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150만 다운로드를 자랑하는 모바일 RPG <몬스터뱅>이 TV 광고를 앞세우며 본격적인 국내 공략에 돌입했다. 게임은 자동전투 기반의 모바일 RPG에 팜류 SNG를 접목시킨 작품이다. 개발사는 ‘진형을 통한 전략적인 자동전투’를 한국 공략의 무기로 꼽았다. 과연 이러한 <몬스터뱅>의 무기는 통하였을까? 게임을 즐겨본 감상을 솔직하게 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첫인상: 비호감 화풍을 이겨낸 ‘진형 전투’
<몬스터뱅>은 자동전투 기반 모바일 RPG에 팜류 SNG의 요소를 더한 게임이다. 유저는 던전에서 얻은 자원으로 계정과 캐릭터, 마을을 성장시킬 수 있으며, 이렇게 발전시킨 마을에서 다시 캐릭터 강화에 필요한 자원을 얻거나 특정 타입의 캐릭터를 강화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 PVE 콘텐츠와 SNG 콘텐츠가 교대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구조다. ☞ 관련기사: 진형을 짜라! 팜류 SNG + RPG ‘몬스터뱅’ 프리뷰
다만 이러한 게임 시도와는 별개로, 솔직히 <몬스터뱅>의 첫인상은 요즈음 국산 모바일게임에 비춰볼 때 훌륭하다고 말하긴 쉽지 않았다. 중화권 취향을 반영한 탓인지 게임의 캐릭터는 예쁘고 멋지다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왜 저런 캐릭터가 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
게임 내의 도움말이나 캐릭터 이미지와 대사에서 중국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침 게임의 장르 또한 이미 한국에는 수십 종의 게임이 존재하는 ‘자동전투 RPG’. 이러한 게임을 보고 ‘흔한 중국게임 1.jpg’라고 생각하지 않기가 더 힘들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조금이나마 달라진 것은 (이 악물고) 2 ~ 3 지역까지 진행했을 때였다.
슬슬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도 늘어났고 각 캐릭터의 종족과 공격 타입에 대한 정보도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민없는 자동전투 만으로는 승리하기 힘든 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이 갖춰지자 슬슬 게임이 내세운 ‘진형’이라는 시스템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몬스터뱅>의 캐릭터는 7개의 종족과 9개의 공격 타입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종족은 저마다 ‘쓰러지면 아군회복’, ‘특정 턴마다 디버프 해제’ 등의 특수효과를 가진다. 9개의 공격타입도 공격범위는 물론 특수 효과까지 모두 제각각이다. 그리고 유저는 전투 시작 전, 이러한 캐릭터 5명을 10칸으로 이뤄진 전장애 배치해야 한다.
어떤 캐릭터를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시너지가 늘거나 줄어든다. 예를 들어 상대 파티에 근접 캐릭터가 다수라면 아군 진형 원거리 캐릭터, 그리고 상대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공격타입 ‘창’ 캐릭터를 전위에 놓으면 큰 피해 없이 승리할 수 있다. 반대로 아군의 주력이 체력 50% 이상인 적에게 추가 피해를 주는 ‘주먹’ 공격타입 캐릭터라면, 전체공격 스킬을 가진 아군을 최소화해야 이들의 화력을 100% 살릴 수 있다.
진형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어이없이 참패했던 정예 스테이지를 돌파하기도 하고 반대로 피해 없이 깼던 일반 던전을 간신히 깨기도 하는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졌다. 덕분에 한동안은 상대의 구성 보랴, 아군의 시너지 고려하랴 신나게 진형을 고민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진형에 공들이는 시간이 길어지자 전투 중 개입할 요소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스킬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라는 변수 없이, 순수하게 진형과 진형, 시너지와 시너지만 고려했으면 됐기 때문이다. 극초반의 비호감 인상과 달리, 게임의 초반 플레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진형만으론 넘을 수 없는 레벨의 벽, 등급의 벽
하지만 이러한 진형의 재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몬스터뱅>은 5지역을 전후로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구조를 띄고 있다. 이전까지는 유저보다 약한, 혹은 비슷한 수준의 캐릭터가 등장했다면 5지역부터는 유저 일행보다 레벨이 높거나 앞선 기술을 보유한 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장애는 분석하고 머리 쓰는 것이 바로 전략게임의 재미다. 약하거나 비슷한 적 다수를 상대하는 것보다 강한 적 다수를 상대하기 위해 머리 쓰는 것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재미보다는 진형 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캐릭터의 레벨과 등급이라는 벽 말이다.
<몬스터뱅>은 전투 시스템 특성 상 전투 초반 2 ~ 3 라운드 사이에는 캐릭터들의 스킬 사용이 제한된다. 때문에 전투 초반부는 자연히 진형과 캐릭터들의 능력치 만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차이가 큰 캐릭터들의 능력치였다.
<몬스터뱅>은 캐릭터의 레벨이 높을수록, 혹은 캐릭터의 등급이 높을수록 캐릭터의 능력치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PVP나 정예 던전에서는 아군보다 3 ~ 4레벨 높은 적 캐릭터 하나가 혼자 아군 전체를 상대하며 무쌍난무(?)를 펼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진형으로 극복하려 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종족이나 공격 타입 간 상성으로 공략을 하려고 하면 적절한 캐릭터와 적절한 육성이라는 2가지 요소가 필수다. 문제는 이 둘 모두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 적절한 캐릭터의 경우, 일반 뽑기나 전투 전리품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B랭크 이하의 몬스터는 낮은 능력치 증가폭 때문에 사실상 중반 이후부터 도움이 되지 않는다. S∙A 랭크와 능력치 차이가 너무 큰 탓이다.
운이 좋아 고 랭크 캐릭터를 얻어도 문제는 계속 남는다. <몬스터뱅>은 업적 보상으로 주어지는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면 얻을 수 있는 캐릭터가 모두 랜덤이다. 때문에 고 랭크 캐릭터를 얻었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전략에 필요한 캐릭터라는 보장은 없다. 설사 굉장히 많은 시간(혹은 돈)을 투자해 다양한 로스터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전략 수행을 위해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때문에 유저는 게임 중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파티에만 집중한 채 진형만 조금씩 바꾸는 전투를 계속하게 된다. 어설프게 캐릭터 풀을 늘리는 것보다 소수의 A랭크 이상 캐릭터만 육성하는 것이 승리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캐릭터의 스펙에 좌우되는 전투가 계속 된다는 것과 같다.
이는 PVP 영역으로 가면 더욱 강해진다. <몬스터뱅>의 PVP는 PVE와 달리, 사전에 미리 만들어 놓은 진형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파티 시너지의 최적화에 대한 고민은 있어도 서로의 수를 꿰뚫고 파훼한다는 개념은 없다.
초반 PVE에서 느꼈던 매력과 달리, 중반부터는 PVP든 PVE든 진형이나 전략보다는 강한 캐릭터가 이기는 당연한(?) 전투가 계속 되는 셈이다.
느긋한 SNG식 성장? 약탈경제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그렇다면 팜류 SNG를 이용한 육성 요소는 어땠을까? 유저는 <몬스터뱅>에서 자신의 마을에 자원 획득 건물이나 몬스터의 능력치 강화 건물 등을 지을 수 있다. 개발자는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게임에 얽매이지 않고 느긋하게 플레이 할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초반부에는 이러한 의도가 확실히 구현돼 있었다. 자원이 어찌나 많던지 중반까지는 마을 레벨이 올라도 자원생산 건물보다 자원의 저장량을 늘리는 창고 업그레이드부터 실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는 오래가지 않았다. 계정레벨 20을 전후로 마을에서 생산되는 자원의 양은 각종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원의 절반도 충족시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2가지 방법 뿐이다. 하나는 PVE 콘텐츠를 반복해 자원을 벌어들이는 것. 하지만 <몬스터뱅>은 특성 상 PVE로 벌 수 있는 자원의 양이 극도로 적다. 다른 하나는 바로 영지경영 게임처럼 다른 유저를 습격해 자원을 뺐어 오는 것. PVP만 성공한다면 최소 만 단위의 자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는 이 방법을 선택한다. 계정레벨 20부터는 사실상 약탈경제(?)로 마을이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중반부 이후의 전투는 유저의 전략보다는 캐릭터의 강함에 의존하는 비율이 더 높다. 특히 PVP의 경우, 상대를 검색하기 시작하면 아군의 진형 자체를 바꿀 수 없어 더더욱 이 성향이 강해진다.
때문에 PVP 콘텐츠는 먼저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한 유저가 이후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띄었다. 캐릭터가 강하니 PVP에서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혹은 안전하게 자원을 지킬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마을과 캐릭터를 더 빨리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위는 다시 PVP에 대한 우위로 이어진다.
종합하자면 <몬스터뱅>은 전투와 SNG 모드 모두, 초반에 느꼈던 전략과 느긋함을 중반 이후까지 느끼기는 힘든 게임이었다. 중반 이후부터는 강한 캐릭터가 이기고 자원이 많은 캐릭터가 이기는 평범한 게임성을 보여줬다. 화풍이나 번역 탓에 포장지가 예쁘지만은 않은 게임이었기에 이러한 뒤바뀐 게임성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