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하나가 천 개의 단어보다 값지다."(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
유명한 영어 속담 중 하나다. 한자로 풀어서 말하자면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번 보는 것이 한 번 생각하는 것만 못하고, 백번 생각하는 것이 한 번 행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게임에 대입해 보자면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한들, 한 번 보여주는 것만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기자 입장에서는 자조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이 속담을 그대로 게임 속 주제 의식으로 풀어낸 <비하인드 더 프레임: 가장 아름다운 경치>은 대만에 위치한 인디 개발 팀 "실버 라이닝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공식 홈페이지의 구성원 소개도 하나의 그림과 간결한 해석으로 풀어냈을 만큼 예술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가 모여 개발한 게임이다.
<비하인드 더 프레임>의 주인공은 뉴욕 갤러리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을 그리는 여성과, 옆 건물에 사는 한 노인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장르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은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를 조작하며 그림을 그리고, 단서를 찾고, 퍼즐을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이 자랑하는 가장 큰 특징은 수채화풍 그래픽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연출이다. 완벽한 '지브리풍' 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화사한 색감의 분위기를 보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 난다. 개발사 또한 스팀 상점을 통해 "미야자키/스튜디오 지브리의 비주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런 만화적 색채 속에서도, 상호작용할 물체를 명확히 표시해 준다는 것도 꽤 강점으로 작용한다. 게임 진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건드려야 하는 오브젝트는 배경과 구분되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선에서 적절히 플레이어의 주의를 끈다.
게임 중간중간 삽입된 애니메이션
마우스를 드래그해 그림을 그려보자
퍼즐은 조금만 생각하면 풀 수 있다
퍼즐은 대부분 마우스를 사용해 이루어지며, 빈 공간에 색깔을 입히거나 주어진 힌트를 이용해 간단한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이다. 아주 조금만 생각하면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퍼즐이 대부분이라 게임을 진행하며 머리를 싸맬 일은 없다. 퍼즐보다는 스토리와 연출에 집중한 게임이라고 보면 좋다.
약간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비하인드 더 프레임>은 외견에서 알 수 있듯이 충격적인 반전이나 스토리, 몰입감 있는 퍼즐로 무장한 게임은 아니다. 비주얼 노벨 <커피 토크>처럼 잔잔한 배경음악 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이머를 이입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감성만을 내세워 플레이어에게 감정 이입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위에서 설명한 파노라마 연출과 애니메이션, 게임 내내 중요한 포인트로 언급되는 수채화풍 그림이 자연스럽게 배합돼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이런 애니메이션을 배합한 연출은 엔딩에 다다를수록 정점에 달하는데, 텍스트에 집중한 비주얼 노벨이 이런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캐릭터 일러스트만 왔다갔다할 뿐인 '김새는 연출'로 종종 빈축을 사는 점을 고려해 보면, 꽤 영리한 선택을 한 셈이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지는 않다. 대부분 인터렉티브 픽션 인디 게임이 그렇듯 <비하인드 더 프레임>의 플레이타임은 길어야 1시간 반 남짓이다. 대신 가격도 약 1만 원으로 합리적인 편이며, 모바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무리하기 전에 시작 부분에서 언급했던 말을 짚어 보려 한다.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생각하는 것만 못하고, 백번 생각하는 것이 한 번 행하는 것보다 못하다. <비하인드 더 프레임>에 마음이 끌렸다면, 리뷰나 동영상을 찾아보는 대신 지금 '당장' 플레이해 보는 건 어떨까. 망설일 필요는 없다. <비하인드 더 프레임>은 스팀 상점을 통해 무료 데모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