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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압긍' 무료 인디 게임? 어린 양의 지하세계 생존기

'쉬피: 어 숏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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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02-14 17:52:23
음주도치 (김승준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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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압긍' 무료 인디 게임? 어린 양의 지하세계 생존기

'쉬피: 어 숏 어드벤처'

"매년 어지간한 유료 게임과도 견줄 만한 경이로운 완성도를 지닌 무료 게임이 2~3개씩 꼭 등장하곤 한다. 아마도 올해는 그게 이 게임이 아닐까 싶다. 2024년 최고의 무료 게임으로 선정될 만한 게임이니만큼 강력히 추천한다"


연초부터 <팰월드>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들이 흥행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무료 인디 게임 전쟁터에서 두각을 드러낸 존재가 있었다. 2월 6일에 출시된 <쉬피: 어 숏 어드벤처>는 수려한 픽셀 그래픽과 연출, 몰입도를 높여주는 음악과 깔끔한 조작감을 바탕으로 1,697개 스팀 리뷰 중 99%가 긍정적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플랫포머 게임이다. 인용한 첫 문단은 해당 게임의 유저 리뷰 중 일부다.


플랫포머 게임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또 점프 지옥에서 고통 받을 것 같지만, 이 게임은 순한맛의 난이도를 가지고도 흡인력 있는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니 안심해도 좋다. 천천히 진행해도 1~2시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지만, 6개의 챕터에 걸쳐 주인공의 성장과 세계의 깊이를 매우 명료하게 전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양 인형 '쉬피'는 지하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게임명: <쉬피: 어 숏 어드벤처>

장르: 픽셀, 2D, 플랫폼

플랫폼: 스팀, 잇치 닷 아이오

개발사, 배급사: MrSuicideSheep

가격: 무료

한국어 지원: X


#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목숨을 건 모험

온갖 잡동사니가 버려진 지하 어딘가, 원인 모를 '빛'이 버려진 피아노를 중심으로 맥동하기 시작한다. 형형색색으로 천천히 생성되던 빛은 양 모양의 인형 '쉬피'의 몸에 깃들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천천히 일어나는 쉬피를 이끌고, 플레이어는 주변을 탐색하게 된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도입부에서부터 게임은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뻔히 보이는 오른쪽 길이 아닌 숨겨진 왼쪽의 길로 들어서면 0번째 레코드판을 획득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원래의 길로 들어서면 버려지거나 숨겨진 라디오, 녹음기, 텍스트 기록을 통해 앞서 이 세계를 탐험한 인간들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시체와 함께 발견되곤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아래로 더 아래로'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산뜻한 발걸음을 가진 귀여운 어린 양의 여정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그 세계의 숨겨진 비밀 사이에서 플레이어에게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앞서 간 여행자들, 더 깊은 지하 세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은 만화 <메이드 인 어비스>나 극장판 애니메이션 <브레이브 스토리> 등의 작품이, 자신들의 세계에 대한 설득력을 갖추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버려진 잡동사니 사이에서 알 수 없는 빛과 함께 생명을 얻게 되는 양 인형 '쉬피'

귀여운 쉬피의 움직임과 함께 다소 전형적인 플랫포머 구성으로 시작되지만

같은 길을 지나갔던 여행자들은 모두 시체와 기록만 남긴 상태다. 세계의 비밀은 가볍지 않은 상황.
한국어 미지원 게임이지만, 영어 문장은 그리 어렵지 않고, 시각적인 요소만 보고 넘어가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렇게 여행자들의 기록과 길 곳곳에 있는 지도 등을 보며 걸음을 옮기던 쉬피는 칼에 찔린 곰인형을 만나게 된다. 정체불명의 빛이 쉬피를 살아움직이게 했다면, 곰인형 '패치스'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검은 구름의 형태를 띈 악령이다. 투우사가 황소를 피하듯, 점프로 회피하며 곰인형이 스스로 쓰러지게 만들면, 쉬피는 '이단점프'를 획득하게 된다.


쓸만한 기동력을 얻은 기쁨도 잠시, 악령은 쉬피의 뒤를 따라오며 끈질기게 위협을 이어간다. 그렇게 쉬피는 더 깊은 지하로 추락하게 되며 두 번째 챕터로 넘어간다.


악령에 의해 움직이는 곰인형 패치스와 맞서는 쉬피. 점프로 피해서 곰인형이 가시에 스스로 돌진하게 만들어야 한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악령. 도트 그래픽 안에서도 굉장히 섬세하고 스피디한 연출이 돋보인다.

# 짧은 플레이 안에 알차게 담은 레벨 디자인

이단점프 이후에도 쉬피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달리기나 대시의 형태에 가까운 가속 이동, 공중에서 방향을 지정해 나아갈 수 있는 도약을 얻게 된다. 쉬피의 걸음이 느린 편에 속하고, 기본 점프도 크게 실용적이지 않다는 점과 맞물려, 플레이어는 굉장한 속도감과 자유도를 느끼게 된다. 


기존 점프로 갈 수 없던 먼 거리를 횡이동으로 돌파하는 것을 넘어, 탁 트인 공간에서 워프 도약과 함께 연달라 대시를 하는 방식으로, 마치 '소닉'처럼 질주를 하는 구간도 있다. 능력을 활용도와 플레이어의 만족감을 모두 고려한 챕터 구성이었다.


공중 도약 또한 마찬가지다. 엘리베이터가 나와도 주로 아래로만 내려가고, 후반부까지 지하로 깊게 들어가기만 하던 여정이 공중 도약 습득 이후 위쪽으로 올라가는 상승의 여정으로 전환된다. 게임의 구조가 완전히 뒤집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쐐기를 박듯 폭죽이나 로켓처럼 아예 하늘 위로 쏘아 올려지는 연출과 함께 마지막 6챕터에 진입한다.


가속 이동 습득 이후 거의 빛의 총알이 되어 날아가듯 빠르게 질주하는 구간

공중 도약 습득 이후엔 빛의 힘에 의해 하늘로 쏘아진다. 게임 시작 이후 처음 보는 지상을 지나

어둡던 세계에서 오로라가 있는 구름 위의 땅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게임의 진행 방향이 역전되고 가속되는 순간이다.

높은 땅 위에서 쉬피는 무서진 건물 잔해의 문을 찾는다. 빛나는 문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여정을 마치기 위해 지금까지 얻은 능력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최종 보스전. 앞서 쉬피를 위협해왔던 곰인형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악령에게 칼로 맞서며 쉬피를 지켜준다. 쉬피 또한 자신의 능력을 하나씩 제물로 바치며, 악령에 맞선다. 하강에서 상승으로 전환됐던 게임의 방향성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던 기동력을 잃는 것으로, 다시 나약한 걸음과 미약한 점프만을 남기고 빈손으로 돌아간다. 그들의 뒤로 빛나는 차원문이 열리며 여정의 끝이 드러난다.


곰인형 또한 희생자였을 뿐이다. 쉬피는 모든 능력을 잃은 몸으로도, 곰인형 패치스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쓴다.

# 인디 팀의 첫 번째 게임 그리고 음악

이 게임을 멀리서 보면 <오리와 눈먼 숲>과 같은 기존 플랫포머 게임들이 떠오를 수 있지만, 실제 플레이 경험은 많이 다르다. <쉬피: 어 숏 어드벤처>는 조작 난이도 자체도 높지 않고, 맵도 간결하며, 체크포인트가 매우 촘촘하게 있어서 낙사 등 죽음에 대한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 서사적으로 그리고 플레이 구조적으로 완결성을 갖추고 있어, 1시간으로 압축된 웰메이드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맛있는 영역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도려낸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쉬피: 어 숏 어드벤처>가 보여준 맛의 절반 이상은 광원과 도트 그래픽을 잘 활용한 시각 연출, 긴장감과 시원함을 오가는 수려한 청각 연출의 힘이 컸다.


이 중에서도 음악의 퀄리티가 특히 높았던 것은 게임을 만든 MrSuicideSheep이 구독자 1,280만 명을 보유한 음악 유튜브 채널이기 때문이다. 해당 채널은 테크노, EDM 리믹스 등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왔으며, <쉬피: 어 숏 어드벤처>는 이들의 첫 번째 게임이다. 


"가격이 붙어도 좋으니 더 큰 볼륨으로 내달라", "이런 게임이 무료라니",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 "채널의 역사를 고려하면 사운드트랙의 퀄리티와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기자 또한 시청각적 연출 및 게임 플레이의 구성 측면에서 <쉬피: 어 숏 어드벤처>를 만족스럽게 즐겼다. 당신이 짧지만 귀엽고 인상적인 게임을 찾는다면 이 게임을 강력 추천한다.



구독자 1,280만 명을 보유한 MrSuicideSheep은 음악 리믹스 및 소개로 유명한 채널이다. 

첫 번째 게임부터 이런 퀄리티라니 다음 게임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쉬피: 어 숏 어드벤처>는 1~2시간 분량의 '무료' 게임이지만, 메뉴 화면에는 개발자 후원 항목이 있다.
기자는 이들의 다음 작품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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