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7>를 시리즈 최고로 평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클라우드를 포함한 많은 등장인물이 펼쳐내는 내러티브, 그리고 당시 게임에서 드문 폴리곤 그래픽으로 표현한 RPG와 뛰어난 전투, 탐험요소 등은 공통적으로 거론된다. 세가 새턴과 닌텐도64 등 5세대 콘솔기기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최고의 자리로 만들어준 게임이기도 하다.
1997년 게임이 출시된 이후 2015년 E3 에서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가 공식 선언될 때까지, 약 20년간 게임의 리메이크는 언제나 팬들의 바람이자 최고 관심사였다. 오죽하면 PSX 2014에서 스퀘어에닉스가 발표한 <파이널 판타지7> PS4 이식 발표가 팬들에게 비난(?)을 샀겠는가(사실, 비난할 거리는 아니기는 하나... 스퀘어에닉스가 당시 발표를 너무 그럴싸하게 했다. 마치 리메이크를 내놓는 것처럼. 다행히 1년 뒤에 발표하기는 했지만).
출시 전 많은 우려와 분할 출시에 대한 비난은 지난 체험판 공개를 통해 충분히 불식됐다고 본다. 가드 스콜피온을 처치하고 1번 마황로를 파괴하기까지 약 1시간가량 체험판 분량은, 결코 늘어지거나 구성이 부실하지 않았다. 정식 버전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수개월 후 리뷰 카피를 받아 게임을 해 본 소감은, 이미 체험판을 경험했음에도 그 이상의 감동과 만족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는 또 한 번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부족하지 않은 게임이다.
※ 본 체험기는 SIEK와 스퀘어에닉스로부터 리뷰 코드를 제공 받아 작성됐으며, 독자의 경험에 따라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풍성하게 꾸며낸 또 하나의 원작,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파이널 판타지7>는 1997년 출시 이후, 스토리를 기반으로 수많은 플랫폼, 미디어로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른바 '컴필레이션(모음집)'이라 부를 수 있는 콘텐츠만 본편 외 4개다. 하나의 설정으로 프리퀄(Prequel) 혹은 시퀄(Sequel)로 본편 출시 10년이 지나도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2007년,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7> 출시 기준).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는 컴필레이션 설정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1997년 출시한 원작을 좀 더 풍성하게 꾸민 '또 하나의 원작'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는 원작과 스토리 전개가 같다. 아직 여러 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결말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원작과 마냥 같은 것은 아니다. 원작과 모두 같고 그래픽만 좀 더 꾸며 나왔다면 분할 출시는 '부풀리기'로 오해받아도 마땅하다. 이렇게 오랜 기간 시간을 끌 이유도 없다.
최근 출시한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RE:2>을 잠시 얘기해보자. 1998년에 출시된 <바이오하자드2>를 리메이크한 게임으로, "고전 작품을 모든 부문에 걸쳐 최고의 퀄리티로 만들어냈으며, 더욱 완벽해져서 부활한 게임"으로 수많은 리메이크 게임 가운데 단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도 위 게임과 같은 맥락이다. 같은 스토리와 전개, 등장인물, 소재를 다룬 게임이나 스퀘어에닉스는 이를 훌륭하게 '부활' 시켰다. 마치 어릴 때 추억이 4K 화질에 더욱 풍부해진 내용으로 돌아온 것처럼. 첫 번째 파트인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는 원작의 전체 분량 중 초중반 분량인 미드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연, 게임은 우리에게 1997년의 미드갈을 어떻게 보여줬을까?
# 보다 세밀해진 스토리 전개
게임은 원작의 설정은 모두 유지하면서 스토리에서 비어있던 곳을 채우면서, 각각의 인물이나 조직에 대한 성격이 잘 부각되도록 설정했다. 개인적으로 리메이크 하면서 가장 잘 반영된 요소라고 생각한다.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에서는 장면과 대화의 강조, 이야기의 흐름이 좀 더 명확해졌다. 당시 그래픽 혹은 쿼터뷰 시점으로 미처 볼 수 없던 인물들의 세밀한 묘사, 미드갈 곳곳의 모습 등 모든 것이 설정에 맞게 생성됐다. 원작에서 덜 다뤄졌거나 없던 부분이지만 이것들이 더해지며 게임의 스토리 흐름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현세대에 맞게 많은 것을 다듬고 보강했지만, 원작에서 구현했던 모습을 최대한 옮겨 내는 흔적도 볼 수 있다. 각종 연출이나 카메라 구도, 대사도 원작이나 <파이널 판타지7> 설정을 활용한 여러 콘텐츠에서 봤던 것을 담았다. 원작을 깊게 플레이한 유저라면 주의 깊게 비교하며 즐겨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이로 인해 캐릭터의 감성선과 상황이 주는 전달력이 한층 강하게 다가온다. 당시 원작은 장르나 표현 방식, 여러 기술적 한계로 표현에 제약이 있었지만,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에서는 컷신부터 플레이, 영상까지 모든 것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 정도 까지였나..." 싶을 정도로 미드갈에서의 내용은 꽤 강렬하게 전달된다. 단순 초중반 분량으로 여겨지진 않을 것이다.
바렛이야 주요 등장인물이니 그렇다 쳐도, 빅스나 웨지, 제시 등 원작에서 텍스트 박스에 대사 몇 줄 정도로 단순 NPC에 지나지 않던 인물도 마찬가지로 충분한 캐릭터성을 부여했다. 게임 종반부에 치달을수록 아발란치 멤버들과의 전개는 정말 애절할 정도다. 파트1이 이 정도면, 출시될 이후 파트들은 어떨지 기대된다.
이러한 것은 플레이 관점에서도 느낄 수 있다.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에서는 스토리가 이어지는 메인 퀘스트 외에 각종 서브 퀘스트, 엑스트라 스토리와 미니게임이 추가됐다.
이는 앞서 설명한 좀 더 보강된 스토리라인, 또는 현시대를 고려해 좀 더 향상된 플레이를 제공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 내 각종 콘텐츠를 좀 더 잘 활용하기 위한 부가 경험 차원 또는 일종의 완급 조절인 셈이다.
부가 요소는 곳곳에 촘촘히 설계되어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알려진 평균 플레이 타임 25~30시간은 각종 컷신과 이를 모두 건너뛴 경우로, 이들을 모두 수행한다면 시간이 대폭 늘어난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것부터 챔피온 벨트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 스쿼트 등 원작에 있던 미니 게임 부터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로 오며 확장된 지역을 손쉽게 이동하기 위해 초코보 이동 수단 퀘스트같이 새롭게 추가된 것 등 다양하다.
퀘스트 지역을 파악하기 위해 미니맵 UI가 부실하고 단순한 상호작용, 선형적 구조 맵이 조금 아쉽기는 하나, 모두 게임의 메인 퀘스트와 연결돼 흐름을 함께 하고 있어 충분히 만족감을 준다.
# 액션 기반 ATB 배틀로 변경된 전투,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개발진이 시도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전투'로, ATB 기반의 턴제 배틀에서 실시간 액션을 기반으로 한 ATB 배틀로 바뀌면서 전략의 긴장감에서 조작의 긴장감을 더했다.
원작은 스토리에서 중요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전투 외에는 전투의 비중이나 유저가 쏟는 에너지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에서는 실시간 액션으로 바뀌어 소규모 적이라도 좀 더 능동적인 조작이 요구된다.
자잘한 신라 병사나 하수구 쥐 정도라면 덜 해당하겠으나 좀 비중 있거나 혹은 다수의 적이 등장할 때는 제법 손이 바빠진다. 유저가 사용하는 캐릭터는 1종이지만, 3인 파티 플레이기에 나머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번갈아 가며 어빌리티와 마법 등을 사용해줘야 한다.
과거 턴 기반 전투였을 때는 충분히 고민하며 전투를 벌일 수 있었지만, 바뀐 전투 시스템에서는 잘 피하고 막고, 적의 약점을 공략해 효과를 높이는 액션 기반 전투의 개념이 잘 녹아들었다. 근/원거리 공격이 도입되며 공중이나 벽에 있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마법과 함께 마테리아, 더불어 시리즈의 매력 요소 중 하나인 '소환수'도 전투의 변화와 함께 참전 방식이 변경됐다. 과거에는 장착한 캐릭터가 소환하면 컷신과 함께 강력한 속성 공격을 모든 적에게 가하는 형식이었다면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에는 보스전과 같은 특수한 전투에서 사용, 전투를 조금 더 유리하게 이끄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또 소환 마테리아를 장착한 캐릭터가 소환할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ATB 게이지가 찬 캐릭터라면 누구나 소환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 조작 참여도를 높였다. 장착한 캐릭터가 사망하거나, 혹은 제한 시간이 다 됐을 때는 소환수가 필살기를 사용하며 전장을 이탈해 강렬한 인상도 여전히 남아 있다.
캐릭터 성장 역시 변화된 요소 중 하나다. 레벨업을 할 때마다 얻는 SP로 무기를 업그레이드 해 성능을 올릴 수 있다. 무기 마다 성능이나, 코어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능력치가 달라 여러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며 상황에 맞게 스위칭하는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이는 캐릭터별 고유 어빌리티가 있기는 하나 이에 굳이 얽매이지 않고 본인만의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긍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마테리아도 무기나 방어구에 슬롯 개수만 같다면 변경 시 자동으로 장착돼 마테리아 장착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변경된 전투 관련 요소들은 유저의 개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끄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본다. 턴 기반 전투 나름대로 매력 있지만, 캐릭터의 특징을 활용해 직접 조작, 활용하는 것도 리메이크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만약 액션 조작이 번거롭거나 능숙하지 못하다면, 클래식 모드로 설정해 자동 전투 속에서 ATB게이지에 맞춰 캐릭터 명령을 내리는 과거 방식과 유사하게 운용해도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투의 난이도가 하향되는 것은 아니지만.
# 완벽하게 부활한 파이널 판타지7, 23년의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의 전반적인 콘텐츠 구성이나 흐름은 매우 만족스럽다. 원작을 통해 이미 스토리가 정해져 있다고는 하지만, 게임은 과정의 충실함에 집중했다. <파이널 판타지7>의 모습을 더욱 촘촘하고, 세밀하게 현세대 감성에 맞게 풀었다.
여러 파트 중 첫 번째 게임을 만족스럽게 끝내고 나니, 문득 이후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이후 파트 전개가 궁금해졌다. 미드갈을 벗어나 가이아 행성 전역을 무대로 여러 대륙을 누비게 된다. 인물부터 소재, 무대까지 모든 것이 엄청난 분량으로 다가오게 된다.
처음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를 분할 출시한다고 밝혔을 때 의도가 궁금했지만, 체험판 제공 전부터 노출된 게임의 구성, 그리고 체험판과 리뷰 패키지를 경험해 보니 충분히 수긍됐다. 오히려 분할 출시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고 봤다. 1997년 당시 구현한 볼륨에 좀 더 깊이를 더한다는 의도가 잘 반영됐기 때문이다.
만약 1개 타이틀로 게임을 구성했다면, 현재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와 같은 구성, 만족감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20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추억을 제공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게임이 됐을 것 같다. 단순한 '요약판', 그걸로 끝이다.
스퀘어에닉스에게는 1편의 반응이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파트2와 3도 지금의 경험, 만족감을 제공해주기 바란다. 커지는 스케일 만큼 미드갈 이후의 스토리 전개는 더욱더 역동적이고 극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분할 출시에 대해 정확히 몇 개로 나눠 내보낼 지는 공식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원작의 전체 분량 중 미드갈 파트가 1편인 것으로 볼 때, 많은 이들이 언급한 3부작은 넘지 않을까 예상한다.
아직 여러 타이틀이 출시되겠지만,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는 8세대 콘솔 기기를 대표하는 완벽한 타이틀이라고 보기에 손색이 없다. 훌륭한 복귀작이자 현존 스퀘어에닉스의 최고 RPG라고 생각한다.
다른 의미로 "<파이널 판타지7> 그때 대단했지"하는 팬에게는 충분히 기대와 만족을 충족 시켜 주는 게임이면서, 경험이 없는 유저나 이후 세대도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가 <파이널 판타지7>를 즐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하나의 IP로 여러 세대 유저의 공감을 잇는다는 의미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23년간 오매불망 바랐던 팬들의 염원은 이루어졌다. 단언컨대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를 기다렸고 또 경험할 유저에게, 오랜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파이널 판타지7>가 행복한 경험과 감동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