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룽게임즈가 개발하고 국내 서비스 예정인 <아르케랜드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모바일 게임 <랑그릿사>(일명 '랑그릿사 모바일')의 개발진들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차기작이라는 데서 많은 주목을 받는 작품이다. 전작의 경우, 일본의 유명 IP를 원작으로 두었던 반면, 이번 <아르케랜드>는 완전한 오리지널 IP로, 그만큼 개발사에서도 '굳이 IP의 명성에 의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2일부터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시작한 <아르케랜드>는 여러 의미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작에서도 호평 받은 비주얼은 한층 더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과 캐릭터 스킬 컷씬으로 파워업해서 보는 맛을 살리고 있으며, 턴제 SRPG(시뮬레이션 RPG, 혹은 전략 RPG) 로서의 완성도, 그러니까 '머리를 쓰는 게임성' 또한 제대로 살리고 있었다.
<아르케랜드>는 멀티 플랫폼 기반의 게임으로, 모바일은 물론이고 전용 클라이언트를 통해 PC로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CBT 또한 유저들은 동일 계정으로 모바일과 PC를 자유롭게 오가며 즐겨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게임의 비주얼 퀄리티는 "PC"를 기준으로 개발된 것이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높은 퀄리티의 비주얼과 연출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르케랜드>는 풀 3D 그래픽에 카툰 랜더링을 적용한. 쉽게 이야기해서 '한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비주얼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런 비주얼의 퀄리티는 굉장히 높고, 특히 캐릭터간의 전투 연출, 그리고 일부 스킬 사용시의 연출은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높은 퀄리티를 선보인다.
기본적으로 <아르케랜드>는 여타 SRPG들과 유사하게, 사각형 타일 위에 캐릭터가 배치되고, 유저들은 각 턴에 걸쳐 캐릭터들의 위치를 조정한 후, 적들을 '공격' 한 다음. 공격/방어 판정을 통해 적에게 대미지를 주거나, 쓰러뜨린다는 식으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캐릭터에게 '공격'을 지시하면, 이제 마치 대전 격투 게임처럼 화면이 전환되고, 화려한 스킬을 주고 받게 되는데 이 연출을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연출하고 있다. 실제 일부 캐릭터 별 전용 스킬의 경우 진짜 2D 애니메이션을 활용해서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풀 3D로 인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시나리오가 연출될 때의 스탠딩 일러스트는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고, 캐릭터들의 표정 묘사나 퀄리티도 높은 편이다.
여기에 더해 게임에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모든 전투 대사가 한국어로 더빙이 되어 있다. 일부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더빙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각각의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고, 게임 연출에도 보다 몰입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정식 출시 이전 광고 영상 등에서 그 비주얼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는데, 실제 인게임 또한 그 수준의 퀄리티를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턴제 SRPG는 게임의 특성상 유저들의 '두뇌 플레이'가 강조되는 면이 있고. 그것이 특유의 재미이자 매력 포인트로 손꼽힌다. 적의 배치를 보고, 적들의 특징과 목표를 파악한 다음, 이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턴 단위로 전략을 세워서 효과적으로 적들을 하나 하나 물리치고, 마침내 최종적인 목표를 이루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다.
이런 특유의 '손맛', '능지 플레이'의 재미는 어떻게 보면 SRPG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정말 다행히도 <아르케랜드>는 개발진이 개발진인 만큼 이를 잘 살리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캐릭터들의 '상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적들 포함) 모두 6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고, '무' 속성 외 다섯 속성은 서로가 물고 물리면서 상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유리한 속성으로 적을 공격하면 무려 30%의 대미지에 이득을 보고, 받는 대미지는 25%가 감소하기 때문에 절대로 속성을 무시하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다.
여기에 각각의 캐릭터의 '역할군'에 따른 기믹 또한 다양하다. 아군의 공격을 보조해주는 캐릭터부터, 추가 공격을 할 수 있는 캐릭터, 장애물을 신경 쓰지 않고 넓은 범위를 이동할 수 있는 캐릭터 등등등. "이거 다 외울 수 있어?" 싶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기믹들이 존재하고, 캐릭터도 다양하다. 그렇기에 이를 잘 보고 그때 그때 캐릭터를 조합하면서 전략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스테이지 마다 다양한 목표와 플레이 방식을 선보이는 것도 특이할만하다. 일부 스테이지는 해당 스테이지에만 등장하는 특별한 기믹의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이를 잘 활용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다. 또 단순하게 '적군 전멸'만 목표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캐릭터 호위', '특정 목표 지점 도달', 'X턴간 버티기' 같은 다양한 목표의 스테이지가 등장하기에, 이런 목표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배치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지어 '잠입 액션 게임과 같은' 방식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스테이지부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진행 방식이 아예 바뀌는 스테이지 등. '스테이지 그 자체의 기믹'이 재미있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어서 정말 'SRPG' 로서 소위 '능지 플레이'의 재미는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아르케랜드>는 엄연히 '캐릭터 수집형'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테이지 플레이 자체는 SRPG로서 능지 플레이 면모를 살리고 있지만, 캐릭터의 획득이나 육성. 장비 파밍과 같은 요소는 확률에 의존한 '가차'(뽑기), 그리고 '행동력' 기반의 플레이 동선을 보여준다. 여기에 초반 지역을 넘어서 일정 레벨을 달성하면 '자동 전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전략적인 요소 보다는 '레벨로 찍어 눌러서' 스테이지를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결코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바일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게임" 이라는 플랫폼 특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귀찮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부분을 손 쉽게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에 따라서는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 '능지 플레이'가 필요한 부분은 앞에서 말한 상성과 기믹에 기초한 수동 플레이가 필수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가볍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아르케랜드>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 답게, 다양한 캐릭터 육성 시스템과 파밍 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파밍 콘텐츠'를 선보인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의 재미를 추구하는 유저라면 또 그만큼의 재미와 깊이를 맛볼 수 있다.
참고로 이 게임은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등급'이 나뉘어져 있으며, 최고 등급의 캐릭터는 'SSR' 등급이다. 그리고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 '전용 장비'가 있고, 이런 SSR 캐릭터와 전용 장비는 모두 뽑기를 통해 획득 가능하다. 일단 이번 CBT 기준으로 캐릭터는 SSR 캐릭터의 획득 확률이 2%, 픽업 캐릭터는 0.8%로(캐릭터 기준, 픽업 캐릭터 천장은 90회). 현재 서비스 중인 '일반적인 캐릭터 수집형 게임'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 뽑기와 장비 뽑기가 별개로 나뉘어져 있고, 앞에서 말한 것 처럼 SSR 캐릭터를 뽑고 그 성능을 100% 발휘하려면 아무래도 전용 장비도 함께 뽑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뽑기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느끼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게임이 베타 테스트(CBT)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르케랜드>의 특징 중에 하나는 '스토리'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고, 게임의 모든 콘텐츠가 스토리에 기반해서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 제대로 '재미'를 느끼고자 한다면 역시 스토리 그 자체의 매력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이 게임이 다루는 스토리는 판타지 배경에,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고퀄리티의 비주얼이나 음성과의 시너지가 결합되어서 유저들이 각각의 캐릭터의 이야기를 즐기고, 몰입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저는 판타지 소재에 오리지널 IP 게임을 보면 두드러기가 나서 게임을 못해요"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아르케랜드>의 스토리와 내러티브는 적절하게 몰입하면서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CBT 기준으로 '번역' 상태가 심하게 '양산형 중국게임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캐릭터들의 말투가 심하게 문어체인 것부터 시작해서, 수시로 말투가 바뀌는 것은 예사고. 특히 각종 오리지널 설정이 난무하는 중반부 부터는 어지간히 정신차리고 집중해서 텍스트를 읽지 않으면 "대체 이게 뭔 소리야"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는 구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정식 서비스 이전에 개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게임사가 CBT 시작후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며, 게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아르케랜드>는 SRPG 그 자체로서도, 그리고 캐릭터 수집형 게임으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인 만큼. 이런 부분에서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 정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한다면 분명 기대해 볼만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