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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식 (김진수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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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고난도’ 플랫포머 게임 도전기

NDC 2013 강연: 플랫포머 게임 레벨 디자인

플랫포머 게임. 조금 생소한 명칭이지만하나의 게임 장르다. 플랫포머 게임이란 말 그대로 발판(플랫폼)이 있는 게임을 말한다. 발판 위에서 점프하며 장애물을 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런 플랫포머 게임을 계속 개발해온 인디게임 개발팀이 있다. 그들은 플랫포머 게임을 개발하며 어떤 것을 느꼈고, 지금껏 개발했던 게임을 되돌아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는 25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플랫포머 게임 레벨 디자인’ 강연을 통해 지금까지 개발했던 게임을 되돌아보며 플랫포머 게임의 레벨 디자인(맵 등의 변수로 난이도 등을 조절하는 것)을 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 플랫포머, 태생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숙명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플랫포머 게임을 ‘점프 중심의 조작을 즐기며 계속되는 도전에서 재미를 느끼는 장르’로 정의했다. 점프를 중심으로 하기에 조작이 중요한데, 조작 실수나 어려운 장애물을 만나 쉽게 실패를 겪게 된다.

 

그는 플랫포머 게임에 대해 선천적으로 높은 난이도를 타고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어렵고 반복되는 실패가 짜증나기에 플랫포머 게임을 플레이하기 싫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숙명에서 비롯되는 재미도 있다. 실수는 곧 실패가 되지만, 다시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도전은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욱 큰 성취감으로 이어지고, 성공했을 때의 만족감도 커진다.

 

 

 

■ 터틀크림의 첫 상용게임 <슈가큐브> 개발 이야기

 

박 대표는 첫 상용게임으로 <슈가큐브: 비터 스위트 팩토리>(이하 슈가큐브)를 출시했다. <슈가큐브>는 각설탕이 공장을 탈출하는 이야기인데, 게임 방식이 상당히 독특해 상을 받기도 했다.

 

핵심 콘셉트는 유저가 조작하는 각설탕이 지나갈 때마다 맵의 배경 타일이 카드처럼 뒤집어지는 것이었다. 타일이 뒤집어지면서 숨겨졌던 장애물 등이 나타나 유저를 괴롭히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슈가큐브>는 특이하긴 하지만 불친절한 게임이었다. 유저는 타일이 뒤집어졌을 때 무엇이 나올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갑자기 튀어나온 함정에 당황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했다.

 

 

그는 <슈가큐브>의 상용 버전을 개발하며 기존에 지적받았던 단점들을 수정했다. 가장 먼저 타일 뒷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등불오브젝트를 추가해 유저들이 타일 뒷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제한적으로나마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유저들이 헤매지 않도록 이동 경로에 따라 오브젝트를 배치해 자연스럽게 다음 길이 열리도록 했다. 마지막으로는 타일의 충돌 범위도 설정했다. <슈가큐브>에서는 캐릭터가 지나간 타일이 뒤집히는데, 살짝 걸쳐 지나간 타일이 뒤집어지면서 함정이 발동해 죽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유저들의 리뷰 점수를 집계하는 메타크리틱 평점이 6점이었다가 7점으로 올랐다. 하지만 스팀에 출시했음에도 <슈가큐브>는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

 

 

 

<슈가큐브>를 통해 깨달은 교훈, 게임은 친절해야 한다

 

박 대표는 <슈가큐브>를 만들고 출시하면서 여러 가지 교훈을 얻었다. 먼저 퀴즈가 아닌 퍼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슈가큐브>는 유저가 알지 못하는 타일 뒷면에 힌트가 숨어 있었기에 정답을 찾는 퀴즈에 가까웠다. 이를 통해 재미있는 해법은 적재적소에 살짝 보여주는 힌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하나의 교훈은 ‘친절함은 쉬운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친절한 게임은 맵 자체가 쉬운 것이 아니라 플레이 자체에만 집중하면 되는 게임이다.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가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그는 <슈가큐브>의 규칙을 설명하기 어려워 튜토리얼 대신 말풍선을 넣었지만, 읽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렇게 꼭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특이한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는 것도 배웠다.

 

마지막으로는 유저가 자기 탓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플랫포머 게임을 하다가 짜증을 내면서 그만두는 사람들은 대부분 게임이 이상하다며 화를 낸다. 플랫포머 게임은 자주 실패하는 만큼, 유저가 앗 실수다! 다시 해 봐야지라고 느껴야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다.

 

박 대표는 실패했을 때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다음 게임에서 체크포인트’(통과하게 되면 죽었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지점)를 자주 배치했다. 어려운 장애물에 도전하기 위해 쉬운 구간을 반복하며 짜증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 테스터의 의견을 반영해 <6180>을 만들다

 

박 대표는 우연히 참가한 ‘게임잼’ 행사에서 굉장히 특이한 플랫포머 게임의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6180 the moon>(이하 6180)이다. <6180>이라는 게임명은 6,180초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던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6,000초 동안 프로그래밍을 하고, 180초 안에 아이디어를 내야 했던 상황에서 이상한 점프를 하는 게임’을 만들었다.

 

보통 플랫포머 게임은 화면의 높이가 곧 점프의 한계가 된다. 그 이상 높이 점프하면 캐릭터가 화면을 벗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아예 화면을 뚫고 점프하는 게임을 만들었다. 화면 위로 캐릭터가 넘어가면 화면 아래에서 튀어 나오는 방식으로.

 

 

<6180>의 프로토타입은 게임잼에서 상을 받았고, 자신감을 얻은 터틀크림은 상용화 작업에 착수했다. 박 대표는 <6180>을 만들면서 중간 중간 테스트를 했다. 게임을 체험해본 사람들에게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등의 의견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참고했다.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유는 반복 개발을 하며 핵심 아이디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테스트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며 작업했지만, ‘핵심 아이디어인 화면을 넘어가는 점프의 맛’은 사라지지 않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을 통한 개발은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테스트를 통해 얻은 의견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기에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실제로 그는 상단과 하단을 연결한 시스템이 재미있다는 의견에서 가능하면 상단과 하단을 막지 않고, 막더라도 깰 수 있는 블록을 통해 뚫고 지나갈 수 있게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그리고 맵을 만들면서 계속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게임을 다듬었다.

 

 

이렇게 개발하니 확신도 생겼다. 그 전에는 개발하다가 어느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까?’, ‘이게 정말 재미있을까?’ 하는 고민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테스트를 통해 받은 의견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었으니 게임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존감을 얻었다.

 

박 대표는 여러분도 자신 스스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바란다.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되, 남들에게 보다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자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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