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테라>는 리얼리티 매직이 만들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예정인 게임이다.
장르는 <러스트>, <세븐 데이즈 투 다이>, 그리고 최근 대히트를 기록한 <발하임>과 궤를 같이하는 생존 게임으로 원래 '테라파이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 실적발표에서 나온 내용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중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비공개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다. 소수의 유저를 대상으로 진행된 테스트에서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가까운 미래. '테라사이트'는 인류의 대체 에너지로 떠오른다. 하지만 인류는 오랜 기간 테라사이트라는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그 사이 문명은 기후를 조작하고 우주를 개척하는 수준까지 발전한다. 인류는 지구를 떠나 우주에 새 터를 잡고, 지구 궤도에는 거대한 인공 거주 행성이 탄생한다.
우주로 떠난 인류는 몇몇 죄수를 간추려 지구로 파견한다. 인류에게 꼭 필요한 테라사이트를 캐기 위해서 지구로 노역을 보낸 것. 플레이어들은 황폐화된 지구로 보내진 죄수가 되어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테라사이트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 그리고 살아남는 것.
<디스테라>는 여러 미디어에서 본 설정을 적절히 차용한 듯하다. 알파 테스트 단계에서는 스토리가 극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이 설정은 영화 <더 문>에서는 우주에서 에너지원으로 '헬륨3'를 채취해 지구로 전달하고, <오블리비언>에선 바닷물을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설정을 떠올리게 한다.
<스타크래프트>엔 베스핀 가스가 있고, <노맨즈스카이>에서도 마이닝 빔을 쏴서 탄소를 모으는데, <디스테라>도 똑같이 빔을 쏴서 핵심 자원 테라사이트를 캔다. 죄수들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월드에서 생존한다는 콘셉트는 <스컴>(SCUM)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SF 세계관과 배경 설정을 할애하는 데 시간을 들이면서 <스컴>보다는 내밀한 내러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지구 맵의 특정 구역에 플레이어가 드랍되면, 튜토리얼를 비롯한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라디오그램'이 나오고, 생존을 위한 파밍과 크래프팅이 시작된다. 알파테스트 버전 기준, 플레이어는 두 곳의 지역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어느 게임이나 그렇듯, 새로 접속한 세계에 쏟아지는 정보로부터 익숙해지는 데에서 플레이가 시작된다. "고기를 생으로 먹으면 HP가 다네", "낙사 있을까? 어 있네... 리스폰이구만" 이런 식으로 테스트하면서 접촉면을 넓혀나가는 것.
생존 게임이 그렇듯, 타 장르보다 적응 기간이 길다.
라디오그램을 통해서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리바이어던과 같은 세계에 적응하는 제일 빠른 방법은 게임에 오래도록 머물며 자주 죽는 것이다. 특히 밤은 <디스테라>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던 게임이 밤이 되면 더 어려워진다. 시각 정보가 차단되는 한편, 청각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간다.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에도 굉장히 민감해진다.
주변을 탐험하며 각종 자원을 모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허기, 갈증 바로미터는 물론 HP가 있어 방사능 중독이나 추위, 더위도 신경 써야 한다. <발하임> 등 기존의 생존 게임에 이미 구현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목이 마르니까 물을 떠야 하고, 배가 고프니까 사슴을 잡아서 고기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사이보그 캐릭터로 자원을 캐고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머신 암'을 달고 있는데, 이것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자원을 캐는 것뿐 아니라 건물을 짓거나 부수는 것도 별도의 장비나 도면 필요 없이 머신 암으로 쉽게 할 수 있다. (<디스테라>에서 렌치나 망치 같은 장비는 사실상 둔기다) 자원을 충분히 마련해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문을 달고 비밀번호를 설정하거나, 터렛을 설치해서 침입자를 방어할 수 있다.
월드를 탐험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다른 유저, NPC 등, 다른 존재와 교류하면서 더 오래 살아남는 게 <디스테라>라고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알파테스트 과정에서 협동보다는 경쟁의 요소가 부각됐다는 것이다.
서버마다 체험 시간마다 각기 다른 게임을 즐겼겠지만, 생존보다는 배틀로얄 룰로 기자에게 다가온 사람이 많았다. 아무리 열심히 내게서 드롭된 템이 별로 없다고 블러핑을 해도 망치를 들고 다녀도 다른 플레이어들은 기자에게 달려왔다. 이렇게 당한 게 있다 보니 기자도 협동을 내려놓고 죽이러 다니기에 골몰했다.
<디스테라>가 이익을 공유하는 파티, 스쿼드나 이를 시스템적으로 보조하는 음성 채팅이 지원될 만큼 고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고 본다. 게임에는 지진을 일으키거나 디스파이어(설정상 게임 오버에 해당하는 사고)를 지연시키는 PvE 요소가 도입되어있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협력이 필수적이다. 아쉽게도 기자는 이런 이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보지 못해서 얹을 말이 많지 않다.
생존 게임에서는 크래프팅도 중요하지만 공통 목표를 향해서 다른 플레이어끼리 합을 맞추는 협동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 점에서 기자는 <디스테라>의 진면목을 제대로 체험했다기보단, "앞으로 이렇게 되겠군"이라는 단서 정도만 파악했다.
제작진은 테스트 중 진행한 간담회에서 "NPC와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호 작용이 있고, 새 지역을 오픈하는 등의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새 시즌이 열리면 때때로 새로운 맵(혹은 리뉴얼된 맵)이 추가되고 거기에 새로운 줄거리가 얹히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가까운 예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디스테라> 제작진에게 높은 라이브 서비스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게임의 퍼블리셔는 2017년부터 <배틀그라운드> 자체 서버를 운영 중인 카카오게임즈. 이들의 노하우가 리얼리티매직과 잘 공유된다면 라이브 서비스, 게임플레이, 내러티브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는 국산 PC 게임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걸어본다.
기자로서 게임의 성공을 점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갓겜 확정"이나 "망겜이네"라고 하는 것은 아주 이르며, 그 근거도 부족하다.
사흘 간의 테스트로는 볼 수 없는 요소도 많았다. 테스트 중 서버 다운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고, 몇몇 요소는 말 그대로 '실험'을 위해 준비됐으며, 짧은 생존 경험으로는 익히지 못한 특징도 있었을 것이다. 가령 탈것 요소는 알파 테스트에서는 절반만 준비한 인상이었다. 이동수단이 있긴 했지만 확실한 효용을 파악하기엔 일렀다.
게임이 한 차례 비공개 형식으로나마 공개를 했기 때문에, <발하임>과 같은 '깜짝' 흥행보다는 테스트 과정에서 제출된 다양한 의견을 잘 수렴해 나가면서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미지의 월드 속에서 제작과 협동으로 살아나가는 핵심 요소와 SF RPG 세계관을 꼼꼼하게 설계된다면 더 <러스트>와 <발하임>을 이을 만한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디스테라>를 직접 만든 한국 개발사는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조만간 게임을 만든 리얼리티매직 대표와 인터뷰를 나눌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