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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롱 (김승현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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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의 나라, 러시아 진출의 3대 키워드

NDC 2013 강연: 러시아 MMO 게임시장 알아보기

러시아. 2000년대 전후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이지만, 수많은 인구로 유명한 중국, 블루오션으로 관심받았던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한동안 한국 게임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국가다. 하지만 멀어졌던 관심과는 별개로 러시아는 한국 게임계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국가다.

 

넥슨 글로벌사업센터 김주영 PM 24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러시아 게임시장을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러시아는 브릭스 최고의 IT 인프라와 잠재력을 자랑하는 게임시장이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넥슨 글로벌사업센터 김주영 PM

 

 

■ 브릭스 최고의 게임강국, 러시아

 

러시아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매서운 추위? ‘엘프라 일컬어지는 미녀? 저는 게임이 먼저 떠오릅니다. 어렸을 때 오락실에 살게 했던 <테트리스>도 러시아가 고향이죠. 그리고 이번 발표를 들으신다면 이젠 러시아의 방대한 게임시장도 여러분의 기억에 남을 겁니다.”

 

현재 <아틀란티카>의 해외 부문을 맡고 있는 김주영 PM은 러시아를 브릭스 최고의 게임강국이라고 평가했다. 48%라는 인터넷 보급률과 2.59Mbps의 회선속도는 브릭스 최고 수치이며, 6,800만 명의 인터넷 유저 수는 유럽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1등이다.

 

 

 

러시아는 현재 4,030만 명의 게임 유저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유료 유저는 약 절반인 2,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2012년 한 해 동안 게임에 쓴 금액은 153,000만 달러. 신흥 게임강국이라 일컬어지는 브라질에 비해 매출액은 다소 떨어지지만, 시장의 성장세까지 감안하면 한국에 알려진 여느 국가 못지않은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규모 뒤에는 불법 다운로드 수가 중국, 콜롬비아에 이어 세계 3위라는 어두운 일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 게임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부분유료 게임에서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다.

 

러시아는 각종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확충으로 게임산업과 시장을 더욱 키울 계획이다.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스콜코보는 석유와 철광이 전부였던 러시아 젊은이들을 IT로 이끌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전역에 IT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천명했다. 브릭스 최고의 IT 인프라에 이러한 성장 잠재력까지 합하면 러시아 게임시장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 투쟁을 좋아하는 상남자의 나라

 

그렇다면 이러한 러시아 게임시장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김주영 PM은 러시아의 게임시장을 상남자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러시아는 워게이밍이 만든 <월드 오브 탱크>가 단일 서버 최다 동시접속자 수  세계 기록을 세운 지역이다. 그만큼 투쟁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모인 화끈한 상남자의 나라다.

 

일례로 Goha.ru라는 러시아 MMORPG 전문 사이트가 선정한 2012년 인기게임은 무한 PK가 가능한 <에이지 오브 우슈>였다.

 

 

 

러시아에서 서비스 중인 <아틀란티카>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한국이나 남미 등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던 어느 국가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PvP 콘텐츠의 버그나 어뷰징 사례가 러시아에서는 물밀듯이 제보됐다. 그만큼 유저들이 PvP 콘텐츠를 많이 즐겼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투쟁심이 어찌나 강한지 협동 콘텐츠인 레이드를 즐길 때도 길드원끼리 스코어 경쟁을 벌일 정도다.

 

이러한 마초적인(?) 유저들의 성향 때문인지 다른 나라에서 인기 있는 귀엽거나 예쁜 코스튬은 러시아에서 인기가 없다. 오히려 울퉁불퉁한 근육과 강렬한 짐승가죽이 인상적인 야성미 넘치는 의상이 러시아 게임시장의 핫 트렌드. 한국에서 국민게임이라 불렸던 <카트라이더>는 캐주얼한 외향 때문에 러시아 진출에서 낭패를 겪기도 했다.

 

 

 

러시아는 유저들의 투쟁심 외에도 동양 문화에 관대한 서구권 국가로도 유명하다. 앞서 언급된 <에이지 오브 우슈>는 그 이름처럼 중국색이 강한 게임이지만, 러시아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2012년 인기 MMORPG 1위로 선정됐다. 2013년 기대작 중에는 동양적인 색이 강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 유저들은 한번 호감을 준 개발자나 개발사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일례로 Gaha.ru의 러시아 게이머가 꼽은 2013년 기대 MMORPG에는 <아키에이지> <길드워 2> <리니지 2> <블레이드 & 소울>이 꼽혔다. 모두 엔씨소프트 출신 유명 개발자가 만든 신작이거나 엔씨소프트의 게임이다.

 

김주영 PM은 이를 예로 들며 러시아 진출을 준비하는 회사라면 러시아에서 인지도가 높은 개발자나 개발사, 퍼블리셔와 손잡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 러시아 진출의 3대 키워드 - 다이렉트, 도메스틱, 디테일

 

그렇다면 러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김주영 PM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에 진출할 때 기억해야 할 3가지 키워드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다이렉트’다. 러시아인들은 직접 무언가를 보고 행하는 것을 즐긴다. 현지 사업 담당자는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걸 즐겨서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화상회의를 할 정도고, 어떤 경우에는 출장도 자주 오고 자주 와달라고 요청한다. 이는 현지인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아틀란티카>에서 회사와 유저의 소통을 담당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점검 때마다 대규모 보이스 채팅방을 개설해 직접 유저들과 대화를 나눈다.

 

 

 

두 번째는 ‘도메스틱’이. PM은 러시아에 진출할 때 로컬라이징을 뛰어넘어,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게임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란 현지화의 완성도나 러시아 문화의 차용이라는 측면보다, 현지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 론칭 속도의 의미가 더 강하다.

 

이는 러시아 유저들의 급한(?) 성격 때문이다. 보통 러시아에 진출하는 게임은 영문 버전이 공개된 후 러시아어 버전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러면 러시아 시장에서는 늦는다. 러시아 유저 대부분은 벌써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게임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상태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진출하려면 최소한 러시아어 버전을 영어 버전과는 같이 내는 성의(?)를 유저들에게 보여야 한다.

 

 

 

마지막은 ‘디테일이다. 마초(?)같은 이미지와 달리 러시아인은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는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다. 때문에 퍼블리싱 계약을 할 때도 한 달 뒤 이벤트가 있다면 현지 퍼블리셔가 제때 이벤트가 가능한지 매일 전화가 오고, 만약 중간에 현지 퍼블리셔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안이 있다면 통화량은 순식간에 배로 늘어난다. 국민성 자체가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업무적으로는 이렇게 꼼꼼함을 보이지만, 업무 외적으로는 파트너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따뜻한 일면도 보인다. 실제로 과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러시아에서 흥행했을 때는 한국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소식을 전해줬고, 최근에는 불안정한 남북관계에 대해 안부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러시아인이 상대에 대해 관심이 큰 만큼, 상대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주영 PM은 마지막으로 “What comes next? 과연 한국게임이 마주하게 될 다음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러시아는 어떤 식으로든 한국 게임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발표가 그러한 교두보가 되었기를 희망한다”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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