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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방구석게임] 그 많은 기대를 안고도, 톡톡히 해 낸 이름값

'레이어스 오브 피어' 개발사가 리메이크 한 '사일런트 힐 2'

김가은(깐kkan) 2024-10-09 14:25:01
깐kkan (김가은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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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게임] 그 많은 기대를 안고도, 톡톡히 해 낸 이름값

'레이어스 오브 피어' 개발사가 리메이크 한 '사일런트 힐 2'

희뿌연 안개가 짙게 깔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거리, 그리고 그 길을 외로이 걷는 사내의 뒷모습. 게임 시리즈를 직접 플레이 해 보지 않았더라도 게임 원작으로는 나름 성공을 거둔 영화 덕에 '사일런트 힐'의 상징적인 이미지는 잘 알려진 편입니다.

원작의 개발사인 코나미와 함께 <레이어스 오브 피어>, <옵저버>, <더 미디엄> 등 불안정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담아낸 호러 게임을 만들어 온 블루버 팀이,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두 번째 게임을 리메이크 했습니다. 

저 역시 20여 년 전의 원작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동명의 영화를 본 덕에 이번 리메이크에 기대하는 부분이 분명했는데요. 어떤 점은 만족스러웠고, 또 어떤 점은 아쉬웠는지 이야기 해 봅니다. / 작성=깐(게임 리뷰어)


게임명: 사일런트 힐 2 리메이크 (Silent Hill 2 Remake)

장르: 호러, 액션, 어드벤처
플랫폼: PC, PS5
개발사 / 배급사: 코나미, 블루버 팀 / 코나미
출시일: 2024년 10월 8일
한국어 지원 여부: 자막 지원
플레이 타임: 16시간


#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고전의 부활

<사일런트 힐 2 리메이크>는 누구나 기대할 법한 사일런트 힐의 분위기를 정확하고도 압도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개발을 맡은 블루버 팀이 <레이어스 오브 피어> 시리즈 이후 늘 잘해 온 센티한 감성의 사실적인 배경 그래픽은 말할 것도 없고, 우수에 찬 주인공의 표정과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난 더빙들로 예민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달되더라고요. 무엇보다 호러물의 반 이상은 사운드가 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음향 효과들이 흠 잡을 데 없이 섬세하고 다채로워 시시각각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그야말로 '사일런트 힐'의 정체성을 담아, 그 이름값을 하는 게임이랄까요.

표정만 봐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역겨움

# 부족한 최적화와 단조로운 전투의 아쉬움

하지만 거의 모든 게임들이 그렇듯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언리얼 엔진 5는 현세대 콘솔로는 역시 버거운지 플스 5의 성능 모드에서 구동한 기준으로도 안정적인 프레임을 유지하지 못하더라고요. 화면을 전환할 때마다 요동치는 프레임에 어지러움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고, 이런 시각적 불쾌함은 굼뜨고 부정확한 데다 엉성하고 어색한 모션 때문에 더 도드라졌습니다. 게임 중에 창을 깨고 벽을 부수는 동작을 굉장히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타깃 지정이 없어 원치 않는 곳을 치게 될 때가 너무 잦았고 그럴 때마다 바보 같은 모션과 여기 더해지는 프레임 드롭에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전투 액션에서도 못지 않게 짜증스러웠습니다. 타격감은 경쾌한 사운드와 듀얼센스의 햅틱 지원으로 손맛을 느끼기 좋았지만, 회피와 공격만 반복하는 단조로운 패턴에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확실히 타격했는데도 공격이 들어가지 않는 등 정교한 피드백이 주어지지 않아 시큰둥해지곤 했고요. 성능이 좋은 총기를 얻으면서 쾌감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꾸준히 피로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타격감만큼은 매우 좋습니다


# 깔끔한 퍼즐과 지도를 채우는 탐험

그나마 다행인 건 보스전도 있고 전투를 지속적으로 벌이지만 액션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리메이크 된 <사일런트 힐 2>는 호러 장르가 대부분 그렇듯 퍼즐을 풀며 방을 탈출하는 일의 반복입니다.

퍼즐은 꽤나 재밌습니다. 단서를 찾아 비밀 번호와 키 아이템을 찾는 방식들인데 차근차근 연계되는 짜임새도 좋고 그 종류도 다양한 편입니다. 퍼즐 풀이에서도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 찝찝함이 남지 않고요. 전투와 별개로 퍼즐의 난이도를 조절할 수도 있는데 보통 기준으로는 잠깐 생각해 보면 바로 풀 수 있는 것들이라 스트레스 없이 해법을 찾는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퍼즐을 해결하는 매 단계인 길을 찾는 과정에서도 퀘스트로 하나씩 안내하는 게 아니라 지도를 대조하며 탐색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라 묘미가 상당하더라고요. 꼼꼼하게 탐험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도가 빼곡히 채워지는 성취감도 있고, 동선도 지름길이 차곡차곡 생겨 규모에 비해 복잡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주요 위치와 외워야 할 법한 단서는 전부 자동으로 기록 돼서 불필요하게 외우거나 귀찮을 일도 없었고요. 

다만 모범생의 오답노트 같이 세세한 지도라고는 해도 개방된 곳은 가지 않은 곳처럼 열려 보이는 등 아주 상세하지는 않아, 한 두 가지를 남겨두고 브레이크가 걸리면 막막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파밍 할 아이템이 남아 있는 곳을 표시해 주는 식으로 더 자세하게 보여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했을 텐데 조금 아쉽더라고요.

메모의 왕, 제임스


# 닮은 듯 다른... 타 게임과 비교하자면

게임들에는 고유한 특장점이 있고 저마다의 매력이 다르기에 특정 게임을 이야기할 때 다른 게임과 비교하는 걸 저는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 게임은 플레이 하면서 떠오르는 게임이 유난히 많았고 AAA급 호러라는 흔하게 발매되지 않는 포지션이라 조심스레 비교를 덧붙여보려 합니다.

우선 금발의 남성 주인공을 숄더뷰로 따라가는 화면과 동행하는 금발의 단발 여성에서 "바이오하자드" 4편의 레온과 애슐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런 분들은 흔치 않겠지만 만약 얼핏 보고 바이오하자드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실제 플레이에서 아쉬운 액션에 당혹감이 들 수 있습니다. 대신 퍼즐의 직관성과 퀴즈 느낌의 간결함은 꽤 유사하기 때문에 바하 시리즈의 퍼즐을 좋아했다면 취향에 잘 맞을 테고요.

0.1초 레온과 애슐리가 떠오르는 뒷모습

한편 세계관의 표현이나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앨런 웨이크' 시리즈와 무척 닮아 있기도 한데요. 이번 사일런트 힐은 스토리텔링의 모호함이 그보다는 덜하고 분위기는 훨씬 더 잔잔합니다. '앨런 웨이크'에 비하면 강렬하고 역동적인 장면이 많지 않거든요.

제 생각에 게임의 결이 가장 가까운 건 블루버 팀의 전작인 "더 미디엄"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완성도도 좋고 개발사의 역량이 좋아진 덕에 여러 면에서 이번 게임이 훨씬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가장 닮은 게임을 찾는다면 유사도가 제일 높지 않나 싶습니다.


# 싱거운 듯 감칠맛 나는 삼삼한 호러

리메이크 버전의 '사일런트 힐 2'는 주인공의 심리 표현과 분위기에 집중된 퍼즐 게임입니다. 장르는 호러지만 공포감을 조성하는 요소들도 잔잔하게 깔려 있어 그 맛이 강렬하지는 않습니다. 스산한 분위기를 차분하고 슬픈 감성으로 보여주고, 기묘한 세계를 암시하는 설명들로 오싹한 기분을 안겨주며, 말 그대로 악몽 같은 역함에 몸서리 치게 하는 싱거운 듯하지만 감칠맛이 있는 삼삼한 공포물이죠.

자극적인 게임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을 겁니다. 최적화에 민감하고 액션에 기대한다면 만족도가 높지 않을 테고요. 하지만 호러 어드벤처의 장르 안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며, 무엇보다도 사일런트 힐의 재현만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훌륭히 해 낸 게임입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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