 별도 모델이나 기술을 갖기 위한 자체적 연구도 상시적으로 진행한다. 물론 이 또한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른 건 아니지만, 모두가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른 것 같다.


Q. 향후  AI 기술의 게임 접목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나? 예컨대 MMORPG에 대화 가능한 AI를 삽입하는 등의 방식도 업계에서 연구되고 있다.

A. 신승용 CTO: MMORPG의 AI NPC도 좋은 방향성이지만 우리의 꿈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스모킹 건>도 마찬가지만 그런 콘텐츠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결국 ‘심심이’랑 다를 바 없다고 말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보다는 이걸 어떻게 게임화해서 재미를 창출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렐루의 장기적 AI활용 전망을 이야기한다면, 게임에서의 기준은 재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딥러닝이 언젠가는 재미도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들으면 무슨 소린가 싶을 수 있지만, 재미를 ‘흥미’로 바꿔보면 의외로 그런 모델은 이미 있다.

한국인이 만든 미국의 유니콘 기업 ‘몰로코’가 그 예시다. 사람의 인적 사항을 바탕으로 그 사람이 흥미를 가질 광고를 선정해 보여주는 회사다. 만약 이 모델에서 ‘흥미’라는 단어를 ‘재미’로만 바꿔 보면, 거기서 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 전망이라고 한다면 그런 쪽을 생각하고 있다.

몰로코는 사용자의 '흥미'를 분석하는 AI 광고 솔루션을 가진 회사다.

Q. 다른 장르나 기획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가 있는지?

A. 김민정 CEO: 기획자분들과 PD 분들이 모두 딥러닝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 덕에 게임들이 나올 수 있었다. 내부에서 세미나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 덕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30개 정도로 많다. 물론 그 모든 게 다 의미있는 프로젝트가 되기는 힘들다. 전부 시도하기엔 인력도 없고.


Q. 기술 단위로 관심 갖고 계신 분야가 있다면?

A. 신승용 CTO: (구체적 계획이 있기 보다는) 고민하고 있는 수준의 분야들이 있다. 우선 강화학습 쪽에는 계속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 다만 똑똑한 게이밍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만으로 재밌지는 않을테니, 그 이상의 무언가를 위해 도전과 중단을 반복하며 계속 파보는 중이다.

LLM 측면에서도 <스모킹 건> 이외의 크리에이티브를 고민 중이다. 뉴럴 렌더링(2D 이미지를 3D로 변환하는 기술) 쪽도 관심이 있으나 저희 회사에서 지금 시도하기엔 기술의 스케일이 커서 고민하고 있다. 만약 이 분야의 선도 기업이 만든 기술 중 핏이 맞는 것이 있다면 빨리 가져와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 규모가 작더라도 우리 회사만의 자체 모델을 만들어 게임 시스템의 일부나 콘텐츠의 일부를 만드는 형태를 생각 중이다.


Q. 생성형 AI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보니 이 분야가 어느 시점에 사회적 배척을 받지는 않을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렐루의 생각은? 

A. 김민정 CEO: AI의 확산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다. 게임 업계로 보면 일자리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다. 다만 이것은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담론 아닌가 생각한다. AI 기술 혁신을 설명할 때 기술의 대중화, 혹은 민주화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 실제로 숙련 프로그래머들만 할 수 있던 것들을 AI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할 수 있게 되는 중이다.

따라서 기술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지나 그 다음의 밸류를 찾는게 현업자들이 바라봐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렐루는 그 다음 단계를 먼저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걸 두려워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AI로 게임을 만든다면 그런 방향이 좋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더 많은 사람에게 창작 기회가 주어진다고 볼 수도 있는 문제다.


Q. 렐루게임즈의 비전과 목표를 말씀해주시길 바란다.

A. 김민정 CEO: 게임을 많이들 해보시고 좋아해주신 것에 감사하다. 지난 1년 동안 굉장히 좋은 팀을 만들었고, 창업 초기 약속했던 일들을 많이 이루었다. 그게 뿌듯한 지점 같다. 앞으로도 계속 같은 방향으로 믿음을 잃지 않고 나아가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A. 신승용 CTO: 렐루의 시작은 크래프톤 내부의 프로젝트 팀이었고, 그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았다. 저희와 같이 계신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아직 결실이라기엔 이르지만 일종의 보상이 조금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구성원분들께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싶다. 렐루의 비전인 딥러닝과 게임의 융합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서 새 게임으로 여러분을 만나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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