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 감정적인 경험의 지평을 넓히는 게임
#2 - 낙인찍지 않는 온라인 게임 만들기 (바로가기)
#3 - 비록 단 하나의 완벽한 디자인은 아닐지라도 (바로가기)
#4 -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하지 않는 BM (바로가기)
#5 - 삶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 (바로가기)
김종화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부터 할게요. 먼저, 본인과 댓게임컴퍼니에 대해 한국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제노바 첸 저는 제노바 첸이고요. 댓게임컴퍼니의 공동 설립자입니다. 2006년 USC 영화 학교 소속의 인터렉티브 미디어 & 게임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회사를 설립했어요. 학교에 있을 때, 저희는 비디오 게임이 주는 감정적인 경험의 지평을 넓히려는 아주 실험적인 게임들을 만들었습니다. 한 소년이 하늘을 날며 구름을 모으고 날씨를 변화시키면서 도시를 정화하고, 자신을 치유하는 힐링 게임이었죠.
그 작품이 나온 뒤, 많은 사람들이 강렬한 경험을 했고 우리에게 편지를 써 이런 종류의 게임을 상용 게임으로 만들어 달라고 말했어요. 2005, 2006년 당시 게임은 정부로부터 폭력적이고,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중독적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었는데, 정부는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에게 그저 나쁜 영향만 준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은 저희가 게임이 뭔가 긍정적이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게임들을 만들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회사를 시작했고 이후 게임을 만들수록 더 많은 플레이어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았어요. 그리고 13년이 지나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김종화 댓게임컴퍼니가 어떻게 만들어 졌느냐는 두 번째 질문까지 대답하신 것 같네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댓게임컴퍼니는 몇 명으로,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제노바 첸 프로젝트마다 다릅니다. 처음 회사를 시작했을 땐 <플로우>나 <플라워>같은 작은 인디 게임을 만들고 있었죠. 그 때 구성원은 4명에서 7명이었어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역할을 해야 했죠. <저니>를 만들 때는 9명으로 시작했고, 완성 때 쯤엔 12명까지 늘어났어요. 그때부터 각 전문분야별로 최소 두 명의 인원이 근무하게 됐죠.
지금은 <스카이>를 만들고 있고, 핵심 개발팀은 아마 20명 미만일 겁니다. 하지만 10명 넘는 사람들이 라이브 운영을 하고 있어요. <스카이: 빛의 아이들>은 저희의 첫 온라인 라이브 운영 게임이고,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희 스튜디오 스스로 퍼블리싱까지 하고 있죠. 다 합쳐서 현재 스튜디오에는 약 30명 정도 있습니다. 파트 타임 직원을 풀 타임 직원으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요.
김종화 회사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노바 첸 비전은 회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조금씩 진화해 왔습니다. 처음 선언한 비전은 긍정적인 감성의 게임을 만들어서 전 세계 플레이어들의 게임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어요. 게임은 단지 총, 경쟁, 폭력에 관한 것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게임을 만들었고 <플로우>에서 <플라워>까지는 싱글플레이 게임이었어요. <저니>를 만들 때, 멀티플레이가 게이밍의 미래라는 것을 깨달았죠. 마치 게임과 영화 사이에 상호작용성이 있듯, 멀티플레이와 싱글플레이 게임 사이에는 사회적인 행동이 있고 이는 표현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디자인 도구에요. 그래서 멀티플레이 게임 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저희는 플레이어들을 서로 싸우거나 분리시키는 대신, 가깝게 연결시켜주는 게임을 원한다고 말해왔어요.
오늘날 댓게임컴퍼니의 비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는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불변성/영원성은 제가 고품질을 말할 때 사용하는 독특한 단어입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매우 시의적절한 게임을 만들어요.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들 말이죠. 하지만 10년 후, 사람들이 그것을 돌아보면 낡아보일 거예요. 그 게임의 콘셉트와 내용,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보편적이지 않은 거죠. 그런 것들은 오랜 세월의 시련을 견디지 못해요.
저희는 진정으로 보편적이어서 여러분이 10년 후에 플레이해도 여전히 의의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불변성이 퀄리티에 대한 저희의 기준이라면, 긍정적인 감성적 영향을 주는 것 또한 댓게임컴퍼니의 핵심 미션이죠. 우리는 전 세계 모든 연령의,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어요. 근본적으로 우리는 모두가 게임을 플레이하고, 이를 통해 밀접하게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김종화 <스카이>가 바로 그런 내용이죠.
제노바 첸 네, 그렇죠. 자신들이 충실하고자 하는 비전을 선언문으로 만드는 것이죠.
김종화 저도 오랫동안 댓게임컴퍼니를 봐 왔고, 비전 선언문이 조금씩 바뀌어가며 진화해 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럼 이제 <스카이>에 대해 이야기 해 보죠. <저니> 이후 약 7년의 시간이 흘러 댓게임컴퍼니가 <스카이: 빛의 아이들>를 내놓았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저니> 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게임인지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제노바 첸 <스카이>는 사람들이 성별이나 세대를 넘어 서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플레이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게임입니다. 우리는 이 게임을 (비디오 게임) 플레이어를 고려하고 디자인했지만, 그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신나서 비디오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하지 않는 친구들을 데려와서 함께 뭔가 경이로운 경험을 하도록 하고 싶었어요.
플레이어는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게임에 들어오면 모두 아이로 나타나요. 천국에서 떨어진 별을 구해야 하는데, 각각의 별은 인류의 어떤 부분을 나타내는 정령으로 변하죠. 별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 몰락한 왕국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알아가게 돼요. 그리고 저는 별들을 하늘에 돌려놓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와닿는 이야기를 찾길 바라며 동시에 전 세계 플레이어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기를 원합니다.
김종화 <스카이>에 대한 개인적인 첫 인상은, 댓게임컴퍼니의 모든 게임이 합쳐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언뜻 <저니>처럼 보이지만 <클라우드>처럼 구름 위에서 <플라워>처럼 날고 있잖아요? <저니>와 <스카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제노바 첸 <스카이>는 서사 기술적 측면에서 <저니>의 자매와도 같은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오르내리는 삶에 대한 테마는 <저니>에서 <스카이>로 적절하게 확장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야기의 구조가 같아도 메시지는 다릅니다. 저에게 <저니>가 고난과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삶에 대한 게임이라면 <스카이>는 고난과는 무관한, 우리 모두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성에 관한 게임입니다.
김종화 <우주에서 가장 경이로운 사실>을 함께 본 기억이 나는군요. (당시 화자의 USC 졸업작품 SPACE MAESTRO를 제노바 첸이 멘토해 줄 때 이야기)
제노바 첸 아 그렇죠. 우리는 모두 우주 먼지죠.
김종화 네, 그때가 2012년이네요. 그때 전하고자 했던 초월적 연결의 감정이 전달됐다고 생각하시나요?
제노바 첸 <저니>가 그랬던 것처럼 알맞은 사람들과 함께 클라이막스까지 다다랐을 때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저니>를 해 본 많은 사람들이 혼자 마지막에 다다랐고, 그들은 게임을 꽤 다르게 받아들였어요. 순례자의 구원에 관한 게임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저니>를 다른 사람과 함께 끝마친 사람들, 함께 빛을 향해 걸어간 사람들은 게임을 아주 다르게 받아들였고 그것은 훨씬 더 강력했죠. <스카이>에서도 똑같아요. 혼자 <스카이>를 끝마치면 아름다운 여행이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 하지만, 다른 이와 함께 끝에 다다른다면, 음... 그것은 아주 다른 경험이 될 거예요.
김종화 분명 그렇죠. 저도 여러 사람들이 <저니>를 플레이하는 것을 봤는데,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엔딩에서 외로움을 느끼거나 아니거나 하는 등 다른 경험을 하더군요.
제노바 첸 네, 그게 바로 예술의 아름다움이죠.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단순한 그림을 그리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깊이만큼 이미지에 빠지고 각기 다른 식으로 읽는 것처럼요.
김종화 좋아요. 그리고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인데요. 의도적이든 아니든 댓게임컴퍼니의 게임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어떤 진화의 흐름이 보입니다. <플로우>에서는 플랑크톤으로 시작하죠. <플라워>에서는...
제노바 첸 그렇죠. 식물이죠.
김종화 그리고 <저니>에서는 사람이고요. 그럼 <스카이>에서 플레이어는 무엇이 되는 건가요?
제노바 첸 이번엔 딱히 진화한 것은 없구요. <저니>에서는 어떤 이족보행 생명체를 통해 사람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면, <스카이>에서는 훨씬 구체적이죠. 머리카락, 망토, 그리고 여러 가면이 있잖아요? 이는 여러분이 캐릭터로써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이게 하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당신을 구분해 낼 수 있게 해 주죠. <저니>에서 모든 플레이어들은 똑같이 보이잖아요? <스카이>는 좀 더 현실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김종화 <스카이>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경험하거나 느끼기를 원했나요?
제노바 첸 보통 우리는 공개적으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만약 플레이어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그들이 못해서, 충분히 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도 같아요. 기분이 업돼 신나는 순간이 있고, 다운돼서 무섭거나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때도 있죠. 플레이어들이 넘쳐나는 아름다움과 신성함을 느끼는 클라이막스가 있고, 엔딩에서는 따스함을 느끼길 원해요. 이런 일련의 감정들을 느끼고, 그런 롤러코스터 같은 드라마를 거치고 난 이후에야 플레이어는 게임을 끝냈을 때 눈물을 흘리게 되겠죠.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완전히 게임을 끝내지는 않았어요. 아마 17% 정도의 사람들이 게임을 엔딩까지 끝냈을 거예요. 그게 다른 콘솔 게임과 비교해서 높은지 낮은지는 모르겠지만 더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엔딩이 바로 우리가 이 게임을 만든 이유니까요. 어떤 사람은 게임을 끝내기 전에 포기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김종화 그렇군요. <저니>와 비교하면 게임을 끝마치는 사람들의 수는 어땠나요?
제노바 첸 <저니>의 플레이어는 아마 게임을 샀기 때문에 더 높을 거예요. 아시다시피 요즘은 무료 게임이 많죠.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도 않아요. 관심을 잃으면 바로 다음 채널로 넘어가죠. <저니>나 콘솔 게임은 영화관과도 같아서 티켓을 사면 한 공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갇혀서 끝까지 봐야 하잖아요? 영화가 너무 나빠서 나가지 않는 이상, 돈을 냈으니 거기에 남아 있으려고 하죠. 하지만 모바일로 오면 이건 마치 텔레비전과도 같아요. 지금 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다음 채널로 넘어가 버리죠.