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디게임은 무엇이 있을까요?
매년 독창적인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이하 GIGDC)가 올해에도 진행되었습니다.
◎ 게임명 : <흰피톨>
◎ 개발사 : 베이스 제로◎ 장르 : 액션 퍼즐 어드벤처◎ 플랫폼 : PC
◎ 게임소개 : <흰피톨>은 '훅 앤 샷' 기믹을 <소코반> 형식의 퍼즐 게임에 도입한 액션 퍼즐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수지상세포'에 의해 선택받은 T세포가 되어 면역계를 탐험하고, 그 속에 숨은 미스터리를 찾아야 합니다. 이때, 주인공에게는 '손'이 있어 물체를 잡고, 끌고, 움직이고, 당기는 능력이 주어집니다. 또한, 게임은 철저하게 '게임보이 컬러' 시기의 아트 스타일을 따르고 있습니다. 게임 내 모든 그래픽 요소는 고전 픽셀의 문법을 따르고 있으며, 도트 그래픽은 외부 애셋없이 모두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 수상경력
- 2023 BIC 루키부문 엑설런스 인 게임디자인 수상
- 2023 GIGDC 제작부문 대학부 은상 수상
◎ 관련기사: 우리 몸을 지키는 기적의 하이파이브! 액션 퍼즐 게임 '흰피톨'
Q. 한국 게임개발자협회: 자기소개 및 수상작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민지산 팀장: <흰피톨>은 레트로 게임보이 컬러 시기의 게임에 영감을 받은 퍼즐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에요. 주인공은 T세포인데요. 어느날 수지상세포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 감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면역계를 돌아다녀요. 손만을 이용하여 밀고 당기는 매커니즘을 활용했는데요. 저희는 이걸 '하이파이브 액션'이라고 불러요. T세포는 이 '하이파이브 액션'을 통해서 다양한 상황을 해결하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미스테리를 발견하게 돼요.
이 '하이파이브 액션'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흰피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게임 플레이는 조작키 4개 만으로 진행되는데요. 이 매커니즘은 단순해 보이지만 제한된 상황을 많이 만들어요. 이때, 추가되는 기믹에 따라서 더욱 다양하게 확장되는데, 이런 과정이 스토리와 잘 엮여서 저절로 난이도 조절이 되었고요. 중간 중간 마다 시간 제한이 있는 스테이지를 통해, 게임이 지루하지 않게 환기해주는 구성인데요. <흰피톨>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재미 중 하나이고요.
Q. <흰피톨>의 스토리에 대해 여쭤볼게요. 면역계라는 의학적인 설정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민지산 팀장: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할 때 안 가본 맵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호기심 많은 아이였어요. 저에게 과학은 게임과 같아요. 무언가를 이루는 원리를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그 뒤의 진실에 다가가 보려고 노력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여러 작업을 할 때 과학 분야에서 레퍼런스를 많이 가져오게 되네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면역계를 말할 때 "'self'와 'non-self'를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요. 저는 이 말이 참 인상깊었어요. 왜냐하면 사람들도 집단을 통해서 자신과 타인을 나누려고 하잖아요.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다른 점을 숨기기도 하고, 집단이 만든 기준에 따라서 다른 사람을 내쫓기도 하고요.
저는 이런 면역계와 우리 사회가 맞닿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지점을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게임에 녹여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고요.
사실 <흰피톨>은 처음에는 소코반 기반의 퍼즐에 '훅 샷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액션을 합친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백혈구가 단백질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에 면역계의 다양한 현상이나 구성 요소를 써보자는 결론에 닿았고,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어요.
Q. 기획서를 보면 <흰피톨>은 '게임보이 컬러' 시기의 레트로 그래픽에서 감성을 받았다고 언급했어요. 굳이 이 시기의 그래픽을 오마주한 이유가 있나요?
A. 민지산 팀장: 네! 제가 직접 '그 시절'을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엄청 좋아해요. 초등학생 때부터 '에뮬'을 돌려서 '닌텐도 64 게임'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선배에게 게임보이를 빌려서 카트리지로 플레이 하기도 했고요.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닌텐도 게임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편의성과 접근성을 존경해요. 어느 나이대가 해도 재미있고, 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 가장 좋은 게임'이라는 신념이 있거든요. 그래서 <흰피톨>도 그런 게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준헌 아트 총괄: 저는 픽셀아트의 핵심은 '제한'에 있다고 생각해요. '창의력은 제한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그 시절'처럼 4색 구성만으로 게임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하다보면 '제한이 창의력을 북돋는 게 아니라 박살내겠구나' 싶더라고요.
'게임보이 컬러 스타일'은 4색 팔레트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이었어요. 당시에는 기술적인 한계로 한 스프라이트에 4색만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요. 레트로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라이팅, 파티클, 3D 효과'를 도입하기도 하는데요. <흰피톨>에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어요.
이시훈 사운드 총괄: 사운드도 아트 스타일에 맞춰서 그 시절을 최대한 재현하는 방향으로 제작했어요. 아무래도 요즘 사운드로는 맛이 안 살더라고요. 코모도어 64나 NES 하드웨어 신스를 복각한 사운드 등을 많이 이용해서 레트로한 질감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Q. 밀고 당기는 '하이파이브 액션'이 특징이라고 하셨는데, 이 조작법은 어떻게 설정하게 되셨나요?
A. 민지산 팀장: 앞서 언급했듯이 어릴 때부터 닌텐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실제 조작해야 하는 버튼은 적게, 그러나 거기서 파생되는 행동은 다양하게'라는 모토로 설계하게 되더라고요. '훅 샷'이라는 기믹 자체는 탑뷰 게임들에서 수도 없이 많이 쓰였지만, 여기서 소코반 특유의 퍼즐성을 결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금의 '하이파이브 액션'은 그 고민의 결과예요.
Q. (인디)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민지산 팀장: 저는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체를 찾아다녔어요. 그 과정에서 미디어아트나 연극, 음악 분야를 작업했고요. 그런데 이 분야들에서도 점점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가 늘어났어요. 그러다 보니 '차라리 처음부터 게임을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주변 지인들을 하나 둘 모으나 보니 현재의 팀을 꾸릴 수 있었고,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됐어요.
<흰피톨>은 사실 한달짜리 미니 프로젝트였어요. 인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 주변 지인들을 하나 둘 모았는데요. 그러다보니 팀이 꽤나 커졌어요. 그런데 많은 인원들이 함께 작업한 적이 없어서 우선 한 달을 기한으로 두고 작게 시작한 다음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팀을 계속 유지할지 결정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달만에 나왔던 프로토타입의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여러 고민 끝에 게임의 볼륨을 확장해서 제대로 출시해보자고 결정했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Q. <흰피톨>을 개발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A. 민지산 팀장: 지난 8월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에서 오프라인 부스를 운영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흰피톨>은 1년 동안 비대면으로 개발했어요. 팀원의 대부분이 대학생들이고 다른 학교에 다니다 보니 실제로 만나기 힘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예상보다 작업이 딜레이되는 경우가 많았고요. 이런 사소한 불편함들이 모이니 꽤 힘들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서 부대끼니 기분이 너무 새롭더라고요. 행사가 끝나면 숙소로 가서 다 함께 노트북으로 작업했는데 정말 즐거웠고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개발은 이런 매력이 있구나'하고 알게 되었어요.
Q. 최근 <흰피톨>이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때요?
A. 민지산 팀장: <흰피톨>은 지난 9월 22일 정식 출시되었어요. 지난 1년 간의 여정이 모두 꿈만 같아요. 특히 앞서 말했듯이 <흰피톨>은 비대면으로 시작한 한 달짜리 프로젝트였거든요. 그래서 팀원 모두가 과연 우리가 정식 출시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마지막까지 전원이 함께하게 되어서 감회가 남다릅니다.
실제로 플레이해 본 사람들은 다들 좋게 평가해주고 있어요. 특히 레트로 콘셉트의 비주얼과 사운드, 그리고 퍼즐의 레벨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요.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조웅오 개발자: 앞으로 모바일 출시와 콘솔 지원도 해볼 생각이에요.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Q. 정식 출시 버전은 데모 버전과 어떻게 달라졌나요? 개선되거나 추가된 사항이 있을까요?
A. 민지산 팀장: 우선 기초적인 이동과 메커니즘에 관한 튜토리얼 구간이 생겼어요. 조작이 기존의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형식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T세포는 '흉선'이라는 곳에 가서 훈련을 받는 내용이 추가되었어요. 다른 구간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신체에서 일어나는 기작을 반영하였고요. 또한, 데모 때보다 훨씬 많은 기믹이 추가되었고, 스토리 또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어요. 특히, 고전 게임에 대한 헌사를 곳곳에 이스터에그로 숨겨두어서 찾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내년 GIGDC를 기다리는 예비 접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민지산 팀장: 인디 게임 개발 팀이 가지기 쉬운 문제가 '동력 저하'라고 생각해요. 게임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치기도 쉽고, 목적성도 모호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출시까지의 여정 중 GIGDC는 중간 목표로서 좋은 이정표가 돼요. 만약 수상까지 이어진다면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감도 붙고 기분도 환기되고요. 실제로 결과 나오고 나서 팀원들이 굉장히 뿌듯해했어요.
민우빈 개발자: 앞에서 말한 것처럼 GIGDC는 이정표로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사실 공모전에 지원하는 일은 많은 코스트가 들기 때문에 망설여질 수 있는데요. 실제로 수상까지 이어지진 않더라도 대외적인 기한이 정해지고 그것에 맞춰서 작업하는 일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디 게임 개발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만큼 루즈해지기도 쉬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