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0일, 일러스타 페스 6의 부대 행사 '일러스타콘'에서 <브라운더스트 2>의 한성현 원화팀장이 '색종이의 그림은 어떻게 발전했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일러스타콘'은 종합 서브컬처 이벤트인 일러스타 페스가 단순한 취향 공유 차원을 넘어 보다 본격적으로 서브컬처가 가진 영향력과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시도하는 컨퍼런스다.
<브라운더스트 2>는 특유의 과감한 일러스트와 컷신의 강렬한 임팩트로 유명하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자신이 지금의 그림체와 방향성을 가지기까지 있었던 시행착오를 소개하며 "소비자와 호흡하고 얻은 피드백과 데이터"가 가장 중요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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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현 <브라운더스트 2 > 원화팀장
한성현 원화팀장도 처음 그림을 그릴 때는 현재의 모습과 매우 달랐다. 드로잉이나 소묘 위주로만 그렸고, 포토샵은 전혀 다를 줄 몰랐다. 무엇을 그릴지에 대한 정립조차 되지 않았기에 면접 제안도 전혀 없었다. 겨우내 2015년 한 외주 스타트업에 들어가 이것저것 시키는 대로 그렸다.
이 시기부터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다는 개념이 생겼다. 팀장, AD, 업체의 컨펌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포트폴리오 용도로 틈나는대로 그림을 그렸고, 그중 한 일러스트가 이준희 대표의 눈에 띄어 겜프스의 테스트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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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배우던 초기의 화풍
초기에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요시다 아키히코'의 영향을 받아 <그랑블루 판타지> 같은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방식을 연구했다. 합격 이후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화풍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찾아보며 더 정갈한 일러스트가 나올 수 있도록 조정했다.
데포르메를 크게 넣고 동작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당시 유행이었지만, 자신이 연구하던 스타일과는 다른 것 같아 밸런스가 잡히는 것에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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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7년 <브라운더스트>가 오픈했다. 게임 출시 이후로 달라진 점은 '유저의 피드백'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어떤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특이점이라면 자신이 잘 그렸다고 당시 생각한 '바이올라'와 '르네' 일러스트에 보내진 유저의 평가다.
르네의 경우 바이올라보다 노출도가 적음에도 유저의 반응이 더 컸는데, 유독 겨드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노출도가 적더라도, 한 가지 보이는 부분이 포인트로 작용해 반응이 더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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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현 원화팀장은 "이 때가 유저분들과 호흡이 시작되던 특이점 중 하나로 생각한다"라며 "본격적으로 하나만 집중한다는 개념이 생겼다"고 했다. 앞서 집중한 그림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잡힌 상태에서 한 쪽 다리만 노출하거나, 캐릭터에 점을 찍어 시선을 집중시키는 등의 기법이 시도됐다.
한성현 원화팀장의 생각에 따르면 캐릭터 일러스트는 소비가 상당히 빠른 콘텐츠다. 일러스트를 보고 소비자는 1~2초 정도 뇌에 정보를 처리하고 캐릭터에 대한 판단을 한다. 그러나 디테일한 포인트가 하나 있으면 그 쪽으로 시선이 쏠리며 캐릭터에 대한 인상을 느끼고, 일러스트나 컷신을 타고 눈이 따라가며 작가와 독자의 같은 무언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모든 캐릭터를 노리고 만든 것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브라운더스트>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할 수 있는 주요 소재는 일러스트다 보니, '킥'이 보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 가령 '테미스'라는 캐릭터는 장님 성기사다. 그렇기에 (복장에도 불구하고) 포즈를 똑바로 잡고 있는데, 이에 유저는 “누가 장님에게 저런 복장을 입혔지?"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런 복장을 절대 착용하지 않을 것 같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 '라우라'에게 같은 복장을 입히고, 조금 부끄러워하는 자세를 취하게 함으로써 일러스트를 통해 캐릭터의 설정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쟤가 저걸 왜 입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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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일러스트의 방향은 <브라운더스트 2> 개발에 참여하며 잡혔다.
당시는 서브컬처 게임이 여러 개 나오며 전체적인 원화의 퀄리티가 크게 상승한 시대였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방향을 잡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여겼다. 색감을 <브라운더스트>와 비교해 화사하게 만들어 일러스트를 가볍게 볼 수 있도록 하고, 라인의 두꺼움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이준희 대표님에게 많이 지적 받았던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파인을 통한 동적 일러스트도 도입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윽고 CBT를 오픈하고 유저의 피드백을 받았다. 결과는 심각했다. 일러스트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연출에 대한 불만이 컸다. 캐릭터 일러스트를 잘 그렸으니 스킬 사용 시 일러스트 컷신만 내보이는 정도만 된다고 판단했는데, 여기에 대한 반응이 나빠 스킬 컷신을 새로 제작해야 했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7년을 꼬박 스탠딩 일러스트만 그리다 보니 지치는 감이 있었다. 온갖 애니메이션은 전부 보며 연구했다"고 말했다.
<브라운더스트 2>는 CBT의 피드백을 개선해 2023년 정식 오픈했다. 그러나 CBT의 여론과 오픈의 여론은 절대 같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반응이 살벌해서 “이대로 회사 다닐 수 있으려나?”는 생각까지 했다고 밝혔다. "대놓고 밝히는 것을 보니 일러스트레이터가 하수다", "영포티나 좋아할 캐릭터", "과해서 손이 안 간다" 등의 냉소적 피드백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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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현 원화팀장은 "내가 그 하수일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신중하게 피드백을 확인했다. 냉소적 피드백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트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는 피드백이 많아 호평한 유저의 니즈를 채우는 것을 최우선하기로 결정됐다. 스킬 컷신을 통해 스파인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니 반응이 좋아진 것도 있었다. 시각적인 포인트는 소비가 빠르지만 컷신을 통해 임팩트를 주면 이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생각보다 다양했고, 꼭 그게 아니라도 특정한 포인트에서 하나의 느낌을 줄 수 있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것 같다. 좋은 코드가 있다면 좋은 도파민이 생성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부의 요인도 개발 과정에 영향을 줬다. 임팩트에 집중하다 보니 <브라운더스트 2>는 결국 청소년 이용 금지로 등급이 조정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오히려 이 시기부터 조심스러워했던 것들을 해제했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마냥 고자극으로 가는 것에 대한 불안은 있었다. 정말 많이 생각했다. 고민 끝에 게임을 취향에 맞는 분들의 니즈를 고려하기로 했다. 냉소적인 피드백을 본 사람들은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벼랑 끝에서 뭐든지 세게 나가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라며 뒤 없이 질러 보자는 생각으로 나온 것이 '나이트메어 버니 이클립스'다.
조금 아쉬웠던 점도 있다. 고자극을 추구했으니, 그 다음에는 약하게 가자는 판단이 있었는데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반응이 안 좋았던 코스튬의 경우에는, 보는 즉시 이미지가 소비되어 버리기에 반응이 나빴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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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현 원화팀장은 '보는 즉시 이미지가 소비'되는 경우가 보통 반응이 나쁜 것 같다고 했다. (출처: 네오위즈)
피부의 실핏줄, 젖은 표현 등 평소 해왔던 것을 더 살리기 위한 디테일 작업이 이루어졌다. 사실적인 피부 표현과 양감에 큰 공을 들였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유저 분들이 이런 디테일을 보시면서 다음 업데이트를 기대하게 되는 등 서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킥을 넣었는데, 이는 아이디어의 영역이기에 제가 직접 그리는 것보다 더 좋을 수 있어 쓸 수 있을 때 사용했다. 스킬 컷신은 일러스트보다 자유로운 부분이 있어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근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일러스트 관련 콘텐츠가 생겨나기도 했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언젠가는 이걸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일러스트 화풍을 잡으니 스파인 애니메이션을 만들라 하고, 이걸 다 하니 이제 상호작용을 만들어야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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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를 10까지 올리면 홈 화면에 등록할 수 있는 특별 상호작용 연출 (출처: 네오위즈)
한성현 원화팀장은 "이 과정이 정답은 아니다. 어떤 일이 있었고 여기서 저희가 어떤 모티브를 받아 현재까지 이르렀는지 참고 정도만 해 달라"고 했다.
캐릭터의 디자인은 아이돌을 키우는 것과 같다. 유저는 게임으로 경험을 할 것이고, 여기서 니즈를 충족해야 매력을 느낀다. 경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캐릭터의 매력으로 따지면, 매니악한 것은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그 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따라 만족도나 경험에서 차이를 줄 수 있다. 특정 방향을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으로 나누기보단, 경험의 수준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중요하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매력이 있으려면 선택의 영역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어떻게 일러스트를 잘 그려야 할 지에 대해 질문이 많다. 제가 계속 방송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잘 그리는 것보다 그림의 '퍼포먼스'다. 지금은 전체적인 사람들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고, AI도 그림을 잘 그린다. 그렇기에 그림은 그린다기보다 보여주는 것이 본질이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알아 봐주시는 ‘윾돌이’처럼 시각적인 소비를 해 주는 소비자와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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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하나의 포인트를 반드시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최대한 활성화시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에서 '지능이 떨어진다'는 밈이 있지 않나. 이것처럼 보는 사람의 생각이 캐릭터에 갇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에서는 예시로 이클립스 바니걸 코스튬이 소개됐다. 캐릭터의 복장 자체의 노출도도 높지만, 컷신 연출에서 카메라가 이동하던 도중 캐릭터가 배를 모으는 장면이 등장한다. 유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어 이게 뭐지?” 혹은 “뭐야? 어이없네!”고 반응하며 컷신 장면을 머리 속에서 되새김하고, 결국 다시 재생하게 된다.
한성현 원화팀장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걸 만드는 것이 그림의 퍼포먼스라 생각한다"라며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도 연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민을 계속 하는 것이 차별점을 주는 것 같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불안하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선보일 때마다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어떤 데이터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계속해서 시도하며 피드백과 데이터를 쌓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계속 시도를 해 보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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