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지스타 2009는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처음 열린 행사였기에 우려와 관심도 많았는데요,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칭찬할 부분도 많았지요.
하지만 지스타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은 게임쇼입니다. 올해 드러난 아쉬움도 내년에는 더욱 노력해서 고쳐야 합니다. 4일 동안 현장을 뛰어다닌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이 솔직담백하게 지스타를 평가해 보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취재팀 정우철(음마교주), 박상범(이터비아), 현남일(깨쓰통), 안정빈(한낮) 기자
[지난 토크 보기] 부산개최 성공, 지스타의 미래는? [원문보기]
■ 올해는 달랐던 부스모델의 복장과 위상
음마교주: 그러고 보면 부스모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 올해는 이 부분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다들 어땠어?
깨스통: 정말 ‘우리 부스모델들이 달라졌어요’를 찍어도 될법해요. 특히 엠게임 부스모델은 포토모델이 아닌 플레이 도우미라는 이름이 딱 맞았다니까요. 실제 사진을 찍으러 가도 찍을 수 있게 포즈를 취해 주는 모델이 거의 없었어요.
이터비아: 그래도 사진촬영을 위한 부스모델이 아주 없지는 않던데요? 조금 섹시한 댄스타임도 있었고. 물론 복장은 규정대로 지킨 분위기였지만 1일차와 2, 3일차에 미묘한 변화가 있더군요. 첫째 날에는 상의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면 다음 날에는 모두 채우고 있다던가 말이죠.
왼쪽이 3~4일차, 오른쪽이 1~2일차 복장입니다. 같은 복장 다른 모습.
음마교주: 그걸 알아채다니 놀라운 걸. 복장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너무 노골적이지 않으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 정도의 수위를 유지하더라고. 전체적인 부스모델의 수도 줄어서인지는 몰라도 사진기를 든 무리들은 예년에 비해서 상당히 줄어든 모습이야.
이터비아: 게다가 포토모델이 나온 부스도 체험존과 떨어진 곳에 있어서 서로 방해하지 않고 진행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더군요. 부스모델 역할도 각각 나눠져 있는 모습이고요. 체험을 도와 주는 도우미와 포토모델 등으로 확실히 구별되더라고요.
■ 과도한 홍보욕심, 소음전쟁은 여전히 숙제
음마교주: 성공했다는 지스타 2009라고 해도 완벽한 건 아니었어. 네오위즈게임즈 부스는 높이를 높였지만 밖에서 다 볼 수 있었던, 성인용 게임을 전시한 곳이었고.
이터비아: 뭐랄까… 아슬아슬하게 규정을 준수하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자 한 모양이지만, 원칙대로 하면 규정을 어긴 셈이죠.
깨스통: 대형 디스플레이를 외부에서 보일 수 있게 한 것을 보면 원천봉쇄가 아니라 가능한 널리 보이자는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음마교주: 나도 관계자에게 문의해 봤지만 그런 지적을 받고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이미 부스 설치가 끝나서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
미성년 입장을 차단하고 체험도 제한했지만 보는 것은 가능했던 <에이지 오브 코난>.
한낮: 부스를 그렇게 디자인한 것 자체가 명백한 의도가 있었으니 나중에 대비할 방법이 없었겠죠. 아무래도 단일 게임으로 나왔으니 참가업체로서는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었겠죠.
이터비아: 부스 구조가 그렇다면 그걸 허락해 준 조직위도 문제가 있었다는 거지. 아마 내년에는 관련 규정이 더욱 강화되고 세분화 될 듯해. 아예 올해 전원을 차단해버리는 등 조치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대부분 권고로 끝나더군.
음마교주: 각 부스에서 진행하던 이벤트는 관람객 이동에 방해가 되었나?
깨스통: 방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은 어느 정도 남겨놓던데요? 블리자드하고 한게임 부스 사이만 빼면요. 아~ 계속 그런 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2> 개발자 시범경기를 했을 때만 그랬어요. 그리고 위메이드 부스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등장했을 때 카오스로 빠져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네요.
한낮: 소음문제는 좀 심각했죠. 블리자드하고 한게임 이벤트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쟁하다시피 볼륨이 올라가 귀가 아플 지경이었죠.
깨스통: 게임음악회도 인근 부스 때문에 완전히 소리가 묻혔어요. <블레이드앤소울> 팬미팅 때도 김형태 아트디렉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부스 사이의 소음은 문제가 되던데요.
음마교주: 정리하자면 이벤트 자체는 괜찮았지만 소음이 너무 심했다 이거지? 조직위에서는 이벤트 시간을 조율해서 겹치는 시간이 없도록 조절했다는군.
그런데 이벤트가 원하는 대로 끝나지 안 잖아. 특히 <스타크래프트 2> 시범경기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결국 3일째 되던 날 한게임과 블리자드는 서로 양해를 구하고 적절한 선에서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어.
이터비아: 지스타 규정집을 보면 공중에 설치된 스피커는 부스 안쪽으로 향해야 하는데 대부분 집객을 위해서 부스 밖으로 방향이 돌아가 있었어요. 그래서 소음 문제를 피할 수 없었죠. 조직위에서 계속 경고해도 안 지켜졌다고 하더군요.
■ 지스타 2009가 남긴 옥의 티
이터비아: 한 마디로 말할 수 있죠. ‘인원통제.’
깨스통: 입장권을 구입하고 등록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죠. 제가 아는 사람은 등록에만 3시간이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한낮: 매표소가 문제가 있었어요. 각 게임 부스별 이벤트 매표소(초청장)는 첫날 이후에는 거의 비어 있는데. 나머지 매표소와 등록창구는 4개 밖에 없었어요. 길게 줄을 설 수밖에 없었죠.
이테비아: 3일째 사람이 몰리면서 발생한 문제였어. 다행히 다음 날에는 매표소와 등록창구 수도 늘리고 위치도 바꿔서 원활하게 입장이 가능해졌지.
3일차 동선이 무너졌을 때 큰 혼잡이 발생했지만,
4일차에는 등록창구 위치를 변경해 원활한 입장이 가능했다.
음마교주: 그러고 보니 마지막 날까지 벡스코 앞에서 아이템베이 홍보를 하는 게 눈에 거슬렸어. 현금거래를 부정하는 업체들의 축제 앞마당에서 아이템거래를 조장하는 행위는 보기에 안 좋더라. 그것도 사람이 몰리는 입구 앞에서 말이지.
이터비아: 이외에도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코스프레 중단, 벡스코의 시설 문제로 위메이드의 신작발표 기자간담회를 행사 망친 것, 높은 분들의 지각, 일부 업체들의 과도한 홍보의식은 조금 문제였죠.
음마교주: 특히 위메이드는 신작발표회에서 프로젝터에 이상이 생기고 마이크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등 문제가 많았지. 관계자들은 완전 울상이더라고. B2B관에 마련해 놓은 행사장의 천장이 없는 것도 문제였어. 외부 소음이 고스란히 들어와서 집중이 안 되더군.
위메이드는 올해 지스타에서 신작 RPG를 3개나 공개했을 정도로 힘을 실어 준 참가업체였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행사에서 문제가 생겼으니… 오죽했겠어. 그나마 조직위와 벡스코가 빠르게 대응해서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엠게임 행사는 무리 없이 진행됐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야. 내년 지스타도 벡스코에서 한다면 정말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아.
B2B관에 마련된 발표회 장소.
천장이 뚫려 있어서 소음이 그대로 들어오고 설비도 허술해서 문제가 있었다.
깨스통: 결국 불쌍한 건 먼저 당한 업체라는 거네요. 복불복도 아니고. 생각해 보니 <GTA>가 18세 이용가 게임인데 아이들이 하고 있는 모습도 봤어요.
한낮: 옥에 티일지는 모르겠지만 국제게임쇼 치고는 블리자드와 아크시스템 달랑 두 곳만 해외업체라는 것도 좀 민망해 보이던데요?
음마교주: 자, 그럼 이야기를 마무리해 볼까. 전체적으로 보면 지스타 2009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성과를 거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는 것도 적지 않았어.
그래도 지금까지 지스타를 개최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내용들이 많이 고쳐졌고 ‘게임쇼’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사로 자리잡은 건 틀림없어 보이더라.
마지막 날 비오는 풍경의 벡스코. 지스타 2010도 이곳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터비아: 올해 성공으로 참가업체도 늘어나고 해외 게임쇼처럼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해외 업체들도 하나씩 참여하겠죠. 이번 기회로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해요.
깨스통+한낮: 그런데 내년에도 우리 부산 가는 건가요?
다크지니: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그럼 내년 지스타 때도 열심히 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