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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 2023] 독특한 내러티브로 BIC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된 ‘고3 학생들’

'전언' 부스의 이기현 기획자, 이재홍 프로그래머, 김동혁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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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그리던) 2023-08-26 21:50:10

인류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로 한반도의 대부분이 잠길 정도의 기후 변화를 맞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과 관련된 게임이 BIC에서 시연되고 있다. '팀 217'이 개발한 <전언>이 그것이다. 플레이어는 우주 기업 '희망'의 연구원으로서 달에 파견된 30인 중 한 명으로서 '지구' 그리고 '화성'과 컴퓨터로 통신하며 살아남는다는 내용이다.

시작화면에서 비밀 유지 각서를 쓴 주인공은 달 기지의 독방으로 향한다. 방에는 업무 메뉴얼이 적힌 태블릿 PC, 지구와 통신하거나 달 기지의 수치들이 팝업으로 뜨는 모니터만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우주가 보이는 창문을 통해 지구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사람이 죽었다는 알림이 오면 버튼을 눌러 시체들을 소각하는 일을 한다. 


<전언>은 독특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분위기를 인정받아 BIC 어워드에서 서사부문 우수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앞서 시작한 온라인 전시에서도 호평 일색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언>은 고등학교 3학년 세 명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작품이다. BIC의 오프라인 부스에서 게임을 체험하고 전시의 마감일이 소풍과 겹쳐 출품하지 못할 뻔했다는 05년생 '갓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디스이즈게임 신동하 기자 





# <전언> 개발한 '팀 217' 인터뷰

<전언>을 개발한 팀217. 왼쪽부터 이기현 기획자, 이재홍 프로그래머, 김동혁 프로그래머


Q. 디스이즈게임 : 자기소개와 팀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기현 기획자 : 팀장이자 기획자입니다. 팀에서 프로그래밍 빼고 모든 것을 맡고 있어요. 시나리오 작성, 그래픽 제작, 사운드 제작을 담당했습니다. 저희는 울산에서 온 고3 친구들이에요.


이재홍 프로그래머 : 초기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전반적인 UI를 제작했고요. 전반 적으로 도트 느낌을 내기 위해서 쉐이더를 만들었습니다. 기타 이펙트도 제작했고요.


김동혁 프로그래머: 캠페인 진행에 따른 변화는 제가 담당했고요. 재홍이가 UI를 만들면 그 내부에 들어가는 세부 UI는 제가 구현했습니다.



Q. <전언>은 어떻게 만들어진 게임인가요?


이기현 기획자: 사실 저희가 <전언>을 만들기 전에 네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전부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어요. 그렇게 되니까 아무것도 못하겠는 거예요. 번아웃이 제대로 온 거죠. 그렇게 한 동안 무기력하게 지냈어요. 그러다 어느날 같은 기숙사를 쓰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이런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마침 BIC 접수 마감이 한 달 남은 시점이었고 친구들을 모은 거죠.



Q. <전언>은 일반적인 텍스트 어드벤처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기현 기획자: <전언>은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달 기지 연구원인 주인공이 오로지 지구에서 전해지는 통신만으로 화성, 지구, 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추측해야해요. 그저 몇 가지 수치를 확인하고 지구에 보고할 뿐이에요. 옆방에서 사람이 죽어도 '시체를 소각하라'는 컴퓨터 확인 창을 통해 '사람이 죽었구나'하고 어렴풋이 아는 정도예요.


보통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잖아요. 그런데 플레이어가 무력하게 당해보는 입장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온라인 전시의 리뷰를 보면 '아트'와 '사운드'에 대한 칭찬이 많아요. 


이기현 기획자:​ 어릴 때부터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여러가지를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소리도 만져요. 


특히 <전언>의 사운드에 대해 할 말이 많아요. 저희 개발 기간이 짧다보니까 음악을 만들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배경이 우주인데 음악이 나오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감하게 삭제했어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웅웅 거리는 진공 소리와 태블릿에서 PC로 화면이 전환되는 소리밖에 나지 않아요. 그래도 어딘가 공허한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반응이 나쁘지 않네요.


이재홍 프로그래머 : 아트는 3D를 픽셀화 시켜주는 쉐이더를 제작하고 3D 모델링을 만들어서 전반적으로 도트 느낌이 나게 구현했어요. 모니터 속에 표기되는 것들은 전부 기현이가 그림 툴로 그렸고요. 


<전언>에서 플레이어가 가장 많이 보게 될 화면.
이재홍 프로그래머가 직접 만든 쉐이더로 제작했다고.
일개 직장인인 주인공은 무기력하다.
화면 속 텍스트는 이기현 기획자가 쓴 것이다.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 글리치와 점프 스퀘어가 등장한다. 이는 김동현 프로그래머가 작업한 것이다.


Q. 고3 학생들이라고 들었어요. 언제 처음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어요?


이기현 기획자: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하긴 했어요. 기획을 취미로 시작하게 된 건 중학교 1, 2학년 때에요.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거든요. 처음 만든 게임은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같은 느낌이었어요. AI가 짜여져 있는 보스들을 피해서 집을 탈출하는 거요.


이재홍 프로그래머: 저는 하는 게임만 주구장창 하는 스타일이에요. 특히 어릴 때부터 <리니지>, <이브 온라인>, <메이플>, <던파> 같은 온라인 게임을 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이브 온라인>에서 PvP 이벤트를 하나 기획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너무 재미있게 즐겨주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김동혁 프로그래머: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플래시 게임을 좋아했어요. 중학교 올라와서 <바이오 하자드>나 <데빌메이크라이> 같은 스팀에 올라온 게임을 해봤는데 신세계였어요. 그래서 정보 시간에 배운 것들로 조금씩 시작했어요. 아 이런 코드를 이렇게 짜면 나도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고등학교 입학 이후입니다.



Q. 게임을 만들겠다고 부모님께 처음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이셨어요? 다들 응원해 주셨나요?


이기현 기획자: 저희 부모님은 중학교 다니는 3년 내내 반대하셨어요. 처음 한 말이 "그런 걸 뭐하러 만드냐"였어요. 특히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에는 '집에서 거리가 멀다'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3년 내내 제가 만든 포트폴리오들을 보여주면서 꾸준히 설득했어요. 이 길이 아니면 정말 즐겁게 살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요. 하루는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장장 세 시간을 언성 높이면서 싸우다가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결국 저를 부르더니 허락하시는 거예요. 중학교 3학년 중반이었어요. 지금은 '하고 싶은 거 해라. 너를 어떻게 말리겠냐'하는 느낌이에요.


이재홍 프로그래머: 저는 사실 중학생 때 게임에 너무 빠져 살았어요. 학교도 안 나갈 정도로요. 그래서인지 아버지께 꿈이 생겼다고 처음 선언했을 때, '집에서 게임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훨씬 낫다. 우리가 최대한 지원을 해주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김동혁 프로그래머: 저는 중학교 3년 내내 딱히 꿈이 없이 정규 수업만 따라갔어요. 그런데 스팀을 접하고 게임을 만들고 하다보니까 이 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아버지께 말씀을 드리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Q. <전언>을 개발하면서 생각나는 일화가 있나요?


이기현 기획자: BIC 접수 마감일이 저희 소풍날이랑 겹치는 거예요. 저희는 한 달 안에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개발 계획을 빽빽하게 잡아놨는데요. 그래서 저희는 제출 일주일 전까지 '우리 이거 제출할 수 있을까?'하고 의논해야 했어요. 그런데 소풍 전날 10시에 넘어서 겨우 제출했어요. 완전 다행이었죠.


이재홍 프로그래머: 도트는 찍을 시간이 도저히 안나서 쉐이더를 만들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는데요. 시간이 없어서 겨우 사흘 공부하고 이주 동안 깨지면서 만들었어요. 


김동혁 프로그래머: 이제 아무래도 낮에는 수업을 들어야 하니 밤에 개인시간을 들여서 개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예닐곱 시간 동안 기능 하나를 구현해 갔더니 기현이가 '이걸 말한 게 아니다'라면서 삭제를 하란 거예요.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그런 일이 다섯 번 넘게 있었어요. 눈물이 날 뻔 했죠.



Q. BIC에 처음 참가하는 거잖아요. 소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이기현 기획자: 아마도 저희 팀은 <전언>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어요. 저와 동현이는 대학에 진학하고, 재홍이는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거든요. 그래도 게임은 계속 만들고 싶어요. 저는 언제나 모든 것을 혼자 했어요. 시나리오도 그래픽도 사운드도요. 그런데 이제는 정말 멋진 그래픽 디자이너와 함께 화려한 색감의 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김동현 프로그래머: 사실 다른 전시작들을 보고 주눅이 들었어요. 더 많이 배워서 더 능동적이고 화려한 게임을 만들어 BIC로 돌아오고 싶어요.


이재홍 프로그래머: 제가 만든 게임이 구글이나 원스토어에서 크게 홍보되면 좋겠어요. 그런 캐주얼 게임을 만들어서 성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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