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지진이 일어난 뒤에는 이런 보잘것없는 작은 게임이 중요하냐 생각했었죠.”
20일(미국시간) <레인>의 개발자 스즈타 켄과 이케다 유키는 GDC 2014에서 일본 대지진이 <레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밝혔다. <레인>은 2013년 10월 1일 출시된 PS3용 어드벤처게임이다. 겉모습이 투명해서 비를 맞아야만 모습이 드러나는 소년과 소녀가 괴물을 피해 도망다니는 이야기다.
스즈타 켄과 이케다 유키는 <레인>의 대략적인 설계를 마무리 짓고 있을 무렵 대지진을 경험했다. 두 개발자는 지진으로 다치지는 않았지만 혼란에 빠진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TV로 본 피해 현장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처참했다.
둘은 지진 현장을 보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겉모습이 투명한 소년과 소녀가 수수께끼의 괴물에게 쫓기는 <레인>의 무거운 주제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할 자신을 잃고 말았다. 지진을 겪은 소비자들이 게임을 하고 고통을 떠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작업을 이어나가지도 못했다.
이케다 유키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게임 스튜디오 ‘플레이스테이션 캠프’의 리더가 아니었다면 <레인>을 끝까지 개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두 사람은 “지금 당장은 힘든 시기지만 사람들은 다시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다. 그 때는 우리가 만든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하다”는 격려를 듣고 나서야 다시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두 개발자는 지진의 여파를 잊지 못했다. 그래서 겉모습이 투명해 다른 누구에게 자신을 알릴 수 없는 주인공이 소녀를 만나 희망을 찾아가도록 <레인>의 줄거리를 바꿨다. 지진을 겪기 전에는 희망을 찾아나가는 과정보다 소년의 고독에 초점을 맞춰 줄거리를 만들어 놓았었다.
스즈타 켄은 “본래 의도한 게임과는 동떨어져버렸지만, 주어진 환경과 자원으로 최선의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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