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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없는 게 없는 스마트폰, 뚫려버린 또 다른 자아

게임이 보여준 스마트폰, 그리고 무너진 개인정보

김재석(우티) 2025-04-29 17:57:52

<레플리카>는 국가정보부에 납치된 17세 소년이 테러 용의자의 스마트폰을 해킹하고 사찰하는 내용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국가의 검열과 개인정보의 보호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서 게임의 결말은 변하게 된다. 게임을 만든 소미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는 법치주의를 위장해 개인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레플리카>

<잃어버린 전화기: 로라의 이야기>는 우연히 길에서 습득한 여성의 스마트폰을 열어보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게임이다. 주변 인물들과 나눈 문자, 이메일, 사진 등을 보면서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관음증적인 요소를 충족시키는 듯하다. 하지만 게임의 진짜 의도는 데이트폭력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고다.

<잃어버린 전화기: 로라의 이야기>

<시뮬라크라> 시리즈는 3편까지 발매됐다. 모션 비디오 요소가 가미된 추리-퍼즐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특정인의 실종이나 죽음 등을 분석하게 된다. 이제는 어엿한 시리즈가 된 <시뮬라크라>는 기본적으로 호러게임이지만, SNS를 통해 전시되는 허영과 현대인의 외로움 같은 키워드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시뮬라크라>

스마트폰은 사진, 대화 내용, 금융정보까지 모든 개인 기록을 담고 있다. 이 한 뼘짜리 기기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적 있는 사람은 자신이 사회에서 얼마나 도태되는지 알 것이다. 주식 거래도 못하고, 교통카드도 못 찍고, 길도 못 찾는다. 예약이나 주문, 중고거래도 어려워진다. <중고로운 평화나라>는 온라인 중고 거래의 천태만상을 유머러스하게 담은 모바일게임이다. 없는 게 없는 스마트폰은 좋은 게임 소재다.

<중고로운 평화나라>

스마트폰에는 없는 게 없으므로, 보안은 생명과 같다. 최근 업계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에서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유심 속 식별번호(IMSI)와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가 해커 손에 넘어갔다. SK텔레콤 가입자​는 무려 2,300만 명에 달한다. 이름이나 주민번호 같은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불법 유심을 만들어 신원을 도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크다. 그래서 전국 통신사 대리점마다 유심을 교체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고, 유심 보호 서비스 신청에도 대기가 생겼다.

물론 근거 없는 공포를 키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나 게임기를 넘어선 현대인의 삶 그 자체다. 게임 속 이야기처럼 길에서 기기를 잃어버리거나 초자연적 존재가 스마트폰을 조종한 것이 아니다. 해커가 유심 정보를 뚫어버린 상황에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또 다른 자아다. 분명하고 책임 있는 해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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