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플레이엑스포의 '인디오락실'에서는 약 40여 개의 인디게임을 시연 중이다. 한국인디게임협회가 주관하는 인디오락실은 지난 2018년부터 플레이엑스포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으로 국내의 유망한 인디게임을 발굴하고, 홍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엄선된 출품작을 일일이 소개하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10개의 게임을 선정해 본다.
‘인디오락실’은 한국인디게임협회와 플레이엑스포 사무국이 공동 주관하는 대규모 부스 모음이다
6. '토끼들의 아틀리에에 어서오세요', <봉쥬르 부띠크>
<봉쥬르 부티크>는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엔티크한 느낌의 타이쿤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아기자기한 옷 가게를 운영해 가면서 점점 성장해 나간다. 엔틱한 분위기의 작화와 사랑스러운 BGM이 특징.
게임은 베이직 게임즈가 개발했다. 팀은 약 3년 전 세 명의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이들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른 회사에서 타이쿤 게임을 개발해 온 '베테랑'들이다. 베이직 게임즈의 오수영 대표는 타이쿤 장르에 있어서는 소신과 노하우가 있다고 자신했다.
부스에서는 평소 조카와 함께 <봉쥬르 부티크>를 즐겨해서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정하린 씨가 일하고 있었다. 그는 게임의 '모에 포인트'로 '토끼들'을 꼽았다. 게임은 '매장'과 '아뜰리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깜찍한 토끼들이 직원으로 일한다. 겉보기에는 귀엽지만 핫식스와 비타민을 먹어가며 일하는 모습이 '현생'을 떠올리게 해서 묘하게 씁쓸하다고.
"평소 <봉쥬르 부티크>를 즐겨하는데 유저들을 대상으로 부스를 운영할 사람들을 뽑더라고요. 마침 쉬는 날이기도 해서 부산에서 올라왔죠. 요즘 세 살짜리 제 조카가 자꾸 게임을 하고 싶어 해요. 다른 게임들은 아이가 하기에 잔인하거나 어려운 부분들도 많은데 이 게임은 정서적으로 좋은 것 같아서 함께 플레이해요."
게임 <봉쥬르 부티크>는 D16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다. 귀여운 옷입히기 굿즈와 토끼 직원 스티커, 캐릭터 거울 등의 굿즈도 함께 판매되고 있다.
7. 초등학생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린 <KIN:D 바라빈 탐정단>
<KIN:D 바라빈 탐정단>은 2000년대 초반 초등학생 주인공이 할머니 집에 방문했다가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길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미지의 생명체인 카인드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게임은 안티앨리어싱에 의해 만들어졌다. 팀 이름은 서로 다른 색을 부드럽게 이어준다는 개념에서 착안된 것이다. 세 명의 개발자와 사운드 디자이너, 사무보조로 이루어진 5인 팀이다.
김민호 대표는 이번 게임에서 캐릭터들의 하찮은 능력이 특히 사랑스럽다고 전했다. 게임을 체험하고 있던 경기게임마이스터고 2학년 유준현 학생은 "도트 그래픽 디자인이나 캐릭터의의 모션도 아기자기하고 아주 귀엽죠"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게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희 게임은 주인공들이 하찮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대단한 모험가라고 주장하는 '바라밀'이란 캐릭터는 땅파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내용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배고픈 버섯들에게 버섯 엄마 찾아주기' 처럼 소소한 퀘스트도 준비되어 있어요."
게임 <KIN:D 바라빈 탐정단>은 D30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도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의 데모 버전이 준비되어 있다. 정식 발매 버전에서는 더 어린 유저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힌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8. "대머리라도 모험이 하고 싶어" <머머리의 모험>
제목부터 비범한 게임 <머머리의 모험>은 머리카락이 없는 '머머리'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머리카락을 찾아서 발모의 섬인 '자라도'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여러 선택지를 만나게 되고 그 선택에 따라 30여 개나 되는 엔딩을 수집할 수 있다. 귀여운 애니메이션은 덤.
개발은 '힉스'가 맡았다. '힉스'는 조그마한 행복을 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인디게임 개발사다. 그래서인지 하려 하고 대단한 걸 보여주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은 게임들을 주로 만들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 전시된 게임들도 그러하다.
게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게임에 자신의 소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많지 않은 머리숱이 고민이었다. 정수리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정말 탈모인지 물어보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부스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탈모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잖아요. 부스에 오시는 분들이 주변에 그런 사람들 하나씩은 꼭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서 찍어가기도 하고요. 우리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당신은 항상 멋진 사람이라고 게임을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게임 <머머리의 모험>은 D29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고양이가 해변에서 갈비를 파는 게임인 <냥냠>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9. 경제 대통령이 될 것이냐 독재자가 될 것이냐, <래토피아>
<래토피아>는 '경제'를 주제로 한 도시건설 게임이다. 귀여운 생쥐 시민들에게 특정한 일을 시키면 시민들이 사유재산을 만들고, 그 소득으로 자신만의 소비 활동을 한다는 내용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유기적인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고 시민들의 행복도가 달라진다.
<래토피아>를 개발한 카셀게임즈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주로 만든다. 이미 전작 <래트로폴리스>로 이름이 난 카셀게임즈는 국내 게임쇼에 여러 번 모습을 비추었다. 이번 게임은 플레이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장르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 <래토피아>는 귀여운 그래픽과 여러 차별화되는 요소들을 도입하여 '찍먹'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게임을 통해 여러 경제 활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기에 어린이 손님들에게도 추천한다. 아이들에게 난이도는 조금 어려운 편이지만, 부모님의 지도가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다. 한 번은 게임을 체험한 한 어린이 손님이 부모님께 '아 이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하고 훈수를 두는 경우도 있었다고.
자신을 '예전에 도시 건설 게임을 즐겨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체험객은 "전작인 <래트로폴리스>도 플레이해보았는데, 확실히 더 신선하고 나아졌다"고 전했다. <래토피아> 부스는 D25에 있다.
10. 고양이가 세상을 구한다!, <캣걸 서바이벌>
<캣걸 서바이벌>은 반인반묘인 주인공이 던전을 돌면서 재화를 얻고 그것으로 자신의 마을을 꾸려 간다는 내용의 게임이다. 다른 서바이벌 게임과 차별화되기 위해 화려한 색감을 도입했으며, 다양한 패턴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뱀파이어 서바이벌>에서 영감을 받았다.
개발사인 미니멈 스튜디오는 이제 막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네이버와 라인에서 15년 넘게 일한 김현아 대표를 필두로 소수의 인원으로 퀄리티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워졌다. HTML5를 이용한 모바일게임을 주로 만든다.
김 대표는 게임에서 살펴야 할 포인트로 '마을의 NPC'들을 꼽았다. 일반적인 RPG에서 마을은 단순히 '메뉴'로 표시한다. 그러나 <캣걸 서바이벌>에는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들에게 말을 걸어 레벨업을 하는 방식이다. 아직은 데모 버전이라 고양이들이 몇 마디 하진 못하지만 6월에 출시될 정식 버전에서는 개성을 담은 말투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김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퀄리티 높은 게임들을 출시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게임은 D08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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