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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프리뷰]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가 강점, 조선 사이버펑크 '산나비'

팬들의 관심도에 걸맞는 결과물로 돌아왔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안규현(춘삼) 2023-11-08 18:27:25
2020년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에서 주목 받았던 인디게임, <산나비>가 11월 9일 정식 출시된다.

원더포션이 개발, 네오위즈가 유통하는 <산나비>는 인디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사이버펑크 조선'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바탕으로 로프 액션이라는 컨셉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정식 출시를 앞둔 11월 8일, <산나비>는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스팀에서 2,930개의 평가를 받아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기록하고 있다. 얼리 액세스 기간만 약 1년 반. 최근까지도 플레이 테스트가 진행됐다. 

이토록 많은 관심 속에 오랜 기간 개발이 진행된 <산나비>는 11월 9일 PC(스팀)와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동시에 발매된다. 정식 출시를 앞둔 <산나비>는 어떨까? 발매에 앞서 미리 플레이해본 소감을 스포일러 없이 정리했다. 참고로, 기자는 정식 발매 이후 2회차 플레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 패드 조작도 쾌적한 로프 액션



'로프 액션'은 <산나비>의 핵심 시스템이다. 주인공은 오른쪽 팔이 기계 장치인 '사슬팔'로 대체되어 있는데, 맵의 지형이나 오브젝트에 사슬팔을 연결할 수 있다. 이동, 회피, 공격 등 게임의 모든 액션은 사슬팔을 통해 이뤄진다.

조작감 및 난이도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로프 액션은 굉장히 쾌적하게 느껴졌다. 던지려고 한 곳에 붙고 생각한 대로 움직인다. 키보드/마우스와 게임 패드를 모두 사용해 봤는데, 컨트롤러를 바꿀 때 적응 단계를 거쳐야 했던 것을 빼면 큰 이질감 없이 <산나비>를 플레이할 수 있었다. 

참고로 단계 설정이 가능한 조준 보정 설정이 있는데,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플레이해도 이용할 수 있다. 

적절한 상황 판단을 요구하는
다양한 기믹이 준비되어 있다.

식상한 표현일 수 있지만, 난이도 면에서는 "맛있게 맵다". <산나비>에는 총 5개 챕터가 있는데, 매 챕터마다 새로운 기믹이 추가된다. 밟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파괴되는 지형 등 플랫포머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기믹부터, 다른 공간에 있는 캐릭터로 전환해 퍼즐을 풀듯 해결해야 하는 지형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각각의 요소는 시각적으로 알아보기 쉽게 디자인되어 있으며, 학습 과정 또한 많은 고려 끝에 디자인됐다고 느껴졌다. <산나비>를 플레이하다 보면 이전에 지나온 지역을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구간이 있는데, 분명 힘들게 지나온 스테이지었음에도 '무쌍'을 찍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만큼 난이도 곡선 설계가 절륜하다.

다만 캐릭터의 남은 체력과 무관하게 낙사를 하게 되면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클리어에 제한 시간이 있는 일부 기믹 또한 동일하다. 그런 탓에 간혹 맵 구조를 숙지하지 않으면 클리어가 어려울 것 같다고 느껴지는 구간이 있는데, 불합리하긴 하지만 불쾌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한숨 한 번 쉬고 다시 붙잡게 되는, 도전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익숙할 만한 감각이다. 

연출에도 공들였다.


# 로프 액션은 눈길을 끌지만, 엔딩까지 보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

"끝까지 가는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는 딸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무엇이 중요하다는 걸까?

게임의 핵심 시스템인 로프 액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지만, <산나비>는 서사가 훌륭한 게임이었다. 서사를 강점으로 꼽으며 스포일러 없이 정확히 어떤 점이 뛰어나다고 느꼈는지 서술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지만, 간략하게 서술하자면 <산나비>는 완결성 있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문학과 관련한 이야기 중,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가 제시한 '체호프의 총'이라는 이론이 있다. 작품에 총이라는 소재가 등장했다면, 이후 작중에서 반드시 그 총을 쏴야 한다는 것이다. 전개의 계기를 만들어 내고 홀연히 사라지는 맥거핀과는 정반대에 있는 개념이다. 

<산나비>는 체호프의 총을 잘 다룬다. 시쳇말로 '떡밥 회수'를 잘한다. 다양한 복선이 제시되고 그것이 복선이었음이 밝혀지는 과정이 반복되며, 플레이어는 <산나비>의 서사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 가며 주도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 나가게 된다. 비록 그것이 결말이 정해진 선형적인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 

'사이버펑크 조선'이라는 다소 독특한 배경 설정이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어려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산나비>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고 느꼈다. 어느 한 장면도 허투루 이용되지 않는, 굉장히 높은 밀도의 서사를 자랑한다. 

사이버펑크 조선이라는 테마를 잘 살린 아트 또한
플레이 내내 눈길을 끄는 요소다.

서사와 게임플레이가 잘 연계된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산나비> 초반부의 튜토리얼은 과거 시점에서 진행된다. 딸의 역할 놀이에 맞추어 놀아 주며, 플레이어는  기본적인 로프 액션 조작에 익숙해지게 된다. 튜토리얼은 또한 말괄량이인 딸과의 애착을 형성해 향후 게임 플레이에 몰입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산나비>의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이 집 밖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집에서 주인공과 무전을 나누던 딸이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으며 시작된다. 짧은 과거 장면 이후로는 본격적인 복수극의 시작이다. 플레이어는 소중한, 그리고 유일한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되어 폭탄 테러의 주범 '산나비'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튜토리얼 장면

이후 주인공은 산나비에 의한 대규모 사이버 테러가 일어났다는 '마고 시티'로 향하게 되는데, 거기서 마고 시티에 먼저 파견되어 있던 해커 요원 '금마리'를 만나게 된다. 

<산나비>는 기본적으로 스피디한 전투 구간과 (주로) 금마리가 등장하는 스토리 구간이 반복되는 구조다. 사이드킥 캐릭터 금마리는 각 챕터의 목표를 브리핑하거나 때로는 전투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는 게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초반부터 합류하는 금마리는
제2의 주인공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캐릭터다.

<산나비>는 서사에 공을 들인 게임이다. 그만큼 스토리 구간이 꽤 긴 편이다. 초반에는 스토리 전개로 인해 게임 플레이의 흐름이 끊긴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뒤로 갈수록 오히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해 전투 구간을 빠르게 해결하려 드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잦았다. 그만큼 스토리의 흡입력이 강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도 존재한다.


# 정식 출시 D-1 '산나비', 게임은 "끝까지 가보세요"

<산나비>가 대중의 관심을 받은 계기는 2020년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됐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10시간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5명의 개발자가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산나비>를 제작한 것이다. 산나비의 스팀 판매 가격은 15,500원이다. 

그리고 많은 관심을 받았던 <산나비>는 그 관심도에 걸맞는 퀄리티의 결과물로 돌아왔다. 플랫포머 장르를 좋아하는 이에게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솔직히, 초보자에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끝까지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산나비>에서 끝까지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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